낭중지추
낭중지추(囊中之錐)
춘추전국시대가 거의 저무는 시절인 진나라 소왕시절, 진나라는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였다. 그러자 조나라 조정
에서는 재상 평원군에게 초나라에 가서 합종(요즈음으로 말하면 NATO와 같은 군사동맹)을 맺어 대처하라는 명령을 내
렸다.
평원군은 전국시대 4공자중의 한사람으로 그의 집에는 수천명의 식객이 있었는데, 자신과 함께 갈 사람으로 식객중에서
문무를 겸비한 20명과 함께 가기로 하였는데 19명은 뽑았으나 나머지 한사람을 아직 뽑지 못했다.
이 때, 모수라는 사람이 나서서 한마디 했다.
"지금 한사람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부디 저를 끼워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평원군이 대답하기를,
"현명한 선비란 마치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것과 같아서 당장 그 끝이 드러나게 되어 있는 법이오. 그런데 선생은
여기 계신지 3년이나 되었지만 사람들이 칭찬하는 말을 들은 적이 없소. 이는 선생에겐 재능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겠습
니까. 그러니 선생은 함께 갈 수 없소."
그러자 모수는 앙연히 대답하였다.
"저는 오늘에야 비로소 주머니 속에 있기를 청했을 뿐입니다. 만약 일찍부터 저를 주머니 속에 있게 하였다면 아마 끝
만이 아니라 자루까지 드러났을 것입니다."
평원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침내 모수와 함께 가기로 하였는데 장중에 있던 19명이 서로 마주 보면서 눈짓으로 모수
를 비웃었다.
평원군은 초나라 왕을 만났다. 그런데 아침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정오가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에 모수가 섬돌에 뛰어올라 칼을 어루만지며 평원군에게 말했다.
"합종이란 단 두마디면 될 일인데 왜 지금까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초나라 왕이 크게 꾸짖었다.
"너는 무엇하는 자이길래 이렇게 무례하게 구느냐. 당장 내려가지 못할가!"
하지만 모수는 다시 칼을 어루만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대왕께서 저를 꾸짖는 것은 초나라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열 걸음안에서는 지금 초나라 사람
을 믿을 수 없습니다. 대왕의 목숨은 저의 손에 있습니다. .........................
합종하는 것은 초나라도 위한 일이지 조나라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결국 평원군은 초나라 왕과 합종을 이루었는데, 평원군은 조나라에 귀국한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다시는 선비의 사람됨을 안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모수를 상객으로 모셨는데 진나라는 철수했다. [출처 : 18사략]
낭중지추(주머니속의 송곳)이란 고사이다.
우리가 밖에 나가보면 번화가나 주택가, 아파트단지를 막론하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공인중개사 간판이다.
전국에 84,000개의 중개업소가 있는데 산간지역, 농어촌지역과 벽촌지역등을 빼고나면 거의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중개업소들이 난립하고 있는가운데 우리가
자리잡고 성공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만큼이나 어렵다. 아니 자리잡는 것부터가 난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어렵게 취득한 공인중개사자격증을 내팽개쳐 버릴 수는 더구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예로부터 인간이 사는 곳에 경쟁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처음에는 힘의 논리에 의해서
다음에는 땅을 가진 사람의 권력의 논리에서, 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해가면서 돈의 논리로, 요즘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의 논리로 변화해오면서 경쟁은 모습을 바꿔 가면서 더욱 치열해져 왔다.(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고금을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가 있다.
바로 인간관계이다. 사람이 사회를 구성하고 그 사회안에서 활동하는데 인간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함에도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니고 입과 행동으로 자신(의 인격)을 파는 중개업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있을 것
인가.
자신을 갈고 닦으며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인격을 정립해 나간다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또는 깊이 감춰진 체취처럼
사람들에게 내 스스로의 모습이 노출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을, 어떤 체취를 사람들이 좋아하고 가까이 하려할가.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일이 최우선 아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