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漢詩/其他

江雪 - 柳宗元

柳川 2016. 6. 18. 23:14

                                                  江      雪

      

 

                                                                                                    柳宗元 

       

 

                                                               寒江獨釣圖

  

 

 

 

千 山 鳥 飛 絶、                       온 산에 새 나는 모습 끊기고,

萬 徑 人 踪 滅。                       모든 길에 인적도 없네.

孤 舟 蓑 笠 翁、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

獨 釣 寒 江 雪。                       눈 내리는 추운 강에서 홀로 낚시질 하네

 

 

  

[해설] 

 

작가는 柳宗元(773-819),자는 자후(子厚). 산서성 운성 해주진 사람으로 당나라 중기의 걸출한 사상가이자 문인이었다. 진보적인  정치사상가로 왕숙문이 이끄는 永貞革新에 참가했다가 실패하고 영주사마(司馬)로 쫓겨갔다. 후일 유주 자사등을 지냈다. 

영정혁신은 영정년간(805년)에 일어났던 혁명적 성격을 띤 진보적 정치개혁 운동이었다.  그는 한유(韓愈)와 함께 고문운동을 이끌었고 그의 문장은 한유와 이름을 나란히 했다. 그는 또 다수의 불교 선사들과 내왕을 했고  선리에도 아주 정통했다. 고문운동에서는 서한(西漢)시대 문장을 높이 평가했고 전통의 계승 위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그의 산수시들 중에는 선의 본질과 계합하는 고요하고 쓸쓸하면서 차가운 선미학의 진면목을 드러내 보인 선시가 많다.

시인이 이 시를 쓴 때는 정치적인 이유로 영주(永州, 지금의 호남(湖南)성 영릉(零陵))에 좌천되어 낮선 땅에서 느끼는 적막함을 눈 내리는 산, , 들을 보며 읊은 시로, 그의 대표작이다.

 

익숙한 한 폭의 그림이 떠오른다. 마원(馬遠)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 천산(千山)’, ‘만경(萬徑)’ 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요고주(孤舟)’, ‘독조(獨釣)’는 외로운 세상, 떠도는 배에서 홀로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을 낚는 시인의 고적한 모습을 돋보이게 해 놓았다. 눈 덮인 강산은 우주조차 숨죽인 적막 그 자체요, 거기에 외로운 한 척의 배에 삿갓 쓴 고기잡이 노인은 세상과는 거리를 둔 은거자일 것이다.

하늘 길에선 나는 새도 끊어지고(), 땅위의 길에서는 인적조차 끊겼다. 공간적인 단절 이전에 입장의 소외와 더불어 마음의 단절도 있었을 것이다. 천지 분간을 할 수 없이 내리는 눈 속에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채 낚싯대 드리운 노인은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고 자신의 우주에 침잠하고 있는 시인 자신의 영혼이었을 것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 정지된 영상으로 멈추어 있는 한 점과 사면의 주변 세상을 잘라내 버린 하나의 그림처, () 속의 시공(時空)은  그렇게 눈은 그치고 외로운 배도 멈추어 있다.

갑자기 외롭게() 홀로() 우주의 강심(江心)에 낚싯대 드리운 영혼이 차갑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면서 순결하고() 고요(寂靜) 한 폭의 선정(禪定)으로 들어간다. 한 자도 바꿀 필요 없는 완벽한 시어의 조합(組合), 어느 한 구석 덧칠할 필요 없는 완벽한 한 폭의 겨울 풍경화, 한 마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시심(詩心)을 향해 우리들의 낚싯대를 드리우면, 세속(世俗)을 초탈(超脫)한 시인의 차갑고 맑은 영혼(靈魂)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유종원의 대표적인 산수시.헌종(재위 805~820)즉위후  왕숙문(王叔文)과 함께 한 영정(永貞연간의 개혁이 실패함으로써 호남성(湖南省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던 시기에 지은 작품

시에 묘사된 정경은 중국 남송의 화가 마원(馬遠)의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를 비롯해 화제(畵題)로 자주 사용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