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經/小雅

祈父之什 · 白駒

柳川 2019. 3. 22. 21:14

                                     祈父之什



白駒


皎皎白駒,食我場苗。                깨끗하고 흰 망아지, 내 밭에서 새싹을 뜯고 있네.

縶之維之,以永今朝。                잡아 매어, 오늘아침 오래토록 머무르게 하여.

所謂伊人,於焉逍遙。                저 사람, 여기에서 소요케 하리라.    


縶 : 맬 집. 매다. 잡아 맴. 고삐, 굴레. 붙잡다. 잇다. 실.


皎皎白駒,食我場藿。                깨끗하고 흰 망아지, 내 밭에서 콩잎을 뜯네.

縶之維之,以永今夕。                잡야 매어, 오늘 밤 오래토록 머무르게 하여

所謂伊人,於焉嘉客。                저 사람, 여기에서 귀빈으로 대하리라.


藿 : 콩잎 곽/낙화 깔릴 수. 콩잎, 콩의 어린 잎. 곽형(꿀풀과의 여러해 살이 풀). 미역. 落花가 깔리다. 그 모양.


皎皎白駒,賁然來思。                깨끗하고 흰 망아지, 빠르게 오네.

爾公爾侯,無期。                그대를 공후로 맞아 편안하고 즐겁게 하리라.

慎爾優游,勉爾遁思。                그대 삼가 한가롭게 즐기고  은둔치 말지어다.


皎皎白駒,在彼空穀。                깨끗하고 흰 망아지, 저 빈 골짜기에 있네.

生芻一束,其人如玉。                꼴 한다발을 먹이는 그 사람 아름답네.

毋金玉爾音,而有遐心。              그대 음성도 소중히 여길 것이니 마음 멀리 하지 말지어다.


芻 : 꼴 추. 꼴. 꼴꾼. 짚. 풀먹는 짐승. 기르다.



[註]


皎皎白駒,食我場苗。縶之維之,以永今朝。所謂伊人,於焉逍遙。

교교백구, 식아장묘。 집지유지, 이영금조。 소위이인,  어언소요。


깨끗하고 깨끗한 흰 망아지가 우리 채전에서 풀을 뜯는다 하여 발을 매고 고삐를 매서 오늘 아침을 오래도록 하여 이른바 저 

사람이 여기에서 거닐면서 쉬게 하리라.

 

賦也. 皎皎 潔白也.  馬之未壯者, 謂賢者所乘也.  圃也.  絆其足,  繫其靷也.  久也. 伊人 指賢者也.  逍遙 遊息也. 

爲此詩者 以賢者之去而不可留也.  託以其所乘之駒, 食我場苗, 而縶維之, 庶幾以永今朝, 使其人 得以於此逍遙而不去, 若後人 留客而

  投其轄於井中也.


부라. 교교는 깨끗하고 흼이라. 구는 말이 아직 힘세지 못한 것이니 어진 자가 타는 것을 이름이라. 장은 남새밭이라. 집은 그 발을 얽는 것

  이고, 유는 그 고삐를 맴이라. 영은 오래함이라. 이인은 어진 자를 가리킴이라. 요는 거닐면서 쉼이라. 

이 시를 지은 자는 현자가 가는 것을 말릴 수 없으므로 그 타는 바의 망아지로에 의탁하여 우리 채전의 싹을 뜯어먹는다 하여 말의 발을 

  동여매고 고삐를 매고서 바라기를 오늘 아침을 오래하도록 하여 그 사람으로 하여금 이곳에서 소요하면서 가지 못하게 하니, 훗날 어떤 사

  람이 손님을 머무르게 하려고 수레바퀴 비녀장을 우물 속에 던져 넣었다는 것과 같음이라(漢書 游俠傳 陳遵편에 나오는 대목으로, 

  耆酒하여 每大飲한대 賓客滿堂 輒關하고 取客車轄投井中하여 雖有急이라도 終不得去 : 진준은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늘 많이 마셨

  다. 빈객들이 집안에 가득하면 문빗장을 닫아걸고 손님들의 수레 비녀장을 뽑아 우물에 던져 비록 급한 일이 있더라도 끝내 가지 못하게 했다.”

  고 한다.)


 말의 말을 잡아매는 줄 반  비녀장(바퀴를 굴대에 낀 뒤 벗겨지지 않게 굴대머리에 내리 지른 큰 못) 



皎皎白駒,食我場藿。縶之維之,以永今夕。所謂伊人,於焉嘉客。

교교백구, 식아장곽。 집지유지, 이영금석。 소위이인, 어언가객。


깨끗하고 깨끗한 흰 망아지가 우리 채전에서 콩잎을 뜯는다 하여 발을 매고 고삐를 매서 오늘 저녁을 오래도록 하여 이른바 저 

사람이 여기에서 아름다운 손님이 되게 하리라.


賦也.  猶苗也.  猶朝也. 嘉客 猶逍遙也.


부라. 곽은 싹과 같음이라. 석은 아침과 같음이라(머무르게 한다는 뜻). 가객은 소요와 같음이라.



皎皎白駒,賁然來思。爾公爾侯,逸豫無期。慎爾優游,勉爾遁思。

교교백구, 분연래사。 이공이후, 일예무기。 신이우유, 면이둔사。


깨끗하고 깨끗한 흰 망아지가 빛나게 오면 그대를 공으로 삼고 그대를 후로 삼아 편안하고 즐거움을 기약 없게 하리라. 그대 

편안하고 한가로움을 삼가며, 그대 은둔하지 말지어다.


賦也. 賁然 光采之貌也. 或以爲來之疾也.  語詞也.  指乘駒之賢人也.  勿過也.  毋決也. 遁思 猶言去意也. 

言此乘白駒者 若其肯來, 則以爾爲公, 以爾爲侯, 而逸樂無期矣. 猶言橫 來. 大者 王, 小者, 侯也.  豈可以過於優游, 決於遁思, 而終不我

   顧哉. 盖愛之切而不知好爵之不足縻. 留之苦而不恤其志之不得遂也.


부라분연은 광채 나는 모양이니어떤 이는 오는 것을 빨리함이라고 하니라사는 어조사라이는 망아지를 타고 오는 현인을 가리킴이라

  신은 지나치지 말라는 것이고 면은 결단하지 말라는 것이라둔사는 간다는 뜻을 말함과 같음이라

이 흰 망아지를 탄 이가 그 즐거이 온다면 곧 그대로 공을 삼고 그대로 후를 삼아 편안하고 즐거움을 기약 없게 하리라고 했으니 횡아

  너라크게는 왕을 삼을 것이고작게는 제후로 봉할 것이라(史記』 田儋列傳)는 말과 같음이라. ‘어찌 가히 편안하고 한가로움에 지나치

  고 은둔함을 결심하여 끝내 나를 돌아보지 않을꼬.’ 하니대개 사랑함은 간절하나 좋은 벼슬이라도 족히 얽을 수 없음을 알지 못하고(

  역』 풍택중부괘 九二효의 我有好爵하여 吾與爾靡之하노라와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임금이 되어 어진 사람을 좋아하여 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방편으로 벼슬만 줄 것이 아니라 어진 사람의 뜻과 같이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할 줄을 모른다는 뜻이를테면제선왕이 맹자를 

  좋아하여 불러서 벼슬만 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왕도정치를 실현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였기에 맹자가 떠나는 것과 같은 뜻)머무르게 하 

  는 것만을 애썼지 (어진 이의) 그 뜻을 얻어 이루게 하지 못함을 근심하지는 않았느니라.


[참고] 來. 大者王,小者侯也.


사마천의 史記』 田儋列傳(전담열전)에 나오는 글귀이다전횡(田横, ? ~ BC 202)은 나라의 田氏 일족으로秦 나라 말기에 형인 전담(

), 전영(田榮)과 함께 에 반기를 들고 를 다시 일으킨 인물이다漢 高祖 劉邦이 천하를 평정하자 전횡은 무리 5백여 명과 함께 섬에 숨

어 살았는데유방이 그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사신을 보냈다그때 전횡은 예전에 유방의 사신인 역생(酈生)을 삶아 죽인 사실을 상기하며 그

의 아우인 역상(酈商)劉邦의 장수라 감히 두려워서 조칙을 받들 수 없다며 거절하였다그러자 한고조는 역상에게 엄한 조칙을 내려제나라 

왕인 전횡이 곧 이를 터인데 가족은 물론 말과 따르는 자들을 불안하게 하면 일족을 멸할 것이다.’라고 하며 다시 사신을 보내 이런 조칙을 내

린 사실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田橫아 라 大者면 이오 小者면 乃侯耳라 不來면 且擧兵加誅焉이라(전횡이여오너라크게는 왕이오작게는 이에 후를 삼으리라오지 아

니하면 또한 병사를 일으켜 주살하리라)

 

전횡은 고민하다가 두 사람을 데리고 함께 낙양으로 가던 중 삼십 리 길을 남겨 놓고한때 같은 왕이었는데 이제 한왕을 섬기며 산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자결하였다유방은 크게 놀라며 왕의 예식에 맞춰 장례를 치러주었다그런데 장례가 끝나자마자 전횡을 따라왔던 두 사람도 자

살하였다그제서야 유방은 전횡을 따르는 사람들이 매우 신의 있는 사람들임을 깨닫고 탄식하며섬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모두 빈객으로 모

셔 오도록 하였다.하지만 5백여 명의 무리들은 전횡의 죽음을 전해 듣고 그 자리에서 모두 자결하였다.



皎皎白駒,在彼空穀。生芻一束,其人如玉。毋金玉爾音,而有遐心。

교교백구, 재피공곡。 생추일속, 기인여옥。 무금옥이음, 이유하심。


깨끗하고 깨끗한 흰 망아지가 저 빈 골짝에 있어 생 꼴 한 다발을 주니그 사람이 옥과 같도다그대 음성을 금옥처럼 여길지니 멀

리하는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


賦也. 賢者 必去而不可留矣, 於是 歎其乘白駒入空谷 束生芻以秣之, 而其人之德 美如玉也. 蓋已邈乎其不可親矣.  猶冀其相聞而無絶

  也.  語之曰無貴重爾之音聲, 而有遠我之心也. (白駒四章)


부라어진 자가 기필코 가서 가히 머무르지 않고 이에 그 흰 망아지를 타고 빈 골짝에 들어감에 (찾아가서) 생 꼴을 묶어서 말에게 먹이니 

  그 사람의 덕이 옥과 같이 아름다움을 탄식하도다대개 이미 멀리하여 그 가히 친하지 못함이라그러나 오히려 그 서로 듣고(소문이라도 

  듣고) 끊어짐이 없기를 기대함이라그러므로 말하기를, ‘그대의 음성만이라도 귀중히 여길지니 나를 멀리하는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고 하

  니라. (백구4장이라)


 

白駒四章 六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