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古文學/破閑集

券上 15. 門生之於宗伯也

柳川 2019. 5. 5. 03:11

門生之於宗伯也, 以文章被鑑識, 特達於靑雲, 古人所謂期牙相遇。是以位雖至鈞衡, 猶居子阯行, 不敢與

禮。

昔後唐裵皥在同光中, 三知貢擧, 門生馬矞孫掌試, 引新榜諸生往謁。作一絶云,

 

三主禮闈年八十, 

門生門下見門生。

 

本朝光王時, 始以詩賦取士, 然未嘗有宗伯得見門生掌選者。至明王初, 學士韓彦國, 率門生謁崔相國惟淸, 

作詩云, 

 

綴行相訪我何榮, 

喜見門生門下生。

 

此雖據裵公舊例, 聞者皆以謂盛集。 今上踐阼八年, 趙司成沖, 亦引門生詣任相國濡第陳謝, 而公以冢宰

中書, 古今所未有, 奇哉。作詩以記卓異, 

 

十年黃閣佐昇平, 

三闢春闈獨擅盟。 

國士從來酬國士, 

門生今復得門生。

風雲變化鯤鵬擊, 

布葛繽紛鵠鷺明。

金液一盃公萬壽, 

玉笙宣明喜遷鶯。

 

 

門生 :  고려시대, 감시(監試)에 급제한 사람을 고시관(考試官)인 좌주(座主)에 상대하여 이르던 말.   門下生.

宗伯 : 試官. 禮部尙書.      抗禮 :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똑같은 예(禮)로 대접함. 또는 그렇게 대접하는 예(禮). 동등하게 사귐.

期牙 : 鐘子期와 伯牙의 故事.

伯牙善鼓琴, 鍾子期善聽. 伯牙鼓琴, 志在登高山, 鍾子期曰 : 「善哉! 峨峨兮若泰山.」 志在流水, 鍾子期曰 : 「善哉! 洋洋兮若江河.」 伯

牙所念, 鍾子期必得之. 伯牙游於泰山之陰, 卒逢暴雨, 止於巖下. 心悲, 乃援琴而鼓之. 初爲「霖雨」之操, 更造「崩山」之音. 曲每奏, 鍾子

期輒窮其趣. 伯牙乃舍琴而嘆曰 : 「善哉! 善哉! 子之聽夫. 志想象猶吾心也. 吾於何逃聲哉?」  <列子. 湯問>

 

阯 : 터 지. 터, 토대, 산기슭. 작은 섬. (洲, 渚보다 작다) 발, 다리.  子阯行 : 아들뻘의 항렬.  '子姪行'으로 고쳐쓴 글도 있음.

皥 : 밝을 호. 밝다. 희다. 진득하다. 도량이 넓고 너그러워 느긋한 모양. 하늘. 

同光 : 중국 오대십국시대 後唐 莊宗 때의 年號.          知貢擧 : 고려시대 과거의 시험관. 

馬矞孫 : 馬裔孫이 문생을 이끌고 와서 座主(科擧의 시험관) 배고(裵皥)의 집에 가 뵈니, 裵公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三主禮闈年八十, 門生門下見門生。」세 번 시관(試官)을 맡았던 팔십 먹은 늙은이가 문생의 문하에서 문생 남을 보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試官이 된 자를 學士라 부르는데, 그 문생이 그를 恩門이라 부른다. <이제현 櫟翁稗說 後集2>

 

矞 : 송곳질할 율, 속일 휼. 송곳질하다. 구멍을 뚫음. 놀래서 겁내는 모양, 허둥지둥하는 모양. 색채가 있고 상서로운 구름. 사물의 모양.

闈 : 대궐작은문 위. 대궐의 작은 문. 쪽문, 통용문. 문. 왕후궁의 안채. 관청, 관공서. 옛 과거시험장.    第 : 집, 저택.

黃閣 : 조선의 의정부.   昇平 :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이 없고 평안함. 

鯤鵬 : 장자 소요유편에 나오는 상상 속의 물고기와 새. 여기서는 과거급제자를 비유함,

鵠鷺 : 고니(백조)와 해오라기, 여기서는 벼슬의 항렬에 비유.

 

 

 

문생이 종백에게 가는 것은, 문장으로 학식을 평가받으므로써 관직에 나아가게 되는 것이니, 옛 사람이 말한 종자기와 백아가 서로 만난 것과 같은 것이다. 이리하여 지위가 비록 재상에 이르렀을지라도 아들의 항렬과 같게 여겨져 감히 대등한 예로 대하지 못하였다. 

옛날 후당의 배호가 동광 연간에 지공거를 세번 지냈는데 문생 마예손이 과거시험을 관장한 후, 여러 새 급제자를 데리고 가 뵈었다.  배호가 한 절구를 지었다.

 

세번 과거를 관장했더니 나이가 80이 되었고,

문생의 문하에서 문생이 나왔도다.

 

본조에서는 광종 때 비로소 시부(詩賦)로 선비를 뽑았으나 종백이 문생을 관장하여 뽑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명종 초기에 학사 한언국이 문생을 인솔하여 상국 최유청을 가 뵈니, 역시 시를 지었다.

 

급제자들이 열을지어 나를 방문해 주니 무슨 영광인가,

문생의 문하생을 보는 것이 기쁘구나. 

 

이는 비록 배공의 옛 예를 따른 것이지만 들은 자들이 모두 성대한 모임이라고 하였다. 지금의 주상께서 보위에 오른지 8년이 되어 사성 조충이 또한 문생들을 인솔하여 상국 임유의 댁에 가서 사례를 드렸는데 공이 아직 중서성에서 총재로 계시는 것은 고금에 없는 일이라 기이하다.  이에 시를 지어 특별함을 기록했다.

 

10년을 황각에서 보좌하여 나라가 평온하고,

세번이나 과장을 열어 홀로 시험을 주관했네.

나라의 선비는 예로부터 나라의 선비에게 보답하는 것.

문생이 지금 또 문생을 얻었네.

 

풍운이 변화를 일으켜 곤과 붕이 일어나고,

야인이 찬란하게 등과하여 항렬을 밝히도다.

술한잔으로 공의 장수를 축원하며

옥 생황으로 희천앵을 부노라.  

 

 

 
喜遷鶯 - 李煜 

 

曉月墜, 宿雲微。                               새벽달 지니 밤 구름 희미하다.

無語枕頻攲,                                        말없이 벼개에 기대여

夢回芳草思依依。                              꿈깨니 좋던시절 더욱 생생하다.

 

天遠雁聲稀,                                        먼 하늘에 기러기 우는 소리 아련하고,

啼鶯散, 餘花亂,                                  울어대던 꾀꼬리 날아가고, 남은 꽃잎만 어지러이 떨어저

寂寞畫堂深院。                                 화당 심원은 적막하다.

片紅休掃, 盡從伊,                               꽃잎은 쓸어내지말고 그대로 두어.

留待舞人歸。                                      무희들 돌아오기 기다리게 했었네. 

 

 

餘花 : 魚戱新荷動, 鳥散餘花落。물고기가 노니 새로난 연꽃이 흔들거리고, 새가 흩어지니 남은 꽃잎이 떨어지네.  <銘心寶鑑>

        餘花猶可醉, 好鳥不妨眠。남은 꽃에 아직 취할만 하고 예쁜 새 단잠을 방해하지 않네.(宋. 唐庚, 1071~1121)  <推句>

 

 

李煜(937 ~ 978)

 

5대 10국 남당의 마지막 황제. 재위 15년(975) 宋의 공격에 나라는 멸망당하고 포로생활을 하다가 976년 태조(太祖:趙匡胤)가 죽고 새로 등극한 그의 동생 태종(太宗:趙匡義)은 이욱이 지은 시에 분노하여 그를 독살했다.

이욱은 사(詞)의 대가로서 30수가 넘는 시가 남아 있다. 초기에 지은 시들은 낭만적이면서도 우울한 정조를 띤 것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 궁정의 즐겁고 사치스러운 삶을 반영하고 있다.

후기 시에서는 나라를 잃은 슬픔과 절망을 표현하여 시인으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드러냈다. 꾸밈 없는 감정을 강하게 묘사한 그의 시는 계속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또한 화가·서예가·수집가·음악가이기도 했다.

 

 

醉眠 - 唐庚, (宋 詩人.1071~1121)

 

山靜似太古(산정사태고)、   산이 고요하니 태고와 같고

日長如少年(일장여소년)。   해는 길어서 소년과 같구나.

餘花猶可醉(여화유가취)、   남은 꽃에 그래도 취할만 하니

好鳥不妨眠(호조불방면)。   예쁜새 단잠을 방해하지 않는구나.

 

世味門常掩(세미문상엄)、   문을 닫아 둔 채로 세상사는 맛을 멀리 하며,

時光簟已便(시광점이편)。   세월 보내기는 대자리가 편하다.

夢中頻得句(몽중빈득구)、   꿈속에서 자주 좋은 시구가 생각나지만

拈筆又忘筌(염필우망전)。   붓을 들고 쓰려 하면 바로 시구를 잊게 된다.

 

 

忘筌 : 得魚忘筌. 고기를 잡고나면 통발을 잊는다.  <莊子, 外物篇>

 

        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吾安得夫忘言之人, 而與之言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