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上 21. 本朝學士黃元題郡齋云
本朝學士黃元題齋云.
山城雨惡還成雹,
澤國陰多數放虹。
李紫薇純祐出鎭關東云,
細柳營中新上將,
紫薇花下舊中書。
吾友耆之贈僕云,
風急溟鵬從北徙,
月明驚鵲未安枝。
榮陽補闕, 偶遊天磨山八尺房, 竟夕苦吟未能屬思。詰旦方廻, 緩轡行吟, 比至都門乃得一聯云,
石頭松老一片月,
天末雲低千點山。
策蹇而返, 手撼門鈕, 直入院中, 奮筆題于壁還。康先生日用, 欲賦鷺鷥, 每冒雨至天壽寺南溪上觀之, 忽得一句云,
飛割碧山腰,
乃謂人曰, 「今日始得到古人所不到處, 後當有奇材能續之。」
僕以爲此句, 誠未能卓越前輩, 而云爾者, 盖由苦吟得就耳。 僕爲之補云,
占巢喬木頂,
飛割碧山腰。
夫如是一句置全篇中, 其餘粗備可也。
正如,
珠草不枯, 玉川自美。
澤國 : 水鄕. 호수나 늪이 많은 지방.
細柳營 : 漢 文帝시 주아부를 장군으로 하여 세류에 주둔시켰는데 군령이 아주 엄격하여 후에 모범적인 군영을 일컫는 말이 됨.
<史記 卷57. 絳侯周勃世家>
紫薇花 : 개화기가 길어서 백일홍이라고도 한다. 백일홍은 국화과 식물에도 있으므로 구별하기 위하여 목백일홍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한
다. 중국 당 玄宗때는 中書省을 紫微省이라고 불렀다. 별자리 紫微垣을 황제의 거처에 비견했기 때문이다. 중서성은 임금의 조서
를 작성하고 명령을 반포하는 조정의 중추기관이다. 이런 연유로 궁궐 자미성(중서성) 근처에 이름이 비슷한 자미화를 심었고, 중
서령을 자미령, 中書郞을 紫薇郞이라고 불렀다. 중서성에서는 특히 황제의 문서를 관장했기에 이후로는 자미화가 문서나 서책을
비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원이나 유학자의 집에 자미화를 많이 심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기품 있는 자태로 여름을 아
름답게 수놓는 꽃이다.
北溟 : 북쪽 바다. 장자에 나온다.
「北冥有魚, 其名爲鯤. 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 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 」 <莊子 逍遙遊>
補闕 : 고려시대 관제의 하나. 穆宗때 이미 內史門下省의 관속으로 左補闕과 右補闕이 두어져 있었으며, 문종관제에서는 정원이 좌 ·
우 각1인, 품계는 정6품이었다. 省郎 또는 諫官이라 불리면서 諫爭 · 封駁 등의 직능을 가지고 있었다. 睿宗 때 司諫으로 고쳐
졌다가 뒤에 다시 補諫으로 개칭되었다.
詰 : 물을 힐. 묻다. 따져물음. 따지다. 꾸짖다. 공격하다. 금지하다. 다스리다. 조사하여바로잡다. 경계하다. 삼가다. 벌하다. 채우다. 충
당하다. 굽다. 펴지 못함. 새벽, 아침.
撼 : 흔들 감. 鈕 : 인꼭지 뉴/칼 추. 印꼭지. 도장의 손잡이부분. 단추. 칼, 차꼬, 刑具의 한가지.
鷺 : 해오라기 로, 鷥 : 해오라기 사. 白鷺鷥 : 백로. 해오라기.
본조의 학사 김황원이 숙소에서 시를 지었다.
"산성에 내리는 비는 어찌 또 우박으로 바뀌는가,
호수가 지방의 남쪽에는 무지개가 많이 뜬다네. "
자미 이순우가 관동에 출진했을 때 시를 지었다.
"세류영의 신임 상장은,
자미화 아래 옛 중서로다."
내 친구 기지(耆之, 임춘)가 내게 준 시에는,
"바람이 세차니 붕새는 북쪽에서 옮겨가고,
달이 밝으니 놀란 까치 나뭇가지에 편안히 앉지도 못하네." 라고 하였다.
영양(榮陽 : 鄭襲明의 號?) 보궐이 우연히 천마산 8자 방에서 놀았는데, 밤새도록 힘들여 읊으려 해도 생각을 이을 수가 없었다. 새벽이 되어 막 돌아가려 하는데, 고삐를 느슨하게 잡고 읊으며 가다가 도성 문에 다다를 때 쯤 한 연을 얻었다.
바위 위 노송에는 한 조각 달이 걸렸고
하늘 끝 구름 아래에 수많은 산이 있네.
굼뜬 말 채찍질하여 돌아와서 문고리를 흔들어 바로 원내로 들어와 벽에 붓을 휘둘러 적고 돌아갔다.
강일용선생이 해오라기를 읊으려고 매일 비를 무릅쓰고 천수사 남쪽 개울가에서 해오라기를 보다가 갑자기 한 구절을
얻었다.
"푸른 산 허리를 베며 날아간다."
이에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오늘 비로소 옛 사람이 이르지 못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후에 기재기 있어 이를 이을 수 있으리라."
나는 이 구절이 진실로 탁월함이 선배들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여기지만, 이와같이 말한 것은 아마도 힘들게 읊다가 얻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를 보완하였다.
높은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틀고는,
푸른 산허리를 베며 날아간다.
이와같은 한 구절이 시 한편 속에 자리를 잡으면 그 나머지는 갖춘 것이 거칠어도 괜찮다.
바로, "주초는 마르지 않고 옥천은 그대로 아름답다."라는 것과 같다.
直中書省(紫薇花) - 白居易
絲綸閣下文章靜, [사륜각하문장정] 중서성 아래 문장읊는 소리 고요한데,
鐘鼓樓中刻漏長。[종고루중각루장] 종고루 안 물시계 소리만 크구나.
獨坐黃昏誰是伴, [독좌황혼수시반] 홀로 앉는 황혼녘, 곁에 누가 있겠는가,
紫薇花對紫薇郞。[자미화대자미랑] 자미화가 나 중서랑과 마주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