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上 6. 金侍中緣
金侍中緣 平章上琦子也。少以文章顯, 年未三十乘軺出塞, 與大遼使人孟初伴行。初見年少頗易之。及幷轡出郊, 雪始霽, 四顧茫然無所見, 惟馬蹄觸地作聲。
初垂袖微吟卽唱云, 「馬蹄踏雪乾雷動。」
公卽應聲曰, 「旗尾飜風烈火飛。」
初愕然曰, 「眞天才也。」
由是情好日篤, 恨相知之晩。 及返轅 解所佩通天犀以贈之。公在諫垣, 所陳皆經國遠猷猷, 初若迂踈, 利在千百載下。
仁廟時權臣擅朝, 聞童謠托疾引歸。及返正徵爲冢宰, 其行止多神異, 世莫能測。三子皆以文墨位宰相, 時以比江左王謝云。
嘗出鎭龍灣, 作詩示門生云,
十年臺閣掌絲綸,
此日翻爲閫外臣。
諫掖未能陳讜議,
塞垣聊欲掃胡塵。
鬢毛早白緣憂國,
涕淚難禁爲戀親。
多謝丘門諸子弟,
百壺淸酒餞行人。
飜 : 뒤칠 번. 뒤치다. 엎어짐. 날다. 넘치다. 물이 넘쳐 거슬러 흐름.
通天犀 : 무소의 뿔을 달리 이르는 말. 허리띠의 장식이나 약재로 쓴다. 駭雞犀(그 뿔에 쌀을 가득 담아 두면 닭들이 모이를 몇 번 먹다말
고 모두 놀라 달아난다고 함.)라고도 함.
踈 : 疎. 疏. 江左 : 동진(東晉)·송(宋)·제(齊)·양(梁)·진(陳)의 왕조가 통치하던 지역으로, 여기에서는 洞晉.
王謝 : 왕(王)은 東晉의 초대 재상이었던 王導를 말하며, 사(謝)는 동진의 정치가로 환온(桓温)의 역모를 막고 前秦의 세조 苻堅의 침입을
막은 전략가인 謝安을 말하는데, 그들의 가문에는 대대로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어 名門巨族으로 알려졌다.
臺閣 : 사헌부(司憲府)와 사간원(司諫院)을 통틀어 이르는 말. 絲綸 : 임금의 명령을 적은 문서의 글. 임금의 조칙.
諫掖 : 고려시대 간관은 별도의 관서처럼 기능하기도 하여 간성諫, 간원諫院, 간액諫掖, 간원諫垣, 간사諫司, 간조諫曹라 불리우기도 했다.
讜 : 곧은 말 당. 塞垣 : 만리장성의 다른 이름. 여기에서는 관북지방을 가리킴.
胡塵 : 북방 사막에서 이는 누런 먼지. 호인(胡人)의 말에서 이는 흙먼지.
丘門 : 恩門. 고려시대 과거의 급제자가 고시관(考試官, 知貢擧)을 은문(恩門)이라 불렀는데 이를 말하는 것으로 보임.
시중 김연은 평장사 김상기의 아들이다. 어려서 문장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나이 30이 채 안되어 수레를 타고 변방에 나가 요나라 사신 맹초를 맞이하여 동행하였다. 맹초는 그가 나이가 어린 것을 보고 매우 쉽게 여겼다.
두 사람이 말 고삐를 나란히 하고 교외로 나갔을 때 눈이 비로소 그쳤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아득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말발굽 소리만 들릴 뿐이다.
맹초가 소매를 늘어뜨리고 나지막히 읊다가 곧 바로 소리내어 읊는다.
"말굽이 눈을 밟으니 우레소리 들리네."
공이 즉시 응하여 소리내어 읊었다.
"깃발이 바람에 날리니 세찬 불길이 나는 듯하네."
맹초가 놀라며, "참으로 천재로다."라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좋아하는 마음이 나날이 두터워져 늦게 알게 된 것을 한스럽게 여겼다. 맹초가 돌아가게 되자 차고 있던 통천서를 풀어 공에게 주었다.
공이 간원에 있을 때 진언하는 말이 모두 국가를 경영하는 원대한 계책이었으며 처음에는 멀고 거칠어보이지만 이로움이 천백년간 내려갈 것이었다.
인종 때 권신이 조정을 마음대로 하자 공은 동요를 듣고는 병을 칭탁하여 고향으로 돌아갔다. 반정으로 공이 다시 부름을 받아 총재가 되었는데 그의 행동거지가 매우 신묘하고 특이하여 세상사람이 헤아릴 수가 없었다.
세 아들이 모두 문장으로 재상의 지위에 올랐는데, 당시 동진의 명문가인 왕도와 사안의 집안에 비견되었다.
일찍이 용만에 출진하게 되자 시를 지어 문생들에게 보여주었다.
10년동안 대각에서 조칙을 받들다가
오늘은 외신으로 바뀌었네.
간관으로 능히 바른 말로 진언드리지 못했지만,
변방에서 오로지 오랑캐를 소탕하려 할 뿐이네.
귀밑머리 일찍 흰 것은 나라걱정 때문이며,
눈물을 금하기 어려운 것은 부모님 그리워서이네.
여러 문생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것은,
흰 술병 맑은 술로 길 떠나는 사람 전별해서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