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中 11. 西湖僧惠素
西湖僧惠素, 該內外典, 尤工於詩, 筆跡亦妙。常師事大覺國師爲高弟。國師勸令赴僧選, 對曰, 「我豈天廐馬也? 試其步驟哉 !」常隨國師所在討論文章。國師歿, 撰行錄十卷, 金侍中摭取之以爲碑。住西湖見佛寺方丈闃然, 唯畜靑石一葉如席大, 時時揮灑以遣興, 侍中納政後, 騎驢數相訪, 竟夕談道。
上素聞其名, 邀置內道場, 講華嚴寶典, 賜白金至多。師盡用買砂糖百餠, 列于所居內外。
人問其故, 曰, 「是吾平生嗜好, 儻明春商舶不來, 則顧何以求之。」
聞者皆笑其眞率。
廐 : 마굿간 구. 摭 : 주을 척. 줍다. 주워모음. 습득함.
서호의 승려 혜소는 내외 경전에 해박하고 시에 매우 솜씨가 있었으며 필체도 뛰어났다. 항상 대각국사를 스승으로 섬겨 훌륭한 제자가 되었다. 국사가 그에게 승과를 보도록 권하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왕의 마굿간의 말이 되겠습니까? 걷고 달리는 것을 시험쳐야 하겠습니까!"
그는 항상 국사를 따라가 문장을 토론하였다. 국사가 세상을 떠나자 행록 10권을 편찬하였는데 시중 김부식이 이를 취하여 비를 세웠다.
서호 견불사 방장으로 있었는데 고요히 지내면서 오로지 방석만한 크기의 청석 한 점을 간직하여 때때로 붓을 휘두르기도 하고 씻기도 하면서 흥을 떨쳤으며 시중이 벼슬에서 물러나자 나귀를 타고 자주 방문하여 밤새도록 도를 이야기했다.
주상께서 평소에 그 명성을 들으시고 궐내에 도량을 설치하여 그를 맞아들이시고는 화엄경을 강론하게 하시고 매우 많은 백금을 하사하셨다. 혜소가 사탕 백덩어리를 사는데 모두 써버리고는 머무는 곳 안팎에 모두 늘어놓았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대답했다.
"이것은 내가 평생 좋아한 것인데 오는 봄에 상선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이를 구할 것인가."
듣는 사람이 모두 그의 진솔함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