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中 16. 江夏黃彬然未第時
江夏黃彬然未第時, 與兩三友讀書湍州紺岳寺。時金東閣莘尹名士也, 醉發狂言忤當時貴倖, 徒步
出城歸紺岳。自云, 「老兵將還鄕, 請寄宿。」
彬然憫其老且困許焉。終日在床下無一言, 偶取火筋晝灰成字勢, 座皆指目, 「這老漢頗解文字也。」
詰朝公之子蘊琦, 已登第也, 率蒼頭兩三人, 負酒壺往尋及門。
問於人曰, 「昨者 家公出都門抵此, 今在否?」
答曰, 「但有一老兵來宿, 安有金東閣耶。」
蘊琦突入拜庭下, 彬然伏地愧謝。
公笑曰, 「措大爾安得知范睢之已相秦耶?」
相與登北峯坐松下石, 共飮極歡, 命座客賦松風各一韻。
斷送玄猿嘯,
掀揚白鶴沖。 <彬然>
厭喧欹枕客,
怕冷拾枯童。 <宗昤>
冷然姑射吸,
颯爾楚臺雄。 <無名>
鶴寒難得睡,
僧定獨如聾。 <東閣>
也是夕劇飮而罷, 彬然叩頭願受業, 留數月讀前漢書畢, 方還。 士林至今以爲口實。
貴倖 : 임금의 총애를 받는 총신. 火筋 : 부젓가락. 掀 : 치켜들 흔. 치켜들다. 높이 듦. 높은 모양.
昤 : 햇빛 령(영). 햇빛. 햇빛이 어른 거리다. 빛나다. 曨 : 어스레할 롱.
欹 : 아 의/기울 기. 아! 감탄사. [기]기울다. 비뚤어지다. 기대다. 의지하다.
范睢 : 전국시대 衛나라 사람으로 진 소왕(秦昭王)을 섬겨 승상(丞相)이 되고, 응후(應侯)의 봉작(封爵)까지 받았다가, 자
기와 가까운 왕계(王稽)가 죄를 져 죽음을 당하자, 채택(蔡澤)을 추천하고 사직하였음.
姑射 : 藐姑射산에 사는 神人.
☞藐姑射山 [莊子 內篇 逍遙遊 06]
肩吾問於連叔曰:「吾聞言於接輿,大而無當,往而不反。吾驚怖其言,猶河漢而無極也,大有逕庭,不近人情焉。」
連叔曰:「其言謂何哉?」曰:「藐姑射之山,有神人居焉,肌膚若冰雪,淖約若處子,不食五穀,吸風飲露。乘雲氣,御飛龍,而
遊乎四海之外。其神凝,使物不疵癘而年穀熟。吾以是狂而不信也。」
連叔曰:「然,瞽者無以與乎文章之觀,聾者無以與乎鍾鼓之聲。豈唯形骸有聾盲哉?夫知亦有之。是其言也,猶時女也。之人也,
之德也,將旁礡萬物,以為一世蘄乎亂,孰弊弊焉以天下為事!之人也,物莫之傷,大浸稽天而不溺,大旱、金石流、土山焦而不
熱。是其塵垢粃糠,將猶陶鑄堯、舜者也,孰肯以物為事!宋人資章甫而適諸越,越人斷髮文身,無所用之。堯治天下之民,平海
內之政,往見四子, 藐姑射之山,汾水之陽,窅然喪其天下焉。」
楚臺 : 초나라 무산의 양대. 宋玉의 「高唐賦竝序」에 나온다.
雄(風) : 영웅의 바람. 楚王이 臺上에서 놀 때, 바람이 서늘하게[颯然] 불어오자, 왕이 「快哉此風(시원하구나, 이 바람이여!)」이라 하니,
宋玉이 「此獨大王之雄風耳(이 바람은 오직 대왕만 누릴 수 있는 숫 바람(雄風)일 따름입니다.)」라 하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
<소철(蘇轍) 黃州快哉亭記>
강하의 황빈연이 아직 등과하지 못했을 때, 벗 두세명과 더불어 단주 감악사에서 글을 읽었다. 그때 동각 김신윤은 명사였는데 취중에 경솔한 말을 해서 당시 총신을 거역하고는 걸어서 성을 나와 감악사에 몸을 의탁하였다.
스스로 말하기를,
"노병이 고향에 돌아가는 중인데 머물기를 청합니다."
빈연이 그가 늙고 어려운 것을 민망히 여겨 허락하였다. 온종일 평상 아래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부젓가락을 쥐고 재를 그려 글자모양을 이루니 앉은 사람들이 모두 가리키며 말했다.
"저 늙은이가 제법 글자를 아네."
다음 날 아침 공의 아들 김온기가 이미 과거에 급제하였는데 하인 두세명에 술병을 지워 찾아와 절문에 이르렀다.
사람들에게 묻기를, "어제 제 부친께서 도성문을 나와 여기에 오셨다는데 지금 계시지 않습니까?"하니,
이에 답하기를, "단지 노병 한사람이 와서 묵었을 뿐인데 어찌 김동각이 계시다 하시오."
온기가 갑자기 들어와 뜰 아래에서 절을 올리니 빈연이 땅에 엎드려 부끄러워하며 사죄하였다.
공이 웃으며 말했다.
"재야의 선비인 그대들이 어찌 범수가 이미 진나라에서 재상으로 있는줄 알 수 있었겠는가?"
서로 함께 북쪽 봉우리에 올라가서 소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함께 술을 마시며 매우 기뻐하였는데 공이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각 한 운씩 소나무 바람(松風)을 읊으라 명하였다.
검은 원숭이 휘파람소리 끊어지니
흰 학이 솟구쳐 높이 날아 오르네. <임연>
벼게에 기댄 손 시끄러운 것 싫어하고,
마른 가지 줍는 아이 추위를 두려워하네. <종령>
고야산에서 찬공기 마시는데
초나라 양대에서는 바람이 세게 부는구나.<무명>
학은 추워 잠들기 어렵고,
중이 홀로 좌선에 드니 귀머거리같구나. <동각>
이날 저녁때까지 진탕 마시고 술자리가 파하자 빈연이 머리를 조아리며 가르침을 청하니 수개월동안 머무르며 전한서를 다 읽고 돌아갔다. 사림에 지금까지 입으로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