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柯太守傳
南柯太守傳
唐‧ 李公佐(미상, 작품에선 802년 작)
出自《太平廣記》卷四百七十五〈昆蟲三〉
東平淳于棼,吳楚遊俠之士,嗜酒使氣, 不守細行,累巨產,養豪客。曾以武藝補淮南軍裨將,因使酒忤帥,斥逐落魄, 縱誕飮酒為事。家住廣陵郡東十里,所居宅南有大古槐一株,枝幹修密,淸陰數畝,淳于生日與群豪大飮其下。
동평 사람 순우분은 오, 초나라에 이름이 알려진 협객(俠客)으로, 술을 좋아하고 호기를 잘 부렸고 자잘한 일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는 많은 재산을 쌓아두고서 호객들을 길렀다.
한때는 무예로 회남군(淮南軍)의 비장[副將]에 보임되었으나 술 때문에 대장의 뜻을 거슬러 자리에서 쫓겨나자 실망하여 방탕하게 술마시기를 일삼았다. 그의 집은 광릉군 동쪽 십여 리 떨어져 있었다. 사는 집 남쪽에는 오래된 큰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나뭇가지가 길고 빽빽하여 시원한 나무 그늘은 몇 이랑이었다. 순우생[순우분]은 날마다 여러 호객들과 나무 아래서 실컷 퍼마셨다.
唐貞元七年九月,因沈醉致疾,時二友人於坐,扶生歸家,臥於堂東廡之下。
二友謂生曰:「子其寢矣。余將秣馬濯足,俟子小愈而去。」
生解巾就枕,昏然忽忽 仿佛若夢。見二紫衣使者,跪拜生曰:「槐安國王遣小臣致命奉邀。」
生不覺下榻整衣,隨二使至門。
廡 : 집 무. 집. 큰 집. 복도. 무성하다. 곁채. 처마. 지붕.
당나라 정원 7년 9월에 술독에 빠져 병이 났는데 그때 술자리에 있던 두 친구가 부축하여 집으로 데려와 집 동쪽 처마 아래 눕혔다.두 친구가 순우생에게 말했다.
“자네는 좀 자게.나는 말에게 꼴을 먹이고, 발을 씻고 자네가 조금 나아지기를 기다렸다가 떠나겠네.”
순우생은 두건을 벗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혼미하고 몽롱해져 마치 꿈속인 듯했다.자주빛 옷을 입은 사자 둘이 나타나 꿇어앉아 순우생에게 말했다.
“괴안국 왕께서 소신들을 파견하여 모셔오시게 하셨습니다.”
순우생은 자신도 모르게 평상에서 내려와 옷을 갖춰 입고 두 사자를 따라 문에 이르렀다.
見靑油小車,駕以四牡,左右從者七八,扶生上車,出大戶,指古槐穴而去,使者即驅入穴中。生意頗甚異之,不敢致問。忽見山川風候,草木道路,與人世甚殊。前行數十里,有郛郭城堞,車輿人物,不絕於路。生左右傳車者傳呼甚嚴,行者亦爭辟於左右。又入大城,朱門重樓,樓上有金書,題曰「大槐安國」。
郛 : 외성 부. 外城. 堞 : 성가퀴 첩. 성가퀴(성위에 쌓은 낮은 담.)
푸른 빛으로 빛나는 작은 수레엔 네 필의 말이 메어져 있었다. 좌우에 시종 칠팔 명이 순우생을 부축해 수레에 태우더니 대문을 나서 고목 회나무 구멍을 향해 떠났다.
사자는 구멍 속으로 말을 몰았다. 순우생은 마음 속으로 심히 괴이했지만 감히 질문을 하지 못했다. 홀연히 나타난 산천과 기후, 초목과 도로는 인간 세상의 것과 매우 달랐다. 수십리를 전진하여 나아가자 외성과 성곽이 보였는데 수레와 사람들이 도로에 끊이지 않았다.
순우생의 좌우에서 수레길을 터던 자들의 호령소리가 매우 엄중하니 행인들도 다투어 좌우로 길을 피했다. 다시 큰 성에 들어가니 붉은 문이 중첩한 누각이 있었고 누각 위에는 금빛 글씨로 ‘대괴안국’이라 써 있었다.
執門者趨拜奔走,旋有一騎傳呼曰:「王以駙馬遠降,令且息東華館。」
因前導而去。俄見一門洞開,生降車而入。彩檻雕楹,華木珍果,列植於庭下。几案茵褥,簾幃肴膳,陳設於庭上。生心甚自悅。
楹 : 기둥 영. 茵 : 자리 인. 자리. 수레(관)안에 까는 자리. 풀이름. 기운이 왕성한 모양.
문을 지키던 자들이 달려와 절하고 뛰어가니 갑자기 말을 탄 이가 나타나 소리쳤다.
“대왕께서는 부마가 멀리서 왕림하셨으니 잠시 동화관에서 쉬시라 하셨습니다.”
그는 앞으로 인도하여 갔다. 잠시후 한 문이 열리고 순우생은 수레에서 내려 들어갔다. 채색한 난간에 조각한 기둥에다 화려한 나무에는 진귀한 과일이 열렸고 정원에 줄지어 심어져 있었다. 책상과 안석, 자리와 요, 주렴과 휘장, 훌륭한 요리가 정원에 차려져 있었다. 순우생은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뻤다.
復有呼曰: 「右相且至。」生降階祗奉。有一人紫衣象簡前趨,賓主之儀敬盡焉。
右相曰:「寡君不以弊國遠僻,奉迎君子,托以姻親。」生曰:「某以賤劣之軀,豈敢是望。」
또 외쳤다. “우상께서 오셨습니다.”
순우생은 계단을 내려가 공손히 명을 받들었다. 붉은 옷을 입고 상아홀을 든 이가 앞으로 달려나와 손님과 주인의 의례를 갖춘 뒤 말했다.
우상: “저희 대왕게서는 저희 나라가 멀고 외진 곳에 떨어져 있지만 군자를 모셔와 혼인을 부탁하려 하십니다.”
순우생: “저처럼 미천하고 못난 몸이 어찌 감히 이를 바라겠습니까?”
右相因請生同詣其所。行可百步,入朱門,矛戟斧鉞,布列左右,軍吏數百,辟易道側。生有平生酒徒周弁者,亦趨其中,生私心悅之,不敢前問。右相引生升廣殿,御衛嚴肅,若至尊之所。見一人長大端嚴,居正位,衣素練服,簪朱華冠。生戰栗,不敢仰視。
우상은 순우생에게 함께 왕의 처소에 나아가기를 청했다. 백 보쯤 가서 붉은 문을 들어서자 창과 도끼가 좌우에 늘어서고 군리 소백 명이 길 한 켠으로 피했다. 순우생은 평생 술 마시던 무리인 주변도 그들 가운데 걸어갔다. 순우생은 마음속으로 기뻤으나 감히 물어보지는 못했다. 우상은 순우생을 인도하여 넓은 전각에 오르게 했다. 왕의 호위가 엄숙하여 지존의 처소 같았다.
한사람이 기골이 장대하고 엄숙하게 정위에 앉아 흰 비단옷을 입고 붉은 화관을 쓰고 잇는 것을 보고 순우생은 떨려 감히 올려다보지 못했다.
左右侍者令生拜,王曰:「前奉賢尊命,不棄小國,許令次女瑤芳奉事君子。」生但俯伏而已,不敢致詞。王曰:「且就賓宇,續造儀式。」有旨,右相亦與生偕還館舍。生思念之,意以為父在邊將,因沒(「沒」原作「歿」,據明抄本改。)虜中,不知存亡。將謂父北蕃交通,(「通」原作「遜」,據明抄本改。)而致茲事,心甚迷惑,不知其由。
좌우 시자들이 순우생에게 절하게 하니 왕이 말했다.
“일전에 존명을 받들었는데 소국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차녀 요방으로 군자를 받들게 허락하셨소.”
순우생은 다만 엎드렸을 뿐,감히 말을 올리지 못했다.
왕이 말했다. “빈관으로 가 계시오. 이어서 혼인의식을 치르겠소.”
어지(御旨)가 있자 우상은 순우생과 함께 관사에 돌아왔다. 순우생은 곰곰이 생각하기를 ‘아버님은 변방장수로 계시다가 포로로 잡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아버님이 북번과 교통하여 이런 일이 생겼는가? 마음이 심히 미혹되어 그 영문을 알지 못하겠다.’
是夕,羔雁幣帛,威容儀度,妓樂絲竹,肴膳燈燭,車騎禮物之用,無不咸備。有群女,或稱華陽姑, 或稱青溪姑,或稱上仙子,或稱下仙子,若是者數輩,皆侍從數千,冠翠鳳冠,衣金霞帔,采碧金鈿, 目不可視。遨遊戲樂,往來其門,爭以淳于郎為戲弄。風態妖麗,言詞巧艷,生莫能對。
帔 : 치마 피. 치마. 배자. 수건. 소매없는 웃옷. 遨 : 놀 오.
그날 저녁 어린양, 기러기, 폐백, 위엄 있는 혼례절차, 기녀들이 현악기와 관악기를 연주하고, 맛있는 요리와 등촉, 수레와 예물 등, 모두 준비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여자들이 무리지어 있는데 혹은, 화양고, 청계고, 상선자, 하선자라 불리었다. 이같은 여러 무리들은 모두 수천의 시종을 거느리고 취봉관을 쓰고,금하피를 입고,벽금전을 꽂아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었다. 이들은 노닐며 즐거워했고 그 문을 오가며 다투어 순우분을 희롱했다. 그녀들은 요염한 자태에 빼어난 말솜씨를 지녀 순우생은 상대할 수 없었다.
復有一女謂生曰:「昨上巳日,吾從靈芝夫人過禪智寺,於天竹院觀右延舞婆羅門,吾與諸女坐北牖石榻上。時君少年,亦解騎來看,君獨強來親洽,言調笑謔。吾與窮英妹結絳巾,掛於竹枝上,君獨不憶念之乎?又七月十六日,吾於孝感寺侍上真子,聽契玄法師講觀音經。吾於講下捨金鳳釵兩支,上真子捨水犀合子一枚,時君亦講筵中,於師處請釵合視之,賞歎再三,嗟異良久。顧余輩曰:『人之與物,皆非世間所有』或問吾民,或訪吾里,吾亦不答。情意戀戀,矚盼不舍,君豈不思念之乎?」
强 : 억지로, 막무가내로. 獨 : 어찌, 어찌하여.捨 : 버릴 사. 버리다. 베풀다. 보시하다. 내버려두다.
矚 : 볼 촉.
또 한 여자가 순우생에게 말했다.
"지난 상사일에 저는 영지부인을 따라 선지사에 갔다가 천축원에서 우연이 바라문 춤을 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 여자들과 북쪽 창가 돌 평상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소년이었는데 역시 말에서 내려와 춤을 구경했습니다.
당신은 홀로 마구 와서 접근하더니 말과 웃음으로 희롱했습니다. 나와 궁영매는 진홍빛 수건을 맺어 대나무 가지 위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대는 어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지요?
또 7월 16일 저는 효감사에서 상진자를 모시고 계현법사께서 관음경을 강해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저는 강해 뒤에 황금 봉황의 비녀 두 개를 보시했고 상진자는 무소불로 만든 합 하나를 보시했습니다.
그때 당신도 강해 자리에서 법사 계신 곳에서 비녀와 합을 보여달라고 청하고는 재삼 상탄하고 한참 동안 기이함에 감탄했습니다.
저희들을 돌아보고 말했습니다. “인물이나 물건이 인간세상이 있는 것이 아니구나.”
혹은 어느 나라 백성인지 사는 곳은 어딘지를 물었으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애틋한 마음으로 눈길을 거두지 못했는데 당신이 우리들을 그리워하지는 않으셨는지요?
生曰:「中心藏之,何日忘之。」
群女曰:「不意今日與君為眷屬」
復有三人,冠帶甚偉,前拜生曰:「奉命為駙馬相者」
中一人,與生且故,生指曰:「子非馮翊田子華乎?」
田曰:「然。」生前,執手敘舊久之。
生謂曰:「子何以居此?」
子華曰:「吾放遊,獲受知於右相武成侯段公,因以棲托。」
生復問曰: 「周弁在此,知之乎?」
子華曰:「周生貴人也,職為司隸,權勢甚盛,吾數蒙庇護」
相者 : 빈상[儐相]. 즉 혼례 절차를 도와주는 사람. 관상쟁이.
순우생이 말했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데 어느 날인들 잊었겠습니까?
그녀들이 말했다. “뜻밖에 오늘 당신과 권속이 되는군요.”
또 세 사람은 관대를 위엄있게 하고 앞으로 나와 순우생에게 절을 올렸다.
“왕명을 받들어 부마의 상자[혼례를 돕는 이]가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순우생과 생과 구면이어 생이 가리키며 말했다.
“그대는 풍익의 전자화가 아닌가?”
전자화가 답했다. “그렇다네.”
순우생은 앞으로 나아가 손을 잡고 한참동안 지난 일들을 얘기했다.
순우생이 말했다. “자네는 어찌 여기 있는가?”
전자화가 말했다. “나는 노닐다가 우상 무성후 단공의 눈에 들어 이곳에 기탁하여 사네.”
순우생이 또 물었다. “주변이 여기 있다는데 그를 아는가?”
전자화가 말했다. “주생은 귀인이라 직책이 사예일세. 권세가 심히 대단하여 나는 여러 번 비호를 받았다네.”
言笑甚歡。俄傳聲曰:「駙馬可進矣。」三子取劍佩冕服更衣之。
子華曰:「不意今日獲睹盛禮,無以相忘也。」
有仙姬數十,奏諸異樂,婉轉清亮,曲調淒悲,非人間之所聞聽。有執燭引導者亦數十,左右見金翠步障,彩碧玲瓏,不斷數里。生端坐車中,心意恍惚,甚不自安,田子華數言笑以解之。
步障 : 고대에 귀족들이 출행할 때 바람과 먼지를 막기 위해 사용하던 이동식 가리개.
매우 기쁘게 담소하는 중에 잠시 후 전하는 말이 들렸다. “부마게서 나오십니다.”
세 사람이 검과 패옥, 면류관을 씌우고 다시 옷을 입히자 전자화가 말했다.
“뜻밖에 오늘 성대한 혼례를 보게 되었네.서로 잊지 마세.”
선녀 수십명이 여러 기이한 음악을 연주했는데 청아하고 구성지며 곡조 또한 처량하고 구슬퍼 인간세상에서 듣던 소리가 아니었다.등촉을 든 사람들 수십 명이 좌우에서 황금과 비취색 보장을 보였는데 채색의 푸르고 영롱함이 몇 리에 이어졌다.
순우생은 수레 안에 단정히 앉아 마음이 황홀하고 심히 심란하였는데 전자화가 몇 마디 우스개로 그 마음을 풀어 주었다.
向者群女姑娣,各乘鳳翼輦,亦往來其間。至一門,號修儀宮,群仙姑姊,亦紛然在側。令生降車輦拜,揖讓升降,一如人間。撤障去扇,見一女子,雲號金枝公主,年可十四五,儼若神仙。交歡之禮,頗亦明顯。生自爾情義日洽,榮曜日盛,出入車服,遊宴賓御,次於王者。王命生與群寮備武衛,大獵於國西靈龜山。山阜峻秀,川澤廣遠,林樹豐茂,飛禽走獸,無不蓄之。師徒大獲,竟夕而還。
揖讓 : 예를 갖추어 겸손하게 거절하거나 양보함. 주객이 서로 만날 때의 예. 명령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겸허하고 온화한 동작.
巹 : 卺. 술잔 근. 술잔. 합환주 잔. 따르다. 순종함. 삼가다.
지난 번에 여러 여인들은 자매 사이로 각기 봉의 날개를 장식한 수레를 타고 그들 사이를 왕래했다.
수의궁이라 불리는 한 문에 이르니 여러 선녀 자매들도 어지럽게 순우생의 곁에 섰다.
순우생을 수레에서 내리게 한 다음 절을 하게 하였는데 앉았다 섰다 읍양하는 것이 인간 세상과 한 가지였다. 보장을 거두고 부채를 치우자 한 여자가 보였는데 금지공주라 불렀는데 나이는 십사오세쯤 되었고 의젓함이 신선과 같았다. 맞절을 하고 합근(合巹 : 신랑과 신부가 잔을 주고받음)하는 의식도 자못 명료했다. 순우생은 그때부터 정의(情義)가 날로 흡족하고 영광의 빛남도 날로 풍성했다. 출입할 때의 수레와 의복, 유람이나 연회 때의 시위들도 왕 다음이었다.
왕은 순우생에게 여러 관료들과 호위들을 갖추게 하고 나라 서쪽 영귀산에서 크게 수렵하게 했다.
산과 언덕은 험준하고 수려했고 시내와 못은 넓고도 길었으며 숲은 무성하여 날짐승 길짐승들이 쌓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군사들이 크게 잡은 뒤 마침내 저녁이 되어 돌아왔다.
生因他日啟王曰:「臣頃結好之日,大王云奉臣父之命。臣父頃佐邊將,用兵失利,陷沒胡中,爾來絕書信十七八歲矣。王既知所在,臣請一往拜覲。」
王遽謂曰:「親家翁職守北土,信問不絕,卿但具書狀知聞,未用便去。」遂命妻致饋賀之禮,一以遣之。數夕還答,生驗書本意,皆父平生之跡,書中憶念教誨,情意委屈,皆如昔年。
순우생은 어느 날 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전에 혼인할 적에 대왕게서는 신의 부친이 명을 받았다 하셨는데 신의 부친은 전에 변방의 장수를 보좌하다가 용병에 실패하여 오랑캐 중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이후로 십칠팔 년이 되었습니다. 왕께서 이미 그 소재를 알고 계신다면 신은 한 번 가서 인사를 올리기를 청합니다.”
왕이 문득 말했다.
“부친은 북쪽 땅을 지키고 계시며 소식이 끊어지지 않고 있으니 경이 편지를 써서 소식을 알리면 될 일이지 갑자기 갈 필요는 없소.”
그리하여 아내에게 축하 예물을 보내드리게 한 후 한 사람 편에 그것을 보냈다.
며칠 뒤 답장이 왔다. 순우생이 편지 내용을 확인해 보니 모두 아버지의 평생 자취였고 편지 안의 그리움이나 가르침,정의 완곡함은 모두 옛날과 같았다.
復問生親戚存亡,閭里興廢。復言路道乖遠,風煙阻絕,詞意悲苦,言語哀傷,又不令生來覲。云歲在丁丑,當與女相見。生捧書悲咽,情不自堪。
또 순우생에게 친척의 생사와 고향 마을의 존폐에 대해 물었다. 또 말하기를, 길은 너무나 멀고, 바람과 연기가 가로막고 있다 했는데 말뜻이 구슬프고 말이 애절한데다 또 순우생에게 뵈러오지 못하게 했다. 정축년이 되면 너와 서로 만나게 되리라고 했다. 순우생은 편지를 움켜쥐고 슬프게 오열하며 감정을 감당하지 못했다.
他日,妻謂生曰:「子豈不思為政乎?」生曰:「我放蕩,不習政事。」妻曰:「卿但為之,余當奉贊。」
妻遂白於王。
累日,謂生曰:「吾南柯政事不理,太守黜廢,欲藉卿才,可曲屈之,便與小女同行。」生敦受教命。
王遂敕有司備太守行李,因出金玉錦繡,箱奩僕妾車馬列於廣衢,以餞公主之行。生少遊俠,曾不敢有望,至是甚悅。因上表曰:
어느 날 아내가 순우생에게 말했다. “당신은 어찌 정치할 생각이 없나요?”
순우생:“나는 방탕하여 정사를 익히지 못했소.”
아내:“당신만 하시겠다면 나는 당신을 돕겠습니다.”
드디어 아내가 왕에게 아뢰었다. 며칠 후 왕이 순우생에게 말했다. “내가 남가군의 정사가 잘 다스려지지 않아 태수를 폐출했소.경의 재주를 빌리고자 하니 뜻을 굽혀 지금 내 딸과 함께 가도록 하시오.”
순우생은 삼가 교지의 명령을 받았다. 왕은 유사에게 태수 이의 행차를 준비토록 칙명했다. 인하여 금옥과 비단, 상자와 남녀 종과 거마를 넓은 거리에 내어 공주의 행차를 전별하도록 했다.
순우생은 젊은 협사로 일찍이 감히 바란 적은 없었으나 이에 이르러 몹시 기뻐하며 표를 올렸다.
「臣將門餘子,素無藝術。猥當大任,必敗朝章。自悲負乘,坐致覆餗。今欲廣求賢哲,以贊不逮。伏見司隸穎川周弁, 忠亮剛直,守法不回,有毗佐之器。處士馮翊田子華清慎通變,達政化之源。二人與臣有十年之舊,備知才用,可托政事。周請署南柯司憲,田請署司農,庶使臣政績有聞,憲章不紊也。」
王並依表以遣之。
餗 : 죽 속. 죽. 솥안의 음식. 국밥. 覆餗 : 솥을 엎다. : 일을 그르치다. 負乘致寇 : 깜냥이 못되면서 자리를 차지하여 재앙을 불러 옴.
"신은 장군 집안의 방계 후손으로 본디 재주가 없습니다. 외람되이 이런 대임을 맡았으니 조정의 법도를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 작겨도 없으면서 자리를 차지하여 일을 그르칠가 걱정입니다. 지금 현철한 이를 널리 구하여 저의 부족함을 도움 받을까 합니다.
엎드려 보건대 사예 영천 사람 주변은 충성스럽고 강직하여 법을 잘 지켜 어긋남이 없어 저를 보좌할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처사 풍익 사람 전자화는 청렴하고 신중하며 변화에 통달하여정치 교황의 근본에도 통달하였습니다. 이 두 사람은 십여 년간 신과 알고 지낸 터라 그들의 재주와 쓰임새를 잘 알고 있으니 정사를 맡길 만합니다.
청컨대 주변에게는 남가군의 사헌을 맡기시고 전자화에게는 사농을 맡겨 주시어 신으로 하여금 정치의 치적이 알려지게 해 주시고 법도가 어지럽히지 않게 해 주십시오."
왕은 표문을 내려 그들을 파견했다.
其夕,王與夫人餞於國南。王謂生曰:「南柯國之大郡, 土地豐壤,人物豪盛,非惠政不能以治之,況有周田二贊,卿其勉之,以副國念。」
夫人戒公主曰:「淳于郎性剛好酒,加之少年,為婦之道,貴乎柔順,爾善事之,吾無憂矣。南柯雖封境不遙,晨昏有間,今日暌別,寧不沾巾。」
暌 : 어길 규. 어기다. 멀리 떨어지다.
그날 저녁 왕과 부인은 나라 남쪽에서 전별연을 베풀었다.
왕이 말했다.
“남가는 나라의 큰 군으로 토지가 비옥하고 인물이 호협하고 풍성하여 자비로운 정치가 아니고는 다스릴 수 없는데 하물며 주변과 전자화가 도울 것이니 경은 힘써 나라의 뜻에 부합하도록 하시오.”
부인은 공주를 경계했다.
“순우분은 성품이 강직하고 술을 좋아한다. 게다가 년소하니 부녀자의 도리를 하여 유순함을 귀히 여겨 네가 잘 섬긴다면나는 근심이 없겠다. 남가는 봉지가 멀지 않고 하룻길이지만 오늘 이별함에 어찌 수건을 적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生與妻拜首南去,登車擁騎,言笑甚歡,累夕達郡。郡有官吏僧道耆老, 音樂車輿 , 武衛鑾鈴,爭來迎奉,人物闐咽,鐘鼓喧嘩,不絕十數里。見雉堞臺觀,佳氣鬱鬱。入大城門,門亦有大榜,題以金字,
曰「南柯郡城」,是朱軒棨戶,森然深邃。生下車,省風俗,療病苦,政事委以周田,郡中大理。
闐 : 성할 전. 성하다. 차다. 가득 참. 사물의 형용. 거마의 소리. 북소리.
棨 : 창 계. 槍. 符節. 邃 : 깊을 수. 깊다. 심오하다. 멀다.
순우생과 아내는 절을 올리고 남쪽으로 떠났다. 수레에 오르자 기마가 옹위하였는데 담소하고 매우 기뻐했고 여러 날 만에 남가군에 도착했다. 군에서는 관리와 승려, 도사, 장로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수레와 무장한 위사들의 난령소리를 다투어 맞이하니, 사람들이 입구를 가득 메우고 종소리 북소리로 떠들썩하여 십수리동안 끊이지 않았다. 성가퀴와 누대가 보이는데 아름다운 기운이 가득했다. 큰 성문에 들어가니 문에 큰 방을 걸었는데 금빛 글씨로 '남가군성'이라 써 있었다.
붉은 건물이 있고 창을 든 경비가 있는 문은 삼엄하고 깊숙했다.
순우생이 수레에서 내려 풍속을 살펴보고 질병과 고통을 치료하고 정사를 주변과 전자화에게 맡기니 군내가 잘 다스려졌다.
自守郡二十載,風化廣被,百姓歌謠,建功德碑,立生祠宇。王甚重之,賜食邑,錫爵位,居台輔。
周田皆以政治著聞,遞遷大位。
生有五男二女,男以門蔭授官,女亦娉於王族,榮耀顯赫,一時之盛,代莫比之。
군을 지킨 지 20년만에 풍속과 교화가 널리 퍼졌으며 백성들은 그 덕을 노래하여 공덕비를 세우고 산 사람의 사당도 세웠다. 왕은 매우 중히 여겨 식읍을 하사하고 작위도 하사하여 지위는 태보에 올랐다.
주변과 전자화도 정치로 저명해져 큰 지위에 올랐다.
5남2녀를 낳았는데 아들들은 음관으로 관직을 제수 받았고 딸들도 왕족에게 시집갔는데 영화가 혁혁히 빛나 동시에 성대하여 당대에 비할 자가 없었다.
是歲,有檀蘿國者,來伐是郡。王命生練將訓師以征之。乃表周弁將兵三萬,以拒賊之眾於瑤臺城。
弁剛勇輕進,師徒敗績,弁單騎裸身潛遁, 夜歸城,賊亦收輜重鎧甲而還。生因囚弁以請罪,王並捨之。
是月,司憲周弁疽發背卒。生妻公主遘疾,旬日又薨。生因請罷郡,護喪赴國,王許之,便以司農田子華, 行南柯太守事。
그 해에 단라국에서 괴안국에 쳐들어왔다. 왕은 순우생에게 장수를 뽑고 군사를 훈련하여그들을 정벌케 했다. 이에 표를 올려 주변에게 병사 3만을 주어 요대성에서적의 무리를 물리치게 했다.
주변은 용감하나 경솔하게 전진하여 병사들이 전장에서 패하자 주변은 단기에 벗은 몸으로 도망하여 밤에 성으로 돌아오니 적들 또한 치중과 갑옷을 거두어 돌아갔다.
순우생은 주변을 가두고 죄를 청했으나 왕은 둘다 풀어주었다. 그 달에 사헌 주변은 등창이 나 죽었고 아내 공주도 병이 나서 열흘만에 또 죽었다.
순우생이 파직을 청하여 상을 치르러 괴안국으로 돌아가기를 청하자 왕은 허락하고 곧 사농 전자화에게 남가태수 일을 행하게 했다.
生哀慟發引, 威儀在途, 男女叫號, 人吏奠饌,攀轅遮道者, 不可勝數,遂達於國。王與夫人素衣哭於郊,候靈輿之至。謚公主曰順儀公主,備儀仗羽葆鼓吹,葬於國東十里盤龍岡。是月,故司憲子榮信亦護喪赴國。生久鎮外藩,結好中國,貴門豪族,靡不是洽。
自罷郡還國,出入無恒,交遊賓從,威福日盛,王意疑憚之。
羽葆 : 국상에서 발인할 때에 중요한 의장의 하나를 이르던 말. 새의 깃으로 장식한 의장용(儀仗用) 수레의 華蓋(일산).
순우생은 애통하며 발인하여 위의있게 길에 나서자 남녀가 부르짖었고 백성들과 관리들은 제사상을 차리고 영구에 매달려 길을 막는 자들도 다 헤아릴 수 없었는데 드디어 괴안국에 도착했다.
왕과 부인은 소복 차림으로 교외에 나와 울면서 영구가 이르기를 기다렸다. 공주에게 순의공주 시호를 내린 뒤 의장과 우보 고취악대를 갖추어 괴안국 동쪽 십리 밖에 있는 반룡강에 장례했다.
그 달에 고인이 된 사헌의 아들 영신도 영구를 모시고 괴안국으로 들어왔다.
순우생은 변두리를 진수하면서도 나라 안과 좋은 관계를 맺어 귀문호족들도 흡족해하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그가 군의 일을 그만두고 나라에 돌아온 뒤로 아무 대나 궁궐을 출입하고 빈객들과 교유하며 위엄있는 복락이 날로 성대해지자 왕은 마음 속으로 의심하여 그를 꺼려했다.
時有國人上表云:「玄象謫見, 國有大恐,都邑遷徙,宗廟崩壞。釁起他族,事在蕭牆。時議以生侈僭之應也,遂奪生侍衛,禁生遊從,處之私第。生自恃守郡多年,曾無敗政,流言怨悖,鬱鬱不樂。
王亦知之,因命生曰:「姻親二十餘年,不幸小女夭枉,不得與君子偕老,良用痛傷。夫人因留孫自鞠育之。」
又謂生曰:「卿離家多時,可暫歸本里,一見親族 諸孫留此,無以為念。後三年,當令迎生。」
그때 어떤 사람이 표를 올렸다.
"천문에 우리나라를 견책하려는 모습이 보이니 장차 나라에 커다란 재난이 일어나 도읍을 옮기고 종묘가 붕괴될 것입니다. 일의 발단은 바깥에서 온 종족이 일으키겠지만 그 일은 내부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의논하기를, 이는 순우생이 참월한 결과라고 했다.
왕은 드디어 시위병들을 배앗고 순우생과 어울리는 것을 금지하고 자기 집안에만 머물게 했다.
순우생은 군을 다스린 오랜 세월 동안 정치를 그르친 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떠도는 말이 사람을 원통하게 만들고 일을 어그러뜨렸다고 답답하고 울적해했다.
왕도 이를 알고 순우생에게 명했다.
“인척을 맺은 지 20여 년에 불행히도 딸아이가 요절하고 그대와 해로할 수 없게 되었으니 진실로 가슴아파한다. 부인이 존자들을 유숙시키며 양육할 것이다.”
또 순우생에게 말했다.
“경은 집을 떠난 지 오래되었으니 한 번 친족들을 만나 보시오.손자들은 여기 두고 아무 걱정 마시오. 삼 년 후에 그대를 영접해 오도록 하겠소.”
生曰:「此乃家矣,何更歸焉?」王笑曰:「卿本人間,家非在此。」生忽若惛睡,瞢然久之。方乃發悟前事, 遂流涕請還。王顧左右以送生,生再拜而去。復見前二紫衣使者從焉,至大戶外,見所乘車甚劣,左右親使御僕,遂無一人, 心甚歎異。生上車行可數里,復出大城,宛是昔年東來之途,山川源野,依然如舊。所送二使者,甚無威勢,生逾怏怏。
惛 : 어리석을 혼. 어리석다. 도리에 어둡다. 깨닫지 못함. 미혹하다. 정신이 현혹됨. 어지럽다. 정신이 흐트러짐. 시끄럽다. 소란함.
睡 : 졸 수. 졸다. 잠. 꽃봉오리 지는 모양. 瞢 : 어두울 몽/소경 맹. 어둡다. 부끄러워 하다. 번민하다.
순우생이 말했다.
“여기가 제 집인데 어디로 또 돌아갑니까?”
왕이 웃었다.
“경은 본디 인간세상 사람이니 집은 여기가 아니오.”
순우생은 흐릿하게 잠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한참 동안 혼미해지더니 바야흐로 전에 일이 깨닫고는 드디어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기를 청했다. 왕은 좌우를 돌아보고 순우생을 떠나게 하자 순우생은 재배하고 떠났다.
또 전에는 붉은 옷을 입었던 두 사자가 따랐는데 문 밖에 이르러 보니 타고 갈 수레는 매우 형편없었고 좌우에 가깝게 부리던 사자와 마부가 드디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 마음 속으로 매우 괴이히 여겼다. 순우생이 수레에 올라 몇 리를 가서 다시 큰 성을 나가니 완연히 예전에 동쪽으로 오던 그 길이었으며 산천과 들판도 옛날과 같았다.전송온 두 사자는 위세라고는 도무지 없어 생은 더욱 불만스러웠다.
生問使者曰: 「廣陵郡何時可到?」二使謳歌自若。久之乃答曰:「少頃即至。」
俄出一穴,見本里閭巷,不改往日。潸然自悲, 不覺流涕。二使者引生下車,入其門,升自階,己身臥於堂東廡之下。生甚驚畏, 不敢前近。二使因大呼生之姓名數聲,生遂發寤如初,見家之僮僕,擁篲於庭,
二客濯足於榻,斜日未隱於西垣,餘樽尚湛於東牖。夢中倏忽,若度一世矣,生感念嗟歎,遂呼二客而語之,驚駭,因與生出外,尋槐下穴。生指曰:此即夢中所驚入處。
篲 : 대비 수/살별 세. 대비, 대로 만든 비. 살별.
순우생은 사자에게 물었다.
“광릉군에는 언쩨 도착하느냐?”
두 사자는 태연자약하게 노래만 부르다가 한참만에 대답했다.
“조금만 있으면 도착합니다.”
잠깐 후 구멍 하나를 나오니 고향마을이 보였는데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순우생은 슬퍼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두 사자는 순우생을 인도하여 수레에서 내리게 했다. 문에 들어가 계단을 올랐는데 이미 몸은 동쪽 처마 아래 누워 있었다. 순우생은 놀랍고 두려워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두 사자가 순우생의 성명을 여러 차레 부르자 생은 처음처럼 잠에서 깨어났다.
집의 가동들은 들에서 비질을 했고 두 객은 의자에 앉아 발을 씻고 있었다. 비낀 해는 서쪽 담 아래 숨지 못했고 동쪽 창가에는 술독에 남은 술이 아직도 맑았다.
꿈 속에 한 순간이 마치 일생을 보낸 듯하여 그는 생각에 잠겨 탄식하다가 드디어 두 객을 불러 들려 주었다. 그들은 깜작 놀라 순우생과 문 밖으로 나가 회나무 아래 구멍을 찾아보았다.
순우생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가 곧 꿈 속에서 놀라 들어간 곳일세.”
二客將謂狐狸木媚之所為祟,遂命僕夫荷斤斧,斷擁腫,折查蘗,尋穴究源。旁可袤丈,有大穴,根洞然明朗,可容一榻。
祟 : 빌미 수. 빌미(재앙이나 탈 따위가 생기는 원인.) 빌미를 내리다. 袤 : 길이 무. 길이.
두 객은 여우나 나무요괴가 저지른 짓이라 여기고 드디어 하인에게 도끼를 가져다 옹종을 자르고 나뭇가지와 순을 자르고 구멍을 찾아 근원을 찾게 했다.
곁으로 길이 한 길쯤 되는 곳에 큰 구멍이 있었는데 뿌리 아래가 훤히 뚫려 있어 의자 하나를 용납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