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川 2019. 6. 1. 07:56

                                                                   虎  叱

 

 

 

虎 睿聖文武慈孝智仁雄勇壯猛 天下無敵 然狒胃食虎 竹牛食虎 駮食虎 五色獅子食虎於巨木之岫 玆白食虎 䶂犬飛食虎豹 黃要取虎豹心而食之 猾無骨爲虎豹所呑 內食虎豹之肝 酋耳遇虎 則裂而啖之 虎遇猛㺎 則閉目而不敢視 人不畏猛㺎而畏虎 虎之威其嚴乎 虎食狗則醉 食人則神 虎一食人 其倀爲屈閣在虎之腋 導虎入廚 舐其鼎耳 主人思饑 命妻夜炊 虎再食人 其倀爲彛兀 在虎之輔 升高視虞 若谷穽弩 先行釋機 虎三食人 其倀爲鬻渾 在虎之頤 多贊其所識朋友之名 虎詔倀曰 日之將夕 于何取食 屈閣曰 我昔占之 匪角匪羽 黔首之物 雪中有跡 亍踈武 瞻尾在腦 莫掩其尻 彛兀曰 東門有食 其名曰醫 口含 百草 肌肉馨香 西門有食 其名曰巫 求媚百神 日沐齊潔 請爲擇肉於此二者 虎奮髯作色曰 醫者疑也 以其所疑而試諸人 歲所殺常數萬 巫者誣也 誣神以惑民 歲所殺常數萬 衆怒入骨 化爲金蚕 毒不可食 鬻渾曰 有肉在林 仁肝義膽 抱忠懷潔 戴樂履禮 口誦百家之言 心通萬物之理 名曰碩德之儒 背盎軆胖 五味俱存 虎軒眉垂涎 仰天而笑曰 朕聞如何 倀交薦虎曰 一陰一陽之謂道 儒貫之 五行相生 六氣相宣 儒導之 食之美者無大於此 虎愀然變色易容而不悅曰 陰陽者 一氣之消息也而兩之 其肉雜也 五行定位 未始相生 乃今强爲子母 分配醎酸 其味未純也 六氣自行 不待宣導 乃今妄稱財相 私顯己功 其爲食也 無其硬强滯逆而不順化乎。 

 

 

 狒 : 비비 비.(아프리카에 사는 원숭이의 한가지) : 산굴 수. 산굴, 巖穴. 雲無心以出岫. 산봉우리.

 駮 : 논박할 박. 얼룩말 박. 논박하다. 얼룩얼룩하다. 섞이다. 순수하지않다. 어긋나다. 치우치다. 치다. 

 䶂 : 표쥐 표, 범을 잡아먹는 쥐 표. 쥐 비슷하고 작은 동물 작.

  : 사나운 짐승이름 용. 倀 : 狂也미칠 창, 창귀 창. 갈팡질팡할 창, 홀로섰을 정, 길잃을 쟁, 거칠 쟁.

 舐 : 핥을 지. 핥다. 빨다. 彛 : 떳떳할 이. 떳떳하다. 변하지아니하다. 평탄하다.常度.술그릇,제기이름. 弩 : 쇠뇌 노. 쇠뇌. 힘쓰다.

 肌 : 살가죽 기. 살가죽, 살, 피부.  穽 : 함정 정. 함정, 허방다리, 구덩이 

 渾 : 흐릴 혼, 뒤섞일 혼. 흐리다. 혼탁하다. 뒤섞이다. 멍청하다.미련하다. 어리석다.무지하다. 속이다. 거의, 전혀. 온통, 전부, 마구, 함부로, 꾸밈없는 , 순수한,

천연의, 순진한

 頤 : 눈 크게뜨고 볼 신, 턱 이. 턱(이) 기르다(이) 보양하다(이)(턱으로)부리다.(이)

 彳 : 조금 걸을 척. 

 亍 : 자축거릴 촉, 땅이름 마. 자축거리다.(다리에 힘이 없어 가볍게 절며 걷다)멈춰서다. 땅이름

 踈 : 트일 소. 트이다. 틀다. 나누다. 나뉘다. 멀(리하)다. 멀어지다. 드물다. 거칠다. 길다. 새기다.   그리다. 치우다.깔다. 

 尻 : 꽁무니 고. 꽁무니, 엉덩이, 밑바닥, 뿌리, 자리잡다.

  : 침 연. 침, 점액, 줄지어 잇닿는 모양, 연하다. 연해 흐르다.

 愀 : 근심할 초, 쓸쓸할 추. 근심하다. 발끈하다. 삼가다. 정색하다. 근심하는 모양, 삼가는 모양,  안색이 변하는 모양, 쓸쓸하다.(추) 쓸쓸한 모양(추)

 醎 : 짤 함, 다 함. 짜다. 두루미치다. 같다. 부드러워지다. 물다. 씹다. 차다. 충만하다. 줄이다. [부사] 다, 모두, 함께.

 ☞ 《박물지(博物志)》에, “남방 사람이 금잠을 기르는데, 촉금(蜀錦)을 먹이고, 그 똥을 음식 속에 넣으면 독이 있다.” 하였다.

 財相 : 財成 · 輔相 ; 易經에 "천지의 도를 마련해 이룩하여 천지의 宜를 도와준다." 하였다.

 

 

鄭之邑 有不屑宦之士曰 北郭先生 行年四十 手自校書者萬卷 敷衍九經之義 更著書一萬五千卷 天子嘉其義 諸侯慕其名 邑之東有美而早寡者曰東里子 天子嘉其節 諸侯慕其賢 環其邑數里而封之曰 東里寡婦之閭 東里子善守寡 然有子五人 各有其姓 五子相謂曰 水北鷄鳴 水南明星 室中有聲 何其甚似北郭先生也 兄弟五人 迭窺戶隙 東里子請於北郭先生曰 久慕先生之德 今夜願聞先生讀書之聲 北郭先生 整襟危坐而爲詩曰 䲶鴦在屛 耿耿流螢 維鬵維錡 云誰之型 興也 五子相謂曰 禮不入寡婦之門 北郭先生賢者也 吾聞鄭之城門壞而狐穴焉 吾聞狐老千年 能幻而像人 是其像北郭先生乎 相與謀曰 吾盼狐之冠者 家致千金之富 得狐之履者 能匿影於白日 得狐之尾者 善媚而人悅之 何不殺是狐而分之 於是五子共圍而擊之 北郭先生大驚遁逃 恐人之識己也 以股加頸 鬼舞鬼笑出門而跑 乃陷野窖 穢滿其中 攀援出首而望 有虎當徑 虎顰蹙嘔哇 掩鼻左首而噫曰 儒句臭矣 北郭先生頓首匍匐而前 三拜以跪 仰首而言曰 虎之德其至矣乎 大人效其變 帝王學其步 人子法其孝 將帥取其威 名並神龍 一風一雲 下土賤臣 敢在下風 虎叱曰 毋近前 曩也吾聞之 儒者諛也 果然 汝平居集天下之惡名 妄加諸我 今也急而面諛 將誰信之耶 夫天下之理一也 虎誠惡也 人性亦惡也 人性善則虎之性亦善也 汝千語萬言 不離五常 戒之勸之 恒在四綱 然都邑之間 無鼻無趾 文面而行者 皆不遜五品之人也 然而徽墨斧鉅 日不暇給 莫能止其惡焉 而虎之家自無是刑由是觀之 虎之性不亦賢於人乎。

 

 

 敷 : 펼 부. 펴다. 퍼지다. 널리 흩어지다. 다스리다. 나누다. 이어지다. 잇닿다. 초목이 번무하다. 두루, 널리.

       敷衍 : 덧붙여 알기쉽게 자세히 설명을 늘어놓음. 또는 그 설명. 늘려서 퍼지게 함.

 衍 : 넓을 연. 넓다. 넓히다. 넘치다. 흐르다. 남다. 넉넉하다. 풍부하다. 지나다. 펴다. 산개하다.

 鬵 : 용가마 심. 용가마(위가 크고 아래가 작은 시루모양의 그릇)

 錡 : 가마솥 기, 쇠뇌틀 이. 가마솥, 쇠뇌,(의) 끌, 톱, 기울어지다(의)    

           ☞  발없는 가마솥과 세발솥은 그 모형이 다 다르다. 이로써 성이 다른 다섯아들에 비하였다. 다섯아이들이 성도 다르고 얼굴도 

               같지 않으니, 이는 어느 잡놈과 관계해서 이런 것들을 낳았느냐는 의미.

 盼 : 눈 예쁠 반, 날 새려할 분. 눈이 예쁘다. 곁눈질하다. 보다. 돌아보다. 예쁜 눈, 눈움직이는 모양.날이 새려하다(분), 날이 새려하는 모양.

 跑 : 허빌 포. 허비다. 발톱으로 땅을 긁어파다. 차다. 발로차다. 달리다.

 窖 : 움 교/ 부엌 조. 움, 구멍. 깊다. 간직하다. 부엌(조).

 哇 : 토할 와/노래할 규/목멜 화. 토하다. 뱉다. 소리치다. 울부짖다. 음란한 소리(음악) 어린아이의소리, 아첨하는 소리.

       / 노래하다(규). 노랫소리,/목메다(화). 막히다.

 ☞五象 : 父義母慈兄友弟恭子孝.  四綱 : . 六氣 : 陰· 陽· 風· 雨· 晦· 明.

 徽 : 아름다울 휘/표기 휘. 아름답다. 아름답게 하다. (악기를)타다. 훌륭하다. 묶다.

       표기(標旗 : 목표로 세운 기), 묶음, 노끈, 포승줄, 기러기발(거문고 가야금등의 줄을 고르는 기구)

 

 

 

虎不食草木 不食虫魚 不嗜麴蘖悖亂之物 不忍字伏細瑣之物 入山獵麕鹿在野畋馬牛 未甞爲口腹之累飮食之訟 虎之道 豈不光明正大矣乎 虎之食麕鹿 而汝不疾虎 虎之食馬牛而人謂之讐焉 豈非麕鹿之無恩於人而馬牛之有功於汝乎 然而不有其乘服之勞 戀效之誠 日充庖廚 角鬣不遺 而乃復侵我之麕鹿 使我乏食於山 缺餉於野 使天而平其政 汝在所食乎所捨乎。 夫非其有而取之 謂之盜 殘生而害物者 謂之賊 汝之所以日夜遑遑 揚臂努目 挐攫而不恥 甚者 呼錢爲兄 求將殺妻 則不可復論於倫常之道矣 乃復攘食於蝗 奪衣於蚕禦蜂而剽甘 甚者 醢蟻之子 以羞其祖考 其殘忍薄行 孰甚於汝乎 汝談理論性 動輒稱天 自天所命而視之則虎與人 乃物之一也 自天地生物之仁而論之 則虎與蝗蚕蟻人並畜 而不可相悖也 自其善惡而辨之 則公行剽於蠭蟻之室者 獨不爲天地之巨盜乎 肆然攘竊於蝗蚕之資者 獨不爲仁義之大賊乎 虎未甞食豹者 誠爲不忍於其類也 然而計虎之食麕鹿 不若人之食麕鹿之多也 計虎之食馬牛 不若人之食馬牛之多也 計虎之食人 不若人之相食之多也 去年關中大旱 民之相食者數萬 往歲山東大水 民之相食者數萬 雖然 相食之多 又何如春秋之世也 春秋之世 樹德之兵十七 報仇之兵三十 流血千里 伏屍百萬。 

 

 

  : 누룩 국,  썩다. 화초이름, 姓의 하나.

 蘖 : 황경나무 벽/ 그루터기 얼/ 승검초 폐.  황경나무, 쓰다. 괴롭다. 그루터기(얼). 승검초(폐)

 蝗 : 메뚜기 황.   醢 : 육장 해. 육장(肉漿). 젓갈. 형벌의 이름. 절이다. 삶다.

 蟻 : 개미 의. 개미. 검은 빛깔. 술구더기(걸러놓은 술에 뜬 밥알). 미천함의 비유. 검다. 보잘 것 없다.

  : 벌 봉.  蜂과 同字   

 

  

 而虎之家水旱不識 故無怨乎天 讐德兩忘 故無忤於物 知命 而處順 故不惑於巫醫之姦 踐形而盡性 故不疚乎世俗之利 此虎之所以睿聖也 窺其一班 足以示文於天下也 不藉尺寸之兵 而獨任爪牙之利 所以耀武於天下也 彛卣蜼尊 所以廣孝於天下也 一日一擧而烏鳶螻螘 共分其餕 仁不可勝用也 讒人不食 廢疾者不食衰服者不食 義不可勝用也 不仁哉 汝之爲食也 機穽之不足而爲罿也罞也罛也罾也罦也罭也 始結網罟者 裒然首禍於天下矣 有鈹者戣者殳者斨者叴者矟者鍜者鈼者 者有礮發焉 聲隤華嶽 火洩陰陽 暴於震霆 是猶不足以逞其虐焉 則乃吮柔毫 合膠爲鋒 體如棗心 長不盈寸 淬以烏賊之沫 縱橫擊刺 曲者如矛 銛者如刀 銳者如釖 歧者如戟 直者如矢 彀者如弓 此兵一動 百鬼夜哭 其相食之酷 孰甚於汝乎 北郭先生離席俯伏 逡巡再拜 頓首頓首曰 傳有之 雖有惡人 齋戒沐浴 則可以事上帝下土賤臣 敢在下風 屛息潛聽 久無所命 誠惶誠恐 拜手稽首 仰而視之 東方明矣 虎則已去 農夫有朝菑者問先生何早敬於野 北郭先生曰 吾聞之謂天蓋高 不敢不局 謂地蓋厚 不敢不蹐。                                                                                      <열하일기 關內程史>

 

 

 

疚 : 고질병 구. 고질병, 상, 거상(居喪). 병으로 오래 고생하다. 근심하다. 가난하다. 부끄러워하다. 꺼림하다. 해치다.

 卣 : 술통 유. 술통.         : 원숭이 유. 원숭이. 꼬리긴 원숭이. 거미원숭이.        : 솔개 연. 솔개. 연.

 彛卣蜼尊 : 이유(彛)와 유준(蜼尊)    : 땅강아지 루(누). 땅강아지. 청개구리. 악취(를 풍기다) 

 螘 : 개미 의. 개미, 검은 빛깔, 술구더기, 미천함의 비유. 검다. 보잘 것 없다.   : 대궁 준. 대궁(먹다가 남긴 밥), 익힝 음식. (대궁을) 먹다.

 罿 : 새그물 동/새그물 총. 새그물, 그물.   : 고라니그물 모/고라니그물 몽.  

 罛 : 물고기그물 고.    : 그물 증. 그물, 어망.   : 그물 부. 그물, 가리개. 덮다.     : 어망 역. 

 裒 : 모을 부/자락큰옷 보. 모으다. 모이다. 줄다. 덜다. 사로잡다. 많다. 포로.      : 쇠꼬챙이 피. 쇠꼬챙이. 돗바늘, 날있는 창, 칼.

 戣 : 양지창 규. 양지창, 창, 무기. : 도끼 장.  叴 : 소리높일 구/삼지창 구. 소리높이다. 소리를 크게 하다. 삼지창.   

  : 창 삭. 창, 삼지창.   : 불릴 단. 불리다. 두드리다. 대장일. 익히다. 때리다. 숫돌, 약포.       : 가마솥 작.

 礮 : 돌쇠뇌 포. 돌쇠뇌. 돌을 쏘는 기구. 던지다.  

 隤 : 무너질 퇴. 무너지다. 무너뜨리다. 넘어지다. 실패하다. 기울다. 내리다. 순하다. 고달프다. 부드러운 모양.

 霆 : 천둥소리 정. 천둥소리, 번개, 세차고 빠름의 비유. 펄럭이다. 떨다. 

 逞 : 쾌할 령(영)/사람이름 영. 즐겁다. 유쾌하(게하)다. 굳세다. 용감하다. 다하다. 극진하다. 왕성하다. 검속하다.(근심을)풀다. 마음대로 

      하다. 펴다. 부드럽게 하다. 사람이름.

 淬 : 담금질할 쉬/흐를 줄. 담금질하다. 물들다. 물들이다. 범하다. 차다. 한랭하다. 목욕하다. 힘쓰다. 흐르다.(졸). 물이흐르는 모양.

 烏賊(魚) : 오징어.

 沫 : 물방울 말. 물거품, 침, 침방울, 흐르는 땀, 비말(飛沫:뛰어 오르는 물방울) 거품이 일다. 말다. 그만두다.

 銛 : 쟁기 섬. 쟁기, 작살. 날카롭다.   : 칼도/칼 검. 칼. 화폐의 단위. 거룻배, 무게의 단위, 갈치. 칼, 검법, 찌르다. 베다. 죽이다.

 歧 : 갈림길 기. 갈림길, 날아가는 모양, 자라나는 모양, 육발이, 가다. 발돋움하다. 천천히 걷다. 힘쓰다.

 彀 : 당길 구. 당기다. 활을 쏘다. 활을 쏘기에 알맞은 거리. 과녁. 과녁한가운대. 구율, 활고자.

 逡 : 뒷걸음질칠 준. 뒷걸음질치다. 머뭇거리다. 차례가 있다. 빠르다. 토끼. 달의 운행. 

 百鬼夜哭붓으로 문자를 써서 온갖 못된 짓을 다한다는 비유. 옛날 창힐(倉頡)이 한자(漢子)를 처음 짓자, 귀신이 밤에 울었다 하였다.

 傳有之 : 孟子 離婁篇에 일렀으되.    逡巡 : (나아가지 못하고)뒤로 멈칫멈칫 물러남. 어떤일을 단행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함.

  : 살금살금걸을 척. 살금살금 걷다.

 

범은 착하고도 성스럽고, 문채롭고도 싸움 잘하고, 인자롭고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 없다.

그러나 비위(狒胃)1)는 범을 잡아먹고, 죽우(竹牛 짐승 이름)도 범을 잡아먹고, 박(駮)2)도 범을 잡아먹고, 오색 사자(五色獅子)3)는 범을 큰 나무 선 산꼭대기에서 잡아먹고, 자백(玆白)4)도 범을 잡아먹고, 표견(䶂犬)5)은 날며 범과 표범을 잡아먹고, 황요(黃要)6)는 범과 표범의 염통을 꺼내어 먹고, 활(猾)7) 뼈가 없다. 은 범과 표범에게 일부러 삼켜졌다가 그 뱃속에서 간을 뜯어먹고, 추이(酋耳)8)는 범을 만나기만 하면 곧 찢어서 먹고, 범이 맹용(猛㺎 짐승 이름)을 만나면 눈을 감은 채로 감히 뜨질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 사람은 맹용을 두려워하지 않되 범은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음을 보아서는 범의 위풍이 몹시 엄함을 알 수 있겠구나.

범이 개를 먹으면 취하고 사람을 먹으면 조화를 부리게 된다. 그리고 범이 한 번 사람을 먹으면 그 창귀(倀鬼)가 굴각(屈閣 창귀 이름)이 되어 범의 겨드랑이에 붙어 살면서, 범을 남의 집 부엌으로 이끌어 들여서 솥전을 핥으면 그 집 주인이 갑자기 배고픈 생각이 나서, 밤중이라도 밥을 지으려 하게 되며, 두 번째 사람을 먹으면 그 창귀는 이올(彛兀 창귀 이름)이 되어 범의 광대뼈에 붙어 살며, 높은 데 올라가서 사냥꾼의 행동을 살피되, 만일 깊은 골짜기에 함정(陷穽)이나 묻힌 화살이 있다면, 먼저 가서 그 틀을 벗겨 놓으며, 범이 세번째 사람을 먹으면 그 창귀는 육혼(鬻渾 창귀 이름)이 되어 범의 턱에 붙어 살되 그가 평소에 알던 친구들 이름을 자꾸만 불러댄다.

하루는 범이 창귀들을 모아 놓고 분부를 내리되,

“오늘도 벌써 해가 저무는데 어디서 먹을 것을 취한단 말이냐.”

한다. 굴각은,

제가 진작 점쳐 보았더니 뿔 가진 것도 아니고 날짐승도 아닌 검은 머리한 것이, 눈[雪] 위에 발자국이 비틀비틀 성긴 걸음을 하며 뒤통수에 꼬리가 붙어서 꽁무니를 못 감추는 그런 놈입니다.9)

하고, 이올은,

“저 동문(東門)에 먹을 것이 있사오니 그 이름은 ‘의원(醫員)’이라 한답니다. 그는 입에 온갖 풀을 머금어서 살과 고기가 향기롭고, 서문(西門)에도 먹을 것이 있사오니 그 이름은 ‘무당(巫堂)’이라 한답니다. 그는 온갖 귀신에게 아양 부려 날마다 목욕재계해서 고기가 깨끗하온즉, 이 두 가지 중에서 마음대로 골라 잡수시죠.”

했다. 그제야 범이 수염을 거스리고 낯빛을 붉히며,

“에에, ‘의(醫)’란 것은 ‘의(疑)’인만큼 저도 의심나는 바를 모든 사람들에게 시험해서 해마다 남의 목숨을 끊은 것이 몇만 명으로 셀 수 있고, ‘무(巫)’란 ‘무(誣)’인만큼 귀신을 속이고 인민들을 유혹하여 해마다 남의 목숨을 끊은 것이 몇만 명으로 셀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뭇 사람의 노여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그것이 화하여 금잠(金蠶)10)이 되었으니, 독이 있어 먹을 수 없다.”

했다. 이에 육혼은 또,

“저 숲속(유림(儒林))에 살코기가 있사온데 그는 인자한 염통과 의기(義氣)로운 쓸개에 충성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순결한 지조를 품었으며, 악(樂)은 머리 위에 이고 있고, 예(禮)는 신처럼 꿰고 다닌답니다. 뿐 아니라 그는 입으로 백가(百家)의 말들을 외며 마음속으로는 만물의 이치를 통했으니, 그의 이름은 ‘석덕지유(碩德之儒 높은 덕망을 지닌 유학자)’라 하옵니다. 등살이 오붓하고 몸집이 기름져서 오미(五味)를 갖추어 지녔답니다.”

한다. 범이 그제야 눈썹을 치켜 세우고 침을 흘리며 하늘을 쳐다보고 싱긋 웃으면서,

“짐(朕)이 이를 좀 상세히 듣고자 한다.”

하였다. 모든 창귀들이 서로 다투어가며 범에게 추천한다.

“일음(一陰)ㆍ일양(一陽)을 도(道)라 하옵는데, 저 유(儒)가 이를 꿰뚫으며, 오행(五行)이 서로 낳고 육기(六氣)11)가 서로 이끌어 주옵는데, 저 유가 이를 조화시키나니, 먹어서 이보다 맛좋은 것이 없으리다.”

범이 이 말을 듣자 문득 추연(愀然)히 낯빛을 붉히며 기쁘지 않은 어조로서,

“아니다. 저 음(陰)과 양(陽)이란 것은 한 기운에서의 죽고 삶에 불과하거늘, 그들이 둘로 나뉘었으니 그 고기가 잡(雜)될 것이요, 오행은 각기 제 바탕이 있어서 애당초 서로 낳는 것은 아니거늘, 이제 그들은 구태여 자(子)ㆍ모(母)로 갈라서 심지어는 짜고 신맛들에 이르기까지 분배(分配)시켰으니 그 맛이 순(純)하지 못할 것이요, 육기는 제각기 행하는 것이어서 남이 이끌어 줌을 기다릴 것이 없거늘, 이제 그들은 망녕되이 재성(財成)ㆍ보상(輔相)12)이라 일컬어서 사사로이 제 공을 세우려 하니, 그것을 먹는다면 어찌 딱딱하여 가슴에 체하거나 목구멍에 구역질이 나지 않겠느냐.”

하였다.

때마침 정(鄭)의 어느 고을에 살고 있으면서 벼슬을 좋아하지 않는 척하는 선비 하나가 있으니, 그의 호는 ‘북곽선생(北郭先生)’이었다. 그는 나이 마흔에 손수 교정한 글이 1만 권이요, 또 구경(九經)13)의 뜻을 부연(敷衍)해서 책을 엮은 것이 1만 5천 권이나 되므로, 천자(天子)가 그의 의(義)를 아름답게 여기고, 제후(諸侯)들은 그의 이름을 사모하였다.

그리고 그 고을 동쪽에는 동리자(東里子)라는 얼굴 예쁜 청춘과부 하나가 살고 있었다. 천자는 그의 절조(節操)를 갸륵히 여기고 제후(諸侯)들은 그의 어짊을 연모하여, 그 고을 사방 몇 리의 땅을 봉하여 ‘동리과부지려(東里寡婦之閭)’라 하였다.

동리자는 이렇게 수절(守節)하는 과부였으나 아들 다섯을 두었는데 각기 다른 성(姓)을 지녔다. 어느 날 밤 그 아들 다섯 놈이 서로 노래처럼 된 말로서,

강 북편에 닭 울음 소리 / 水北雞鳴

강 남쪽엔 별이 반짝이네 / 水南明星

방 안 소리 자아하니 / 室中有聲

북곽선생 어인 일고 / 何其甚似北郭先生也

하고는 성 다른 형제 다섯이 번갈아서 문 틈으로 들여다보았다.

 

동리자가 북곽선생께 청하기를,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연모하였답니다. 오늘 밤엔 선생님의 글 읽으시는 음성을 듣고자 하옵니다.”

한다. 그제야 북곽선생은 옷깃을 여미고 꿇어앉아서 시(詩) 한 장(章)을 읊었다.

 

병풍에는 원앙새요 반짝반짝 반딧불을 / 鴛鴦在屛耿耿流螢

가마솥과 세발솥은 무얼 본떠 만들었나14) / 維鬵維錡云誰之型

흥이라15) / 興也

그 꼴을 본 다섯 아들은 서로 말하기를,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과부의 문엔 함부로 들지 않는다.’ 하였는데 북곽선생은 어진이라서 그런 일 없을 거야.”

“나는 듣자 하니, 이 고을 성문이 헐어서 여우가 구멍을 내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들은즉, 여우가 천 년을 묵으면 환생(幻生)하여 능히 사람 시늉을 할 수 있다 하니, 그놈이 필시 북곽선생으로 둔갑한 것일게다.”

하고, 다시 서로 의논하되,

“나는 듣건대, 여우의 갓을 얻는 자는 천금의 장자가 되고, 여우의 신을 얻는 자는 대낮의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여우의 꼬리16)를 얻는 자는 남을 잘 괴어서 누구라도 그를 기뻐한다 하니, 우리 저 여우를 잡아 죽여서 나눠 갖는 게 어떨꼬.”

하고, 이에 다섯 아들이 함께 어미의 방을 에워싸고 들이쳤다. 북곽선생이 크게 놀라서 뺑소니를 칠 제 남들이 행여 제 얼굴을 알아볼까 해서 한 다리를 비틀어서 목덜미에 얹고 도깨비처럼 춤추고 귀신처럼 웃으며 문밖으로 나와서 들이뛰어 가다가 벌판 구덩이에 빠지니 그 속에는 똥이 가뜩 채워져 있었다. 간신히 휘어잡고 기어 올라서 목을 내밀고 바라본즉 범이 어흥하며 길을 가로막았다. 범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구역질하고 코를 싸 쥐고 머리를 왼편으로 돌리며,

“에퀴이, 그 선비 구리도다.”

한다. 북곽선생이 머리를 조아리며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와서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서 고개를 쳐들고 여쭈되,

“범님의 덕이야말로 참 지극하시지요. 대인(大人)은 그 변화를 본받고17) 제왕(帝王)은 그 걸음을 배우며18), 남의 아들 된 이는 그 효성을 본받고19),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며20) 그 거룩하신 이름은 신룡(神龍)과 짝이 되어 한 분은 바람을, 또 한 분은 구름을 일으키시니21), 저 같은 하토(下土)의 천한 신하 감히 하풍(下風)에 있습니다.”

한다. 범은 이 말을 듣자 꾸짖는다.

 

 

“에에, 앞에 가까이 오질 말렸다. 앞서 내 들은즉, ‘유(儒)’란 것은 ‘유(諛)’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네가 평소에는 온 천하의 모든 나쁜 이름을 모아서 망녕되이 내게 덧붙이더니, 이제 다급해지자 낯간지럽게 아첨하는 것을 그 뉘라서 곧이 듣겠느냐. 대개 천하의 이치야말로 하나인만큼 범이 진정 몹쓸 진대 사람의 성품도 역시 몹쓸 것이요, 사람의 성품이 착할진대 범의 성품도 역시 착할지니, 너희들의 천만 가지의 말이 모두 오상(五常)22)을 떠나지 않으며 경계나 권면이 언제나 사강(四綱)23)에 있긴 하나, 저 도회지나 큰 고을에 코 베이고 발 잘리고 얼굴에 먹바늘을 뜨고 다니는 것들은 모두 오륜(五倫)을 순종하지 않았다는 사람이란 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밧줄이며 먹바늘이며 도끼며 톱 따위를 공급하기에 겨를이 없었지만 그 나쁜 짓들은 막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범의 집에는 본래 이러한 악독한 형벌이 없으니, 이로써 본다면 범의 성품이 사람보다 어질지 아니하냐. 그리고 범은 나무와 푸새를 씹지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으며, 강술 같은 좋지 못한 것을 즐기지 않고, 새끼나 기르는 것 같은 자잘구레한 것도 차마 먹지 않는다. 그리고는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을 사냥하고, 들에 나가면 마소를 사냥하되, 아직 구복(口腹)의 누(累)를 입거나 음식의 송사를 일으키거나 한 일은 없으니, 범의 도(道)야말로 어찌 광명정대하지 아니하냐. 범이 노루나 사슴을 먹으면 너희들 사람은 범을 미워하지 않다가도, 범이 만일 마소를 먹는다면 사람들은 원수라고 떠들어대니, 이것은 아마 노루와 사슴은 사람에게 은혜로움이 없지만, 저 마소는 너희들에게 공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 그러나 너희들은 저 마소의 태워 주고 일해 주는 공로도, 따르고 충성하는 생각도 다 저버리고 다만 날마다 푸줏간이 미어지도록 이들을 죽이고, 심지어는 그 뿔과 갈기까지 남기지 않고도 다시 우리들의 노루와 사슴을 토색질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산에서 먹을 것이 없고 들에서도 끼니를 굶게 하니, 하늘로 하여금 이를 공평하게 처리하게 한다면 너희를 먹어야 하겠는가, 놓아 주어야 되겠는가. 대개 제것 아닌 것을 취함을 도(盜)라 하고, 남을 못살게 굴고 그 생명을 빼앗는 것을 적(賊)이라 하나니, 너희들이 밤낮을 헤아리지 않고 쏘다니며 팔을 걷어붙이며 눈을 부릅뜨고, 함부로 남의 것을 착취하고 훔쳐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며 심지어는 돈을 형이라 부르고24), 장수되기 위해서 아내를 죽이는 일25) 까지도 있은즉, 이러고도 인륜의 도리를 논할 수 있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메뚜기에게 그 밥을 빼앗고 누에한테서 옷을 빼앗으며, 벌을 제압하여 꿀을 약탈하고, 심한 자는 개미 알을 젓담아서 그 조상께 제사하니26)그 잔인하고도 박덕함이 너희들보다 더할 자 있겠는가. 너희들은 이(理)를 말하며 성(性)을 논하면서 툭하면 하늘을 일컬으나, 하늘이 명(命)한 바로써 본다면 범이나 사람이 다 한가지 동물이요,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아서 기르는 인(仁)으로써 논한다면 범과 메뚜기ㆍ누에ㆍ벌ㆍ개미와 사람이 모두 함께 길러져서 서로 거스를 수 없는 것이요, 또 그 선악으로써 따진다면 뻔뻔스레 벌과 개미의 집을 노략질하고 긁어 가는 놈이야말로 천하의 큰 도(盜)가 아니며, 함부로 메뚜기와 누에의 살림을 빼앗고 훔쳐 가는 놈이야말로 인의(仁義)의 큰 적(賊)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범은 아직 표범을 먹지 않음은 실로 차마 제 겨레를 해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범이 노루나 사슴 먹는 것을 헤아려도 사람이 노루와 사슴을 먹는 이만큼 많지 못할 것이며, 범이 마소 먹는 것을 헤아려도 사람이 마소를 먹는 이만큼 많지 못할 것이며, 범이 사람을 먹는 것을 헤아려도 사람이 저희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이만큼 많지 못할 것이다. 지난해 관중(關中 중국의 섬서성(陝西省) 지방)이 크게 가물었을 때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이 몇만 명이요, 그 앞서 산동(山東)에 큰물이 났을 적에도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이 역시 몇만 명 있었으니까. 그러나 서로 잡아먹음이 많기야 어찌 저 춘추 전국 시대만 하였으랴. 춘추 그 때엔 명색이나마 정의를 위해서 싸운다는 난리가 열일곱 번이요, 원수를 갚는다고 일으킨 싸움이 서른 번에 그들의 피는 천리를 물들였고 죽어 자빠진 시체는 백만이나 되었다. 그러나 범의 집에선 물이나 가뭄의 걱정을 모르므로 하늘을 원망할 것도 없고, 원수와 은혜를 모두 잊고 지내므로 다른 물건에게 미움을 입지 않고, 천명을 알고 그에 순종하므로 무당이나 의원의 간교함에 혹하지 않고, 타고난 바탕 그대로 지녀서 천명을 다하므로 세속의 이해에 병들지 아니하니, 이것이 곧 범이 착하고도 성스러운 것이다. 그뿐일까. 그 한 곳의 아롱진 것을 엿보더라도 족히 그 문(文)을 온 천하에 보일 수 있겠고, 척촌의 병장기(兵仗器) 하나 지니지 않고 발톱과 날카로운 이빨만을 쓰는 것은 이로써 무(武)를 천하에 빛내는 것이었다. 범과 원숭이를 그릇에 그린 것은 효(孝)를 천하에 넓히는 것이었으며, 하루에 한번 사냥하여 까마귀ㆍ솔개ㆍ참개구리ㆍ말개미 따위와 함께 그 대궁[餕 먹다 남은 음식]을 나눠 먹으니, 그 인(仁)이야말로 이루 다 쓸 수 없겠고, 고자질하는 자는 먹지 않으며, 병폐한 자도 먹지 않고, 상제된 자도 먹지 않으니27), 그 의(義)야말로 이루 쓸 수 없지 않겠느냐. 그런데 너희들이 먹고 사는 것이야말로 불인(不仁)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저 틀과 함정으로도 오히려 모자라서 저 새 그물과 작은 노루 그물과 물고기 그물과 큰 물고기 그물과 수레 그물과 삼태그물 따위들을 만들었으니, 이는 애당초 그물을 뜬 자야말로 뚜렷이 천하에 화근을 퍼뜨린 놈일 것이다. 게다가 큰 바늘이니, 쥘 창이니, 날 없는 창이니, 도끼니, 세모난 창이니, 한 길 여덟 자 창이니, 뾰족 창이니, 작은 칼이니, 긴 창이니 하는 것들이 생기고, 또 화포(火礮)란 것이 있어서 터뜨린다면 소리가 화산(華山)을 무너뜨릴 듯 그 불 기운은 음양을 누설하여 그 무서움이 우레보다 더하거늘, 이러고도 그 못된 꾀를 마음껏 부리지 못하여서 이제는 보드라운 털을 빨아서 아교를 녹여 붙여 날을 만들되, 끝은 대추씨처럼 뾰족하고 길이는 한 치도 못 되게 하여, 오징어 거품에다 담그었다가 세로 가로로 멋대로 치고 찌르되, 그 굽음은 세모창 같고, 날카로움은 작은 칼 같고, 열쌤은 긴 칼 같고, 갈라짐은 가지창 같고, 곧음은 살 같고, 팽팽하기는 활 같아서, 이 병장기가 한 번 번뜩이면 모든 귀신들이 밤중에 곡(哭)할 지경이라니28)그 서로 잡아먹기로도 가혹함이 뉘라서 너희들보다 더할 자 있겠느냐.”

한다. 북곽선생이 자리를 떠나 한참 엎드렸다가 일어나 엉거주춤하더니, 두 번 절하고 머리를 거듭 조아리며,

 

 

“전(傳)에 이르기를 비록 아무리 못난 사람일지라도 목욕재계를 한다면 상제(上帝)라도 섬길 수 있다29) 하였사오니, 이 하토(下土)에 살고 있는 천신(賤臣)이 감히 하풍(下風)에 섭니다.”

하고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듣되, 오래도록 아무런 분부가 없으므로 실로 황송키도 하고 적이 두렵기도 해서, 손을 맞잡고 머리를 조아리며 쳐다본즉 동녘이 밝았는데, 범은 벌써 어디론지 가버리고 말았다. 마침 아침에 밭갈러 온 농부가,

 

 

“선생님, 무슨 일로 이 꼭두새벽에 벌판에다 대고 절은 웬 절이시옵니까.”

하고 묻는다. 북곽선생은,

 

 

“내 일찍이 들으니

하늘이 높다 하되 / 謂天蓋高

머리 어찌 안 굽히며 / 不敢不跼

땅이 비록 두텁단들 / 謂地蓋厚

얕디디지 않을쏘냐 30)/ 不敢不蹐

하였네그려.”

하고는 말 끝을 흐려 버렸다.

 

 

[주1]비위(狒胃) : 짐승 이름. 비비(狒狒)의 일종.

[주2]박(駮) : 말과 같은 짐승인데, 《산해경(山海經)》에, “몸은 희고 꼬리는 검으며 외뿔에 범처럼 생겼으며, 어금니와 발톱을 가졌고,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3]오색 사자(五色獅子) : 호회(虎薈)에, “누런 털에 오색이 찬란하고, 꼴은 사자와 같다.” 하였다.

[주4]자백(玆白) : 《급총궐서(汲冢闕書)》에, “꼴이 말 같으며, 톱니가 날카로워서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5]표견(䶂犬) : 거수국(渠搜國)에 있는 개. 일명은 노견(露犬)인데, 날아서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6]황요(黃要) : 개의 일종. 표범과 비슷하고, 허리 이상은 누르고 이하는 검으며, 작은 놈은 청요(靑要)라 하는데, 요(要)는 요(腰)와 같다.

[주7]활(猾) : 범의 입에 들어가도 범이 물지 못한다. 그러면 범의 뱃속에서부터 먹어 나온다.

[주8]추이(酋耳) : 범의 일종. 크고 꼬리가 길다 한다.

[주9]뿔 …… 놈입니다 : 사람을 가리킨다.

[주10]금잠(金蠶) : 《박물지(博物志)》에, “남방 사람이 금잠을 기르는데, 촉금(蜀錦)을 먹이고, 그 똥을 음식 속에 넣으면 독이 있다.” 하였다.

[주11]육기(六氣) : 음(陰)ㆍ양(陽)ㆍ풍(風)ㆍ우(雨)ㆍ회(晦)ㆍ명(明).

[주12]재성(財成)ㆍ보상(輔相) : 《역경(易經)》에, “천지의 도를 마련해 이룩하며, 천지의 의(宜)를 도와 준다.” 하였다.

[주13]구경(九經) : 《역경(易經)》ㆍ《서경(書經)》ㆍ《시경(詩經)》ㆍ《춘추좌전(春秋左傳)》ㆍ《예기(禮記)》ㆍ《주례(周禮)》ㆍ《효경(孝經)》ㆍ《논어(論語)》ㆍ《맹자(孟子)》.

[주14]가마솥과 …… 만들었나 : 발 없는 가마솥과 세발솥은 그 모형이 다 다르다. 이로써 성 다른 다섯 아들에게 비하였다. 대체 다섯 아이들이 성도 다르고 얼굴도 같지 않으니, 이는 어떤 잡놈들과 관계해서 이런 것들을 낳았다는 의미.

[주15]흥이라[興也] : 육의(六義)의 하나. 먼저 어떤 다른 물건을 읊어서 그 목적하고 있는 것을 끄집어 일으키는 것으로, 예를 들면 원앙새를 먼저 이끌어서 남녀의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다.

[주16]여우의 꼬리 : 꼬리라 하였지마는, 사실은 샅을 일컬었다.

[주17]대인(大人)은 …… 본받고 : 《역경(易經)》에 나오는 구절.

[주18]제왕(帝王)은 …… 배우며 : 《송사(宋史)》 태조기(太祖紀)에 나오는 말.

[주19]남의 …… 본받고 : 《서경(書經)》 채침(蔡沈)의 주(註)에 나오는 말.

[주20]장수는 …… 취하며 : 무관직에는 범호(虎) 자를 많이들 쓴다. 예를 들면 촉한(蜀漢) 때의 오호대장(五虎大將)과 같은 것.

[주21]신룡(神龍)과 …… 일으키시니 : 《역경》에 나오는 말.

[주22]오상(五常) : 부의(父義)ㆍ모자(母慈)ㆍ형우(兄友)ㆍ제공(弟恭)ㆍ자효(子孝).

[주23]사강(四綱) : 예(禮)ㆍ의(義)ㆍ염(廉)ㆍ치(恥).

[주24]돈을 …… 부르고 : 옛날 돈이 구멍이 났으므로 공방형(孔方兄)이라 하였고, 또는 돈을 가형(家兄)이라 한 이도 없지 않았다. 진(晉) 나라 노포(魯褒)의 〈전신론(錢神論)〉에 나오는 말들.

[주25]장수되기 …… 일 : 전국 때 명장 오기(吳起)의 고사.

[주26]개미 …… 제사하니 : 《예기》 내칙편(內則篇)에 나오는 일.

[주27]고자질하는 …… 않으니 : 이 세 가지를 먹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나라 재래로부터 내려오는 속담.

[주28]보드라운 …… 지경이라니 : 붓으로 문자를 써서 온갖 못된 짓을 다한다는 비유. 옛날 창힐(倉頡)이 한자(漢子)를 처음 짓자, 귀신이 밤에 울었다 하였다.

[주29]아무리 …… 있다 :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篇)에 나오는 한 구절.

[주30]하늘이 …… 않을쏘냐 : 《시경(詩經)》에 나오는 글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