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歷史와文學/史記列傳

史記 卷一O五. 扁鵲倉公列傳

柳川 2019. 6. 3. 04:44

                                   扁鵲倉公列傳

 

扁鵲者,勃海郡鄭人也,姓秦氏,名越人。少時為人舍長。舍客長桑君過,扁鵲獨奇之,常謹遇之。長桑君亦知扁鵲非常人也。出入十餘年,乃呼扁鵲私坐,閒與語曰:「我有禁方,年老,欲傳與公,公毋泄。」扁鵲曰:「敬諾。」乃出其懷中藥予扁鵲:「飲是以上池之水,三十日當知物矣。」乃悉取其禁方書盡與扁鵲。忽然不見,殆非人也。扁鵲以其言飲藥三十日,視見垣一方人。以此視病,盡見五藏癥結,特以診脈為名耳。為醫或在齊,或在趙。在趙者名扁鵲。

當晉昭公時,諸大夫彊而公族弱,趙簡子為大夫,專國事。簡子疾,五日不知人,大夫皆懼,於是召扁鵲。扁鵲入視病,出,董安于問扁鵲,扁鵲曰:「血脈治也,而何怪!昔秦穆公嘗如此,七日而寤。寤之日,告公孫支與子輿曰:『我之帝所甚樂。吾所以久者,適有所學也。帝告我:「晉國且大亂,五世不安。其後將霸,未老而死。霸者之子且令而國男女無別。」』公孫支書而藏之,秦策於是出。夫獻公之亂,文公之霸,而襄公敗秦師於殽而歸縱淫,此子之所聞。今主君之病與之同,不出三日必閒,閒必有言也。」

居二日半,簡子寤,語諸大夫曰:「我之帝所甚樂,與百神游於鈞天,廣樂九奏萬舞,不類三代之樂,其聲動心。有一熊欲援我,帝命我射之,中熊,熊死。有羆來,我又射之,中羆,羆死。帝甚喜,賜我二笥,皆有副。吾見兒在帝側,帝屬我一翟犬,曰:『及而子之壯也以賜之。』帝告我:『晉國且世衰,七世而亡。嬴姓將大敗周人於范魁之西,而亦不能有也。』」董安于受言,書而藏之。以扁鵲言告簡子,簡子賜扁鵲田四萬畝。

其後扁鵲過虢。虢太子死,扁鵲至虢宮門下,問中庶子喜方者曰:「太子何病,國中治穰過於眾事?」中庶子曰:「太子病血氣不時,交錯而不得泄,暴發於外,則為中害。精神不能止邪氣,邪氣畜積而不得泄,是以陽緩而陰急,故暴蹷而死。」扁鵲曰:「其死何如時?」曰:「雞鳴至今。」曰:「收乎?」曰:「未也,其死未能半日也。」「言臣齊勃海秦越人也,家在於鄭,未嘗得望精光侍謁於前也。聞太子不幸而死,臣能生之。」中庶子曰:「先生得無誕之乎?何以言太子可生也!臣聞上古之時,醫有俞跗,治病不以湯液醴灑,鑱石撟引,案扤毒熨,一撥見病之應,因五藏之輸,乃割皮解肌,訣脈結筋,搦髓腦,揲荒爪幕,湔浣腸胃,漱滌五藏,練精易形。先生之方能若是,則太子可生也;不能若是而欲生之,曾不可以告咳嬰之兒。」終日,扁鵲仰天嘆曰:「夫子之為方也,若以管窺天,以郄視文。越人之為方也,不待切脈望色聽聲寫形,言病之所在。聞病之陽,論得其陰;聞病之陰,論得其陽。病應見於大表,不出千里,決者至眾,不可曲止也。子以吾言為不誠,試入診太子,當聞其耳鳴而鼻張,循其兩股以至於陰,當尚溫也。」

中庶子聞扁鵲言,目眩然而不瞚,舌撟然而不下,乃以扁鵲言入報虢君。虢君聞之大驚,出見扁鵲於中闕,曰:「竊聞高義之日久矣,然未嘗得拜謁於前也。先生過小國,幸而舉之,偏國寡臣幸甚。有先生則活,無先生則棄捐填溝壑,長終而不得反。」言末卒,因噓唏服臆,魂精泄橫,流涕長潸,忽忽承睫,悲不能自止,容貌變更。扁鵲曰:「若太子病,所謂『尸蹷』者也。夫以陽入陰中,動胃繵緣,中經維絡,別下於三焦、膀胱,是以陽脈下遂,陰脈上爭,會氣閉而不通,陰上而陽內行,下內鼓而不起,上外絕而不為使,上有絕陽之絡,下有破陰之紐,破陰絕陽,(之)色[已]廢脈亂,故形靜如死狀。太子未死也。夫以陽入陰支蘭藏者生,以陰入陽支蘭藏者死。凡此數事,皆五藏蹙中之時暴作也。良工取之,拙者疑殆。」

扁鵲乃使弟子子陽厲鍼砥石,以取外三陽五會。有閒,太子蘇。乃使子豹為五分之熨,以八減之齊和煮之,以更熨兩脅下。太子起坐。更適陰陽,但服湯二旬而復故。故天下盡以扁鵲為能生死人。扁鵲曰:「越人非能生死人也,此自當生者,越人能使之起耳。」

 

扁鵲過齊,齊桓侯客之。入朝見,曰:「君有疾在腠理,不治將深。」桓侯曰:「寡人無疾。」扁鵲出,桓侯謂左右曰:「醫之好利也,欲以不疾者為功。」後五日,扁鵲復見,曰:「君有疾在血脈,不治恐深。」桓侯曰:「寡人無疾。」扁鵲出,桓侯不悅。後五日,扁鵲復見,曰;「君有疾在腸胃閒,不治將深。」桓侯不應。扁鵲出,桓侯不悅。後五日,扁鵲復見,望見桓侯而退走。桓侯使人問其故。扁鵲曰:「疾之居腠理也,湯熨之所及也;在血脈,鍼石之所及也;其在腸胃,酒醪之所及也;其在骨髓,雖司命無柰之何。今在骨髓,臣是以無請也。」後五日,桓侯體病,使人召扁鵲,扁鵲已逃去。桓侯遂死。

使聖人預知微,能使良醫得蚤從事,則疾可已,身可活也。人之所病,病疾多;而醫之所病,病道少。故病有六不治:驕恣不論於理,一不治也;輕身重財,二不治也;衣食不能適,三不治也;陰陽并,藏氣不定,四不治也;形羸不能服藥,五不治也;信巫不信醫,六不治也。有此一者,則重難治也。

扁鵲名聞天下。過邯鄲,聞貴婦人,即為帶下醫;過雒陽,聞周人愛老人,即為耳目痹醫;來入咸陽,聞秦人愛小兒,即為小兒醫:隨俗為變。秦太醫令李醯自知伎不如扁鵲也,使人刺殺之。至今天下言脈者,由扁鵲也。

 

편작()은 발해군() 막읍() 출신으로 성은 진()이고, 이름은 월인()이다. 젊어서 남의 객사()에서 관리인으로 지냈다. 객사의 손님 중에 장상군()이라는 은자가 간혹 머물렀다. 그런데 오직 편작만이 장상군을 특출한 인물로 여겨 언제나 그를 정중하게 대했다. 장상군 역시 편작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장상군은 그가 객사를 드나든 지 10여 년이 되었을 때 은밀히 편작을 불러 자기 앞에 앉히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비전()의 의술()을 알고 있는데, 벌써 늙어서 그대에게 전해주려 하네. 그러나 절대 남에게 발설하지 말게나.”

이에 편작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장상군은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내 그 속에 든 약을 편작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약을 복용할 때에 깨끗한 풀잎에 맺힌 이슬이나 빗물에 타서 마신 후 30일이 지나면 사물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된다네.” 그러고는 비전의 의서()를 전부 꺼내어 편작에게 주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는 아마도 보통 사람이 아닌 듯했다.

편작은 장상군의 말대로 약을 복용한 지 30일이 지나자 편작은 담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게 되었다. 이런 능력으로 병자를 진찰하니 오장() 속 병근()이 있는 부위를 훤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맥을 짚어서 아는 체 했다. 그는 의원()이 되어 제()나라와 조()나라를 왕래하며 병을 치료했다. 조나라에 있을 때에 ‘편작’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진()나라 소공() 때에, 대부()들의 세력은 강해지고 공족()의 세력은 약해졌다. 대부 조간자() 앙()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었다. 어느 때에 조간자가 병이 들어 닷새 동안이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자 진나라의 대부들이 모두 걱정했다. 그리하여 편작을 불러 살펴보게 했다. 편작이 조간자의 병세를 살펴보고 나오니, 조간자의 가신인 동안우()가 뒤따라가 편작에게 조간자의 병세를 물었다. 이에 편작이 대답했다.

“조공의 혈맥()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그리 크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옛날 진()나라의 목공()도 이런 증세를 보였는데, 7일 만에 깨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깨어난 날에 목공은 공손지()와 자여(輿)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천제()가 계신 곳에 가서 매우 즐겁게 지내고 왔다. 내가 거기 그렇게 오래 머물렀던 까닭은 마침 천제의 명을 받았기 때문이오. 천제께서 내게 말씀하신 바로는 장차 진()나라는 큰 난()이 일어나 5대()에 이르도록 안정되지 못하다가 뒤에 영명한 군주가 출현하여 천하의 패자()를 칭할 것이라고 했소. 그러나 그도 얼마 살지 못하고 죽고, 그 아들이 천하를 호령하게 되며, 진나라는 남녀 간에 구별이 없어진다고 했소.’라고 말했습니다. 공손지는 이 말을 잘 기록해 보관해두었다. 진나라의 앞날을 예측한 ‘진책()’은 이로 말미암아 세상에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진()나라의 헌공() 때의 내란이 일어났고, 문공() 때에 패주가 되었다. 그리고 문공의 아들 양공()이 효산()에서 진()나라 군대를 섬멸하고 돌아온 후 음란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일입니다. 지금 조공의 병도 이와 같으니 사흘 안에 좋아질 것이고 깨어나면 반드시 여러 대부에게 무슨 말씀을 하실 것입니다.”

이윽고 이틀 반이 지나자 드디어 조간자가 깨어나 대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천제가 계신 곳에 갔었는데 매우 즐거웠소. 하늘에서 여러 신선들과 노닐었는데, 천하의 모든 춤과 더불어 광락()을 아홉 번이나 연주하는 것을 감상했소. 그것은 옛적 하(), 상(), 주() 삼대()의 춤과 노래와는 달라서 그 소리는 사람의 심금을 울렸소, 그런데 곰 한 마리가 나를 잡아가려 하니 천제께서 나에게 곰을 활로 쏘라 하시기에 맞혀 죽어버렸소. 그러자 큰 곰이 또 나타났는데, 내가 또 쏘았더니 명중해서 큰 곰까지 죽었소. 천제께서 기뻐하며 내게 대나무 바구니 두 개를 하사하셨는데 모두 한 쌍이었소. 또 천제 옆에 내 아이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천제께서는 내게 적() 땅의 개 한 마리를 주면서 ‘네 아들이 장성하거든 이 개를 주도록 하라’고 말했소. 또 천제께서 나에게 ‘진()나라는 세월이 갈수록 점차 쇠약해져서 7대()에 이르면 망하고 말 것이다. 영씨()가 강성해져 주나라 사람들을 범괴()의 서쪽에서 크게 무찔러 천하를 차지하게 되어 진나라 또한 나라를 오래 보전치는 못할 것이다’고 말씀하셨소.”

동안우는 조간자의 말을 듣고 기록해 보관했다.

동안우가 편작이 한 말을 조간자에게 고하니, 조간자는 편작에게 전답 4만 무()를 상으로 주었다.

그 후 편작은 괵()나라을 지나가는데, 그때 마침 괵나라 태자가 병에 걸려 죽었다. 편작은 괵나라 궁궐 문 앞에 가서 방중술을 좋아하던 중서자()를 만나 물었다. “태자께서 무슨 병에 걸리셨습니까? 온 나라 안에서 태자의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하고 제사를 지낸다고 소란합니다.” 중서자는 대답했다. “태자의 병은 혈기()가 제대로 돌지 않고 뒤엉켜 꽉 막혀서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몸속으로는 내장을 해쳐서 생긴 것입니다. 정기()가 사기()를 누르지 못해 그 사기가 체내에 쌓여 발산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음()의 움직임이 급해져서 돌연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죽게 되었습니다.”

편작이 “언제쯤에 돌아가셨습니까?”라고 묻자, 중서자가 “오늘 새벽 첫 닭이 울 때였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편작이 또 “입관()은 하셨는지요?”라고 묻자 중서자는 "아직 안 했습니다. 돌아가신 지 아직 반나절도 안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편작이 말했다. “저는 제()나라 발해()의 진월인()이라는 사람입니다. 발해의 정읍()에 집이 살면서 이제까지 태자를 존경했는데, 아직 뵈옵지도 못했습니다. 태자께서 불행히 돌아가셨다고 하나, 제가 태자를 살려낼 수 있습니다.”

이에 중서자가 말했다. “선생은 허황된 말씀하시면 아니 됩니다. 어떻게 죽은 태자를 살려낼 수 있단 말입니까? 내가 듣자니 옛날 유부()라는 의원이 있었다는데, 그 의원은 병을 고치는 데 탕액(), 예쇄(), 참석(), 교인(), 안올(), 독위()를 사용하지 않고 잠시 옷을 풀어헤쳐 한 번 진찰해보는 것으로 병의 징후를 살폈으며, 오장()에 있는 수혈()에 따라, 피부를 가르고 살을 열어 막힌 맥()을 통하게 하고 끊어진 힘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척수()와 뇌수()를 누르고 고황()과 횡격막()을 바로 하고, 장()과 위()를 씻어내고 오장을 씻어내어 정기()를 다스리고 신체를 바꾸어 놓았다고 합니다. 선생의 의술이 이와 같은 경지에 도달했다면 태자께서는 다시 살아날 수 있겠지요. 그렇지도 못하면서 태자를 다시 살려내려 한다면, 막 웃기 시작한 갓난아이에게조차 믿겠습니까?”

중서자의 말을 들은 편작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다가 하늘을 쳐다보고 이렇게 한탄했다. “대부께서 말한 의술은 ‘가느다란 관을 통해서 하늘을 보고 좁은 틈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보는 일’과 같은 것입니다. 저, 진월인의 의술은 환자의 맥을 짚어나 기색을 살펴보고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 병이 어디에 생겼는지 말할 수 있습니다. 병증이 양()에 있으면 그 음()을 미루어 수 있고, 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양에 대해 증상을 알 수 있습니다. 병의 징후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니 굳이 천리 먼 곳까지 가서 진찰하지 않아도 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구태여 한쪽만 쳐다 볼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께서 저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시험 삼아 저로 하여금 태자를 한번 살펴보게 하시지요. 마땅히 태자의 귀 속에서는 소리가 나고 코는 벌름거리고 있음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태자의 두 다리를 더듬어 올라가 음부()에 이르면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중서자는 편작의 말을 듣자 멍해져 눈 한번 깜박이지 못하고, 혀는 오그라져 붙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그는 궁궐 안으로 들어가 편작의 말을 괵나라 군주에게 전했다. 괵나라 군주는 몹시 놀라워하며 궁정의 중문()까지 달려 나와서 편작을 보고 말했다.

“평소 선생의 인술()에 대한 명성을 들은 지 오래되었으나 아직까지 존안을 뵐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제 선생이 우리 이 괵과 같은 작은 나라에까지 왕림해주시오 태자의 병에 관한 소견을 말씀해 주셨으니 변방의 작은 나라 군주와 신하들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선생이 오셨으니, 죽은 태자가 살아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선생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제 아들은 버려져 계곡에 묻혀 영원히 죽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뻔했습니다.”

괵나라 군주는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비통한 표정을 지었는데, 가슴이 막히고 정신이 혼미한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의 슬픔을 억제하지 못하고 얼굴 모습도 일그러져 있었다. 편작이 보고 말했다.

“태자의 걸린 병은 ‘시궐()’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양기()가 음기() 속으로 들어가 위()를 움직이고 경맥()나 낙맥()을 막히게 하고 한편으로는 또 삼초()와 방광()으로 흘러내려갑니다. 이렇게 양맥()은 아래로 내려가고 음맥()은 위로 올라가 양기와 음기가 모이는 곳이 막혀 통하지 않게 됩니다. 음맥은 위를 향해서 올라가고 양맥은 안을 향해서 내려갑니다. 그래서 양맥은 안으로 내려가 고동()하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음맥은 밖을 향해 올라가 끊어져서 음기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몸 위에는 양기가 끊어진 낙맥()이 있고 아래에는 음기가 끊어진 적맥()이 있습니다. 음기가 파괴되고 양기가 단절되어 혈색이 없어지고 맥이 어지러워진 때문에 몸이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태자께서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무릇 양기가 음기로 들어가 오장을 누르는 자는 살고, 음기가 양기로 들어가 오장을 누르는 자는 죽습니다. 대체로 이러한 것은 모두 오장의 기가 몸속에서 역상()할 때 갑자기 일어납니다. 명의()는 이러한 증세를 잡아내지만 평범한 의원은 의심하고 위태롭게 생각합니다.”

이에 편작은 제자인 자양()에게 침()을 숫돌에 갈게 하고, 그것으로 몸 표면에 있는 삼양()과 오회()를 찔렀다. 한참 지나자 태자가 소생했다. 그러자 다른 제자 자표()에게 오분()의 고약을 바르게 하고, 팔감()의 방범으로 약제()를 섞어서 달인 다음 이것을 양 겨드랑이 아래에 번갈아 붙이게 했다. 마침내 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음기과 양기를 조절해 탕약을 스무 날 동안 마시게 하자 태자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일로 인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편작은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러나 편작은 자기가 태자를 살린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찌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겠는가? 이는 다만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을 내가 일어나게 해준 것뿐이다.”

 

편작은 제()나라로 갔는데, 제나라 환후()가 편작을 빈객으로 맞아들였다. 편작이 궁정에 들어가 환후를 배알하고 말했다.

“군주님께서는 피부와 근육 사이에 병이 있습니다. 지금 치료하시지 않으면 점점 깊이 들어가 중해지실 것입니다.” 환후가 대답했다. “과인에게는 병이 없소.” 편작이 물러가자 환후는 좌우의 신하들에게 말했다. “의원이 이익을 탐해 병도 없는 사람을 가지고 병이 있다고 하여 공을 세우려 한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자 편작이 또 환후를 배알하고 "군의 병이 혈맥()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시면 더욱 깊은 곳까지 이를 것입니다"라고 하니, 환후는 "과인에게는 병 같은 것은 없소"라 했다. 편작이 물러가자 환후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후에 편작이 또 환공을 배알하고 말했다. “군주님의 병이 혈맥에까지 들어가 있는데, 지금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시면 더 깊어집니다.” 그래도 환후는 무시했다. 그리고 다시 닷새가 지난 후에 편작이 환후을 보고 말했다. “지금 군주님의 병은 위장에까지 들어왔습니다.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저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환공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다시 닷새가 지나자 편작은 또 환후를 배알했으나 이번에는 바라보기만 하고 물러나왔다. 환후가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물으니 편작 이렇게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으면 탕약과 고약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혈맥에 있을 때에는 침자()나 폄법()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병이 장과 위에 있을 때에는 약주()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에까지 들어가 버리면 설령 목숨을 관장하는 귀신이라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병이 골수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말씀드리려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자 제 환후는 몸에 병이 든 사실을 알고, 사람을 보내 편작을 불러들이려고 했으나 편작은 이미 자취를 감추어버린 후였다. 마침내 제 환후는 죽고 말았다.

성인()은 병의 징후를 예견해 명의()로 하여금 일찍 치료하게 할 수 있다면 병도 나을 수 있고 몸도 살릴 수 있다.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병이 많은 것이고 의원이 걱정하는 것은 치료방법이 적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섯 가지 불치병이 있다고 전해진다.

첫 번째 불치병은 교만해 도리를 논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 째 불치병은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을 중히 여기는 것이다. 세 번째 불치병은 의식()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한 것이다. 네 번째 불치병은 음()과 양()을 문란하게 하여 오장()의 기()가 안정되지 못한 것이다. 다섯 번째 불치병은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여섯 번째 불치병은 무당의 말을 믿고 의원을 믿지 않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불치병 중 하나라도 있다면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다.

드디어 편작의 명성이 천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에 갔을 때 그곳에서는 부인들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는 말을 듣고 곧 부인과() 의원이 되었다. 낙양()에 가서는 주()나라 사람들이 노인을 공경한다는 말을 듣고 곧 귀와 눈 그리고 마비 등 노인과 의원이 되었다. 다시 진나라의 수도 함양()에 들어가서는 진나라 사람들이 어린아이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즉시 소아과 의원이 되었다. 편작은 이렇게 각지의 인정 풍속에 맞추어 진료 과목을 바꾸었다.

진()나라의 태의령() 이혜()는 자신의 의술이 편작에 미치지 못함을 알고 자객을 보내 편작을 찔러 죽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상에서 전해지는 맥법()은 모두 편작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