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祖大王 御製序
英祖大王 御製序
아래 글은 『대학』에 붙인 조선시대 영조임금의 글이다. 『대학』이 어떤 책인지를 영조 임금의 글에 의거해
서 살필 수 있고 아울러 영조임금이 얼마나 글을 잘 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이기에 소개한다. 대산 김석진 선생
의 『대산대학강의』[한길사, 2000년)에서 발췌했다. - 家苑 註]
夫三代盛時, 設庠序學校而敎人, 此正禮記所云家有塾, 黨有庠, 州有序, 國有學者也. 故人生八歲, 皆入小
學, 於大學則天子之元子衆子, 以至公卿大夫元士之適子, 與凡民之俊秀者, 及其成童, 皆入焉, 可不重歟.
무릇 삼대(하 ․ 은 ․ 주 시대를 말하는데, 당시는 정치와 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때여서 政敎가 완비되었다고 한다)가 성할 때에 상
(庠)과 서(序)와 학(學)을 베풀어서 사람을 가르치니, 이는 바로 『예기(禮記)』에 이른바 집(家)에는 서당(塾)
이 있으며, 마을(黨 : 500인)에는 상(庠)이라는 학교가 있으며, 고을(州 : 2500인)에는 서(序)라는 학교가 있으
며, 나라에는 학(學 : 태학)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나서 여덟 살이 되면 모두 소학에 들어가고 태학은 천자의 맏아들과 여러 아들로부터 공경대
부와 원사(元士 : 관직명. 周代의 上士 中士 下士를 통칭하여 이름)의 맏아들과 또 보통 백성 중에서 특별히 재
주 있는 사람과 그 성동(成童 : 다 자란 아이)에 이르기까지 다 들어가니 가히 중대하지 않은가.
大學之書 有三綱焉, 曰明明德 曰新民 曰止於至善也. 有八條焉, 曰格物 曰致知 曰誠意 曰正心 曰修身 曰
齊家 曰治國 曰平天下也. 次序井井, 條理方方, 其學問之道 紫陽朱夫子序文 詳備, 以予蔑學 何敢加一辭,
然 是書與中庸 相爲表裏, 次序條理 若是暸然 而學者其猶書自書我自我, 可勝歎哉.
井 : 반듯하다. (질서가)정연하다.
方 : 본뜨다. 모방하다. 바르다. 견주다. 대등하다. 나란히 하다. 떳떳하다. (이삭이)패다. 차지하다. 헐뜯다. 거스르다. 거역하다.
蔑 : 없다. 적다.
대학의 글에 세 가지 강령이 있으니 가로되 밝은 덕을 밝히는 것과 가로되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과 가로되 지
극히 선한 데 그치는 것이요,
여덟 가지 조목이 있으니 가로되 사물에 이르는 것과 가로되 앎을 이루는 것과 가로되 뜻을 성실히 하는 것과
가로되 마음을 바로하는 것과 가로되 몸을 닦는 것과 가로되 집을 가지런히 하는 것과 가로되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가로되 천하를 평치하는 것이다. 차서가 정연(井然)하고 조리가 반듯하여 그 학문의 도는 자양 땅에 사는
주부자(주희)의 서문에 자세히 갖추었으니 내가 배움이 없으면서 어찌 감히 한 말씀을 덧붙이리요마는, 그러나
이 글이 『중용』과 더불어 서로 표리가 되어서 차서와 조리가 이같이 밝은데 만약 배우는 자가 그 오히려 글은
글대로이고 나는 나대로이면 가히 어기어 탄식하랴(가히 탄식을 이겨낼 수 있으랴)!
噫 ! 明德在何? 卽在我一心, 明明德之工 在何? 亦在我一心, 若能實下工夫, 正若顔子所云舜何人, 予何人
者也.
아! 밝은 덕이 어디에 있는가? 곧 내 한마음에 있으며, 밝은 덕을 밝히는 공부가 어디 있는가? 또한 내 한마음
속에 있으니 만약 능히 실지로 공부를 해나갈 것 같으면 정히 안자가 이르신 바와 같이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
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와 같을 것이다.
而三代以後, 師道在下, 學校不興, 莫能行灑掃之敎故 筋骸已强, 利欲交中, 在我之明德 不能自明, 旣不能
格致, 又何以誠意, 旣不能正心, 又何以修身, 不能格致, 不能誠正, 家齊國治 其何望哉.
삼대 이후로 스승의 도가 떨어지고 학교가 일어나지 못하여 능히 쇄소(물 뿌리고 비로 쓺)의 가르침을 행하지
못한 까닭에 힘줄과 뼈가 이미 굳어지고 이로움과 욕심이 마음 속에 사귀어서 내게 있는 밝은 덕을 능히 스스
로 밝히지 못하니, 이미 능히 격물치지(사물에 이르러서 그 속의 모든 이치를 알아냄)를 하지 못하고서 또 어
찌 써 뜻을 성실히 할 수 있으며, 이미 능히 마음을 바루지 못하고 또 어찌 써 몸을 닦으며, 능히 격물치지도 못
하고 능히 성의정심도 못하면서 집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 다스림을 그 어찌 바라리요.
[강의]
하 ․ 은 ․ 주 삼대 이후로는 위에 높이 있어야 할 스승의 도가 아래에 떨어져 버렸으므로 학교교육이 아주 부진
했다. 예전에는 여덟 살이 되면 『소학』을 공부하여 맨 처음에 쓸고 물 뿌리는 것부터 가르쳤는데 삼대 이후엔
어린 아이들에게 이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물 뿌리고 쓰는 게 하찮은 것이지만 거기서부터 인성교육을 시작해
야 어린 아이가 크면서 사람다워지고 어른을 알고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초에 물 뿌리고 쓰는 가르침을 하지 못했으니, 그 어린 아이가 커가면서 힘줄과 뼈가 이미 굳어지고
억세졌다. 그러다 보니 利欲이 마음 속에 잔뜩 사귀어서 내게 있는 밝은 덕이 본래 하늘에서 타고난 것인데도
자신의 밝은 덕이 어디 있는 줄 모르고 잊어버려 능히 스스로 밝히지를 못하게 된다. 이렇게 밝은 덕을 밝히지
못하는데 팔조목의 이른바 격물 ․ 치지 ․ 성의 ․ 정심 ․ 수신 ․ 제가 ․ 치국 ․ 평천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
가.
予於十九歲 始讀大學, 二十九歲 入學也, 又講此書而自顧其行, 其亦書自我自. 心常恧焉, 六十三 視學明
倫堂也, 先讀序文, 仍令侍講官及儒生, 次第以講, 其日則甲子也. 與朱夫子作序文之日 偶然相符, 日雖相
符, 功效愈邈.
恧 : 부끄러울 육(뉵). 부끄럽다. 부끄러워하다. 겸연쩍게 여기다.
내가 열아홉 살에 비로소 『대학』을 읽고 스물아홉 살에 성균관에 들어가서 또 이 글을 강(講)하고 스스로 그
행실을 돌아보건대 그 또한 글은 글이고 나는 나였다. 마음에 항상 부끄럽더니 예순세 살에 명륜당에서 볼 적
에 먼저 서문을 읽고, 이에 시강관과 유생으로 하여금 차례대로 강하게 하니 그날은 곧 갑자일이었다. 주부자
가 서문 지은 날로 더불어 우연히 서로 일진이 갑자(甲子)로 맞아 떨어졌으나 공과 효력은 더욱더 멀었다.
又切靦然, 望七之年 因追慕, 行三講而欲取反約, 以中庸循環以講, 因經筵官之請, 繼講此書, 自此以後 庸
學將輪回以講. 少時講此, 未見其效, 暮年重講 其何望效.
靦: 부끄러울 전(면). 뻔뻔스럽다. 부끄러워하다. 그 모양. 切 : 온통체. 모두, 온통. 約 : 요점, 대략, 대강.
온통 부끄럽더니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69세)에 인하여 추모해서 세 번 강함을 행하고 도리어 요점을 취하고자
해서 『중용』으로 순환하면서 써 강하고 경연관의 청함을 인하여 이어서 이 글을, 이로부터 써 뒤로 『중용』
과 『대학』을 장차 돌려가며 강하였다. 젊을 때에 이 『대학』을 강했는데도 그 효력을 보지 못하였는데, 늙은
나이에 거듭 강함에 그 어찌 효력을 바라리요.
尤爲慨然者 紫陽序文 豈不云乎. 一有能盡其性者, 天必命之, 以爲億兆之君師, 以予晩學凉德, 旣無誠正之
工, 亦無修齊之效, 而白首衰耗 三講此書, 豈不自恧乎.
더욱 슬퍼지는 것은 자양 땅 주자 서문에 어찌 이르지 아니했는가! “하나라도 능히 그 성품을 다하는 자가 있
으면 하늘이 반드시 명하사 억조창생의 인군과 스승을 삼는다” 하시니 나의 늦은 배움과 박한 덕으로써 이미
성의정심의 공부도 없고 또한 수신제가의 효력도 없어서 흰머리 쇠한 터럭에 세 번 이 글을 강하니 어찌 스스
로 부끄럽지 아니하랴!
然孔聖云溫故而知新, 若能因此而知新, 於予豈不大有益也哉. 仍作序文, 自勉靈臺.
靈臺 :
그러나 공자 성인이 이르시기를 옛 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안다고 하시니, 만약 이에 새로운 걸 알게 되면
나에게 어찌 크게 유익함이 있지 아니하리요! 이에 서문을 지어서 스스로 영대를 밝히려 하노라.
歲戊寅十月甲寅序.
해는 무인년이요 시월 갑인일에 이 글을 서하노라.
본 글과 다음의 글은 [장달수의 한국학 카페]에서 모두 인용하였음을 밝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