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孫丑 <下> 第 5章
第 5章
孟子謂蚳鼃曰, 「子之辭靈丘, 而請士師似也, 爲其可以言也。今旣數月矣, 未可以言與?」 蚳鼃諫於王而不用, 致爲臣而去。齊人曰, 「所以爲蚳鼃則善矣, 所以自爲則吾不知也。」
公都子以告, 曰, 「吾聞之也, 有官守者不得其職則去, 有言責者不得其言則去, 我無官守我無言責也, 則吾進退, 豈不綽綽然有餘裕哉!」
맹자가 지와에게 말했다. “그대가 영구를 다스리는 것을 사양하고 사사의 직을 청한 것은 그럴 만한 것이 임금에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수 개월이 지났는데도 간언할 수가 없었습니까?"
지와가 왕에게 간언하였으나 소용이 없자 신하의 직을 버리고 떠났다. 그러자 제나라 사람들이 말했다.
“지와에게 한 바는 잘한 일이지만 스스로 한 바는 우리는 알지 못한다."
공도자가 이말을 맹자에게 고하자 맹자가 말했다.
"내 듣건대 관직을 지키는 자는 그 직무를 다하지 못하면 떠나가고, 간언할 책임이 있는 자는 그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떠난다고 하였는데, 나는 지키는 관직도 없고 간언할 책임도 없으니 내가 나아가고 물러남에 어찌 느긋하고 여유롭지 않겠는가!”
蚳 : 개미 지. 개미, 전갈. 鼃 : = 䵷. 개구리 와.
○蚳鼃 齊大夫也. 靈丘 齊下邑. 似也 言所爲近似有理. 可以言 謂士師近王, 得以諫刑罰之不中者.
○지와는 제나라 대부라. 영구는 제나라 하읍이라. 似는 ‘하는 바가 이치에 가까움’을 말함이라. ‘가히 써 (임금에게) 말함(可以言)’은 ‘사사의 직책이 왕에게 가까이 있어 (얻어) (써) 형벌이 적절치 않음을 간언할 수 있음’을 이름이라.
蚳鼃諫於王而不用, 致爲臣而去。
지와가 왕에게 간언하였으나 소용이 없자 신하의 직을 버리고 떠났다.
致 : 이루다. 보내다. 선물을 보냄. 되돌리다. 반납함. 바치다. 헌납함. 주다. 내던짐. 전하다. 옮기다. 넣다. 들임. 끌어당기다. 두다. 부르다. 초치함. 덤비다. 도전함. 모으다. 합침. 지극히하다. (정성을)다하다. 이르다. 도달함. 극치. 나아가다. 적당하다. 맞음. 정세(精細)하다. 정치(精致)함. 포개다. 겹침. 풍취, 풍운. 표찰(標札).
[해설]
주역 47번째 괘인 택수곤(澤水困) 대상전에 “象曰 澤无水 困, 君子以致命遂志.(상전에 이르길 못에 물이 없는 것이 困이니 군자가 이로써 목숨을 다하여 뜻을 이루느니라).”고 하였다. 나라가 망하거나 위기에 처하게 될 때에는 기꺼이 험한 속에 생명을 바쳐서 자기 뜻을 이룬다는 것이 致命遂志다. 지와가 왕께 간언하기 위해 사사의 벼슬을 얻었으나 두어 달을 허비하며 간하지 못하다가 맹자의 깨우침을 듣고 임금께 간했다. 하지만 임금이 듣지 않자 지와는 벼슬자리를 내놓았는데, 맹자는 지와의 그런 행동을 주역 困괘 ‘致命遂志’의 ‘致(다할 치)’자를 따서 신하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齊人曰, 「所以爲蚳鼃則善矣, 所以自爲則吾不知也。」 公都子以告,
제나라 사람들이 말했다. “지와에게 한 바는 잘한 일이지만 스스로 한 바는 우리는 알지 못한다."
공도자가 이말을 맹자에게 고하자,
○譏孟子 道不行而不能去也. 公都子 孟子弟子也.
○맹자가 도가 행해지지 않는데도 능히 가지 않으심을 기롱(비방)함이라. 공도자는 맹자 제자라.
[해설]
제나라 신하들이 맹자를 비난하는 말이다. 지와는 도읍의 대부 벼슬까지 사양하며 사사가 되어 (맹자의 말에 따라) 왕께 간언하다가 직위까지 버렸다. 이는 제나라 신하나 맹자가 보기에도 훌륭한 일이다.
그런데 제나라 신하들은 맹자 자신 또한 지와의 경우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보았다. 맹자가 계속해서 왕에게 간언이라는 형식을 빌려 왕도정치를 행하도록 왕과 신하들을 공박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신하들은 맹자가 자신의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맹자 역시 지와처럼 행동하여 제나라를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曰, 「吾聞之也, 有官守者不得其職則去, 有言責者不得其言則去, 我無官守我無言責也, 則吾進退, 豈不綽綽然有餘裕哉!」
맹자가 말했다.
“내 듣건대 관직을 지키는 자는 그 직무를 다하지 못하면 떠나가고, 간언할 책임이 있는 자는 그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떠난다고 하였는데, 나는 지키는 관직도 없고 간언할 책임도 없으니 내가 나아가고 물러남에 어찌 느긋하고 여유롭지 않겠는가!”
○官守 以官爲守者. 言責 以言爲責者. 綽綽 寬貌, 裕 寬意也. 孟子 居賓師之位, 未嘗受祿. 故 其進退之際 寬裕如此.
○尹氏曰 進退久速 當於理而已.
○관수(官守)는 벼슬로써 지킴을 삼는 자요. 언책(言責)은 말로써 책임을 삼은 자라. 작작(綽綽)은 너그러운 모양이오, 유(裕)는 너그러운 뜻이라. 맹자 빈사의 자리에 거하사 일찍이 녹을 받지 아니셨음이라. 이에 그 진퇴의 즈음에 관유함이 이와 같으시니라.
○윤돈(尹焞) 가로대 ‘벼슬자리에 나아가느냐 물러나느냐 오래하느냐 빨리 물러나느냐를 이치에 마땅하게 할 따름이니라.’ 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