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章 <上> 第 4章
第 4章
咸丘蒙問曰, 「語云, 盛德之士君不得而臣, 父不得而子。舜南面而立, 堯帥諸侯北面而朝之, 瞽瞍亦北面而朝之, 舜見瞽瞍其容有蹙, 孔子曰, 『於斯時天下殆哉岌岌乎!』 不識。此語誠然乎哉?」
孟子曰, 「否。此非君子之言。齊東野人之語也。堯老而舜攝也。堯典曰, 二十有八載, 放勳乃徂落, 百姓如喪考妣三年, 四海遏密八音。孔子曰, 『天無二日, 民無二王。』 舜旣爲天子矣, 又帥天下諸侯, 以爲堯三年喪, 是二天子矣。」
咸丘蒙曰, 「舜之不臣堯, 則吾旣得聞命矣, 詩云, 『普天之下, 莫非王土。率土之濱, 莫非王臣。』 而舜旣爲天子矣, 敢問瞽瞍之非臣 如何?」
曰, 「是詩也, 非是之謂也。勞於王事, 而不得養父母也, 曰, 『此莫非王事, 我獨賢勞也。』 故 說詩者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如以辭而已矣, 雲漢之詩曰, 『周餘黎民, 靡有孑遺。』 信斯言, 是周無遺民也。孝子之至, 莫大乎尊親, 尊親之至, 莫大乎以天下養。爲天子父, 尊之至也, 以天下養, 養之至也。詩曰, 『永言孝思, 孝思維則。』 此之謂也。書曰, 『祗載見瞽瞍, 虁虁齊栗, 瞽瞍亦允若。』 是爲父不得而子也。」
함구몽이 물었다.
"옛 말에 '성대한 덕이 있는 선비는 군왕이 신하로 삼지 못하고 아비가 아들로 삼지 못한다. 순임금이 남쪽을 향하여 섰는데, 요임금이 제후들을 거느리고 북면하여 조회에 참석하고, 고수 또한 북면하여 조회에 참석하자, 순임금이 고수를 보고 불편한 모습이었다.' 고 하였고 공자는 '이 때 천하는 위태롭고 불안하였다.'라고 하셨습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 말이 참으로 그렇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아니다. 이것은 군자의 말이 아니라 제나라 동쪽 백성들의 말이다. 요임금이 늙어 순임금이 섭정을 하였다. 요전에 '28년에 요임금이 죽자 백성들이 부모상을 당한 것처럼 3년상을 지냈고 천하에 음악소리가 끊겨 조용해졌다.' 고 하였고, 공자가 말씀하셨다. '하늘에는 두 해가 없으며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 순임금이 이미 천자가 되어 천하의 제후를 통솔하고 요임금의 삼년상을 치렀으니 이는 두 천자가 있는 것이다."
함구몽이 물었다.
"순임금이 요임금을 신하로 삼지 않은 것은 제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에 '넓은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도다. 땅의 끝 물가까지 왕의 신민 아닌 자가 없도다.' 라 하였습니다. 순임금이 천자가 되었는데 그 아버지 고수는 신하가 아니었는데 그 이유가 무었입니까?"
"이 시는 그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공무(王事)에 힘쓰느라 부모를 봉양할 수 없어 '이에 공무가 아닌 것이 없는데 나 홀로 어질어서 수고롭다.' 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시를 설명하는 자는 글로써 말을 해치지 말며, 말로써 뜻을 해치지 말고, 읽는 자의 뜻으로 지은 자의 뜻을 맞이해야 이에 얻어지는 것이다. 말로써만 할 뿐이라면 운한(雲漢)이란 시에 '주나라의 남은 백성이 하나도 있지않다.' 라고 하였는데 진실로 이 말대로라면 주나라의 유민이 없는 것이다. 효자의 지극함은 부모를 높이는 것보다 큰 것이 없으며, 부모를 높이는 지극함은 천하로 봉양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천자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높임의 지극한 것이며, 천하로 봉양하니 봉양함의 지극한 것이다. 시에 '길이 효도를 생각하니, 효도가 법이 되었도다.' 라 한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서에 '공손히 고수를 보는데 조심하고 삼가하며 두려워하자 고수 또한 진실로 따랐다.' 하였는데 이것은 아버지가 자식으로 대할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다."
岌 : 높을 급. 높다. 높은 모양. 위태로운 모양. 급한 모양, 성한 모양. 岌岌 : 산이 높고 험준하다. 매우 위태롭다. 위급하다.
徂 : 갈 조, 가다. 이르다. 떠나다. 죽다. 비로소. 비롯하다. 살다. 생존함.
○咸丘蒙 孟子弟子也. 語者 古語也. 蹙 顰蹙, 不自安也. 岌岌 不安之貌也, 言人倫 乖亂, 天下將危也. 齊東 齊國之東鄙也. 孟子言, 堯但老不治事, 而舜攝天子之事耳, 堯在時 舜未嘗卽天子位, 堯何由 北面而朝乎! 又引書及孔子之言, 以明之. 堯典 虞書篇名. 今此文 乃見於舜典, 蓋古書二篇 或合爲一耳. 言舜 攝位二十八年而堯死也. 徂 升也. 落 降也. 人死則魂升而魄降. 故 古者 謂死爲徂落. 遏 止也. 密 靜也. 八音 金石絲竹匏土革木樂器之音也.
○함구몽은 맹자 제자라. 어라는 것은 옛 말이라. 축은 찌뿌림이니 스스로 편안하지 못함이라. 급급은 불안한 모양이니 인륜이 어그러지고 혼란하여 천하가 장차 위태로움을 말함이라. 제동은 제나라의 동쪽 변방이라. 맹자가 말씀하시기를 요는 다만 늙어서 일을 다스리지 못하시어 순이 천자의 일을 잡으시고 요가 계실 때에 순은 아직 천자의 자리에 나아가지 못하시니 요가 무슨 이유로 북면하여 조회하셨겠는가 하시고, 또 서경과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여서 써 밝히시니라. 요전은 우서 편명이라. 지금 이 글은 바로 요전에 나타나니 대개 옛 서경 두 편이 혹 합하여 하나가 됨이라. 순이 섭위한지 28년에 요가 죽었음을 말함이라. 조는 오름이오, 낙은 내림이니 사람이 죽으면 혼은 올라가고 백은 내려감이라. 그러므로 옛날에 죽음을 일러 조락이라 하였느니라. 알은 그침이오, 밀은 고요함이라. 팔음은 쇠, 돌, 실, 대, 박, 흙, 가죽, 나무로 만든 악기의 소리라.
顰 : 嚬, 찡그릴 빈.
咸丘蒙曰, 「舜之不臣堯, 則吾旣得聞命矣, 詩云, 『普天之下, 莫非王土。率土之濱, 莫非王臣。』 而舜旣爲天子矣, 敢問瞽瞍之非臣 如何?」
曰, 「是詩也, 非是之謂也。勞於王事, 而不得養父母也, 曰, 『此莫非王事, 我獨賢勞也。』 故 說詩者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如以辭而已矣, 雲漢之詩曰, 『周餘黎民, 靡有孑遺。』 信斯言, 是周無遺民也。」
함구몽이 물었다.
"순임금이 요임금을 신하로 삼지 않은 것은 제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에 '넓은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도다. 땅의 끝 물가까지 왕의 신민 아닌 자가 없도다.' 라 하였습니다. 순임금이 천자가 되었는데 그 아버지 고수는 신하가 아니었는데 그 이유가 무었입니까?"
"이 시는 그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공무(王事)에 힘쓰느라 부모를 봉양할 수 없어 '이에 공무가 아닌 것이 없는데 나 홀로 어질어서 수고롭다.' 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시를 설명하는 자는 글로써 말을 해치지 말며, 말로써 뜻을 해치지 말고, 읽는 자의 뜻으로 지은 자의 뜻을 맞이해야 이에 얻어지는 것이다. 말로써만 할 뿐이라면 운한(雲漢)이란 시에 '주나라의 남은 백성이 하나도 있지않다.' 라고 하였는데 진실로 이 말대로라면 주나라의 유민이 없는 것이다."
○不臣堯 不以堯爲臣, 使北面而朝也. 詩 小雅北山之篇也. 普 徧也. 率 循也. 此詩 今毛氏序云役使不均, 己勞於王事, 而不得養其父母焉. 其詩下文亦云, 大夫不均, 我從事獨賢. 乃作詩者, 自言天下皆王臣, 何爲獨使我以賢才而勞苦乎! 非謂天子可臣其父也. 文 字也, 辭 語也. 逆 迎也. 雲漢 大雅篇名也. 孑 獨立之貌, 遺 脫也. 言說詩之法, 不可以一字而害一句之義, 不可以一句, 而害設辭之志, 當以己意, 迎取作者之志, 乃可得之, 若但以其辭而已, 則如雲漢所言, 是周之民眞無遺種矣. 惟以意逆之, 則知作詩者之志, 在於憂旱, 而非眞無遺民也.
○요를 신하하지 못함은 요로써 신하를 삼아 북면하여 조회하게 못함이라. 시는 소아 북산편이라. 보는 두루요, 솔은 따름이라. 이 시는 이제 모씨(毛萇)의 서에 이르기를 역사가 하여금 고르지 못하야 자기만이 왕사에 수고로워 그 부모를 시러곰 봉양하지 못하니라 하고 그 시 아래 글에 또한 대부가 고르지 못하여 나만 종사하여 홀로 어질다 하니 이에 시를 지은 자 스스로 천하가 다 왕의 신하이거늘 어찌하여 홀로 나로 하여금 써 어질고 재주있으며 수고로운가 하니 천자가 그 아버지를 가히 신하함을 이름이 아니니라. 문은 글자요, 사는 말이라. 역은 맞이함이라. 운한은 대아 편명이라. 혈은 홀로 선 모양이오, 유는 벗어남이라. 말하건대 시를 해설하는 방법은 가히 한 글자로써 한 구절의 뜻을 해하지 못하며, 가히 한 구절로써 베풀어진 말의 뜻을 해하지 못하고, 마땅히 나의 뜻으로써 지은이의 뜻을 맞이해 취하여야 이에 가히 그것을 얻으니, 만약에 다만 그 말로써만이라면 운한에서 말한 바처럼 일질댄, 이는 주나라의 백성이 참으로 남은 씨가 없음이라. 오직 써 (나의) 뜻으로써 맞이한다면 지은 자의 뜻이 가뭄을 걱정함에 있고 참으로 유민의 없음이 아님을 알 것이니라.
小雅/北山之什/北山
溥天之下, 莫非王土, 넓은 하늘아래 왕의 땅 아닌 곳이 없고
率土之濱, 莫非王臣。 땅의 끝 물가까지 왕의 신민 아닌자가 없도다.
大夫不均, 我從事獨賢。 대부가 고르지 못하니 내 일하며 홀로 어질다 하네.
溥 : 넓을 보/펼 부/내이름 박. [普] 넓다. 두루 미치다. 물가, 포구. [敷] 펴다. [박]내 이름. 물의 형용.
大雅/蕩之什/雲漢
旱旣太甚, 則不可推。 가뭄이 너무 심하여도 떨칠 수가 없도다.
兢兢業業, 如霆如雷。 두렵고 위태로워 벼락과 같고 우레같도다.
周餘黎民, 靡有孑遺。 주나라의 남은 백성들 몸이 하나도 남지 않았도다.
昊天上帝, 則不我遺。 하늘의 상제가 나마저 남겨주지 않으시려는가.
胡不相畏? 先祖于摧。 어찌 두려워하지 않으리오? 선조의 제사가 끊길 지경이로다.
孝子之至, 莫大乎尊親, 尊親之至, 莫大乎以天下養。爲天子父, 尊之至也, 以天下養, 養之至也。詩曰, 『永言孝思, 孝思維則。』 此之謂也。
효자의 지극함은 부모를 높이는 것보다 큰 것이 없으며, 부모를 높이는 지극함은 천하로 봉양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천자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높임의 지극한 것이며, 천하로 봉양하니 봉양함의 지극한 것이다. 시에 '길이 효도를 생각하니, 효도가 법이 되었도다.' 라 한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言瞽瞍旣爲天子之父, 則當享天下之養, 此 舜之所以爲尊親養親之至也. 豈有使之北面而朝之理乎! 詩 大雅下武之篇. 言人能長言孝思而不忘, 則可以爲天下法則也.
○고수가 이미 천자의 아버지가 되었으면 마땅히 천하의 봉양을 누림을 말함이니 이는 순의 써한 바 존친과 양친의 지극함이 됨이라. 어찌 그로 하여금 북면하여 조회하게 할 까닭이 있겠는가? 시는 대아 하무편이라. 사람이 능히 길이 효도하는 마음을 생각하고 잊지 않는다면 가히 써 천하의 법칙이 됨을 말씀함이라.
大雅/文王之什/下武
成王之孚,下土之式。 왕이 믿음을 이루어 하토의 법이 되었도다.
永言孝思,孝思維則。 길이 효도를 생각하니 효도가 법이 되었노라.
書曰, 『祗載見瞽瞍, 虁虁齊栗, 瞽瞍亦允若。』 是爲父不得而子也。
서에 '공손히 고수를 보는데 조심하고 삼가하며 두려워하자 고수 또한 진실로 따랐다.' 하였는데 이것은 아버지가 자식으로 대할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다."
夔 : 조심할 기. 夔夔 :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모양. 齊栗 ; 몸을 단정히 하고 언행을 조심함
○書 大禹謨篇也. 祗 敬也. 載 事也. 夔夔齊栗 敬謹恐懼之貌. 允 信也. 若 順也. 言舜敬事瞽瞍, 往而見之, 敬謹如此, 瞽瞍亦信而順之也. 孟子引此而言瞽瞍不能以不善, 及其子而反見化於其子, 則是所謂父不得而子者, 而非如咸丘蒙之說也.
○서는 대우모편이라. 지는 공경이오, 재는 일이라 기기재율은 공경하고 삼가며 두려워하고 두려워하는 모양이라. 윤은 믿음이오, 약은 순함이라. 말씀하시건대 순이 고수를 존경하고 섬겨 가서 뵘에 공경하고 삼감이 이와 같으시니 고수 또한 그를 믿고 따름이라. 맹자가 이를 인용하여 고수가 능히 불선으로써 그 자식을 미치지 못하고 도리어 그 자식에게 교화를 당하니 곧 이는 이른바 아비가 시러곰 자식하지 못함이오, 함구몽의 말과 같음이 아니다 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