節義傳/代趙夫人, 齊義繼母, 魯秋潔婦
代趙夫人
代趙夫人者,趙衛子之女,襄子之姊,代王之夫人也。衛子旣葬,襄子未除服,地登夏屋,誘代王,使廚人持斗以食代王及從者,行斟,陰令宰人各以一斗擊殺代王及從者。因擧兵平代地而迎其姊趙夫人,夫人曰:「吾受先君之命事代之王,今十有餘年矣。代無大故,而主君殘之。今代已亡,吾將奚歸?且吾聞之,婦人之義無二夫。吾豈有二夫哉!欲迎我何之?以弟慢夫,非義也。以夫怨弟,非仁也。吾不敢怨,然亦不歸。」 遂泣而呼天,自殺於靡笄之地。代人皆懷之。
君子謂趙夫人善處夫婦之間。詩云:「不僭不賊,鮮不爲則。」此之謂也。
頌曰:惟趙襄子,代夫人弟,襲滅代王,迎取其姊,姊引義理,稱引節禮,不歸不怨,遂留野死。
대(代)나라의 조부인(趙夫人)은 조위자(趙衛子)의 딸이고 조양자(襄子)의 누님이며 대나라 왕의 부인이다. 조위자가 죽어 장례를 치렀는데, 조양자가 미처 3년상이 끝나 상복을 벗기도 전에 하옥산(夏屋山)에 올라 대나라 왕을 유인한 후, 주방 의 요리사를 시켜 대나라 왕과 그 수행원들에게 말술로 대접하여 권하고는 은밀히 재인(宰人 : 가축을 도살하는 사람)들에게 각각 말술을 마시게 하고 그들이 대나라 왕과 그 수행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무기로 내리쳐 죽이도록 하였다.
그리고 군대를 일으켜 대나라를 평정하고 그 누님인 조부인을 맞아 가려고 하였는데 조부인이 말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님인 주군으로부터 명을 받아 대나라 왕을 섬긴지가 지금 10년이 넘었다. 대나라 왕이 큰 잘못도 없는데 동생인 주군이 잔인하게 죽였다. 이제 대나라가 망했는데 내가 어찌 돌아갈 것인가? 또 내가 듣기로 부인의 법도에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오찌 두 남편을 섬긴단 말인가! 나를 데려다가 어찌 하려는가? 동생이 내 남편을 모욕함은 의(義)가 아니다. 남편의 일로 동생을 원망하는 것은 인(仁)이 아니다. 내가 감히 원망할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그리고 울면서 하늘을 부르짖고는 미계(靡筓)의 땅에서 자살했다. 대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안타까워 했다.
군자는, "부부사이의 문제에 처신을 잘하였다."고 하였다.
시에, " 어긋남이 없고 해침이 없으면 본보기가 되지 않음이 드물것이로다.(大雅/蕩之什/抑)"라 함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송에, "조양자는 대나라 왕의 부인의 동생인데 대나라 왕을 죽이고 대나라를 습격하여 멸망시킨 후, 누님을 맞아 가려 하였으나 누님은 의(義/와 인(仁)을 인용하고, 법도와 예(禮)를 좇아 돌아가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마침내 들에서 자결했다."고 하였다.
齊義繼母
齊義繼母者,齊二子之母也。當宣王時,有人簡死於道者。吏訊之,被一創,二子兄弟立其傍,吏問之,兄曰:「我殺之。」弟曰:「非兄也,乃我殺之。」期年,吏不能決,言之於相,相不能決,言之於王。王曰:「今皆赦之,是縱有罪也。皆殺之,是誅無辜也。寡人度其母,能知子善惡。試問其母,聽其所欲殺活。」相召其母問之曰:「母之子殺人,兄弟欲相代死,吏不能決,言之於王。王有仁惠,故問母何所欲殺活。」
제(齊)나라의 의(義)로운 계모(繼母)는 제나라의 두아이의 모친이다. 제나라 선왕(宣王)때 길에서 싸우다 죽은 사람이 있었다. 관리가 사건을 조사하는데 창으로 찔린 흔적이 하나였다. 두 형제가 옆에 서 있어 관리가 물으니, 형이 대답했다.
"제가 죽였습니다."
그러자 동생이, "형이 아니라 제가 죽였습니다."라 말하였다.
1년이 지나도록 관리가 사건을 종결하지 못하였는데, 재상에게 보고하니 재상도 사건을 가릴 수 없어 왕에게 보고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지금 모두 죄를 사해주면 죄 있는 사람을 놓아주는 것이 되고, 모두 사형에 처하자니 이는 죄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될 것이다. 과인이 그들의 어머니를 헤아리건대 능히 자식들의 옳고 그름을 알 것이다. 그들의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나서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 판단하겠다."
이리하여 재상이 그 어머니를 볼러 물었다.
"그대의 아들이 사람을 죽였는데 형제가 서로 자기가 죽였다 하면서 대신 죽으려 하고 있어 관리들이 시비를 가리지 못해 왕께 보고드렸소. 왕은 인자하시고 은혜로우셔서 모친에게 누가 범인이고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지 물으라 하셨소."
其母泣而對曰:「殺其少者。」相受其言,因而問之曰:「夫少子者,人之所愛也。今欲殺之,何也?」其母對曰:「少者,妾之子也。長者,前妻之子也。其父疾且死之時,屬之於妾曰:『善養視之。』妾曰:『諾。』今旣受人之託,許人以諾,豈可以忘人之託而不信其諾邪!且殺兄活弟,是以私愛廢公義也;背言忘信,是欺死者也。夫言不約束,已諾不分,何以居於世哉!子雖痛乎,獨謂行何!」泣下沾襟。相入言於王,王美其義,高其行,皆赦不殺,而尊其母,號曰義母。
君子謂義母信而好義,絜而有讓。詩曰:「愷悌君子,四方爲則。」此之謂也。
頌曰:義繼信誠,公正知禮,親假有罪,相讓不已,吏不能決,王以問母,據信行義,卒免二子。
그들의 어머니가 울면서 대답하였다. "작은 아이를 죽이세요."
재상이 그 말을 듣고 듣고 물었다.
"무릇 작은 아이는 사람들이 더 사랑하는 법이오. 지금 작은 아이를 죽이라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오?"
그 어머니는, "작은 아이는 제가 낳은 아들이며, 큰 아들은 전처가 낳은 아들입니다. 그 아버지가 병을 얻어 죽게 되었을 때, 저에게 부탁하기를 '잘 키우고 보살펴 주시오.'하여 저는 '그리 하겠습니다.'고 답하였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그 사람에게 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하였는데 어찌 다른 사람의 부탁을 저버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겠습니까! 또 형을 죽게 하고 동생을 살리는 것은 사사로운 사랑으로 공적인 의(義)를 버리는 것이라 자신의 말을 뒤집고 신의를 버리는 짓은 죽은 이를 욕보이는 것입니다. 무릇 약속을 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이미 약속을 해놓고도 분명히 지키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자식들 문제로 마음이 아픈데 어째서 누구를 죽일까 묻는 것입니까!"하고 울면서 흘리는 눈물에 옷깃이 다 젖었다.
재상이 들어가 왕에게 고하니, 왕이 그 어머니의 의기를 아름답게 여기고 그 행실을 고귀하게 여겨 두 아들 모두의 죄를 용서하고 그 어머니를 높여 의로운 어머니(義母)라 부르게 했다.
군자는, "의로운 어머니는 신의가 있고 의를 행하기를 좋아하였으며 정결(貞潔)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시에, "훌륭한 군자, 사방의 본보기가 되리라.(大雅/生民之什/卷阿)"함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송에, "의로운 계모는 신의가 있고 성실하였으며 공정하고 예를 알아 친 아들이 죄가 있다고 바꾸어 말하고 서로 죽으려 사양하기를 그치지 않으므로 관리가 시비를 가리지 못헤 왕에게 보고하자 왕이 모친에게 묻게 한 바, 그 모친은 신의를 지키고 의를 행하려 하니 마침내 왕이 두 아들을 용서하였다."고 하였다.
魯秋潔婦
潔婦者,魯秋胡子妻也。旣納之五日,去而宦於陳,五年乃歸。未至家,見路旁婦人採桑,秋胡子悅之,下車謂曰:「若曝採桑,吾行道湌,願託桑蔭下湌,下齎休焉。」婦人採桑不輟,秋胡子謂曰:「力田不如逢豐年,力桑不如見國卿。吾有金,願以與夫人。」婦人曰:「嘻!夫採桑力作,紡績織紝,以供衣食,奉二親,養夫子。吾不願金,所願卿無有外意,妾亦無淫泆之志,收子之齎與笥金。」
若 : 爾, 汝.
曝 : 사나울 폭(포). 사납다. 난폭하다. 해치다. 모질다. 갑자기. 쬐다. 따뜻하게 하다. 햇볕에 말리다. 나타내다. 드러나다. 알려지다.
泆 : 넘칠 일. 물이 넘쳐 흐르다. 끓어 넘침. 방탕하다. 음탕하다. 제멋대로 하다.
笥 : 상자 사.
결부(潔婦 : 정결한 부인)는 노(魯)나라 추호자(秋胡子)라는 자의 아내이다. 혼인한지 5일이 지나자 추호자가 집을 떠나 진(陳)나라에서 벼슬살이를 했는데 5년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집에 오는 도중에 길가에서 뽕잎을 따는 부인을 보고 추호자가 기뻐하며 수레에서 내려 말을 걸었다.
"부인은 햇빛 속에서 뽕잎을 따고 계시군요. 나는 길을 가는 도중에 점심을 들려고 하는데 뽕나무 그늘에서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음식을 가지고 내려 왔으니 잠시 쉬십시오."
부인은 뽕잎 따는 일을 그치지 않아 추호자가 다시 말을 걸었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풍년을 만나는 것만 못하고 힘들게 뽕잎을 따도 나라의 재상을 만나는 것만 못합니다. 내게 금이 있는데 부인에게 드리겠습니다."
부인은, "아아! 뽕잎따는 일이 힘든 일이지만, 누에를 쳐 실을 뽑아 비단을 짜서 옷과 음식을 장만하여 두 부모님을 봉양하고 자식을 기릅니다. 저는 금도 바라지 않으며, 바라는 것은 댁이 다른 뜻을 갖지 않는 것이고 저도 음탕한 뜻이 없으니 그대가 가져온 음식과 금상자를 거두어 가십시오."라 말했다.
秋胡子遂去,至家,奉金遺母,使人喚婦至,乃嚮採桑者也,秋胡子慚。婦曰:「子束髮脩身,辭親往仕,五年乃還,當所悅馳驟,揚塵疾至。今也乃悅路傍婦人,下子之裝,以金予之,是忘母也。忘母不孝,好色淫泆,是汚行也,汚行不義。夫事親不孝,則事君不忠。處家不義,則治官不理。孝義並亡,必不遂矣。妾不忍見,子改娶矣,妾亦不嫁。」遂去而東走,投河而死。
君子曰:「潔婦精於善。夫不孝莫大於不愛其親而愛其人,秋胡子有之矣。」
君子曰:「見善如不及,見不善如探湯。秋胡子婦之謂也。」詩云:「惟是褊心,是以爲刺。」此之謂也。
頌曰:秋胡西仕,五年乃歸,遇妻不識,心有淫思,妻執無二,歸而相知,恥夫無義,遂東赴河。
추호자가 어쩌지 못하고 물러나 집에 도착하여 모친께 금을 건네 드리고 사람을 시켜 부인을 불러오게 하였는데 그 부인은 다름 아닌 조금 전 뽕잎을 따던 여인이라 추호자는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남편을 본 부인이 말했다.
"그대는 실가(室家)를 이룬 후 부모님을 작별하고 벼슬 길을 떠나 5년이 지나 돌아오게 되었으면 마땅히 기쁘게 말을 달려 먼지를 일으키며 재빠르게 와야 했습니다. 이제 돌아 오다가 길가의 여인을 보고 기뻐하고는 수레에서 내려 행장에서 금을 꺼내 주려고 하였으니 이것은 부모를 잊은 것입니다. 부모를 잊은 것은 불효이며 아름다은 여인을 좋아하고 음탕한 생각을 갖는 것은 더러운 행실이며 더러운 행실은 불의(不義)입니다. 무릇 부모를 섬김에 불효하는 것은 군주를 섬김에 불충하게 되는 것입니다. 집에서의 몸가짐이 의롭지 않으니 관에서 하는 일도 이치에 맞지 않을 것입니다. 효(孝)와 의(義)를 모두 버렸으니 구차하게 따를 수 없습니다. 저는 그대를 차마 볼 수 없으니 그대는 다른 여인과 재혼하십시오, 저는 재가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집을 떠나 동쪽으로 달려가 강물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군자가 말했다. "정결한 부인은 선(善)에 정성을 다하였다. 무릇 불효는 부모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하였는데 추호자가 그런 자였다."고 하였다.
또 군자는, "선(善)을 보고는 모자란 것 같이 하고, 선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끓는 물그릇을 잡은 것같이 하라 하였는데 추호자의 부인을 두고 말한 것이다."라 하였다.
시에, "좁은 마음으로 이렇게 풍자한다네.(國風/魏風/葛屨)"라 함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송에, "추호자가 서쪽으로 벼슬길을 떠나 5년이 지나 돌아 오면서 부인을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하고는 음심을 품어 수작을 부렸으나 아내는 다른 마음이 없음을 밝혔는데 집에 돌아와 서로 알아보고는 남편이 의롭지 못함을 치욕으로 여기고 마침내 동쪽으로 달려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하였다.
☞ 秋胡詩 9首 : 宋나라 시인 顔延之가 부인의 행실을 기려 쓴 詩.
一.
椅梧傾高鳳、 寒谷待鳴律。 의나무 오동나무 봉황새 위해 가지 늘이고 추운 골짜기는 봉이 울기를 기다린다.
影響豈不懷、 自遠每相匹。 어찌 그 영향을 생각지 않으리오, 스스로 항상 멀리 있는 짝을 생각한다네.
婉彼幽閑女、 作嬪君子室。 아릿따운 저 조용하고 우아한 여인, 시집가서 군자의 아내가 되었네.
峻節貫秋霜、 明豔侔朝日。 높은 절개는 추상같고 고운 자태는 아침해와 견줄만 했도다.
嘉運旣我從、 欣願自此畢。 좋은 인연이 왔으니 이대로 마치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원했노라.
明豔 : 李白은 「送祝八之江東賦得浣紗石」에서 「西施越溪女,明豔光雲海。」라 했다.
二.
燕居未及好、 良人顧有違。 신혼에 아직 정도 안들었는데 남편은 멀리 떠나네.
脫巾千里外、 結綬登王畿。 천리 밖 벼슬길에 나서 인수 차고 왕도에 올랐도다.
戒徒在昧旦、 左右來相依。 새벽에 무리를 단속하는데 좌우에 와서 돕는다.
驅車出郊郭、 行路正威遲。 수레 몰아 성밖에 나가는데 가는 길이 참으로 더디었도다.
存爲久離別、 沒爲長不歸。 살아 있다면 오랜 이별이요, 죽는다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리라.
三.
嗟余怨行役、 三陟窮晨暮。 아! 길떠난 것이 원망스러우니 새벽부터 밤까지 험한 길에 고생이로다.
嚴駕越風寒、 解鞍犯霜露。 말을 재촉하나 찬바람은 더욱 세차, 안장을 풀어 놓으니 말이 서리를 짓밟는다.
原隰多悲涼、 廻飇卷高樹。 습지를 지날 때 더욱 서럽고 거센 바람이 높이 솟은 나무에 휘몰아친다.
離獸起荒蹊、 驚鳥縱橫去。 무리 떠난 짐승은 황폐한 오솔길을 달리고 놀란 새는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悲哉游宦子、 勞此山川路。 슬프도다. 타국에서 벼슬하는 자여! 이 산천의 험한 길이 힘들구나.
三陟 : 詩經/國風/周南/卷耳에 陟嵬, 陟岡, 陟砠라는 구절이 있는데 험한 길을 가며 고생하는 상황을 표현함.
飇 : 폭풍 표. 폭풍, 광풍. 회오리바람. 어지러워지다.
四.
超遙行人遠、 宛轉年運徂。 행인들 아득히 멀어져 가고 바퀴가 돌아가듯 한해가 지나간다.
良時爲此別、 日月方向除。 좋은 시절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한 해가 저물어 간다.
孰知寒暑積、 僶俛見榮枯。 누가 세월가는 것을 알리오, 순식간에 번영과 쇠퇴가 드러내도다.
歲臨空房守、 涼風起坐隅。 세밑 텅 빈 방을 지키는데 서늘한 바람이 방석 모서리에서 이는구나.
寢興日已寒、 白露生庭蕪。 잠 깨어 일어나니 햇살은 이미 차겁고 황폐한 정원에 이슬만 맺혔구나.
五.
勤役從歸願、 反路遵山河。 일한지 오래되자 돌아가고 싶어져 고향으로 돌아가도다.
昔辭秋未素、 今也歲蓽華。 옛날 떠날 때에는 늦가을이었는데 지금은 해가 바뀌어 휘추리 꽃이 피었구나.
蠶月觀時暇、 桑野多經過。 누에 철이라 때때로 느긋하게 구경하며 많은 뽕나무 밭을 지나갔다.
佳人從所務、 窈窕援高柯。 아름다운 여인이 일하고 있는데 얌전하게 높은 가지에서 뽕잎을 딴다.
傾城誰不顧、 弭節停中阿。 뛰어난 용모를 뉘라서 돌아보지 않으리오. 법도도 잊은채 언덕에 멈추어 섰도다.
六.
年往誠思勞、 路遠濶音形。 몇해동안 참으로 그리워 힘들었고 멀리 떨어져 있으니 목소리도 모습도 멀어졌다.
雖爲五載別、 相與昧平生。 5년동안 이별해 있었을지라도 서로 평생을 기다린 듯 하였다.
捨車遵往路、 鳧藻馳目成。 수레를 내버려 두고 오리가 마름풀을 만난듯 반갑게 달려가 보았도다.
南金豈不重、 聊自意所輕。 남쪽에서 난 금이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스스로 가볍게 여길 뿐이었네.
義心多苦調、 密比金玉聲。 절의를 지키려는 마음 매우 힘들게 말했으나 은밀히 따르는 아름다운 소리같았다.
與 : 기다리다. 論語(陽貨. 1.)에 「日月逝矣。歲不我與。」라는 句節이 있다. 南金 : 옛날, 형주·양주에서 생산된 금. 우수한 인재.
七.
高節難久淹、 朅來空復辭。 높은 절의에 오래 있기 어려워 부질없이 작별하고 돌아왔도다.
遲遲前途盡、 依依造門基。 느릿느릿 나아가 길이 다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집 문에 도달했다.
上堂拜嘉慶、 入室問何之。 당에 올라 문안인사 올리고 방에 들어가 처의 행방을 물었더니,
日暮行采歸、 物色桑楡時。 뽕잎 따러 가 저물어서야 돌아온다기에 뽕나무 느릅나무밭에서 찾게 했도다.
美人望昏至、 慙歎前相持。 미인은 황혼녘에 돌아왔는데, 앞서 만났던 사람이라 부끄러워 탄식했도다.
淹 : 담글 엄. 담그다. 적심. 오래다. 오래 머무르다. 늦다. 늦어지다. 넓다.
八.
有懷誰能已、 聊用申苦難。
離居殊年載、 一別阻河關。
春來無時豫、 秋至恒早寒。
明發動愁心、 閨中起長歎。
慘悽歲方晏、 日落游子顔。
九.
高張生絶絃、 聲急由調起。
自昔枉光塵、 結言固終始。
如何久爲別、 百行愆諸己。
君子失明義、 誰與偕沒齒。
愧彼行露詩、 甘之長川汜。
顔延之.(384∼456)
南朝 宋나라 시인. 자 延年. 山東省 臨沂 출생. 처음 시안군(始安郡) 태수(太守)가 되어 멱담(汨潭)을 지나면서 굴원(屈原)을 조상한 제문(祭文)이 있고, 뒤에 영가군(永嘉郡)의 태수로 좌천되어 그 불만을 담은 것이 <오군영(五君詠)>이다. 지위는 금자광록대부(金紫光祿大夫)에 이르렀으나, 강직하고 권력자를 꺼리지 않고, 직언(直言)하며, 또 술을 좋아하고 재리(財利)를 탐내지 않았다.
유불(儒佛)에 통달하여 ‘삼세인과(三世因果)’의 설을 주장하였고, 자제(子弟)에게 처세의 길을 가르치는 데 세심하고 성실하였다. 그가 자제를 훈계하기 위하여 쓴 글인 <정고(庭誥)>는 가정교육사(家庭敎育史)의 좋은 자료이다. 시는 사영운(謝靈運)과 더불어 안사(顔謝)라 불렸으며, 특히 조탁(彫琢)의 아름다움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