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中24. 金庾信鷄林人
金庾信鷄林人, 事業赫赫布在國史中。爲兒時母夫人日加嚴訓, 不妄交遊。 一日偶宿女隸家, 其母面數之曰, 「我已老, 日夜望汝成長, 立功名爲君親榮, 今乃爾與屠沽小兒, 遊戱淫房酒肆耶。」 號泣不已。 卽於母前自誓不復過其門。 一日被酒還家, 馬遵舊路, 誤至倡家。且欣且怨, 垂泣出迎, 公旣悟斬所乘馬棄鞍而返, 女作怨詞一曲傳之, 東都有天官寺, 卽其家也。
李相國公升嘗赴東都管記作詩云,
寺號天官昔有緣,
忽聞經始一悽然。
多情公子遊花下,
含怨佳人泣馬前。
紅鬣有情還識路,
蒼頭何罪謾加鞭。
惟餘一曲歌詞妙,
蟾兎同眠萬古傳。
天官卽其女號。
管記 : 文牘을 관리하는 벼슬. 書記. 蒼頭 : 하인. 옛날 중국에서 하인이 청색 두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함.
蟾兎 : 달의 별칭. 달에 두꺼비와 토끼가 산다는 전설에서 유래함.
김유신(金庾信)은 계림사람으로, 이루어 놓은 업적이 혁혁하게, 우리나라 역사속에 펼쳐져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날마다 엄한 가르침으로 함부로 친구를 사귀지 못하게 하였다. 하루는 뜻하지 않게 색주가에서 묵었는데, 그 어머니가 그의 얼굴을 보며 꾸짖었다.
"나는 이미 늙었고, 밤낮으로 네가 성장하여 임금과 부모를 위해 공명을 세워 영예롭게 되기를 기원하는데, 지금 너는 백정의 젊은이들과 어울려, 색주가에 드나든단 말이냐."
그리고는 소리 내어 울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는 즉시 어머니앞에서 다시는 그 집 문앞에 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하였다. 하루는 술에 취하여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말이 옛길을 좇아 잘못하여 기녀의 집에 이르렀다. 기녀는 반갑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한 마음으로, 눈물 흘리며 나아가 맞이했는데, 공이 이미 술이 깨어 타고 온 던 말의 목을 베고 안장도 버린 채 돌아가니, 기녀가 원망하는 노래 하나를 지어 전하였다. 동도에 천관사가 있는데, 즉 그 기녀의 집이다.
상국 이공승(李公升)이, 일찍이 동도의 관기로 부임하였었는데, 시를 지었다.
천관이라 부르는 절이 옛 사연이 있다기에,
애초의 사연을 들어보니 애닲기 짝이 없구나.
다정한 공자 꽃밭에서 노닐었는데,
이름다운 여인은 원망스러워 말 앞에서 울었네.
붉은 갈기 말 옛정 있어 아는 길로 돌아왔는데,
하인은 무슨 죄가 있어 채찍으로 꾸짖는가?
오직 한 곡 노래가 남아 아름다운데,
달과 함께 잠들어 만고에 전하는구나.
천관은 바로 그 기생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