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古文學/破閑集

卷下 2. 睿王尤重儒生

柳川 2020. 10. 23. 15:41

睿王尤重儒生, 每間歲親策賢良, 先閱所納卷子, 以知其才。擧子高孝冲名士也, 作四無益詩以斥君非, 雖聖主不能虛懷。及闢春闈, 命侍臣林敬淸就試席, 黜高孝冲然後放題, 而學士胡宗旦詣闕上箚子, 得敍其罪。後復應擧

 

納卷子春官, 其首題曰,

寄語卷中詩部論,

與君相別在明春。

汝爲秘閣千年寶,

我作靑雲第一人。

 

果擢龍頭翶翔省闥, 諤諤有諍臣風, 所至人皆指之曰, 「是嘗作四無益詩者。」

 

卷子 : 시험 답안.      擧子 : 예전에, 과거를 보는 선비를 이르던 말.    虛懷 : 거리낌 없다.  마음에 두지 않다.

箚 : 차자 차. 차자. 간단한 서식의 상소문.  찌르다. 파호하다. 기법(棋法)의 한가지. 머무르다. 주재함.

翺 : 날 고, 날다. 비상하다.      闥 : 문 달.  문. 네모진 나무.       省闥 : 대궐.     

諤 : 직언할 악. 직언. 직언하다.      諤諤 : 거리낌없이 바른말을 함.

諍 : 간할 쟁. 간하다. 간하는 말또는 글. 다투다. 송사하다.

 

 

 

예종(睿王 : 睿宗)은 유생들을 매우 소중하게 여겨, 격년(隔年)마다 친히 어질고 좋은 선비[賢良]들을 선발하는데, 우선 제출한 시험 답안지를 보고, 그 재주를 알아보았다. 응시생인 고효충(高孝冲)은 명망 높은 선비였는데, 사무익시(四無益詩 : 네가지 무익한 것에 관한 시)를 지어, 임금의 잘못을 드러냈으므로, 비록 성군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아무 거리낌없이 할 수는 없었다.

과거시험장[春闈]를 열 때에 이르러, 시신 임경청에게 명하여 시험 보는 자리에 나아가, 고효충을 쫓아낸 후에 시험 문제를 내걸게 하였는데, 학사 호종단(胡宗旦)이 대궐에 나아가 차자를 올려서,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었다.

 

뒷날 다시 과거에 응시하여 시험 답안지를 시험관[春官]에 제출하였는데, 그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답안지에 시부(詩賦)로 논하여 말 전하노니,

그대들과 내년 봄에 이별하겠구나.

그대들은 비각의 천년 보배가 될 것이나,

나는 고위 관료 중 첫째인 사람이 될 것이네.

 

과연 장원으로 뽑혀 궁중에서 일하면서 거리낌 없이 바른 말을 하고 간언하는 신하의 품성이 있어,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가리켜 말했다.

"이 사람이 예전에 네 가지 무익한 것에 관한 시(四無益詩)를 지은 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