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古文學/破閑集

卷下 6. 南州樂籍有倡

柳川 2020. 10. 24. 20:08

南州樂籍有倡, 色藝俱絶。有一郡守忘其名, 屬意甚厚。及爪將返愋, 忽大醉謂傍人曰, 「若我去郡數步, 輒爲他人所有。」 卽以蠟炬燒灼其兩脥, 無完肌。

後榮陽襲明杖節來過, 見其妓悵怏不已, 出二幅雲藍, 手寫一絶贈之.

 

百花叢裏淡丰容,

忽被狂風减却紅。

獺髓未能醫玉頰,

五陵公子恨無窮。

 

因囑云, 「若有使華來過, 宜出此詩示之。」

妓謹依其敎, 凡見者輒加賙恤, 欲使榮陽公聞之, 因得其利, 富倍於初。

 

 

及爪 : 爪 → 瓜. 좌전(左傳)에 “제양공(齊襄公)이 관지보를 지방관으로 임명하여 오이<瓜> 철에 보내면서, ‘내년 오이철에 교대시키겠다.’            하였다.”는 사실이 있으므로 후세에서 지방관의 임기(任期)가 찬 것을 과기(瓜期)라 한다.

愋 : 한탄할 원. 한탄하다. 잊다. 후회하다.      蠟 : 밀 랍. 밀. 밀초.      灼 : 사를 작. 사르다. 불에 태움. 뜸.  밝다. 성한 모양. 놀리다. 

脥 : 頰.          肌 : 살 기. 살. 피부. 몸, 신체.          杖節 : 符節.        使華 : 使者. 使臣. 使節.    獺 : 수달 달. 수달.

賙 : 진휼할 주. 진휼하다. 주다. 나누어 줌. 보태다. 거두다. 

 

 

 

남쪽 고을의 악적에 어떤 창기(娼妓)가 등재되어 있었는데, 용모와 재능이 모두 뛰어났다. 어떤 한 군수가 그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으나, 마음을 집착함이 매우 심했다.

임기가 다 되어 떠나게 되었는데,  문득 크게 취하여 옆 사람에게 말했다.

"만약 내가 고을[郡]을 떠나 몇 걸음만 가면, 바로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는 바로 밀랍으로 만든 촛불로 그녀의 두 뺨을 지져서, 성한 곳이 없었다.

 

뒤에 영양 정습명이 임금의 명을 받고 지나가다가, 그 기녀를 보고 슬픔과 안타까움을 그치지 못하고 두 폭의 운남(雲藍)비단을 꺼내, 손수 한 구절의 시를 써서 주었다.

 

수많은 꽃떨기 속  맑고 고운 모습,

갑자기 미친바람 불어와 아름다움 잃었네.

수달의 골수로도 옥 같던 얼굴 고칠 수 없어,

풍류를 아는 사내들 한스러움 끝이 없다네.

 

그리고 당부했다.

"만일 사신이 지나가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 시를 내어 보이시오."

 

기녀가 삼가 정습명의 가르침대로 하였더니, 모두 보는 사람마다, 번번이 가엾게 여겨 도와줘서, 영양공이 이를 알게 하려고 하였다. 이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되자, 재산이 당초보다 갑절이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