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下 8. 西河耆之倦遊
卷下 8. 西河耆之倦遊
西河耆之倦遊, 僑泊星山郡, 郡倅飽聞其名, 送一妓薦枕, 及晩逃歸。耆之悵然作詩曰,
登樓未作吹簫伴,
弄月空爲節藥仙。
不把長官嚴號令,
謾嗔生客惡因緣。
其用事益精, 此古人所謂戚金結雟, 而無痕隲。
☞ 林椿
고려 전기 김천 지역에 기거한 문인. 본관은 예천(醴泉). 자는 기지(耆之), 호는 서하(西河). 고려 건국 공신의 자손으로 한림원학사를 지낸 큰아버지 임종비(任宗庇)에게 학문을 배웠다. 문헌을 상고하면 의종 무렵에 태어나 30대 후반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찍부터 유교적 교양과 문학으로 입신할 것을 표방하여 무신란 이전에 이미 상당한 명성을 얻었으나 20세 전후에 무신란을 만나 가문 전체가 화를 입었으며 겨우 피신하여 목숨은 부지하였다. 당시 정권에 참여한 인사들을 통해 여러 번 정권에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얼마 뒤 경기도 장단(長湍)[현 파주시]으로 내려가 실의와 곤궁 속에서 방황하다가 요절하였다. 이인로가 임춘의 작품을 모아 『서하선생집(西河先生集)』 6권을 엮었다. 麴醇傳, 孔方傳이 실려있다.
僑 : 우거할 교. 우거하다. 타향 또는 타국에서 임시로 삶. 높다. 키가 큰 모양. 倅 : 버금 쉬(췌)/백사람 졸. 버금. 다음. 백사람.
吹簫伴 : 秦穆公이 딸 弄玉이 생황을 잘 불어 자신의 생황에 화답할 수 있는 자라야 배필이 될 수 있다 하였다. 어느 날 농옥이 생황을 부는
데 그에 화답하는 듯한 피리소리를 듣고는 피리를 분 주인공을 찾아 오게 하였는데 관리 百里視가 수소문하여 太華山 名聲岩에 머물고
있는 蕭史를 찾아 데리고 갔는데 소사가 피리를 불자 새들이 몰려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능옥을 아내로 주었는데, 소사는 농옥에게
피리 부는 것을 가르쳐 뒤에 농옥은 봉황새를 타고, 소사는 용을 타고 飛昇하였다 함. <列國誌 5部 吹簫跨鳳>
弄月空爲節藥仙。이 구절의 弄과 節은 율시에 따라 弄 → 奔, 節 → 竊로 바꾸어 적용하고 있으며 다른 구절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 고 있는데 본문 해석에 이를 반영하였음..
竊藥仙 : <淮南子>에, 羿가 不死藥을 西王母에게서 얻어 두었는데, 그의 아내 姮娥가 훔쳐 가지고 月宮으로 달아났다 함.
○參考 徐居正이 지은 東文選에 「戱贈密州倅」 제하의 임춘의 시가 있는데 본문의 시를 다듬어 율시로 고쳐 지었다 함.
紅粧待曉帖金鈿(홍장대효첩금전) 분 단장하고 새벽을 기다려 비녀 꼽고 기다리니
爲被催呼上綺筵(위피최호상기연) 재촉하여 부르심 받아 잔치 자리에 올랐지요
不怕長官嚴號令(불파장관엄호령) 원님의 지엄한 호령도 두려워 않으니
漫嗔行客惡因緣(만진행객오인연) 인연이 나쁜 손이라 함부로 성내지 마소
乘樓未作吹簫伴(승누미작취소반) 누대에 올라 피리 부는 친구 되지 않고
奔月還爲竊藥仙(분월환위절약선) 달에 달려가 선약 훔치는 항아가 되었지요
寄語靑雲賢學士(기어청운현학사) 청운의 뜻 가진 어진 학사시여
仁心不用示蒲鞭(인심불용시포편) 어진 마음으로 대하지 마시고 가벼운 채찍 내려주소서
謾 : 속일 만. 속이다. 거짓말하다. 헐띁다. 비방하다. 느리다. 게으름. 둔함. 넓다. 아득함. 두려워하다. 영리하다. 슬기로움. 업신여기다.
거드름 피우다. 공연히, 만연히, 어쩐지.
嗔 : 성낼 진. 성내다. 기운이 왕성하다. 雟 : 제비 휴/고을 이름 수/땅이름 전. 제비. 소쩍새. 자규. 돌다. 수레바퀴의 한 회전.
戚金結雟 : 蹙金結繡 : 금실을 꼬아 수를 놓음. 두보의 麗人行에, 「繡羅衣裳照暮春, 蹙金孔雀銀麒麟(繡놓은 緋緞(옷은 늦봄에도 환하니,
金실로 수놓은 孔雀에 銀실로 수놓은 麒麟이로다.)」이란 句節이 있음.
蹙金 : 자수(刺繡) 수법의 하나. 금실로 수를 놓아 그 무늬가 오그라든 것
隲 : 수말 즐. 숫 말. 말이 수컷. 말을 부리다. 오르다. 정하다. 이루다.
서하 개지(林椿)가 유람을 하다 지쳐, 성산군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군 수령이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어서, 한 기녀를 보내 잠자리를 모시게 하였으나, 밤에 도망쳐 돌아갔다.
개지가 탄식하고 시를 지었다.
누각에 올라 퉁소를 부는 짝이 되지 못했고,
달로 도망가니 헛되이 약을 훔친 선녀가 되었구나.
원님의 엄한 호령도 두려워하지 않고,
공연히 나쁜 인연이라 나그네에게 성내는구나.
그가 고사를 사용한 것이 지극히 정교하였으니, 이것은 옛 사람이 말한 이른바, 「금실로써 수를 놓았다.」고 할 만한 것으로 조금도 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