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下19. 雞林人金生
雞林人金生筆法奇妙, 非晉魏時人所跂望。至本朝唯大鑑國師學士洪灌擅其名, 凡寶殿花樓額題, 及屛障銘戒 皆二公筆也。淸平眞樂公卒, 西湖僧惠素撰祭文, 而國士書之, 尤盡力刻石以傳, 世謂之三絶。固非崔楊輩豐
肌脆骨者之所及。
當有評者曰, 「引鐵爲筯, 摧山作骨, 力可伏輈, 利堪穿札。」
宋人有以精嬚妙墨, 求國師筆跡者。請學士權廸作二絶, 寫以附之,
蘇子文章海外聞,
宋朝天子火其文。
文章可使爲灰燼,
落落雄名安可焚。
亡其一篇。
金生 : 三國史記 열전 8卷 金生列傳.
父母微不知其世系, 生於景雲二年, 自幼能書, 平生不攻他藝, 年踰八十, 猶操筆不休. 隸書行草皆入神. 至今往往有眞蹟. 學者傳寶之. 崇寧
中學士洪灌隨進奉使入宋, 館於汴京. 時翰林待詔, 楊球 · 李革奉帝勅至館. 書圖簇 ※ 洪灌以金生行草一卷 示之, 二人大駭曰, “不圖今日得見王
右軍手書” 洪灌曰 “非是, 此乃新羅人金生所書也.” 二人笑曰 “天下除右軍, 焉有妙筆如此哉!” 洪灌屢言之, 終不信. 又有姚克一者, 仕至侍
中兼侍書學士, 筆力遒勁, 得歐陽率更法, 雖不及生, 亦奇品也.
跂 : 육발이 기/힘쓸 지. 육발이(발가락이 여섯 있는 사람). 가다. 벌레가 기어감. 발돋움하다. 나아가다. 어긋나다. 힘쓰다. 그 모양.
跂望 : 筍子의 勸學文에 나옴.
吾嘗終日而思矣, 不如須臾之所學也, 吾嘗跂望矣, 不如登高之博見也.
眞樂公 : 고려시대 학자 李資玄(1061~1125). 호는 息庵, 希夷子. 인품이 뛰어나, 인종은 그가 세상을 떠나자 眞樂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春川 淸平寺에 그의 浮屠(덕이 높은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넣고 쌓은 둥근 돌탑)가 있다.
輈 : 끌채 주. 끌채. 작은 수레에 메우는, 한 개로 된 굽은 끌채. 큰 수레에 메우는, 두 개로 된 끌채는 轅. 거여(車輿). 거상(車箱). 수레의,
사람이 타거나 짐을 싣는 곳. 굳센 모양. 또는, 놀라고 두려워하는 모양. 자고(鷓鴣)의 우는 소리.
嬚 : 맑고 고울 렴. 燼 : 깜부기 불 신. 깜부기불. 타다가 남은 것. 탄 나머지. 나머지. 재난을 겪고 살아 남은 백성. 멸망한 나라의 유민
落落雄名安可焚 : 다른 자료에는 「千古芳名不可焚」로 된 곳도 있음. <徐居正 東人詩話>,
신라 사람 김생(金生)은 붓을 쓰는 법이 기묘하여, 진(晋)나라나 위(魏)나라 시대의 사람이 아니면 힘들여 봐야 했다. 우리 고려에 이르러서는 오직 대감국사(大鑑國師)와 학사 홍관(洪灌)만이 그 명성을 떨쳤는데, 보전과 화루의 편액 및 병풍[屛障]에 쓴 명계는 모두 두 분이 쓴 글씨이다.
청평산에 거처하던 진락공(李資玄)이 죽자, 서호의 승려 혜소가 제문을 짓고, 대감국사가 글씨를 쓴 다음, 여기에 힘을 다하여 돌에 새겨서 전하였으니, 세상에서는 이를 일컬어 삼절(三絶)이라고 하였다. 진실로 최(崔)나 양(楊)의 무리처럼, 살만 찌고 골격은 연한 것이 미칠 바가 아니었다.
당시에 어떤 사람이 평하였다.
"쇠를 끌어다가 근육을 삼고, 산을 베어 골격을 만들었으므로, 힘은 수레 끌채를 누를 만하고, 예리하기는 감히 갑옷을 뚫을 만하다."
송나라 사람 중에 매우 곱고 진귀한 먹으로, 대감국사의 필적을 구하려는 자가 있었다. 학사 권적(權迪)에게 절구 두 수를 지어달라고 요청하여, 옮겨 적었다.
소동파의 문장은 해외에도 알려졌으나,
송나라의 천자는 그 글을 불살랐다네.
문장은 태워 재로 만들 수 있지만,
드날린 이름은 어찌 불사를 수 있으랴?
그 한 편은 없어졌다.
☞ 筍子의 勸學文
君子曰學不可以已. 靑取之於藍, 而靑於藍. 氷水爲之, 而寒於水. 木直中繩, 輮以爲輪, 其曲中規, 雖有槁暴, 不復挺者, 輮
使之然也. 故木受繩則直, 金就礪則利, 君子博學而日參省乎己, 則知明而行無過矣. 故不登高山, 不知天之高也. 不臨深谿,
不知地之厚也. 不聞先王之遺言, 不知學問之大也. 干(한吳), 越, 夷, 貉之子, 生而同聲, 長而異俗, 敎使之然也. 詩曰, 「嗟
爾君子,無恒安息. 靖共爾位, 好是正直. 神之聽之, 介爾景福.」
神莫大於化道, 福莫長於無禍. 吾嘗終日而思矣, 不如須臾之所學也, 吾嘗跂望矣, 不如登高之博見也. 登高而招, 臂非加長
也, 而見者遠, 順風而呼, 聲非加疾也, 而聞者彰. 假輿馬者, 非利足也, 而致千里, 假舟檝者, 非能水也, 而絶江河. 君子生非
異也, 善假於物也.
군자가 말하길 학문은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푸른 물감은 쪽 풀에서 얻지만 쪽 풀보다 더 파랗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지지만 물보다 더 차다. 나무가 곧아서 먹줄에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굽혀 수레바퀴를 만들면 굽은 자에 들어맞게 되고, 비록 바싹 마른다 하더라도 다시 펴지지 않는 것은 굽었기 때문이다.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쇠는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군자도 널리 배우며 매일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살피면, 곧 지혜가 밝아지고 행동에 과실이 없다. 그러므로 높은 산에 올라가보지 않으면 하늘이 높은 것을 모르고, 깊은 계곡에 가보지 않으면 땅이 두터운 것을 알지 못한다.
옛 임금들이 남긴 말씀을 듣지 못한다면 학문의 위대함을 알지 못한다. 오나라, 월나라, 오랑캐의 자식들도 태어났을 때는 같은 소리를 내지만, 자랄수록 풍속이 달라지는 것은 가르침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경에, "아아 그대들 군자여, 언제나 편히 쉬려고만 하지 말라. 그대 직위를 삼가 잘 다스리고 바르고 곧은 이들을 좋아하라. 신명께서 들으시면 그대에게 큰 복을 내리시리라.(小雅/北山之什/小明)"라고 말했다.
올바른 길로 교화시키는 것보다 큰 신명은 없으며, 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다.
나는 일찍이 하루 종일 생각해본 일이 있었으나 잠깐 동안 공부한 것만 못하였다. 나는 일찍이 발돋움을 하고 바라본 일이 있었으나 높은 곳에 올라가 널리 바라보는 것만 못하였다. 높이 올라가 손짓을 하면 팔이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도 보이며, 바람을 따라 소리치면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들리며 수레와 말을 타면 발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천리 길을 갈 수 있으며, 배와 노를 이용하면 물에 익숙지 않더라도 강을 건널 수 있다.
군자는 나면서부터 남들과 달랐던 것이 아니라, 사물을 잘 이용할 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