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古文學/破閑集

卷下20. 堂弟尙書惟卿

柳川 2020. 10. 29. 08:39

堂弟尙書惟卿, 相門子少以風流自命, 與之遊者若近玉山行。嘗中酒入賞春亭, 吟賞木芍藥, 樞府李陽實從傍見之, 愛其風韻贈詩云,

 

一片隴西月,

飛來照洛城。

別時如久雨,

逢處若新晴。

 

韻多不載。

 

昔山谷論詩, 以謂不易古人之意, 而造其語謂之換骨, 規模古人之意, 而形容之謂之奪胎。此雖與夫活剝生呑者 相去如天淵, 然未免剽掠潛窃以爲之工。豈所謂出新意於古人所不到者之爲妙哉! 僕得是詩, 以謂此古人得意句。昨雙明齋見李樞密論詩, 語及此詩, 李相俊昌愀然變容曰, 「此先公贈某詩也。」

僕驚嘆不已,  謂座客曰, 「若以此詩編小杜集中, 孰知其非。」

 

 

玉山 : 외모와 풍채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規 : 베끼다. 模寫하다. 

活剝生呑 : 산 채로 껍질을 벗기고 산 채로 삼킨다는 뜻으로, 남의 시나 글 따위를 그대로 따와서 자기 작품으로 삼음을 이르는 말.

剽 : 빠를 표. 빠르다. 재빠름. 사납다. 거칢. 위협하다. 협박함. 깎다. 자름. 찌르다. 침. 훔치다. 벗김. 끝. 첨단. 표. 표를 함. 

 

 

 

사촌 동생 상서 이유경은, 재상가의 아들로서, 젊어서부터 풍류가로 자처하였는데, 그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마치 옥산에 가까이 가는 것 같았다. 일찍이 술에 몹시 취하여 상춘정으로 들어가, 모란을 읊조리며 감상하였는데, 추부 이양실(李陽實)이 따라와 곁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그 풍류와 운치를 아껴 시를 지어 주었다.

 

한 조각 농서의 달빛,

날아와 낙양성을 비추네.

헤어질 때에는 비가 오래 내릴 것 같더니,

만나는 곳에서는 비가 막 갠 것 같구나.

 

운이 많아 더 이상 기록하지 않는다.

 

예전에 산곡(黃庭堅)이 시를 논하였는데, 옛 사람의 뜻을 바꾸지 않고, 자신의 문구(文句)를 짓는 것을 환골이라 하고, 옛 사람의 뜻을 모방하여 이를 형용한 것을 탈태라고 한다고 하였다.  이는 비록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껴 자기 글로 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할지라도, 남의 글을 빼앗거나 훔쳐 가공했다는 것을 면치 못한다.

어찌 옛 사람이 이르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뜻을 드러내는 묘를 이루었다 하겠는가! 내가 이 시를 얻었으나, 이 시는 옛 사람이 얻은 시구라고 말하였다.

 

어제 쌍명재에서 추밀인 이공(李公)을 만나 시를 논하다, 이 시까지 말하게 되었는데, 재상 이준창이 낯빛을 바꾸면서 말했다.

"이 시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시입니다."

나는 몹시 놀라 감탄을 그치지 못하고 좌중의 손님들에게 말했다.

"이 시를 소두집(小杜集)안에 써 넣는다면, 누가 그것이 두목(杜牧)의 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