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下22. 天下之事不以貴賤貧富爲之高下者
天下之事, 不以貴賤貧富爲之高下者, 惟文章耳。盖文章之作, 如日月之麗天也, 雲烟聚散於大虛也, 有目者無不得覩, 不可以掩蔽。是以布葛之士, 有足以垂光虹霓。而趙孟之貴, 其勢豈不足以富國豊家, 至於文章, 則蔑稱焉。由是言之, 文章自有一定之價, 富不爲之減。故歐陽永叔云, 「後世苟不公, 至今無聖賢。」
濮陽世材才士也, 累擧不得第。忽病目作詩。
老與病相隨,
窮年一布衣。
玄華多掩映,
紫石少光輝。
怯照燈前字,
羞看雪後暉。
待看金榜罷,
閉目坐忘機。
三娶輒棄去, 無兒息托錐之地, 簞瓢不繼。年至五十得一第, 客有東都以歿。至其文章, 豈以窮躓而廢之。
趙孟 : 춘추시대 晉나라의 귀족. 孟子에 나오는데 후에 趙의 시조가 된 趙讓子. <史記 卷43. 趙世家>
孟子曰欲貴者, 人之同心也, 人人有貴於己者, 弗思耳. 人之所貴者, 非良貴也. 趙孟之所貴, 趙孟能賤之. 詩云旣醉以酒, 旣飽以德(大雅/
生民之什/旣醉), 言飽乎仁義也. 所以不願人之膏粱之味也. <孟子 告子 上 17>
玄華 : 눈동자. 紫石 : 눈동자를 비유하는 말. 金榜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쓴 방(榜)을 이르던 말.
躓 : 넘어질 지(질). 넘어지다. 실패하다. 곤경을 겪음. 부딛치다. 밟다. 멈추다.
천하의 일 가운데, 귀천(貴賤)과 빈부(貧富)로 높고 낮음이 결정되지 않는 것은, 오직 문장 뿐이다. 대체로 문장을 짓는 것은, 마치 해와 달이 하늘에 걸려있고, 구름과 연기가 대기중에서 모이고 흩어지는 것과 같이, 눈이 있는 자가 볼수 없는 것이 없고 가릴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포갈(布葛)의 선비도, 족히 무지개처럼 광채를 드리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맹과 같은 귀족이 그 세력으로 나라를 부하게 만들고 집안을 풍요롭게 하는데 어찌 부족하겠느냐마는, 문장에 이르러서는 드러낼만한 것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말한다면 문장은 스스로 일정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부로도 그것을 감소시키지 못한다. 그러므로 구양영숙(歐陽脩)이 말하기를,
"후세에 공평하지 못하다면, 지금에 이르러 성현은 없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복양의 오세재는 재주가 많은 선비였지만, 여러 차례 과거 시험을 보았어도 합격하지 못하였다.
갑자기 눈에 병이 들자 시를 지었다.
늙음과 질병이 서로 따르는데,
평생 베옷 뿐이로다.
눈은 가려져 희미하고,
눈동자에는 광채가 적어졌구나.
등잔 앞에서 글 보는 것 겁나고,
눈 온 뒤 햇빛 보기 부끄럽다.
금방 나붙기 기다려 보려 하지만,
눈 감고 앉아 만사를 잊었다네.
세 번 장가들었으나 번번이 아내를 버리고 떠나, 자식도 송곳 꽂을 만한 땅도 없었고, 끼니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였다. 나이 오십에 이르러 과거에 한 번 들었으나 경주[東都]에서 떠돌아다니다가 죽었다. 그의 문장에 이르러, 어찌 그가 곤궁하게 지냈다 해서 그 글까지 버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