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下33. 今司空某皇大弟襄陽公之冑子也
今司空某, 皇大弟襄陽公之冑子也。自離乳臭, 翩翩然嘗以書史爲樂。行吟坐諷, 目不掛於餘事。及於壯學無不窺, 理無不通, 浩浩乎若望江湖佛可涯涘。至於詞賦亦工, 用筆精妙, 若翹然而望場屋爭甲乙之名者, 世以爲宗室標的也。惜也! 天不興年, 奄然赴玉樓之召。山人觀悟嘗遊其邸, 搜遺稿得近軆詩八九篇, 嘉其有二美也。 以示之, 飄飄然有凌雲氣格。將鏤板以傳於後, 故畧爲序云云,
自古宗室之親, 襲茅土於襁褓中, 目耽珠翠, 耳悅絲竹, 罕有留意於文章者。今司空某, 天性好學, 自年未七八, 尤嗜書史, 雖臨飮食, 諷詠之聲不絶於外云。
司空 : 고려시대의 관직. 太尉, 司徒와 함께 三公이라 총칭되었다. 언제부터 주어졌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文宗 때 1인으로 하고 정1품으로
정비하였다. 모든 종친의 봉작자들의 아들과 女婿에게는 봉작 대신 최고의 관직인 사도나 사공을 명예직으로 수여하였다.
涘 : 물가 사. 涯涘 : 물가. 限界. 玉樓 : 문인이 죽은 뒤에 간다는 하늘의 누각을 뜻하는 말로, 문인이나 묵객의 죽음을 이르는 말.
鏤 : 새길 루. 새기다. 아로새김. 칼 이름. 강철. 畧 : 略. 茅土 : 천자가 제후를 봉할 때 흰 띠에 황토를 하사하는 것을 말함.
지금 사공 아무개는, 황태제 양양공의 큰 아들이다. 젖을 뗀 이후 시원스러워 항상 서사 읽는 것을 즐겼다. 걸을 때는 시를 읊조리고 앉아 있을 때는 시를 외우며, 다른 일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장성하여서는, 학문은 보지 않은 것이 없고, 이치에 통달하여, 넓고도 넓은 것이 끝없는 강호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글이나 부를 짓는데에도 능하고, 붓을 쓰는 것도 정교하면서도 오묘하여, 그 뛰어난 모습이, 과거 시험장에서 갑을의 이름을 다투는 것을 바라보는 것 같아, 세상에서 종실의 본보기라고 하였다.
애석하게도 하늘이 수명을 허락하지 않아, 급작스럽게 하늘의 부름을 받아 떠났다. 산사람 관오가 일찍이 그의 집에서 지냈는데, 남긴 원고를 찾다가, 근체시 8, 9편을 얻어, 거기에 두 가지 아름다움이 있음을 보고 기뻐하였다. 그것을 보니, 세상에 초연하여 구름에 올라타는 기운과 품격이 있었다.
목판에 새겨 후세에 전하려고 간략하게 몇 마디 서문을 썼다.
예로부터 종실의 친족은, 포대기 속에서 모토를 세습하여, 눈으로는 진주와 비취 같은 보석을 탐내고, 귀로는 현악기나 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즐겼으므로, 문장에 뜻을 두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금 사공 아무개는, 천성이 학문을 좋아하여 7, 8세도 되지 않은 나이부터, 특히 서사 읽기를 좋아하여서, 비록 음식을 앞에 두고도, 시를 외우고 읊조리는 소리가 밖에까지 끊이지 않고 들렸다.
破閑集卷下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