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拙
詠拙
所稟有巧拙, 不可改者性。 품성에는 훌륭함과 졸렬함이 있어, 고칠 수 없는 것이 성품이로다.
所賦有厚薄, 不可移者命。 운명에도 두터움과 엷음이 있으며, 바꿀 수 없는 것이 운명이로다.
我性拙且憃, 我命薄且屯。 내 성품은 졸렬하고 어리석으며, 내 운명은 박복하여 힘들다.
問我何以知, 所知良有因。 무엇으로 아느냐고 묻는다면, 아는 것은 진실로 원인이 있도다.
亦曾擧兩足, 學人蹋紅塵。 일찍이 두 발을 놀려, 남에게 배우고 세상에 나갔다.
從茲知性拙, 不解轉如輪。 이로부터 내 성품의 졸렬함 알았고, 쳇바퀴 돌듯 살아갈 줄 알지 못했다.
亦曾奮六翮, 高飛到靑雲。 또 일찍이 날개 활짝 펴고, 높이 날아올라 청운에 이르렀도다.
從茲知命薄, 摧落不逡巡。 이로써 내 운명의 박복함을 알았고, 날개가 꺾여 추락했어도 어쩌지 못했다.
慕貴而厭賤, 樂富而惡貧。 부귀를 흠모하여 천박함을 싫어했고, 부유함을 좋아하여 가난도 싫어했다.
同此天地間, 我豈異於人。 이 천지간에서 똑같이 태어났는데, 내가 어찌 남과 다르겠는가.
性命苟如此, 反則成苦辛。 타고난 성품과 운명이 진실로 그러하니, 어겼다가는 도리어 고생스러워진다.
以此自安分, 雖窮每欣欣。 이 때문에 스스로 만족하고 분수를 지키며, 궁색하여도 항상 기뻐하노라.
葺茅爲我廬, 編蓬爲我門。 띠풀 엮어 나의 집 짓고, 쑥대 엮어 나의 대문으로 삼는다.
縫布作袍被, 種穀充盤飧。 베를 바느질해 솜이불 만들고, 곡식 심어 밥을 짓는다.
靜讀古人書, 閑釣淸渭濱。 조용히 옛 사람의 책을 읽으며, 한가로이 맑은 위수가에서 낚시질 한다.
優哉復游哉, 聊以終吾身。 여유롭게 마음 내키는대로 살다가, 애오라지 일생을 마치리라.
憃 : 천치 용. 천치. 어리석어 사리에 어두운 사람. 어리석다. 우매함.
蹋 : 밟을 답. 밟다. 차다. 공따위를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