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漢詩/其他

和陶集飮酒 - 李 滉

柳川 2021. 11. 26. 14:40

                                                         和陶集飮酒

 

 

                                                                                                              退溪   李  滉

 

이 시는 도연명의 「음주시 20수」에 화답한 시이므로, 도연명의 시와 비교해서 읽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도연명의 시를 앞에 청색으로 올리고 뒤에 퇴계의 시를 올린다. 

무려 1,100년의 세월을 격하여 도연명의 시에 화답한 시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또 도연명은 순수한 시인이며 퇴계는 학자로서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지만 시를 통하여 교류하는 바를 보며 음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음주시 20수」에 대한 주(注)는 「음주시 20수」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퇴계의 시에 대해서만 주(注)를 달기로 한다. 

 

 

 

其 一。

 

衰榮無定在、彼此更共之。           영고 성쇠는 정해진 것이 없고 피차에 바뀌고 서로 돌게 마련이라.

邵生瓜田中、寧似東陵時。           오이밭의 소생(邵生)이 어찌 동릉후(東陵侯)로 지내던 시절과 같겠는가.

寒署有代謝、人道每如玆。           추위와 더위 번갈아 오듯 인생길도 늘 그와 같다네.

達人解其會、逝將不復疑。           그 이치를 터득하여 통달한 사람은 다시는 의심하지 않는다네.

忽與一觴酒、日夕歡相持。           갑자기 술이 생겨 석양에 기쁘게 술을 마신다.

 

 

 

無酒苦無悰、有酒斯飮之。           술이 없으면 아쉽게도 즐기지 못하고 술은 있어야 마신다네. 

得閒方得樂、爲樂當及時。           술은 한가할 때나 즐길 수 있고,  즐기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네.

薰風鼓萬物、亨嘉今若玆。           훈풍이 불어와 만물을 북돋우니 태평성대가 지금 이와 같을까.      

物與我同樂、貧病復何疑。           만물이 나와 함께 즐기는데, 가난과 질병을 어찌 또 두려워 하리오.

豈不知彼榮、虛名難久持。           저들의 즐거움을 어찌 모르랴!  헛된 명성은 오래 가지 못한다네.  

 

亨嘉 : 태평성대. 주역》 〈건괘(乾卦문언(文言)에 원형이정(元亨利貞)을 설명하면서 형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이 모이는 것을 말한다.

        〔亨者 嘉之會也라고 한 대목이 나온다.

 

        종묘제례(宗廟祭禮) 때 쓰이는 악곡. 조종(祖宗)의 문덕(文德)을 찬양한 악곡인 《보태평(保太平)》 11곡 중 4번째 곡으로 제향의

        초헌(初獻) 때 등가(登歌)에서 연주된다.
        이 곡은 세종에 의하여 처음 지어진 당시는 "형광(亨光)"이라는 이름으로 회례연(會禮宴)에 쓰였으나, 1463년(세조 9) 이후 개작

        을 거쳐 제례악으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其 二。

 

積善云有報夷叔在西山。           선한 일 많이 하면 복 받는다 했는데 백이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주렸네.

善惡苟不應何事空立言。           선악이 상응하지 않거늘, 무슨 일로 부질없이 말하는가.

九十行帶索飢寒況當年。           90노인 영계기도 새끼줄 허리띠 매고 살았거늘, 이 나이에 굶주림과 추위쯤이야.

不賴固窮節百世當誰傳。           어려워도 굳게 법도를 지키지 않는다면, 먼 후세에 이를 누가 전하겠는가?

 

 

 

我欲挾天風遊崑崙山。           나는 바람 타고 날아가  곤륜산에서 놀고 싶다. 

區區未免俗至今無足言。           구구하게 살며 속세를 면하지 못했으니, 지금에 와서 할 말이 없다.            

前有百千世後有億萬年。           지난 세월 헤아릴 수 없고  앞으로도 억만 겁의 세월이다. 

醉中見天眞那憂醒者傳。           취중에 천진한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어찌 깨어나 전할 것을 근심하랴.   

 

 

 

 

其 三。  

 

道喪向千載、人人惜其情。           도가 쇠한지 천년인데, 사람마다 그 마음을 아끼네.

有酒不肯飮、但顧世間名。           술이 있어도 마시려 들지 않고  세상의 평판만을 돌아보네. 

所以貴我身、豈不在一生。           내 한 몸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어찌 살아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一生復能幾、倏如流電驚。           한 평생에 또 얼마나 살겠는가. 잠깐 흐르는 번개 같은 것을.

鼎鼎百年內、持此欲何成。           오래 살아봐야 백년도 못사는데 그것을 지켜 무엇을 이루려는가!

 

 

 

智者巧投機愚者滯常情。           지혜로운 자는 기회를 잘 잡고, 어리석은 자는 항상 마음에 얽매이는 것.

滔滔汨末流總爲中利名。           도도히 흐르다 끝에 가서 어지러워지는 것은 모두 명리에 빠졌기 때문이네.

古來賢哲人吾獨後於生。           옛부터 현명하고 이치에 밝은 사람이 있었는데, 나 홀로 뒤에 태어났구나.

此道卽裘葛柰何或猜驚。           이 길은 벼슬길, 야인으로 가는 길인데 어찌 시기하거나 놀라겠는가. 

拳拳抱苦心淹留愧無成。           간절히 마음을 썼지만 오랜 세월 이룬 것이 없어 부끄럽네.

 

 

 

 

其 四.

 

栖栖失群鳥, 日暮猶獨飛。            무리를 잃은 외로운 새, 날이 저물었어도 홀로 날고 있네.

裴回無定止, 夜夜聲轉悲。            빙 돌면서 머물지 못해 밤마다 우는 소리 더욱 슬퍼지네.

厲響思淸遠, 去來何所依。            날카로운 소리 멀리 퍼지는데 어디에 머물까 오락가락하네.

因値孤生松, 斂翮遙來歸。            홀로 서 있는 소나무에  먼 길 날아온 날개 접었네.

勁風無榮木, 此蔭獨不衰。            거센 바람에 성한 나무 없어도 이 들판에서  홀로 시들지 않았네.

託身已得所, 千載不相違。            이제 몸 의탁할 곳을 얻었으니 천년토록 떠나가지 않으리.

 

 

 

白雲在空谷、無心天上飛。           흰 구름 골짜기 위를 무심히 흐르네.

偶然隨風起、何更有戀悲。           뜻밖에 이는 바람 어찌 또 애련함을 불러 일으키나.   

游空恆泛泛、含雨亦依依。           허공에 뭉쳐 비를 머금으려는가. 

苟不霈嘉澤、曷若遄其歸。           큰 비가 쏟아지지 않지만 급히 돌아가는 것이 어떠한가?

我思古賢達、末路何多衰。           옛 현달(賢達)한 사람들, 끝에 가서는 어찌 그렇게 무너졌는가.

旣雨不能罷、亦與天道違。           비를 그치게 하지 못하듯 천도를 거스를 수 없다네.  

 

泛泛 : 표류하는 모양. 평범하다. (교제가) 깊지 못하다. 가득 찬 모양.       

依依 : 연약한 나뭇가지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양. 아쉬워하는 모양. 사모하는 모양. 섭섭해 하는 모양.

霈 : 비쏟아질 패. 비가 쏟아지다. 비가 억수로 . 큰 비. 물이 흐르는 모양. 젖다배어듦. 은택(恩澤) 비유.

 

 

 

 

其 五.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외진 곳에 오두막 지으니, 수레와 말의 시끄러움이 없다.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어찌 그럴 수 있냐 묻지만,  마음이 멀어지니 땅도 외지다.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꽃 따다가, 한가로이 남산을 바라보네.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석양 산기운이 아름다운데,  새와 더불어 돌아온다. 

此中有眞意, 欲辯已忘言。            이 중에 참뜻이 있다고  말하려 했는데 이미 말을 잊었다.

 

 

 

我本山野質、愛靜不愛喧。           나는 본래 자연을 좋아하여 조용함을 좋아하고 요란한 것을 싫어한다네.

愛喧固不可、愛靜亦一偏。           요란함을 좋아하는 것이 옳지 않지만 조용함을 좋아하는 것도 치우친 것이네.

君看大道人、朝市等雲山。           크게 도를 깨친 사람은 저자거리나 구름자욱한 산을 마찬가지로 여긴다네.

義安卽蹈之、可往亦可還。           의롭다면 따르겠지만 갈 수 있다면 돌아올 수도 있어야 하네.

但恐易磷緇、寧敦靜修言。           다만 세속에 물들까 두려워  차라리 조용히 지내며 말(言)을 수련하려네.

 

磷 : 돌문채 린/험할 령. 돌 문채. 돌틈으로 물이 흐르는 모양. 얇아지다. 돌이 닳아서 얇아지다. 운모(雲母). 조약돌. 옥돌이 빛나는 모양.

磷緇 : 변한다는 뜻.   論語 陽貨 第7章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子曰, 「然。有是言也。不曰堅乎? 磨而不磷。不曰白乎? 涅而不緇。吾豈匏瓜也哉 ! 焉能繫而不食。」

 

 

 

 

其 六.

 

行止千萬端, 誰知非與是。            사람의 행실은 천만가지로 다른데 그 옳고 그름을 누가 알겠는가.

是非苟相形, 雷同共譽毁。            구차하게 옳고 그른 것을 정해놓고 부화뇌동하여 함께 칭찬하고 헐뜯네.

三季多此事, 達士似不爾。            삼대 말엽에 그런 일 많았으나 통달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도다.

咄咄俗中惡, 且當從黃綺。            아아 ! 속세의 어리석은 자들이여 ! 차라리 상산의 사호를 따르고자 하네.

 

 

 

有人生卓然、吾獨異於是。           사람의 삶은 탁연하다고 하는데 나는 어찌 이렇게 다른가.

少愚晩益戇、無成反有毁。           젊어서는 어리석고 늙어서는 더욱 우직하니 이룬 것도 없이 도리어 무너졌네. 

自耽衆所棄、屛迹亦宜爾。           남들이 버린 것에 빠졌으니  흔적을 감추는 것도 마땅하리라.

區區口體間、豈必魚與綺。           구구하게 내 몸에 어찌 물고기와 비단을 필요로 하겠는가.

 

戇 : 어리석을 당. 어리석다우직함. 고지식하다외고집 성질.

卓然 : 의기(意氣)가 높아짐을 뜻함.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초수(焦遂)는 술 닷 말을 마셔야 바야흐로 탁연해져서, 고담과 웅변이 좌중을 경탄하게 하네 <焦遂五斗方卓然, 高談雄辯驚四筵>”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其 七.

 

秋菊有佳色、 浥露掇其英。          가을 국화가 아름다워 이슬 젖은 꽃을 꺾노라.

汎此忘憂物、 遠我遺世情。          이것을 술에 띄워 망우물 삼아 속세 떠나 보리라.   

一觴雖獨進、 杯盡壺自傾。          잔 하나로 홀로 마시며 잔이 비워지면 스스로 술병을 기울인다.

日入群動息、 歸鳥趨林鳴。          해 지면 만물도 쉬건만 새들 서둘러 돌아와 숲에서 우네.

嘯傲東軒下、 聊復得此生。          동쪽 처마 아래에서 휘파람 부니 다시 살아난 듯 하구나.

 

 

 

憶昨始來玆、四山花繁英。           지난 날 이곳에 왔을 때 사방의 산에 꽃이 많이 피어 있었네.

俄然暗衆綠、悄悄幽居情。           갑자기 녹음에 묻혀 은거해도 마음은 고요하기만 하다.

寧聞有石人、百歲苦易傾。           석상(石像)이 어찌 알겠냐만 오랜 세월 겪으면 쉽게 넘어진다네.        

邈彼古聖賢、身死道長鳴。           아득한 옛 성현들 몸은 죽었어도 오랜 세월 도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不及望門牆、咄咄如吾生。           한 치 앞에도 미치지 못하니 내 삶에 놀란다네. 

 

 

 

 

其 八.

 

靑松在東園、 衆草沒其姿。          동쪽 정원의 푸른 소나무,  그 자태가 풀들에 묻혔네.

凝霜殄異類、 卓然見高枝。          찬 서리에 모두 시들었어도,  높게 뻗은 가지 우뚝 솟았다. 

連林人不覺、 獨樹衆乃奇。          숲에 가려 몰랐으나  나무중에서 참으로 뛰어났도다.

提壺撫寒柯、 遠望時復爲。          술병들고 싸늘한 가지 어루만지며  먼 곳을 바라보고 또 본다.

吾生夢幻間、 何事紲塵羈。          삶은 잠깐의 꿈과 환상인데 어찌 속세의 굴레에 매어 살리오!

 

 

 

園林朝雨過、蔥蒨嘉樹姿。           정원에 아침 비 내리더니 파가 싱싱하고 나무도 생기가 넘치네.

晩涼生衆虛、餘靄棲高枝。           해 저무니 서늘해지며 저녁놀이 나뭇가지에 걸렸구나.   

泬寥茅屋靜、谽谺洞壑奇。           텅빈 초가는 고요하고 휑한 골짜기 기괴하다.

酒無獨飮理、偶興聊自爲。           술은 혼자 마시는 것이 아니라 짝이 있어야 흥이 나는 법.

陶然形迹忘、況復嬰塵羈。           기꺼이 육신과 행적을 잊었는데 하물며 다시 세속에 다가가 얽매이랴! 

 

靄 : 아지랭이 애(알). 아지랭이연무(煙霧). 자욱하게  기운. 구름이 모이는 모양. 구름이 길게  모양. 눈이 오는 모양.

泬 : 내뿜을 혈. 내뿜다. 물이 땅속에서 뿜어 나오다. 옳지 않다비뚤어짐. 텅  모양공허한 모양(泬寥).  廖 : 공허할 료. 쓸쓸할 료.

谽 : 곡 휑할 함.    谺 : 휑할 하. 

 

 

 

 

飮酒  九.

 

淸晨聞叩門、倒裳往自開。            새벽녘 문 두드리는 소리에, 서둘러 옷 걸치고 나가 문을 열었다.

問子爲誰與田父有好懷。            누군가 물었더니 평소 좋아하는 농부였네.

壺漿遠見侯疑我與時乖。            술병들고 멀리서 찾아와 세상과 떨어져 사는 나를 괴이하게 여기네.

襤縷茅詹下未足爲高栖。            누추하게 초가집에 사는 모습이 고상한 삶이 되지 못한다 하네.

一世皆尙同願君汨其泥。            온 세상 모두 어울려 살듯이 나도 같이 속세에 어울려야 한다네.

深感父老言稟氣寡所諧。            영감님 말씀 깊이 느끼는 바 있으나 타고난 기질이 잘 어울리지 못해,

紆轡誠可學違己詎非迷。            고삐 잡는 법을 배울 수도 있지만 자신을 거스르면 어찌 미혹에 빠지지 않으리오.

且共歡此飮吾駕不可回。            우선 이 술이나 즐깁시다.  타고난 성품은 돌릴 수 없음이니.

 

 

 

皦日出東北、巖居霧露開。            동북에서 밝은 해 뜨니 바위에 안개가 걷히는구나.        

川原曠延矚、爽朗幽人懷。            시내는 원래 넓고 길어 은사(隱士)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네

萬物各自得玄化妙無乖。            만물은 제각기 스스로 터득하여 신묘한 조화에 어긋남이 없도다.

飛飛雙燕子長夏自來棲。            한 쌍의 제비 먼 길을 날아와 긴 여름을 보내는구나.

有口不啄粟卒瘏銜其泥。            입으로 곡식은 쪼지 않고 힘들게 진흙만 물어 날라다가.

巢成養雛去物性天所諧。            둥지 틀고 새끼 기르니 천성은 하늘의 조화로다. 

無機似獨智用巧還群迷。            기회가 없어 홀로 익혔는가 재주부리다 오히려 미혹에 빠지네. 

晴簷語呢喃主人夢初回。            맑은 날 처마 밑에서 재잘거리는 모습, 주인은 처음으로 꿈을 꾸는가.

 

瘏 : 앓을 도. 앓다병에 지침. 말이 지쳐 나아가지 아니하다. 두려워하다.

呢 : 소곤거릴 니. 소곤거리다. 제비가 지저귀는 소리. 조사. 句末에서 어조를 강조함.  喃 : 재잘가릴 남. 재잘거리다. 글 읽는 소리. 

 

 

 

其 一O.

 

在昔曾遠遊、直至東海隅。            지난날 일찌기 먼 길을 여행하여 곧바로 동쪽 바닷가에 이르렀다.

道路逈且長、風波阻中塗。            길이 아득히 멀고 길이 험난하여 고생했었노라.

此行誰使然、似爲飢所驅。            그 행로는 누가 시켰던가. 굶주림에 몰려서 그랬던 것 같네.

傾身營一飽、少許便有餘。            전력을 다하면 배부를 수 있고 약간만 하여도 여유로울수 있을 것이지만,

恐此非名計、息駕歸閑居。            아마도 좋은 계책이 아닌 듯 하여, 수레돌려 돌아와 한가로이 지내노라.

 

 

 

所思在何許、天涯與地隅。            생각은 어디까지인가,  하늘 끝 땅 끝까지로다.

迢迢隔塵響、浩浩綿川塗。            속세의 소리는 아득히 멀어지고, 끝없이 이어진 내와 길 같도다. 

人生如朝露、羲馭不停驅。            인생은 아침이슬과 같은 것, 세월은 멈추지 않는다네.

手中綠綺琴、絃絶悲有餘。            가야금 줄이 끊어지니 서글픔이 이는구나.

獨有杯中物、時時慰索居。            홀로 술잔을 채우며 때때로 외로운 삶을 위로한다네.

 

羲馭 : 해를 뜻한다. 고대 중국의 산동성(山東省) 동부 바닷가 지역으로 해가 뜨는 곳이라 하였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희중(羲仲)

        에게 나누어 명하여 우이(嵎夷)에 머물게 하니 양곡(暘谷)이란 곳인데 나오는 해를 공경히 맞이하였다."고 하였다.

綠綺琴 : 거문고 이름. 고금소(古琴疏)에 “司馬相如가 玉如意賦를 지으니, 양왕이 기뻐하여 사마상여에게 하사하였다는 가야금.

        張載擬四愁詩에 「佳人遺我綠綺琴, 何以報之雙南金.」의 구절에 쓰였다. 

索居(삭거) : 무리와 떨어져 홀로 쓸쓸히 있음.  외따로 살다. 홀로 살다.

 

 

 

 

其 一一.

 

顔生稱爲仁、榮公言有道。            안연은 어질다고 이름이 높았고 영계기는 도통했다고 했다.

屢空不獲年、長飢至于老。            안연은 끼니 자주 걸러 오래 살지 못했는데  오랫동안 굶주려 쇠약해졌다.

雖留身後名、一生亦枯槁。            죽은 후 이름을 남겼으나  평생토록 궁핍하게 지냈도다.

死去何所知、稱心固爲好。            죽어 떠나면 무엇을 알겠는가. 만족함이 진실로 좋은 것이라네.

客養千金軀、臨化消其寶。            천금으로 몸을 가꾼다 해도  죽으면 그 보배도 함께 사라지네.

裸葬何必惡、人當解意表。            맨 몸으로 묻힘을 구태어 싫어 할 것 있는가.  마땅히 의표를 깨닳아야 하리라.

 

 

 

東方有一士、夙志慕斯道。            동방의 한 선비, 일찌기 뜻을 세워 학문을 좇았노라.

舂糧欲往從、守隅今向老。            단단히 마음먹고 따라갔지만  이제는 모퉁이만 지키며 늙어간다.

孰能諭迷塗、人皆惡衰槁。            누가 헤메고 있음을 깨닫겠는가, 모두 쇠락해짐을 싫어한다네. 

蹙蹙顧四方、不見同所好。            잔뜩 움추려 사방을 둘러봐도 함께 할 자 보이지 않는다. 

空知五車書、終勝萬金寶。            부질없이 많은 책만 읽었으나 결국 만금의 보화보다는 낫다네.

至哉天下樂、從來不在表。            지극하도다 천하의 즐거움은, 옛부터 표면에 있는 것이 아니로다.

 

舂糧 :  밤을 세워 쌀을 찧어 양식을 준비한다 는 뜻.   適百里者, 宿春糧., 適千里者, 三月聚糧. 之二蟲又何知!  <莊子 遡遙遊 (3)>

 

 

 

 

其 一二.

 

長公曾一仕、壯節忽失時。            장장공(張長公)은 일찍이 한 차례 벼슬했으나, 장년에 갑자기 세상을 버렸다.

杜門不復出、終身與世辭。            문을 닫아걸고 다시 나가지 않았으며 종신토록 세상을 멀리했다.

仲理歸大澤、高風始在玆。            양중리도 대택으로 돌아오자 고상한 기풍이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一往便當已、何爲復狐疑。            한번 나갔으면 마땅히 그만둘 것인데 어찌 또 의심하는가.

去去當奚道、世俗久相欺。            가고 또 가고 어디로든 가야지. 세상은 오랫동안 서로 속여왔으니

擺落悠悠談、請從余所之。            한가한 이야기는 그만 두고 내 가는 곳으로 따라 올 지어다.

 

 

 

問君今何爲、麥秋正丁時。            그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리거두기 딱 좋은 때이네.

山泉淸可釀、自勸寧有辭。            산의 샘물이 맑아 술을 빚을 수 있다고 꼭 권하여 말하게.  

每攬昔人懷、感慨祇如玆。            옛 사람의 마음을 대할 때마다 이처럼 감개무량하구나. 

安得金蘭友、趣舍不復疑。            어떻게 금란지우를 얻을 수 있을까 다시는 의심하지 말게.

片言釋千誣、一誠消百欺。            한 마디 말로 온갖 거짓을 막고 한결같은 정성으로 거짓을 없앤다네.

此時忘憂物、吾亦可已之。            이때 한잔 술로 나 또한 그치게 할 수 있으리라.

 

 

 

 

其 一三.

 

有客常同止、取捨邈異境。            어떤 사람 함께 살면서도 하는 짓은 전혀 딴 세상 사람이로다.

一士常獨醉、一夫終年醒。            한 사람은 늘 취해 있고,  한 사나이는 일년 내 맨 정신이네.

醒醉還相笑、發言各不領。            취하지 않은자와 취한자가 또 서로 비웃는데 말을 해도 통하지 않네.

規規一何愚、兀傲差若穎。            한 사람은 고지식하여 얼마나 어리석은지,  오똑하니 거만한자가 조금 나은 듯하다.

寄言酣中客、日沒燭可秉。            취한 자에게  한 마디 하겠노라. 날 저물면 촛불 켜고 계속 마시라고.

 

 

 

我思千載人、蘆峯建陽境。            천 년의 인재를  생각하나니 건양 노봉에서 살았노라. 

藏修一庵晦、著書萬古醒。            오로지 회암에 은거, 학문을 닦으며 만고에 깨우침을 줄 책을 저술하였다.   

往者待折衷、來者得挈領。            과거의 학문은 간추리고 후진에게는 요령을 터득하게 하였다.

懿哉盛授受、源遠雜魯穎。            아름답도다! 활발하게 주고 받음이여, 먼 옛날에 발원하여 공자를 만났도다. 

口耳障狂瀾、心經嘉訓炳。            도를 전하여 邪道의 거센 물결을 막고, 심경은 아름다운 가르침을 빛냈도다. 

 

蘆峯 : 복건성(福建省) 건양현(建陽縣) 서쪽에 있는 산으로 본디 이름은 노봉(蘆峯)인데 주자(朱子)가 그곳에 회암초당(晦庵草堂)을 짓고 

         글을 읽으며 운곡이라고 고쳤다. <朱子大全 卷78 雲谷記>

挈 : 끌 설/끊을 계. 끌다. 손으로 들다. 거느리다. 이끎. 갖추다이룩함. 급한 모양. 끊다. 새기다흠집을 . 문서. 증표. 

魯穎 : 노나라의 훌륭한 사람, 곧 공자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며,  道가 요순으로부터 발원하여 공자에게 이어짐을 뜻하는 구절로 봄.

 

☞ 心經:

송나라 학자 진덕수(眞德秀)가 경전과 도학자들의 저술에서 심성 수양에 관한 격언을 모아 1234년에 편찬한 수양서.

내용은 먼저 경전에서 뽑은 것으로 ≪서경≫(1장)·≪시경≫(2장)·≪역경≫(5장)·≪논어≫(2장)·≪중용≫(2장)·≪대학≫(2장)·≪예기≫ 악기(樂記)편(3장)·≪맹자≫(12장)의 29장이 실려 있고, 다음에 송나라 도학자들의 글로는 주돈이(周敦頤)의 <양심설 養心說>과 ≪통서 通書≫·<성가학장 聖可學章>, 정이(程頤)의 <사잠 四箴>, 범준(范浚)의 <심잠 心箴>, 주희(朱熹)의 <경재잠 敬齋箴>·<구방심재잠 求放心齋箴>·<존덕성재잠 尊德性齋箴>으로 7편이 실려 있다.

 

眞德秀

송(宋) 나라의 유학자이자 정치가로 지금의 福建省 建寧府 浦城 출신. 寧宗때인 1199년에 進士가 됐고, 1205년에 현직 관료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시험인 博學宏詞科에 합격했다. 1225년 이후 理宗의 총애를 받아 中書舍人, 禮部侍郞에 임명됐지만, 재상 史彌遠의 탄핵으로 파직됐다. 벼슬자리를 떠나 있으면서 ‘황제의 다움을 닦고 다스림을 보필하기 위해’ 『대학연의』를 집필했다. 사미원 사망 후 1234년에 다시 정계에 복귀하여 황제에게 『대학연의』를 바쳤고, 戶部尙書를 거쳐 翰林學士知制誥, 參知政事에 올랐으나 1년이 채 되지 않은 58세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선 전기에는 『대학연의』가 널리 읽혔고 조선 후기에는 그의 다른 저작인 『심경』이 선비들의 필독서로 각광받았다. 그 밖의 저서로는 『당서고의(唐書考疑)』 『독서기(讀書記)』 『문장정종(文章正宗)』 『서산갑을고(西山甲乙稿)』 『서산문집(西山文集)』 등이 있다.  

          

 

 

 

其 一四.

 

故人賞我趣、挈壺相與至。            옛 친구들이 놀러온다더니  술병들고 함께 왔네.

班荊坐松下、數斟已復醉。            소나무 밑에 앉아 정을 나누다 보니  몇잔에 이미 취했도다.  

父老雜亂言、觴酌失行次。            어른들 어지러이 떠들고 술잔도 두서가 없다.

不覺知有我、安知物爲貴。            내가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데 어찌 재물이 귀한줄 알겠는가.

悠悠迷所留、酒中有深味。            여유롭게 마음 놓고 마시니 술마시는 중에 깊은 맛이 있도다.

 

 

 

舜文久徂世、朝陽鳳不至。            순임금, 주문왕이 세상을 떠난지 오래고, 조양에 봉황도 오지 않네.

祥麟又已遠、叔季如昏醉。            상서로운 기린은 이미 멀어졌고 末世라 정신을 놓을만큼 술에 취한듯하다.

仰止洛與閩、群賢起鱗次。            정자(程子)와 朱子를 우러러 뭇 賢士들이 잇따랐도다. 

吾生晩且僻、獨昧修良貴。            나는 늦고 외진 곳에 태어나, 홀로 어두워 진실로 귀한 도를 닦지 못했노라.

朝聞夕死可、此言誠有味。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하였으니 이 말은 참으로 의미가 있구나.

 

朝陽 : 詩經 大雅/卷阿에 다음과 같은 文句가 있다.  일반적으로 어진 인재가 때를 만나 일어나는 것을 뜻함.

 

鳳皇鳴矣,于彼高岡。                봉황이 우네, 저 높은 산에서.

梧桐生矣,于彼朝陽。                오동나무가 자라네, 저 아침 해뜨는 곳에서.

菶菶萋萋,雍雍喈喈。                오동나무 무성하고 봉황의 울음소리 아름답도다.

 

鳳不至 : 論語 子罕篇 (第 8章)에 「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라 했는데 공자가 철환주유를 했지만 도가 펴지지 않아 탄식하는 말.

祥麟(罹禍) : 공자가 기린이 나왔다가 맞아 죽는 것을 보고 울었다그가 춘추를 짓다가 그 때부터 붓을 끊고 말았다

                그러나 사기 공자세가를 찾아보아도 그 같은 기록이 없고 다른 자료가 있나 검색해봐도 찾을 수 없었다. 차후로 미룬다. 

叔季 : 末世. 몰락한 시기. 

洛閩 : 程子가 살던 洛陽과  주자가 살았던 閩中.

良貴 : 孟子의 다음 구절에 나오는 문구. <告子 上 第17章>

        「人之所貴者, 非良貴也。趙孟之所貴, 趙孟能賤之。남이 귀하게 한 것은 진실로 귀한 것이 아니다. 조맹이 귀하게 하였으면

        조맹이 천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朝聞夕死可 : 논어에 나오는 말. 「朝聞道夕死可矣.」 <里仁 第 8章>

 

 

 

 

 

其 一五.

 

貧居乏人工、灌木荒余宅。            가난한 살림이라 손길이 닿지 않으니  내 집의 나무들이 거칠게 자랐네.

班班有翔鳥、寂寂無行跡。            날아다니는 새들만 보일 뿐 적적하고 사람의 자취도 없다.

宇宙一何悠、人生少至百。            우주는 아득한데 사람 사는 건 겨우 백년이로다.

歲月相催逼、鬢邊早已白。            세월이 재촉하고 다그쳐  귀밑머리 이미 희어졌네.

若不委窮達、素抱深可惜。            곤궁과 영달의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평소 깊이 지닌 마음 애석하리라.

 

 

 

道邇求諸遠、滔滔曠安宅。            도가 가까이 있는데도 멀리서 구하며 도도히 편안한 집을 비워두는구나.

哲人有緖言因可追心迹。            철인의 말을 찾아보면 그 마음의 행적에 이를 수 있으리라.         

苟未及唯一何異誇聞百。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백 가지를 들었다고 과장하니 어찌 괴이하지 않은가.

常怪楚狂輩妄自分黑白。            초나라의 미친 무리를 항상 괴이히 여겼는데 함부로 흑백을 구분하는구나.

遇聖不遜志潔身還可惜。            성인을 만나도 뜻이 불손하다면 몸을 깨끗이 하여도 오히려 애석할 뿐이네.

 

道邇求諸遠 : 孟子에 나오는 문구이다. 「道在爾而求諸遠, 事在易而求諸難。」  <孟子 離婁 上 第11章>

           도가 가까운데 있는데  먼 곳에서 구하며, 일이 쉬운 곳에 있는데 어려운 곳에서 구한다,

曠安宅 : 맹자에 나오는 문구. 「仁人之安宅也, 義人之正路也。曠安宅而弗居, 舍正路而不由, 哀哉!」  <孟子 離婁 上 第8章>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며, 의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 편안한 집을 비워 살지 않고, 바른 길을 버리고 행하지 않으니 슬프구나!

 

 

 

 

 

其 一六.

 

少年罕人事、遊好在六經。            어려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육경에 묻혀 지냈노라.

行行向不惑、淹留遂無成。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지만 제자리에 머문채 이룬 것도 없도다.

竟抱固窮節、飢寒飽所更。            결국 궁핍과 절의를 고집하다 굶주림과 추위만 실컷 겪었도다.

弊廬交悲風、荒草沒前庭。            헐어빠진 오두막에 가을바람 불어닥치니 앞뜰 잡초도 수그러지네.

披褐守長夜、晨鷄不肯鳴。            핫 옷 걸치고 긴 밤 지새는데 새벽이 와도 닭조차 울지 않도다.

孟公不在玆、終以翳吾情。            이에 맹공도 없으니 종내 내 마음 답답하기만 하다.

 

 

 

吾東號鄒魯、儒者誦六經。            우리나라는 동방의 추로지향으로 선비들은 육경을 암송했다네.

豈無知好之、何人是有成。            어찌 그것을 모르고 좋아하지 않았겠는가, 누가 그것을 이루었던가?

矯矯鄭烏川、守死終不更。            정몽주가 오똑하여 죽음으로 절의를 지키고 끝내 바꾸지 않았다.

佔畢文起衰、求道盈其庭。            김종직이 쇠해진 학문을 일으켜 도를 구하는 선비들이 뜰을 메웠다네.

有能靑出藍、金鄭相繼鳴。            청출어람이라 김굉필과 정여창이 학문을 이어 명성을 날렸도다.

莫逮門下役、撫躬傷幽情。            나는 그 문하에 이른 적이 없어 아쉬움을 달래노라.

 

鄒魯 : 鄒魯之鄕.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을 이르는 말. 

鄭烏川 : 포은 정몽주의 고향으로 포항시 오천읍.        佔畢 : 佔畢齋 金宗直.

靑出於籃 : 性惡說을 제창한 筍子의 글에서 나오는 한 구절. 學不可以己, 靑取之於藍而靑於藍, 氷水爲之而寒於水.」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이르는 말이다. 

 

 

 

 

 

其 一七.

 

幽蘭生前庭、含薰待淸風。            향기 그윽한 난초가 앞뜰에 피어 향기 머금고 맑은 바람 기다린다.

淸風脫然至、見別蕭艾中。            맑은 바람 솔솔 불어오니.  쑥 향과는 다르구나.

行行失故路、任道或能通。            가고 또 가다가 옛 길을 잃었는데  도에 따르면 혹 통할 수 있으려나.

覺悟當念還、鳥盡廢良弓。            돌아갈 생각에 각오하는 바는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도 쓸모가 없도다.

 

 

 

蕭蕭草蓋屋、上雨而旁風。            쓸쓸한 초가집, 위에서는 비가 새고 옆에서는 바람이 든다.

就燥屢移牀收書故篋中。            자주 침상을 옮겨 말리고 책을 거두어 낡은 상자 속에 넣는다. 

但撫無絃琴寧知窮與通。            줄없는 거문고만 어루만질 뿐인데 어찌 궁박함과 영달을 상관하겠는가?

誇言笑宋玉欲掛扶桑弓。            호언장담했던 송옥을 비웃으며 활을 부상에 걸으려 한다네.

 

窮與通 : 古之得道者, 窮亦樂, 通亦樂, 所樂非窮通也. 道德於此, 則窮通爲寒暑風雨之序矣. <莊子 讓王 (12)>

誇言 ~ : (楚)襄王謂宋玉曰, 「女能大言乎?」 , 「彎弓掛扶桑, 長劒倚天外.」<荊楚故事>에 나오는 문구라 하나 확인이 어렵다. 

扶桑 : 신화에서 동해에 있다고 하는 신목[神木]. 그 밑에서 해가 떠오른다 하여 해가 뜨는 곳이나 해를 가리킴.

 

 

 

 

其 一八.

 

子雲性嗜酒家貧無由得。             양자운(揚雄)은 천성으로 술을 즐겼으나 집이 가난하여서 마실 수가 없었네.

時賴好事人載醪袪所惑。             때로 호사가들이 그에 의지하여  술 싣고 가서 의혹을 풀곤 하였다네.

觴來爲之盡是諮無不塞。             술잔이 오면 다 마셔 버리고 물으면 막힘이 없었다.

有時不肯言豈不在伐國。             말하려 들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어찌 나라를 친데 있지 않았겠는가.

仁者用其心何嘗失顯默。             인자가 마음 씀에 있어  언제 드러내고 침묵하는 것을 잊은 적이 있었던가.

 

 

 

酒中有妙理未必人人得。             술에도 묘한 이치가 있으나  사람마다 모두 깨닫는 것은 아니네. 

取樂酣叫中無乃汝曹惑。             거나하게 취해 즐겁게 떠드는 중에 너희들은 미혹에 빠지지 않는가.

當其乍醺醺浩氣兩間塞。             잠시 즐기는 중에 호기가 충만해진다네.

釋惱而破吝大勝榮槐國。             번뇌에서 벗어나고 군색함도 없어지니 남가일몽 속의 영화보다는 낫다네. 

畢竟是有待臨風還愧默。             결국 이것도 때가 있음이니 바람 한번 쏘이면 부끄러워져 말을 잊는다네.         

 

酒中有妙理 : 두보의 시 <晦日尋崔戢李封>에 「濁醪有妙理, 庶用慰浮沈.」이란 문구가 있다. 

醺 : 취할 훈. 취하다얼근히 취함. 냄새 나다술냄새가 . 즐거워하는 모양(醺醺). 물들다.

槐國 : 槐安國. 중국 당나라의 이공좌가 지은 소설 「南柯太守傳」에 나오는 상상 속의 개미의 나라. 그 소설에서 南柯一夢이 유래됨.

待 : 때.

 

 

 

 

其 一九.

 

疇昔苦長飢投耒去學仕。             지난날 오랜 굶주림에 지쳐 쟁기 내던지고 벼슬길을 배웠도다.

將養不得節凍餒固纏己。             가족 부양에 절의를 지킬 수 없었는데 추위와 굶주림이 나를 꽁꽁 얽어매었다.

是時向立年志意多所恥。             그 때 나이 30을 바라보았는데,  마음 속 뜻과 마음에 심히 부끄러웠다.

遂盡介然分拂衣歸田里。             이에 뜻에 따라 결단코 분수를 지키고자 관복을 벗어 던지고 시골로 돌아왔도다.

冉冉星氣流亭亭復一紀。             어느덧 세월이 흘러  어언간 또 12년이 지나갔네.

世路廓悠悠楊朱所以止。             세상살이 넓고 아득하여 양주(楊朱)같이 길 몰라 망설였네.

雖無揮金事濁酒聊可恃。             비록 마구 뿌리고 쓸 돈은 없으니  탁주에 기댈뿐이네.

 

 

 

小少聞聖訓、學優乃登仕。             어린 시절 성인의 가르침에 학문이 뛰어나면 벼슬길에 오른다 하였네. 

偶爲名所累、輾轉徒失己。             뜻밖에 이름이 연루되기라도 한다면 이리저리 떠돌며 자신을 망칠 뿐이네.

龍鍾猶强顔、竊獨爲深恥。             못나고 낯 두껍지만 은밀히 혼자가 되면 심히 부끄러워한다. 

高蹈非吾事、居然在鄕里。             높은 벼슬은 내 일이 아니니 고향에서 조용히 지내리라.

所願善人多、是乃天地紀。             선인이 많기를 바라는데 이야말로 천지간의 근본이 되는 것이네.

四時調玉燭、萬物各止止。             사계절의 기운이 조화를 이룬다면 만물은 각기 제 자리를 찾을 것이네. 

畢志林壑中、吾君如怙恃。             산 깊숙한 곳에서 내 뜻 다 펼치며 임금을 믿고 의지하려네.    

 

龍鍾 : 삼국사기 온달전에 이 문구가 나온다. 못생긴 모습.  徐居正의 시에 「龍鍾」이란 제목의 시가 있다. 

强顔 : 부끄러움을 모르는 모양. 劉向의 列女傳/辨通傳 齊鍾離春에 그 표현이 나온다. 낯두꺼운 모양. 

玉燭 : 사철의 기후가 고르고 날씨가 화창하여 해와 달이 훤히 비침. 임금의 덕화. 사철의 기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말하는데, 임금의

        덕이 옥처럼 아름다워서 사시 화기의 상서를 이룰 수 있다는 것. 

 

 

 

 

其 二O.

 

羲農去我久擧世少復眞。             복희와 신농이 떠난지 오랜데  온세상에 자연으로 되돌아가는자는 드물다.

汲汲魯中叟彌縫使其淳。             애태우던 노나라의 노인(공자)은  미봉책이나마 세상을 순박하게 만들려 했네.

鳳鳥雖不至、禮樂暫得新。             봉황새는 이르지 않았어도 예악은 잠시나마 새로워졌도다.

洙泗輟微響漂流逮狂秦。             수사 강가의 가르침이 끊기고  세월이 흘러 광포한 진나라에 이르렀도다.

詩書復何罪一朝成灰塵。             시서(詩書)에 또 무슨 죄가 있어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만들었나.

區區諸老翁爲事誠殷勤。             (한나라의) 세심한 노학자들이 정성으로 복구하였으나,

如何絶世下六籍無一親。             어찌하여 세상이 단절되어  육경(六經)을 아무도 가까이하지 않네.

終日馳車走不見所問津。             온종일 수레 달려도 나루터 묻는 이 보이지 않네.

若復不快飮空負頭上巾。             다시 호쾌하게 마시지 않는다면   두건 쓴 뜻 부질없이 저버리는 것이로다.

但恨多謬誤君當恕醉人。             단지 못된 소리 많았을까 유감이나  술취한 사람이니 용서할지어다.

 

 

 

近代蘇雲卿、漢時鄭子眞。             근대에는 소운경, 한나라 때에는 정자진이 있었다.

遯迹意何如、聊欲還其淳。             종적을 감춘 뜻은 무엇인가, 애오라지 질박한 삶으로 돌아간 것이었도다. 

千歲如流電、萬事更故新。             천년 세월이 번개같이 흘러, 모든 일에 옛 것이 새 것으로 바뀐다.

伯夷本歸周、黃公竟避秦。             백이는 본래 주나라에 귀순하려 하였고 황공은 끝내 진(秦)나라를 피했다. 

古來英傑士、終不墜風塵。             옛부터 영웅과 훌륭한 선비들이 끝내는 속세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聖賢救世心、豈必夙夜勤。             성현들이 세상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어찌 온종일 힘써야 하는가.

卓哉柴桑翁、百世朝暮親。             훌륭하도다. 시상의 노인이여. 오랜 세월 아침저녁으로 가까이 했노라. 

湯湯洪流中、惟子不迷津。             거센 큰 물결 속에서도 오직 그대만이 나루터가는 길을 잊지 않았도다.

同好陸修靜、晩負廬山巾。             육수정과 함께 즐겨 늙으막에 여산건을 버렸도다. 

安得酒如海、喚起九原人。             어찌 바다만큼 술을 얻어 구원에 누워있는 자들을 불러 일으킬까?

 

蘇雲卿 : 宋代의 사람. 일년 내내 해진 옷 한 벌 짚신 한 켤레로 채소 심고 신 삼아 팔아 자급자족하고 하루종일 문닫고 누워있거나 무릎꿇고 보내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젊은 시절 張浚과 친한 사이였는데 장준이 재상이 되어 서한과 선물이 답지하자 종적을 감추었다고 함. <貧士傳>

鄭子眞 : 漢 成帝때 사람으로 이름은 정박(鄭樸). 도인으로 고결하며 조용히 지내 주위의 존경을 받았음. 성제때 대장군 왕봉(王鳳)이 예를 갖추어 초빙했으나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고 함.  이에 양웅(楊雄)이 "곡구(谷口) 정자진은 산중에서 밭을 갈지만 명성이 서울에 떨쳤다."고 하였다. <高士傳 卷中 鄭樸>

黃公 : 중국을 통일하자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상산사호(商山四晧) 중의 하나인 최광(崔廣)을 말함. 최광은 최곽(崔廓)이라고도 하며 자는 문통(文通)이다. 일찍이 하리(夏里)에 은거하였던 적이 있어서 호를 하황공(夏黃公)이라 하였다.

柴桑 : 도연명이 태어난 고향. 

迷津 : 論語(微子 第 6章)에 「長沮桀溺耦而耕, 孔子過之使子路問津焉。」의 문구가 있다. 

 

陸修靜(406 ~477) : 남송때의 도사.

流泉匝寺, 下入虎溪. 昔慧遠法師送客過此. 虎輒號鳴, 故名之. 時陶元亮居栗里山, 山南陸修靜, 亦有道之士. 遠師嘗送此二人, 與語合道, 不覺過此. 因相與大笑. 今世傳三笑圖蓋本於此.

유천(流泉)은 절을 돌아 내려가 호계로 들어간다. 옛날 혜원법사(慧遠法師)가 손님을 배웅할 때 이곳을 지나는데 갑자기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 호계라 이름 지었다. 당시 도연명(陶淵明, 도원량(陶元亮))은 율리산에 살았고, 산남의 육수정(陸修靜)도 도를 아는 선비였다. 혜원법사가 이 두 사람을 배웅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도취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호계를 지나쳐 버리고는 모두 크게 웃어 댔다(虎溪三笑). 오늘날 전해지는 삼소도(三笑圖)는 이에 근거한 것이다.

 

廬山巾 : 산건(山巾)은 은거하며 지내는 도사들이 간편하게 쓰는 두건을 말하는데, 보통 은자의 비유로 많이 쓰인다. 여산건은 여산에서 은거한 중국 남송(南宋) 시대의 도사(道士) 육수정(陸修靜)을 뜻하며, 여기서는 만년에 송 명제(明帝)의 부름을 받아 황제의 융숭한 대접을 받다가 죽은 육수정의 처사를 못마땅하게 비유한 것임.

九原 : 구원은 원래 춘추시대 진(晉) 나라 경대부들의 묘지를 말하나 나중에는 일반 묘지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