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漢詩/李奎報

東明王篇 幷序

柳川 2021. 12. 24. 10:59

                                                   東明王篇  幷序

 

 

                                                                                                                  李   奎 報

 

世多說東明王神異之事。雖愚夫騃婦, 亦頗能說其事。僕嘗聞之, 笑曰, 「先師仲尼不語怪力亂神, 此實荒唐奇詭之事, 非吾曹所說。」 及讀魏書通典, 亦載其事, 然略而未詳。豈詳內略外之意耶。越癸丑四月, 得舊三國史, 見東明王本紀, 其神異之迹, 踰世之所說者。然亦初不能信之, 意以爲鬼幻。及三復耽味, 漸涉其源, 非幻也乃聖也, 非鬼也乃神也。況國史直筆之書。豈妄傳之哉。金公富軾重撰國史。頗略其事。意者公以爲國史矯世之書。不可以大異之事爲示於後世而略之耶。按唐玄宗本紀楊貴妃傳, 並無方士升天入地之事? 唯詩人白樂天恐其事淪沒, 作歌以志之。彼實荒淫奇誕之事, 猶且詠之以示于後, 矧東明之事。非以變化神異眩惑衆目。乃實創國之神迹。則此而不述。後將何觀。是用作詩以記之。欲使夫天下知我國本聖人之都耳。

 

騃 : 어리석을 애/짐승가는모양 사. 어리석다. 말이 달리다. 그 모양.       吾曹 : 吾輩. 우리, 우리들. 

通典 : 당의 두우(杜佑)가 766년에서 801년에 걸쳐서 편찬한 중국 최초의 정치서적.

怪力亂神 : 論語 <述而 第20章>에 나오는 말.  「吾不語怪力亂神。」

 

 

세상에서는 동명왕에 대한 신비하고 기이한 일을 많이 말한다.  우매한 자나 어리석은 아낙네일지라도 그 일을 매우 잘 말할 수 있다. 

내가 일찌기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옛 스승인 중니(仲尼)께서도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실로 황당무계한 일이라 우리가 말할 것이 아니다."

그 후 위서(魏書)와 통전(通典)을 읽어보니 역시 그 일이 등재되어 있었으나 간략하고 상세하지 않았다.  어찌 국내의 일은 상세하고 국외의 일은 간략하게 기재하였는가? 계축년 (癸丑年 : 1193. 명종 23년) 4월  구삼국사(舊三國史)를 얻어 동명왕 본기를 읽어보니 그 자취가 신비스럽고 기이하여 세상에서 이야기되는 것보다 더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어 귀신이나 환술의 이야기로 여겼다.  세번이나 반복해서 그 의미에 탐닉하여 점차 그 기원을 섭렵해 보니 환(幻)이 아니라 성(聖)이었고 귀(鬼)가 아닌 신(神)이었다. 하물며 나라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썼으니 어찌 허망한 사실을 전했겠는가?  김부식공이 국사를 중찬(重撰)할 때 그 일을 많이 생략했으니 공은 국사는 세상을 바로잡는 글이라 매우 이상한 일은 후세에 보여줄 수 없다고 여기고 그 일을 약술(略述)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인가?

당현종 본기와 양귀비전을 상고해 보면 모두 방사(方士 : 道士)가 승천하고 땅에 들어간 일이 없었던가? 오로지 시인 백낙천만이 그 일이 묻힐까 두려워 노래를 지어 기록하였다. 그것이 실로 황당하고 음탕하며 기이하고 속이는 일인데도 오히려 그 일을 읊어 후세에 보였는데 하물며 동명왕의 일은 그 변화가 신비하고 기이하여 뭇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나라를 창건한 신비스러운 족적(足迹)인데도 이를 기술하지 않는다면 후인(後人)들이 장차 어떻게 볼 것인가? 

이에 시를 지어 그 일을 기록하므로써 천하가 우리나라는 성인의 나라임을 알게 하고자 할 뿐이다.

 

 

 

元氣判?渾、天皇地皇氏。            한 덩어리로 뭉친 원기가 갈라져 천황씨와 지황씨가 되었다. 

十三十一頭體貌多奇異。            머리가 열 셋 또는 열 하나, 모습이 매우 기이하였도다. 

其餘聖帝王亦備載經史。            나머지 성스러운 제왕도 모두 경서와 사기에 등재되었다.

女節感大星乃生大昊摯。            여절(女節)은 큰 별에 감응되어 태호 지(摯)를 낳았고, 

女樞生顓頊亦感瑤光暐。            여추(女樞)는 전욱을 낳았으며 역시 북두의 광채에 감응되었다. 

伏羲制牲犧燧人始鑽燧。            복희는 희생의 제도를 만들었고 수인씨(燧人氏)는 나무를 부벼 불을 만들었다. 

生蓂高帝祥雨粟神農瑞。            명협이 나타난 것은 요임금의 복이며, 곡식이 내린 것은 신농씨의 복이다.

靑天女媧補洪水大禹理。            푸른 하늘은 여와씨가 기웠고 홍수는 우임금이 다스렸다. 

黃帝將升天胡髥龍自至。            황제 헌원씨가 하늘로 올라갈 때 수염난 용이 스스로 이르렀다.

太古淳朴時靈聖難備記。            아주 오랜 옛날 순박할 때에는 신령스럽고 성스러움을 모두 기록하기 어려웠다.

後世漸澆漓風俗例汰侈。            후세에는 점점 각박해져서 풍속이 거의 지나치게 사치해졌다. 

聖人間或生神迹少所示。            성인이 간혹 나기는 했어도 신령스러운 자취는 보기 드물었도다. 

 

 

★★★ 청색 글자는 원 작자의 注이며,    [注] 표시된 청색글자는 번역자의 注임.

 

 

[注]

? : 동양고전종합DB에는 狉로 되어있다.  狉 : 삵의 새끼 비. 삵의 새끼. 너구리의 새끼. 짐승이 떼지어 달리는 모양. 떼지어 달리다.

十三十一頭 : 전설에 의하면 천지가 개창(開創)될 때 삼황(天皇, 地皇, 人皇)이 나타나 다스리기 시작했는데 천황은 머리가 13,

        지황은 11, 인황은 9이었다고 함. 

女節 : 皇帝의 正妃로 황아(皇兒)라고도 라는데 밤에 별에서 무지개같은 기운이 내려오는 꿈을 꾸고 지(摯)를 낳았고, 여추(女樞)는 摯의

         아내로 북극성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태기가 있어 24개월만에 전욱(顓頊)을 낳았다고 함. 

大昊 : 북방의 한 계열(전욱족)은 태양신을 희(羲:伏羲)라 부르고 용을 태양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 계열이 바로 하나라 사람의 선조이

         다.(이로써 夏가 동이국가임을 알겠다) 동방의 일족(제곡)은 태양신을 준(晙)이라 불렀으며 봉(鳳)을 태양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 계열은 상나라 사람의 선조이다. 전욱은 호를 고양(高陽) 씨라 하며 태호(太昊)족에 속하고, 제곡은 호를 고신(高辛)씨라 하며  

         소호(少昊)족에 속한다. 소호와 태호라는 명칭은 두 종족이 친연관계가 있음을 표명해 주고 있다.

暐 : 햇빛 위.      瑤 : 아름다운 옥 요. 아름다운 옥. 사물의 미칭. 북두자루.    蓂 : 명협 명. 명협(蓂莢). 달력 풀. 

蓂莢 : 명협은 요임금 때 조정의 뜰에 나타났다는 서초(瑞草). 초하룻날부터 매일 한잎씩 나서 자라다가 보름이 지나면 한 잎씩 줄어들 

         다가 그믐이 되면 말라버리는 까닭에 이것을 보고 달력을 만들었다 함. 역초(曆草)라고도 함.

黃帝 ~ : 史記 封禪書에 黃帝가 형산(荊山)아래에서 구리(銅)으로 솥(鼎)을 주조하자 턱에 수염을 드리운 용이 내려와 황제를 태우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였다. 

胡髥 ; 턱수염.        澆 : 물댈 요(교), 물대다. 물을 줌. 엷다. 경박함. 엷게 하다. 물결이 맴돌다. 맴도는 물결.   

漓 : 스며들 리. 스며들다. 흐르는 모양. 엷다.     例 : 거의다, 대부분. 대개.

 

 

 

漢神雀三年孟夏斗立巳。            한나라 신작 3년 초여름(4월)  북두가 사방(巳方 : 東南쪽)을 가리키며 서있었다.   

海東解慕漱眞是天之子。            해동의 해모수는 진정한 하늘의 아들이었다.

 

漢神雀三年四月甲寅。  한나라 신작 3년(기원전 59년) 4월 갑인일.  

 

本記云。夫余王解夫婁老無子。祭山川求嗣, 所御馬至鯤淵, 見大石流淚。王怪之, 使人轉其石, 有小兒金色蛙形。王曰, 「此天錫我令胤乎。」乃收養之, 名曰金蛙。立爲太子。其相阿蘭弗曰, 「日者天降我曰, 『將使吾子孫立國於此。汝其避之。』 東海之濱有地, 號迦葉原。土宜五穀。可都也。」 阿蘭弗勸王移都, 號東夫余。於舊都。解慕漱爲天帝子來都。 

 

(舊三國史)본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부여왕 해부루는 늙도록 아들이 없었다. 산천에 제사를 지내 후사를 구하고자 빌러 가는데 타고 가던 말이 곤연에 이르자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왕이 괴이히 여겨 사람을 시켜 그 돌을 굴리자 금빛의 개구리 형상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왕이 말했다. "이 아이는 하늘이 나에게 주는 아들이다." 

그리하여 그 아이를 거두어 길렀는데 이름을 금와라 하고 태자로 삼았다. 

재상 아란불이 말했다. "지난 날 천제가 제게 내려와서 말하기를, '내 자손으로 하여금 이곳에 나라를 세우게 할 것이니 너희는 떠나거라.' 하였는데 동쪽 바닷가에 가섭원이라는 땅이 있어 오곡을 심기에 알맞아 도읍으로 하기 좋습니다."

아란불이 왕에게 권하여 도읍을 옮기고 나라이름을 동부여라고 하였다. 구 도읍에는 해모수가 천제의 아들로 내려와 도읍으로 정하였다.

 

 

 

初從空中下身乘五龍軌。            처음 하늘에서 내려올 때 자신은 오룡(五龍)이 끄는 수레를 타고,

從者百餘人騎鵠紛襂襹。            따르는 사람 100여명은 고니를 타고 날개옷을 입었다.

淸樂動鏘洋彩雲浮旖旎。            청아한 음악소리 울리며 채색 구름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漢神雀三年壬戌歲。天帝遣太子降遊扶余王古都, 號解慕漱。從天而下乘五龍車, 從者百餘人皆騎白鵠, 彩雲浮於上, 音樂動雲中。止熊心山, 經十餘日始下, 首戴烏羽之冠, 腰帶龍光之劒。 

 

한나라 신작 3년 임술년에 천제가 태자를 부여왕 옛 도읍터에 내려보내 노닐게 하였는데 이름이 해모수였다. 하늘에서 오룡거를 타고 내려왔으며 종자 100여명은 모두 흰색 고니를 타고 왔는데, 하늘에는 채색 구름이 떠 있었고 음악소리가 구름 속에서 울렸다.  웅심산에서 그쳤다. 웅심산에서 머물다가 10여일이 지나 비로소 내려오는데 머리에는 까마귀 깃으로 만든 관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검을 찼다.

 

[注]

襂 : 늘어질 삼. 늘어지다. 옷이나 깃털이 늘어진 모양. 깃발. 기각(旗脚). 홑옷.      襹 : 우의의 모양 시. 우의(羽依)의 모양. 깃발 모양.

旖 : 깃발 펄럭일 의.       旎 : 깃발 펄럭이는 모양 니.            旖旎 : 성(盛)한 모양,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양, 깃발이 펄럭이는 모양.

 

 

 

自古受命君何是非天賜。            예로부터 천명을 받은 군왕이, 하늘에서 받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白日下靑冥從昔所未視。            대낮에 푸른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옛날부터 보지 못했다네.

朝居人世中暮反天宮裡。            아침에 인간 세상에 나왔다가 밤이 되면 천궁으로 돌아갔다.

 

朝則聽事。暮卽升天。世謂之天王郞。 아침에는 정사를 듣고 밤이면 하늘로 올라가 세상에서는 천왕랑(天王郞)이라 불렀다. 

 

 

吾聞於古人蒼穹之去地。            내가 옛사람에게서 듣기로 하늘에서 땅까지의 거리는

二億萬八千、七百八十里。            이억 만 팔천 칠백 팔십 리라고 하였다. 

梯棧躡難升羽翮飛易瘁。            사다리로는 오르기 어렵고 날개로 날아 올라도 지치기 쉽다네.

朝夕恣升降此理復何爾。            아침 저녁으로 마음대로 오르내리니 그 길이 대체 얼마나 가까은 것인가.

 

 

 

城北有靑河河伯三女美。            성의 북쪽에 청하가 있는데 청하를 다스리는 하백의 세 딸이 아름다웠다.

 

靑河今鴨綠江也。 長曰柳花。次曰萱花。季曰葦花。 

 

청하는 지금의 압록강이다. 큰 딸은 유화, 둘째는 훤화, 막내딸이 위화였다.    萱 : 원추리 훤. 

 

 

 

擘出鴨頭波往遊熊心涘。            압록강 물을 헤치고 나와 웅심의 물가에 가서 놀았다. 

 

自靑河出遊熊心淵上。  청하에서 나와 웅심연 가에서 놀았다. 

 

 

 

鏘琅佩玉鳴綽約顔花媚。            패옥소리 쨍그랑 울리고 가냘픈 모습에 얼굴은 꽃같이 아름다웠다.

 

神姿艶麗。雜佩鏘洋。與漢皐無異。  신묘한 자태로 아름다웠는데 패옥소리 울리는 모습이 한고와 다를 바 없었다. 

 

 

 

初疑漢皐濱復想洛水沚。            처음에는 한고의 물가인가 의심했고  또 낙수의 물가인가 생각했도다.

王因出獵見目送頗留意。            왕이 사냥을 나가서 발견하고 눈길을 보냈는데 매우 마음에 들었었다.

玆非悅紛華誠急生繼嗣。            이것은 아름다움에 즐거워한 것이 아니라 진실로 후사가 급해서였노라.

 

王謂左右曰。得而爲妃。可有後胤。 왕이 좌우에 말했다. "저 여인을 얻어 비로 삼으면 후사를 얻을 수 있으리라."

 

 

[注]

漢皐 : 周나라의 鄭交甫가 漢皐臺 아래서 두 여인을 만나, 그들에게 “그대의 佩物을 갖고 싶다.” 하자, 두 여인이 정교보에게 패물을

        주므로, 교보는 그 패물을 받아 품속에 간직하고 10여步쯤 가다 보니 패물이 없어졌고, 두 여인도 없어졌다는 고사.  <韓詩外傳>

洛水 : 낙수의 신(神)을 말한다. 복희씨(伏羲氏)의 딸 복비(宓妃)가 낙수에 빠져 죽어 신이 되었다.《漢書 音義》

 

 

 

三女見君來入水尋相避。            세 여인은 군왕이 가는 것을 보고 물속에 들어가 잠시 피했다.

擬將作宮殿潛候同來戱。            궁궐을 지어 놓고 함께 와서 노는 모습을 엿보리라 생각하고, 

馬撾一畫地銅室欻然峙。            말채찍으로 땅을 한 번 그었더니 구리로 만든 집이 갑자기 세워졌다네.

錦席鋪絢明金罇置淳旨。            비단 방석 눈부시게 깔아놓고 금 술독에 맛 좋은 술을 비치하였다. 

蹁躚果自入對酌還徑醉。            과연 스스로 너울너울 춤추며 들어와 서로 대작하다가 바로 취했었네.

 

其女見王卽入水。左右曰, 「大王何不作宮殿。俟女入室。當戶遮之?」 王以爲然。以馬鞭畫地。銅室俄成壯麗。於室中。設三席置樽酒。其女各坐其席。相勸飮酒大醉云云。 

 

그 여인들은 왕을 보고 바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좌우에서 말했다. "대왕께서는 어찌 궁궐을 지어 집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문을 닫아 나가는 것을 막지 않으십니까?"  

왕이 그렇게 여기고 말채찍으로 땅을 긋자 구리로 만든 집이 순식간에 장려하게 세워졌다. 집안에 세 자리를 설치하고 술을 비치 했는데 그 여인들은 각 자리에 앉아 서로 술을 권히며 마시다가 크게 취하였다. ......

 

 

[注]

撾 : 칠 과. 치다. 때리다. 북을 치다. 북채. 음곡(音曲), 다리가랑이.     欻 : 문득 훌. 문득, 갑자기. 움직이다. 일어나다. 가볍고 빠른 모양. 

峙 : 산 우뚝할 치. 우뚝하다. 산이 우뚝 솟아 있음. 언덕높은 언덕. 쌓다저장함. 머무르다머물러 .

蹁 : 비틀거릴 편. 비틀거리다. 뒷다리를 끌며 가는 말. 종지뼈.  에도는 모양너울너울 춤추는 모양

躚 : 춤출 선. 춤추다. 비틀거리는 모양. 춤추는 모양. 에도는 모양.

 

 

 

王時出橫遮驚走僅顚躓。            왕이 그때 나가서 가로막으니  놀라 달아나다가 위태로워 넘어질뻔 하였다.

 

王俟三女大醉急出遮女等驚走。長女柳花。爲王所止。 

 

왕이 세 여인이 크게 취하기를 기다려 급히 나가 막으니 여인들이 놀라 도망치다가 장녀 유화가 왕에게 붙잡혔다.

 

 

[注]

躓 : 넘어질 지(질). 넘어지다. 실패하다. 곤란을 겪음. 부딪치다물건에 걸림. 밟다. 멈추다. 

 

 

 

長女曰柳花是爲王所止。            큰 딸이 유화인데 왕에게 붙잡혔도다.

河伯大怒嗔遣使急且駛。            하백이 크게 노하여 사자를 보내 급히 달려가게 하였다.

告云渠何人乃敢放輕肆。            고하기를 그대는 누구인데 감히 함부로 방자한 짓을 하는가?

報云天帝子高族請相累。            대답하기를, 나는 천제의 아들인데 귀 집안과 혼인하기를 청하노라.    

指天降龍馭徑到海宮邃。            하늘을 가리키자 용이 끄는 수레가 내려와 곧바로 깊은 해궁에 이르렀도다. 

 

河伯大怒遣使告曰, 「汝是何人, 留我女乎?」 王報云, 「我是天帝之子, 今欲與河伯結婚。」 河伯又使告曰, 「汝若天帝之子於我有求昏者, 當使媒云云。今輒留我女, 何其失禮?」 王慙之將往見河伯, 不能入室。欲放其女, 女旣與王定情, 不肯離去。乃勸王曰, 「如有龍車可到河伯之國。」 王指天而告, 俄而五龍車從空而下。王與女乘車, 風雲忽起至其宮。

 

하백이 대노하여 사자를 보내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데 내 딸을 잡아 두었는가?"

왕이 대답했다. "나는 천제의 아들인데 하백의 집안과 결혼하고자 합니다."

하백이 또 사자를 보내 말했다. "그대가 천제의 아들로 우리 집안과 혼사를 맺고자 한다면 마땅히 매파를 시켜 구혼할 일이지 지금 내 딸을 잡아두고 있으니 어찌 실례가 심한가?"

왕이 부끄러워 하백에게 가서 만나려고 하였으나 궁에 들어갈 수 없었다. 왕이 여인을 보내려고 하였으나 여인은 이미 왕에게 정이 들어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왕에게 권하여 말했다. "용거를 타고 간다면 하백의 나라에 갈 수 있습니다."

왕이 하늘을 가리키며 고하니 잠시 후에 오룡거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왕과 여인이 수레에 오르자 갑자기 풍운이 일어나더니 하백의 궁에 도착했다.

 

 

[注]

駛 : 달릴 사. 달리다. 말이 빨리 달림. 빠르다.      邃 : 깊을 수. 깊다. 심오하다. 멀다. 

 

 

 

河伯乃謂王婚姻是大事。            하백이 왕에게 말하기를, 혼인은 대사라,

媒贄有通法胡奈得自恣。            중매와 예물로써 하는 것이 법도인데 어찌 방자하게 하는가? 

 

河伯備禮迎之, 坐定謂曰, 「婚姻之道天下之通規, 何爲失禮辱我門宗云云。」

 

하백이 예를 갖추어 왕을 맞이하고 좌정해서 말했다. "혼인의 도는 천하에 통용되는 법도인데 어찌 예를 어겨 우리 가문을 욕보이는가?"

 

 

 

君是上帝胤變請可試。            그대가 상제의 장자라면 신묘한 변화를 부릴 수 있을 것이니 시험해보리라.

漣漪碧波中河伯化作鯉。            잔잔한 푸른 물결 속에서 하백이 잉어로 변하자,

王尋變爲獺立捕不待跬。            왕은 잠시후 수달로 변하여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又復生兩翼翩然化爲雉。            또 양 날개가 돋우며 재빠르게 꿩으로 변했는데,

王又化神鷹摶擊何大鷙。            왕은 신령스런 매가 되어 치고 공격하는 것이 어찌 그리 사나운가?

彼爲鹿而走我爲豺而趡。            하백이 사슴으로 변해 도망가자 왕은 승냥이로 변해 쫒았다.

河伯知有神置酒相燕喜。            하백이 신통함이 있음을 알고 술상을 차려 서로 즐겼다.

伺醉載革輿幷置女於輢。            왕이 취한 기회를 틈타 가죽 수레에 태우고 여인도 함께 수레에 태웠도다. 

 

車傍曰輢。 수레 옆을 의라고 한다. 

 

 

[注)

漣漪 : 잔잔한 물결.     漣 : 물놀이 련/큰 물결 란. 물놀이. 우는 모양. 잇닿다. 이어짐. 큰 물결.   

漪 : 물놀이 의. 물놀이잔물결. 물결이 일다. 물가. 어조사. 말 끝에 붙이어 어조를 고름.          獺 : 수달 달. 

跬 : 반걸음 규/지칠 설. 반 걸음.   내디딘 거리. 반보(半步). 가깝다시간적으로 짧은 동안잠시. 근소(僅少). 적다. 지치다피곤한 모양.

摶 : 뭉칠 단/오로지 전. 뭉치다. 엉기다. 맺힘. 모이다. 치다. 둥글다. 오로지. 잡다. 장악함.   

鷙 : 맹금 지/순종하지 않을 치. 맹금. 매, 수리따위. 치다. 공격함. 사납다. 용맹함.      趡 : 움직일 유. 움직이다. 달리다. 땅의 이름. 

輢 : 수레 양쪽에 있는 기대는 나무 의. 

 

 

 

意令與其女天上同騰轡。            그의 뜻은 그 딸과 더불어 하늘로 올려보내는 것이었는데. 

其車未出水酒醒忽驚起。            수레가 물을 벗어나기도 전에 갑자기 술이 깨어 놀라 일어났다.

 

河伯之酒。七日乃醒。   하백의 술은 7일이 지나야 깬다.

 

 

 

取女黃金釵刺革從竅出。            여인의 황금 비녀를 취하여 가죽을 뚫고 구멍을 내어 나왔다. 

出叶韻。

 

[注]

竅 : 구멍 규(교).  구멍(을 뚫다), 통하다. 

 

 

 

獨乘赤霄上寂寞不廻騎。            홀로 붉은 구름을 타고 올라가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았도다.

 

河伯曰, 「王是天帝之子, 有何神異?」 王曰, 「唯在所試。」 於是河伯於庭前水, 化爲鯉隨浪而游。王化爲獺而捕之。河伯又化爲鹿而走。王化爲豺逐之。河伯化爲雉。王化爲鷹擊之。河伯以爲誠是天帝之子。以禮成婚, 恐王無將女之心, 張樂置酒, 勸王大醉。與女入於小革輿中, 載以龍車。欲令升天。其車未出水。王卽酒醒。取女黃金釵刺革輿。從孔獨出升天。 

 

하백이 말했다. "왕이 천제의 아들이라면 무슨 신기하고 기이한 재주가 있습니까?"

왕이 대답했다. "시험해 보십시오."

이리하여 하백은 뜰 앞의 물로 들어가 잉어로 변하여 물결에 따라 놀았다. 왕은 수달로 변하여 잡았는데 하백이 또 사슴으로 변하여 도망갔다. 왕은 시랑이 되어 쫒으니 하백은 꿩으로 변했고 왕이 매로 변하여 치니 하백이 진실로 천자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로써 혼인을 치른다 해도 왕이 딸을 데려가려고 하는 마음이 없을까 두려워 주연을 베풀고 왕에게 술을 권해 대취하게 하였다.  그리고 여인과 더불어 작은 가죽상자 안에 넣고 용이 끄는 수레에 태워 하늘로 올라가게 하려고 하였다. 

수레가 물에서 나오기도 전에 왕이 술에서 깨었고 여인의 황금비녀를 취하여 가죽 상자를 뚫고 구멍에서 나와 홀로 하늘로 올라갔다. 

 

 

 

河伯責厥女挽吻三尺弛。            하백이 그 딸을 꾸짖고는 입술을 당겨 세 자나 늘어지게 하였다.

乃貶優渤中唯與婢僕二。            그리고는 우발수에 내치고 하녀 두 사람만이 따르게 하였다. 

    

河伯大怒其女曰, 「汝不從我訓, 終欲我門。」 令左右絞挽女口, 其唇吻長三尺。唯與奴婢二人, 貶於優渤水中。優渤澤名。今在太伯山南。

 

하백이 대노하여 여인에게 말했다. "너는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아 마침내 우리 가문을 욕보였다." 

그리고 좌우에 명하여 그 여인의 입을 묶어 당기게 하니 그 입술이 세 자나 늘었다.  그리고 하녀 두 명만을 딸려 보내 우발수로 쫒아버렸다. 우발수는 연못 이름이니 지금 태백산 남쪽에 있다.

 

 

[注]

吻 : 입술 문. 입술. 뾰족하게 내민 물건의 끝. 입가.     渤 : 바다이름 발. 바다 이름. 물이 솟아나는 모양. 안개가 자욱히 끼는 모양.

 

 

 

漁師觀波中奇獸行?騃。            어부가 물 속을 들여다 보니 기이한 짐승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乃告王金蛙鐵網投湀湀。            그리하여 금와왕에게 고하고 쇠 그물을 깊숙히 던졌다.  

引得坐石女姿貌甚堪畏。            끌어당겨 보니  돌 위에 앉은 여인이었는데 자태와 모습이 심히 괴이했다.

唇長不能言三截乃啓齒。            입술이 길어 말을 못하다가 세번이나 잘라내고 나서야 말을 하게 되었다.  

 

漁師強力扶鄒告曰, 「近有盜梁中魚而將去者。未知何獸也。」 王乃使魚師以網引之, 其網破裂, 更造鐵網引之, 始得一女。坐石而出。其女唇長不能言。令三截其唇乃言。 

 

어부 강력부추가  보고했다. "근래에 어량속의 물고기를 훔쳐가는 것이 있었는데 어떤 짐승인지 모르겠습니다." 

왕이 어부에게 망을 가져오도록 하였는데 그 망이 찢어지고 다시 쇠 그물을 만들어 끌어다가 보니, 비로소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 여인은 입술이 길어 말을 하지 못하므로 영을 내려 그 입술을 세번 잘라내게 하자 비로소 말을 하였다.  

 

 

[注]

? : 황부루 비. 황부루. 누런 바탕에 흰 빛이 섞인 말. 토황마(土黃馬). 달리는 모양.   

湀 : 물 솟아흐를 규. 물이 솟아 흐르다. 샘솟아 흐르는 물.   

 

 

 

王知慕漱妃仍以別宮置。            왕이 해모수의 비(妃)임을 알아보고 별궁에 머무르게 하였다.

懷日生朱蒙是歲歲在癸。            여인이 해를 품고 주몽을 낳았는데 이 해가 계해년이었다.

骨表諒最奇啼聲亦甚偉。            골상이 참으로 기이했고 우는 소리가 매우 컸다.

初生卵如升觀者皆驚悸。            처음에 되만한 알을 낳아 보는 사람마다 모두 놀라고 두려워 하였다.

王以爲不祥此豈人之類。            왕이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기고 이것이 어찌 인간의 부류인가 하고는

置之馬牧群馬皆不履。            마굿간에 놓게 하였더니 말들이 모두 밟지 않고,

棄之深山中百獸皆擁衛。            깊은 산중에 버렸더니 뭇 짐승들이 모두 둘러싸고 보호하였다.

 

王知天帝子妃, 以別宮置之。其女懷中日曜, 因以有娠。神雀四年癸亥歲夏四月, 生朱蒙, 啼聲甚偉, 骨表英奇。初生左腋生一卵, 大如五升許。王怪之曰, 「人生鳥卵可爲不祥。」 使人置之馬牧, 群馬不踐。棄於深山, 百獸皆護。雲陰之日, 卵上恒有日光。王取卵送母養之, 卵終乃開得一男。生未經月, 言語竝實。 

 

왕은 천제의 아들의 비임을 알아보고 별궁에서 지내게 하였다. 그 여인은 햇빛을 가슴에 안고 태기가 있어 신작 4년 계해년 4월에 주몽을 낳았는데 우는 소리가 매우 컸고 골상이 뛰어나고 기이했다. 처음에 왼쪽 겨드랑이에서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다섯 되쯤 되었다.

왕이 괴이하게 여기고 말했다. "사람이 새알을 낳다니 상서롭지 못하구나."

그리고 사람을 시켜 마굿간에 놓게 하였더니 말들이 밟지 않았고, 깊은 산중에 버렸더니 뭇 짐승들이 보호하였으며 흐린 날씨에도 알 위에는 항상 햇빛이 비쳤다. 왕이 알을 가져다가 모친에게 보내 기르게 하였더니 알이 열리며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태어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말이 또렷했다.

 

 

[注]

四月 : 4월은 陽氣가 가장 왕성한 때.

骨表 : 얼굴의 생김새.      悸 : 두근거릴 계. 두근거리다. 그 병. 두려워하다. 띠가 축 늘어진 모양. 절도가 있는 모양. 

 

 

 

母姑擧而養經月言語始。            모친이 바로 데려다 기르자 한 달이 지나서 말하기 시작하였다.   

自言蠅噆目臥不能安睡。            스스로 '파리가 눈을 물어 누워서 편히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母爲作弓矢其弓不虛掎。            모친이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 활이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謂母曰, 「群蠅噆目, 不能睡。母爲我作弓矢。」 其母以蓽作弓矢與之。自射紡車上蠅, 發矢卽中。扶余謂善射曰朱蒙。

 

모친에게 말했다. "파리떼가 눈을 물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나에게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십시오." 

모친이 싸리나무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었다. 스스로 물레 위의 파를 쏘았는데 쏘기만 하면 적중했다. 부여에서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주몽(朱蒙)이라고 하였다.

 

 

[注]

噆 : 깨물 참. 깨물다. 입에 넣어 씹다. 입술을 깨물다.     篳 : 필발 필. 필발(蓽茇). 후추과 . 참소리쟁이. 휘추리. 사립문.

紡車 : 솜이나 털 따위를 자아서 실을 뽑는 기구. 물레. 

 

 

 

年至漸長大才能日漸備。            자라면서 점차 몸이 장대해지고 재능도 날로 갖추어졌다. 

扶余王太子其心生妬忌。            부여왕의 태자는 마음에 투기심이 생겼다.

乃言朱蒙者此必非常士。            그리하여 말하기를 주몽이란 사람은 반드시 비상한 사람이다.

若不早自圖其患誠未已。            빨리 도모하지 않는다면 후환이 그치지 못할 것이다.

 

年至長大, 才能竝備。金蛙有子七人, 常共朱蒙遊獵。王子及從者四十餘人, 唯獲一鹿, 朱蒙射鹿至多。王子妬之乃執朱蒙縛樹, 奪鹿而去。朱蒙拔樹而去。太子帶素言於王曰, 「朱蒙者神勇之士, 瞻視非常。若不早圖。必有後患。」 

 

자라면서 체격이 장대해지고 재능이 아울러 갖추어졌다. 금와왕에게는 일곱 아들이 있었는데 항상 주몽과 함께 사냥을 나갔다. 왕자는 종자들이 40여명이었어도 오직 사슴 한마리만을 잡았을 뿐이었으나 주몽이 활을 쏘아 잡은 사슴은 매우 많았다. 왕자들이 그를 시기하여 주몽을 잡아 나무에 묶고는 사슴을 빼앗아 갔다. 주몽이 나무를 뽑고 갔다. 

태자 대소가 왕에게 말했다. "주몽은 귀신같이 용맹스러운 자이며 그를 보면 평범하지 않습니다.  빨리 도모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

 

 

 

王令往牧馬欲以試厥志。            왕은 영을 내려 말을 기르라 하여 그 뜻을 시험하려고 하였다.

自思天之孫廝牧良可恥。            스스로 천제의 손자가 천하게 말 기르는 것은 참으로 치욕스럽다고 생각했다.

捫心常竊導吾生不如死。            항상 마음을 어루만지며 속으로 탄식했다. 나의 삶은 죽는 것만 못하구나.

意將往南土立國立城市。            장차 남쪽 땅으로 가서 나라를 세우고 성과 저자거리를 이룩하려고 생각했으나, 

爲緣慈母在離別誠未易。            모친이 계셔서 이별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았다.

 

王使朱蒙牧馬, 欲試其意。朱蒙內自懷恨。謂母曰, 「我是天帝之孫, 爲人牧馬, 生不如死。欲往南土造國家, 母在不敢自專。」 其母云云。

 

왕이 주몽으로 하여금 말을 기르게 하여 그 뜻을 시험해 보려고 하였으나 주몽은 마음 속으로 한을 품고 모친에게 말했다.

"나는 천제의 손자인데 남을 위해 말이나 기르고 있으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합니다. 남쪽 땅으로 가서 나라를 세우려고 하여도 어머니가 계시므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其母聞此言潸然抆淸淚。            모친이 그 말을 듣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汝幸勿爲念我亦常痛痞。            너는 행여라도 나를 생각하지 말거라. 나 역시 항상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노라.

士之涉長途須必憑騄駬。            사내가 먼 길을 떠나려면 반드시 녹이와 같은 준마가 필요하다며,

相將往馬閑卽以長鞭捶。            마굿간으로 가서 긴 채찍으로 치니,

群馬皆突走一馬騂色斐。            말들이 모두 달아나는데, 한 마리의 무늬 있는 붉은 말이, 

跳過二丈欄始覺是駿驥。            두 길이나 되는 난간을 뛰어넘으니 비로소 그 말이 준마임을 알았다.    

 

通典云。朱蒙所乘。皆果下也。   

 

통전에 이르기를 주몽이 탄 말은 모두 (키는 매우 작지만, 힘에 아주 센 고구려 말인) 과하마였다.

 

 

[注]

抆 : 닦을 문. 닦다. 훔침. 문지르다. 갊.           痞 : 뱃속결릴 비/앓을 부/약할 배. 뱃속이 결리다. 체한 증세. 가슴이 답답하다. 惡漢.

騄駬 : 녹이(綠耳)와 같은 말로귀가 푸른 천리마를 말한다주목왕(周穆王)의 팔준마(八駿馬)의 하나로 목왕이 천하를 주유할 때 탔던

        준마(綠駬)와 굽에 흰 털이 난 좋은 말[霜蹄]뛰어난 인재를 비유한 것

騄 : 말이름 록.  駬 : 말이름 이.                捶 : 종아리칠 추/불릴 타. 종아리를 치다. 매질함. 채찍. 망치 찧다.

騂 : 붉은 말 성. 절따말. 조금 누른빛을  붉은 . 붉은 소. 붉다. 

 

 

 

 

潛以針刺舌酸痛不受飼。            은밀하게 혀에 바늘을 꽂아  고통스러워 먹이를 먹을 수 없게 만들었다.

不日形甚癯却與駑駘似。            며칠 지나지 않아 매우 여위어져 둔마같이 되었도다.  

爾後王巡觀予馬此卽是。            후에 왕이 순시를 나가 보고는 바로 그 말을 주었다. 

得之始抽針日夜屢加餧。            그 말을 얻게 되자 비로소 바늘을 뽑고 주야로 누차 먹이를 주었다.

 

其母曰, 「此吾之所以日夜腐心也。吾聞士之涉長途者, 須憑駿足。吾能擇馬矣。」 遂往馬牧, 卽以長鞭亂捶, 群馬皆驚走。一騂馬跳過二丈之欄, 朱蒙知馬駿逸。潛以針捶馬舌根。其馬舌痛, 不食水草甚瘦悴。王巡行馬牧。見群馬悉肥大喜。仍以瘦錫朱蒙。朱蒙得之。拔其針加餧云。 

 

그 모친이 말했다. "이것은 내가 밤낮으로 마음을 써왔던 일이다.  내가 듣건대 장사가 먼 길을 떠나려면 반드시 준마가 있어야 한다. 내가 능히 말을 고를 줄 안다."

그리고 마굿간에 가서 긴 채찍을 어지러이 휘두르니 말들이 모두 놀라 도망갔으나 한 마리 붉은 말이 두길이나 되는 난간을 뛰어넘어 주몽이 그 말이 준마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은밀히 그 말의 혀에 바늘을 꽂아 놓았다. 그 말은 혀가 아파 먹이를 먹지 못하고 심하게 여위었다. 

 

 

[注]

癯 : 여윌 구.       駑 : 둔할 노.  둔하다. 둔하고 느린 말. 어리석고 느린 모양.   

駘 : 둔마 태. 둔마. 여위고 지침. 둔하다. 벗다. 말이 재갈을 벗음. 밟다. 넓다. 한가로운 모양.   餧 : 먹일 위. 먹이다. 주리다(餒).

 

 

 

暗結三賢友其人共多智。            은밀히 세 어진 벗을 사귀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지혜가 많았다.

 

烏伊,摩離,陜父等三人。 오이, 마리, 협보등 세 사람이었다. 

 

 

 

南行至淹滯欲渡無舟艤。            남쪽으로 가다가 엄체수(淹滯水)에 도착했는데 건너갈 배가 없었다. 

 

一名蓋斯水, 在今鴨綠東北。 欲渡無舟, 恐追兵奄及, 迺以策指天, 慨然嘆曰, 「我天帝之孫, 河伯之甥, 今避難至此。皇天后土, 憐我孤子, 速致舟橋。」 言訖, 以弓打水, 魚鼈浮出成橋。朱蒙乃得渡, 良久追兵至。 

 

일명 개사수인데 지금 압록강의 동북쪽에 있다. 건너가려고 했어도 배가 없어 뒤쫒아 오는 병사들이 갑자기 들이 닥칠까 두려워 채찍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개연히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천제의 손자이며 하백의 외손자로 지금 난을 피하여 여기까지 왔도다. 황천후토여, 이 고자(孤子)를 불쌍히 여기시어 빨리 배로 건너게 해주소서."  

말을 마치고 활로 물을 치자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었다. 주몽이 건너랄 수 있었는데 얼마 후에 추격병이 도착했다.

 

 

[注]

艤 : 배뜰 준비할 의. 

 

 

 

秉策指彼蒼慨然發長喟。            채찍을 잡아 푸른 하늘을 가리키며 개연히 길게 탄식했다. 

天孫河伯甥避難至於此。            천제의 손자이며 하백의 외손자가 난을 피해 여기에 이르렀는데,

哀哀孤子心天地其忍棄。            슬프구나 고자(孤子)의 마음. 천지가 나를 버리셨는가.

操弓打河水魚鼈騈首尾。            활로 강물을 치니 물고기와 자라들이 수미(首尾)를 나란히 하여

屹然成橋梯始乃得渡矣。            높다랗게 다리를 만들어 비로소 건너갈 수 있었다.

俄爾追兵至上橋橋旋圮。            잠시후 추격병들이 도착하여 다리에 올라갔으나 다리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追兵至河。魚鼈橋卽滅。已上橋者。皆沒死。 

 

추격병이 강에 이르었으나 물고기와 자라들이 만든 다리가 바로 무너져 이미 다리위에 오른 병사들이 모두 물에 빠져 죽었다.

 

[注]

屹 : 산 우뚝할 흘. 산이 우뚝하다. 높고 험한 모양.          圮 : 무너질 비. 무너지다무너뜨림. 쳐부수다격파당함.

 

 

 

雙鳩含麥飛來作神母使。            비둘기 한 쌍이 보리를 물고 날아왔는데, 바로 신모(神母)의 사자였도다.

 

朱蒙臨別, 不忍暌違, 其母曰, 「汝勿以一母爲念。」 乃裹五穀種以送之。朱蒙自切生別之心, 忘其麥子。朱蒙息大樹之下, 有雙鳩來集。朱蒙曰, 「應是神母使送麥子。」 乃引弓射之, 一矢俱擧。開喉得麥子, 以水噴鳩, 更蘇而飛去云云。 

 

주몽이 떠나올 때 차마 떨어지지 못하자 모친이 말했다. "너는 어미를 조금도 염려하지 말아라."

그리하여 오곡 종자를 싸서 보내주었다. 주몽은 스스로 생이별하는 마음이 애절하여 보리 종자를 잃어버렸다. 주몽이 큰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한 쌍의 비둘기가 날아왔다.

주몽이 말했다. "이것은 신모가 보리 종자를 보내신 것이리라."

활을 들어 쏘니 한 화살에 모두 맞았다. 입을 벌려 보리 종자를 취한 후 비둘기에 물을 뿜으니 다시 소생하여 날아갔다.

 

 

[注]

暌 : 어길 규. 어기다. 지키지 않고 거스르다. 서로 떨어져 있다. 

 

 

 

形勝開王都山川鬱㠑巋。            땅의 형세가 왕국을 열어 도읍으로 하기 좋았고 산천이 울창하고 험준했다.

自坐茀蕝上略定君臣位。            스스로 띠풀로 만든 방석위에 앉아 대략 군신의 서열을 정했다. 

 

王自坐茀蕝之上。略定君臣之位。  왕이 스스로 띠풀 방석위에 앉아 대략 군신의 서열을 정했다. 

 

 

[注]

㠑 : 험준할 죄. 험준하다. 산이름.        巋 : 험준할 귀. 험준하다높고 크고 단단한 모양. 홀로 서다홀로 우뚝 솟은 모양.

茀 : 우거질 불. 우거지다. 덮다. 덮개. 머리꾸미개. 슬갑. 털다. 턺. 복. 작다. 치다. 구불거리다. 주살(弋). 향기가 높다. 

蕝 : 표할 절. (띠를 묶어) 표(表)하다. 모으다. 썰매. 

 

 

 

咄哉沸流王何奈不自揆。            오오! 비류왕이여, 어찌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는가!

苦矜仙人後未識帝孫貴。            선인의 후예인 것을 심히 자랑하면서도 천제의 손자 귀한 줄을 모르는가.

徒欲爲附庸出語不愼葸。            한갓 부용국으로 삼으려 하고 말을 삼가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네.

未中畫鹿臍驚我倒玉指。            그림 속 사슴의 배꼽도 명중시키지 못하고 옥가락지 깨지는 것에 놀라네.

 

沸流王松讓出獵, 見王容貌非常, 引而與坐曰, 「僻在海隅, 未曾得見君子, 今日邂逅, 何其幸乎。君是何人, 從何而至?」 王曰, 「寡人天帝之孫, 西國之王也。敢問君王繼誰之後?」 讓曰, 「予是仙人之後, 累世爲王。今地方至小, 不可分爲兩王。君造國日淺, 爲我附庸可乎。」 王曰, 「寡人繼天之後。今主非神之胄, 强號爲王。若不歸我。天必殛之。」 松讓以王累稱天孫, 內自懷疑, 欲試其才。乃曰, 「願與王射矣。」 以畫鹿置百步內射之, 其矢不入鹿臍。猶如倒手。王使人以玉指環懸於百步之外, 射之破如瓦解。松讓大驚云云。 

 

비류왕 송양이 사냥을 나갔다가 왕의 모습이 평범하지 않은 것을 보고 끌고가 함께 앉아 말했다.

"바닷가 후미진 곳이라 군자를 만난 적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만났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그대는 어떤 사람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왕이 말했다. "과인은 천제의 손자이며 서쪽에 있는 나라의 왕이다. 묻노니 군왕은 누구의 후손인가?"

송양이 대답했다. "나는 선인의 후손으로 누대에 걸쳐 왕이 되었다. 지금 땅이 매우 작아 두 왕국으로 나눌 수 없노라. 그대가 나라를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내 부용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왕이 대답했다. "과인은 천제의 후손인데 지금 군주는 신의 자손이 아니면서 억지로 왕이라 칭하는데 나에게 귀속하지 않는다면 하늘이 반드시 죽일 것이다."

송양은 왕이 누차 천제의 후손이라 칭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의심을 품고 그의 재주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말했다. "왕과 활 쏘기를 원하노라."

그리하여 사슴을 그려 일백 보도 되지 않는 곳에 걸어두고 활을 쏘았는데 화살이 사슴의 배꼽에 명중시키지도 못하고 힘들어 했다. 왕은 사람을 시켜 옥가락지를 백보 밖에 걸어두라 하고 활을 쏘니 옥가락지가 기왓장 부서지듯 했다. 송양이 크게 놀랐다.

 

[注]

葸 : 두려워할 사(시). 두려워하다. 삼가다. 

 

 

 

來觀鼓角變不敢稱我器。            왕에게 와서 고각의 색깔이 변한 것을 보고도 감히 자기 기물이라고 말하지도 못했다. 

 

王曰, 「以國業新造。未有鼓角威儀。沸流使者往來, 我不能以王禮迎送。所以輕我也。」 從臣扶芬奴進曰, 「臣爲大王取沸流鼓角。」 王曰, 「他國藏物汝何取乎?」 對曰, 「此天之與物, 何爲不取乎? 夫大王困於扶余, 誰謂大王能至於此? 今大王奮身於萬死之危。揚名於遼左。此天帝命而爲之。何事不成?」 於是扶芬奴等三人, 往沸流取鼓而來。沸流王遣使告曰云云。王恐來觀鼓角, 色暗如故, 松讓不敢爭而去。 

 

왕이 말했다. "나라의 기업을 새롭게 열었기 때문에 고각의 위의를 갖추지 못하여 비류의 사자가 왕래함에 있어서 내가 왕의 예로 대하지 못한 까닭에 나를 가볍게 본 것이다."

시종하던 신하 부분노가 진언했다. "신이 대왕을 위해 비류국의 고각을 훔쳐 오겠습니다."

왕이 물었다. "다른 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물건을 그대가 어찌 취해 오겠는가?"

부분노가 대답했다. "그것은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것인데 어찌 취해 오지 못하겠습니까? 대왕께서 부여국에서 곤경에 처해 계실 때 누가 대왕께서 이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겠습니까?  지금 대왕께서는 죽음의 위기에서 몸을 떨쳐 나오셔서 요하의 좌측(동쪽)에서 이름을 날리고 계십니다. 이것은 천제께서 명하시어 이룬 것인데 어떤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그리하여 부분노등 세 사람이 비류국으로 가서 고각을 취해왔다. 비류국 왕은 사자를 보내 고했다. 왕은 비류국에서 와서 고각을 볼까 두려워하여 색을 옛 것처럼 어둡게 칠해놓았기 때문에 송양은 감히 다투지 못하고 물러갔다.

  

 

 

 

來觀屋柱故咋舌還自愧。            궁실의 기둥이 오래된 것을 보고 혀를 깨물며 스스로 부끄러워 하고 돌아갔다. 

 

松讓欲以立都先後爲附庸。王造宮室以朽木爲柱, 故如千歲。松讓來見。竟不敢爭立都先後。 

 

송양이 나라를 세운 선후를 따져 부용국을 삼자고 하여, 왕은 궁실을 노후된 나무로 기둥을 써서 지으니 천년이나 된 것같았다.  송양이 와서 보고 마침내 감히 나라를 세운 선후를 다투지 못했다. 

 

 

[注]

咋 : 잠깐 사/들렐 책/씹을 색. 잠깐, 금새, 갑자기. [책]들레다. (요란스럽게 떠들다.) 큰소리(를 지르다). [색] 씹다. 깨물다.

 

 

 

 

東明西狩時偶獲雪色麂。            동명왕이 서쪽으로 사냥을 나갔을 때 우연히 눈처럼 흰 고라니를 잡았다. 

 

大鹿曰麂  : 큰 사슴을 고라니라고 한다.

 

[注]

麂 : 큰 노루 궤.

 

 

 

 

倒懸蟹原上敢自呪而謂。            해원 위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결연히 저주했다.

天不雨沸流漂沒其都鄙。            하늘이 비류에 비를 내려 그 도읍과 마을이 물에 잠기지 않는다면,

我固不汝放汝可助我懫。            너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니 내 분함을 풀어다오.

鹿鳴聲甚哀上徹天之耳。            사슴이 우는 소리가 매우 애처로워 위로 천제의 귀에 닿았다.

霖雨注七日霈若傾淮泗。            장마비가 7일간이나 내렸는데 회수와 사수가 뒤집어진 듯 비가 퍼부어졌다.  

松讓甚憂懼沿流謾橫葦。            송양이 매우 걱정하며 두려워하고 갈대를 꼬아 가로 놓았다.

士民競來攀流汗相?眙。            백성들이 다투어 갈대를 붙잡고 땀을 흘리며 서로 놀라 바라보았다.

東明卽以鞭畫水水停沸。            동명왕이 바로 채찍으로 물을 그으니 물이 멈추었다.

松讓擧國降是後莫予訾。            송양이 나라를 들어 항복하고 이후에는 비방하지 못했다.

 

西狩獲白鹿, 倒懸於蟹原, 呪曰, 「天若不雨而漂沒沸流王都者, 我固不汝放矣。欲免斯難。汝能訴天。」 其鹿哀鳴, 聲徹于天。霖雨七日。漂沒松讓都。王以葦索橫流, 乘鴨馬, 百姓皆執其索。朱蒙以鞭畫水, 水卽減。六月。松讓擧國來降云云。

 

왕이 서쪽으로 사냥을 나가 흰 사슴을 잡았는데 해원에 거꾸로 매달고 저주했다. "하늘이 만약 비를 내려 비류국의 도읍이 물에 잠기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풀어주지 않겠다. 네가 이 난관을 면하고자 한다면 하늘에 호소해라."

사슴의 슬픈 울음소리가 하늘에 닿아 장마비가 7일동안이나 내리고 송양의 도읍이 물에 잠겼다. 왕이 갈대로 새끼를 꼬아 흐르는 물을 압마(鴨馬 : 오리말)을 타고 가로질러 가니 백성들이 모두 그 새끼줄을 잡았다.  주몽이 채찍으로 물을 긋자 물이 줄어들었다. 6월 송양은 나라를 들어 항복했다. 

 

 

[注]

懫 : 성낼 치. 성내다. 화냄.  어그러지다. 남의 말을 듣지 않음.                  ? : 쳐다볼 악

眙 : 눈여겨볼 치/눈여겨볼 증/눈 치뜰 이.  눈여겨보다응시(凝視).  머무르다기다림.  놀란 눈으로 보는 모양.

 

 

 

玄雲羃鶻嶺不見山邐迤。            검은 구름이 골령을 덮어 산이 구불구불 이어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有人數千許斵木聲髣髴。            수천 명 쯤 되는 사람들이 나무를 찍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王曰天爲我築城於其趾。            왕이 '하늘이 나를 위해 그 터에 성을 쌓고 있도다.'라 하였다. 

忽然雲霧散宮闕高㠥嵬。            홀연히 운무가 흩어지고 궁궐이 높이 솟았다.

      

七月。玄雲起鶻嶺。人不見其山。唯聞數千人聲以起土功。王曰, 「天爲我築城。」 七日雲霧自散。城郭宮臺自然成。王拜皇天就居。

 

7월 검은 구름이 골령에서 일어나 사람들이 산을 보지 못했다. 다만 수천의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데 토목공사를 하는 것 같았다.

왕이 말했다. "하늘이 나를 위해 성을 쌓는 것이다."

7일이 지나자 운무가 흩어지고 성곽과 궁, 누대가 저절로 이루어졌다. 왕이 황천에 절하고 나아가 살았다. 

 

 

[注]

冪 : 덮을 멱.  덮다. 덮어 씌움. 덮어 씌우는 덮는 .      鶻 : 송골매 골/나라이름 흘. 송골매. 산비둘기. 

邐 : 이어질 리.       迤 : 비스듬할 이. 비스듬하다. 굽다. 구불구불함. 이어져 있는 모양.       㠥 : 높고 험준할 뢰. 산모양 루.

 

 

 

在位十九年、升天不下莅。            왕위에 오른지 19년이 지나자 하늘로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았다.

 

秋九月。王升天不下, 時年四十。太子以所遺玉鞭, 葬於龍山云云。

 

9월에 왕이 하늘에 올라 내려오지 않으니 그 때 나이가 40이었다. 태자가 남아있는 옥 채찍을 용산에 장사지냈다.

 

 

 

俶儻有奇節元子曰類利。            뛰어난 인품에 기이한 징험이 있었던 원자는 유리(類利)라고 하였다. 

得劒繼父位塞盆止人詈。            검을 찾아 부친의 위를 이었고, 물동이 구멍 막아 남의 꾸짖음을 그치게 했다. 

 

類利少有奇節云云。少以彈雀爲業, 見一婦戴水盆, 彈破之。其女怒而詈曰, 「無父之兒彈破我盆。」 類利大慙, 以泥丸彈之, 塞盆孔如故。歸家問母曰, 「我父是誰?」 母以類利年少戱之曰, 「汝無定父。」 類利泣曰, 「人無定父。將何面目見人乎?」 遂欲自刎。母大驚止之曰, 「前言戱耳。汝父是天帝孫, 河伯甥。怨爲扶餘之臣, 逃往南土, 始造國家。汝往見之乎?」 對曰, 「父爲人君, 子爲人臣。吾雖不才, 豈不愧乎!」 母曰, 「汝父去時有遺言, 『吾有藏物七嶺七谷石上之松。能得此者, 乃我之子也。』」 類利自往山谷, 搜求不得, 疲倦而還。類利聞堂柱有悲聲, 其柱乃石上之松木, 體有七稜。類利自解之曰, 「七嶺七谷者七稜也, 石上松者柱也。」 起而就視之, 柱上有孔, 得毀劒一片, 大喜。前漢鴻嘉四年夏四月, 奔高句麗, 以劒一片, 奉之於王。王出所有毀劒一片合之。血出連爲一劍。王謂類利曰, 「汝實我子, 有何神聖乎?」 類利應聲, 擧身聳空, 乘牖中日, 示其神聖之異。王大悅, 立爲太子。 

 

유리가 어렸을 때 기이한 징험이 있었다. 어려서 탄알을 쏘아 참새를 잡는 것으로 일삼았는데 한 아낙네가 물동이를 이고 가는 것을 보고 물동이에 탄을 쏘아 구멍을 냈다. 

그 여인이 노하여 "아비없는 애가 내 물동이를 깼다."

유리가 크게 부끄러워하고 진흙으로 탄환을 만들어 쏘아 예전처럼 물동이에 난 구멍을 막았다. 

집에 돌아가 모친에게 물었다. "내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모친이 유리의 나이가 어려 희롱하며 말했다. "너는 아버지가 없다."

유리가 울면서 말했다. "사람이 아비가 없다면 무슨 얼굴로 남들을 보겠습니까?"

하고는 스스로 목을 베려고 하였다. 

모친이 크게 놀라 막으며 말했다. "앞의 말은 농담이다. 너의 아버지는 천제의 손자이며 하백의 외손자이다. 부여의 신하가 되는 것에 원한을 품고 남쪽 땅으로 도피하여 나라를 세웠다. 네가 가서 만나 보겠느냐?" 

"부친은 인군이신데 아들은 남의 신하가 되었습니다. 제가 비록 재주가 없으나 어찌 부끄러워하지 않겠습니까!"

모친이 말했다. "너의 아버지가 떠나실 때 남긴 말이 있느니라. '내가 숨겨둔 물건이 있는데 일곱 봉우리와 일곱 계곡을 지나 돌위 소나무 에 있다. 그것을 찾아야 내 아들이다.' 고 하셨다."

유리 스스로 산골짜기로 가서 찾아 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피로에 지쳐 돌아갔다. 유리가 집 기둥에서 슬픈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는데 그 기둥은 돌 위의 소나무로 만든 재목이었고 기둥 몸체에 일곱 개의 모서리가 있었다. 

유리가 스스로 그 말을 풀고 말했다. "일곱 봉우리와 일곱 계곡이라는 것은 돌 위의 소나무로 만든 기둥이다. "

일어나 기둥을 살펴보니 기둥 위에 구멍이 있는데 그 곳에서 부러진 칼 조각을 찾았다. 대단히 기뻤다.

전한 홍가 4년 4월, 고구려로 달려가 검 한조각을 왕에게 바쳤다. 왕이 가지고 있던 부러진 검을 꺼내 와 맞춰보니 피가 나오면서 검 하나가 되었다.

왕이 유리에게 말했다. "네가 진실로 내 아들이라면 무슨 신성함이 있느냐?"

유리가 그 말이 떨어지자 몸을 솟구쳐 창문에 올라 해를 막아 그의 신성한 모습을 보이니 왕이 기뻐하고 태자로 삼았다. 

 

 

[注]

俶 : 비롯할 숙/뛰어날 척. 비롯하다. 비로소. 처음. 정돈하다. 정리함. 일하다. 움직임. 뛰어나다.

儻 : 뛰어날 당. 뛰어나다. 훌륭함. 만일혹은어쩌다가. 문득, 갑자기. 구차하다. 실망함.     稜 : 모서리 릉. 모서리. 논두렁. 서슬, 위광.

聳 : 솟을 용. 솟다. 솟게 하다. 높이 오르다. 두려워하다. 삼가다. 귀머거리. 

鴻嘉 : 成帝의 연호.

 

 

 

我性本質木性不喜奇詭。            내 성품이 본래 질박하여 기이하고 이상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

初看東明事疑幻又疑鬼。            처음 동명왕의 고사를 보고 환술이거나 귀신인가 했다.

徐徐漸相涉變化難擬議。            서서히 점점 두루 살펴보니 변화가 헤아리기 어려웠다. 

況是直筆文一字無虛字。            하물며 이는 직필로 쓴 글이라 한 글자도 헛된 글자가 없다.

神哉又神哉萬世之所韙。            신비롭다! 신비롭다!  만세에 바른 일이다.

因思草創君非聖卽何以。            창업하는 인군을 생각할 때  성스러움이 없다면 어찌 했을까?

劉媼息大澤遇神於夢寐。            유온이 큰 못에서 쉬다가 꿈속에서 신을 만났는데,

雷電塞晦暝蛟龍盤怪傀。            우뢰와 번개 속에 천지가 깜깜하고 교룡이 괴이하고 큰 모습으로 몸을 휘감았다.

因之卽有娠乃生聖劉季。            그러더니 바로 임신이 되었고 성스러운 유계를 낳았다.

是惟赤帝子其興多殊祚。            그는 적제의 아들로 그가 일어남에 매우 특이한 복이 있었다. 

世祖始生時滿室光炳煒。            세조 광무제가 태어났을 때 산실에 빛이 가득했었다. 

自應赤伏符掃除黃巾僞。            스스로 적복부에 응하여 황건의 못된 무리를 소탕하였다.

自古帝王興徵瑞紛蔚蔚。            옛부터 제왕이 일어나면 상서로운 징후가 무성하게 일어났지만,

末嗣多怠荒共絶先王祀。            마지막 후손은 게으르고 황폐해져 모두 선왕의 제사가 끊겼도다.     

乃知守成君集蓼戒小毖。            수성(守成)한 군왕은 어려운 시절 되새기며 작은 것도 삼가하고 경계하였고, 

守位以寬仁化民由禮義。            너그러움과 어짊으로 자리를 지키고 예의로써 백성을 교화하여,

永永傳子孫御國多年紀。            길이 자손에게 전하여 나라를 오랜 세월 다스렸도다.

 

[注]

質 : 論語 <顔淵 제 8章>棘子成曰, 「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子貢曰, 「惜乎 ! 夫子之說 君子也, 駟不及舌。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鞟, 猶犬羊之鞟。」  <雍也 第16章>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 君子。」

韙 : 바를 위. 옳다. 바름. 좋다.       媼 : 할미 온/살찔 올. 할미. 어미. 여자의 통칭. 地神. 살찌다.

☞ 劉媼 : 漢高祖 劉邦의 母. 즉, 유씨댁 할머니.

☞ 赤帝子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을 말한다. 적제는 남방(南方)의 신(神)인데 한(漢)은 화덕(火德)으로 왕 노릇하여 적색(赤色)을 숭상하였다. 유방이 술이 취하여 밤에 택중(澤中)을 지나다가 길을 막고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을 보고 칼을 뽑아 단칼에 베었는데 뒤에 온 사람이 그곳에 이르니 늙은 노파(老嫗)가 울면서 “내 아들은 백제(白帝)의 아들인데 뱀이 되어 길에 나왔다가 적제(赤帝)의 아들에게 베어졌다.” 하였다. 《史記 高祖本紀》

☞ 世祖

유수(劉秀), 묘호는 세조(世祖). 그가 재건한 왕조를 후한 또는 동한(東漢:25~220)이라고 한다. 광무제는 황실 유(劉)씨 가문의 일원으로, 한조의 창시자인 고조(高祖:BC 206~195 재위)의 후예로 추정된다.

 

赤伏符 

참문(讖文)을 말한다. 광무제(光武帝)가 먼저 장안(長安)에 있을 때 동사생(同舍生) 강화(彊華)가 관중(關中)으로부터 적복부를 받들고 왔는데 거기에 “유수(劉秀)가 군사를 일으켜 무도한 자를 토벌하니, 사이(四夷)가 구름처럼 모여들고 용(龍)이 들판에서 싸우다가 2백 28년째 되는 해에 화덕(火德)으로 임금이 되리라.” 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後漢書 光武紀》

 

集蓼 : 어려움을 겪다. 詩經 周頌/閔予小子之什/小毖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予其懲,而毖後患。                    내가 징계하여 후환을 삼가하겠는가.

莫予蜂,自求辛螫。                 내가 벌을 끌어들이게 하지 말라. 스스로 맵게 쏘임을 구하리라.

肇允彼桃蟲,拚飛維鳥。             처음에 뱁새인줄 알았는데 훨훨 나는 새로다.

未堪家多難,予又集于蓼             집안의 많은 어려움도 감당치 못하는데 또 괴로움이 이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