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古文學/散文, 小說

慵夫傳 - 成侃

柳川 2022. 1. 5. 13:24

                                                       慵夫傳

 

 

                                                                                                                             成    侃

 

 

慵夫不知何許人也。凡諸謀爲一於慵, 故世呼爲慵夫。官至散官直長, 家有書五千卷, 而慵不披, 頭痬體疥, 而慵不醫。在室慵坐, 在途慵行。茫茫然若木偶人也, 闔室患之。謁巫而禱之, 卒不能禁也。

 

散官 : 고려와 조선 시대에 해당 업무가 없는 관직 또는 그 관직을 지닌 자.       痬 : 어리석을 역.  本文에서는 瘍의 誤記인 듯 함.

瘍 : 헐 양/설사병 탕. 헐다. 종기. 부스럼. 상처.          疥 : 옴 개. 옴. 몹시 가려운 피부병.  더럽히다. 학질. 

 

 

 

게으름뱅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무릇 꾀하는 것이 게으른 것 하나 뿐이라 세상에서 게으름뱅이라 불렀다.  관직은 산관 직장에 이르렀고 집에 서적이 5천권이 있었으나 게을러 펴보지도 않았으며, 머리에 부스럼이 나거나 몸에 가려움증이 있어도 게을러 치료보 받지 않았다. 집에 있을 때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도 앉았고, 길에서도 마지못해 걸었다. 멍한 모습이 마치 나무로 만든 인형같으니 집에서 어찌 근심하지 않겠는가.  무당을 청하여 굿을 했지만 끝내 그치게 하지 못하였다. 

 

 

 

勤須子學旣成, 慨然有濟人之志。以其學來攻, 慵夫方以慵之病。踑踞散髮, 瞠目而坐。勤須子曰, 「自古人也, 莫不以勤而生以慵而敗。是故聖人皆以勤自守。文王日昗不暇, 禹惜寸陰勤也。不寧猶是。風雨也, 霜雪也, 周乎四時, 載育萬物者。天之勤也, 天可學也, 不可違也, 違天不祥。」

 

踑 : 기좌할 기. 기좌하다. 까부르는 키 모양으로, 두 다리를 앞으로 벌려 뻗고 앉음. 발자국.    

踞 : 웅크릴 거. 쭈그리고 앉다. 걸터 앉다. 기좌(箕坐)하다. 기대다. 거만하다. 거드름을 피움. 놀다.

瞠 : 볼 당. 보다. 눈을 휘둥그래 뜨고 보다. 똑바로 봄. 놀라서 보는 모양.           昗 : 仄, 昃과 同字. 기울다. 쏠리다. 

 

 

 

근수자(勤須子 : 부지런한 사람)가  학문을 마치자 서슴치않고 사람들을 구제할 뜻을 품었다.  그가 배운 것으로 그 게으름을 다스리려고 하니 게으름뱅이는 게으른 병으로 대항했다.  두 다리를 벌려뻗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앉아 있었다.

근수자가 말했다. "옛날부터 사람은 부지런하면 살고 게으르면 망하지 않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성인들은 모두 부지런함으로 스스로를 지킨다. 문왕은 해가 기울 때까지 쉴 겨를이 없었으며 우왕은 촌음을 아꼈다. 이뿐이 아니다.  바람과 비, 서리와 눈은 사시에 두루 만물을 키운다. 하늘은 부지런하니 하늘을 배워야 하며, 거스를 수 없으며 거스르면 재앙이 없겠는가."

 

 

 

慵夫莞爾而笑曰, 「我則敎子, 子何敎於我。人生百年心形俱勞, 晝則營營作役, 朝夕乎奔走, 無不爲也。夜而假寐, 啽囈而達旦, 復何用哉? 至人不如是也。」  操戈而逐之。勤須子良久而思之曰, 「余知術矣。」 於是盛酒于器, 隨之以鄭聲, 伺間而進曰, 「今日風氣暄和, 鳥鳴于山。思與子罄歡, 可乎?」 慵夫欣然而笑, 投袂而起, 履及於門, 杖及於道。數十年之慵, 一時頓盡。相與擧酒大噱後, 遂以勤終焉。

 

啽 : 코골 암. 코골다. 그 소리. 입을 다물다.   囈 : 잠꼬대 예. 잠꼬대.     

假寐 : 옷을 입고 자다. 잠자리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잠깐 동안 잠. 옅은 잠.

鄭聲 : 중국 정나라의 가요가 음탕한 데서 온 말로, 음란한 소리와 음악의 가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暄 : 따뜻할 훤.

磬 : 경쇠 경. 경쇠. 비다. 공허함. 다하다. 바닥이 남. 보이다나타남. 모두. 죄다. 엄숙하게 가다듬는 모양

噱 : 껄껄 웃을 갹. 껄껄 웃다. 크게 웃는 소리. 입을 크게 벌리다. 입을 벌리고 헐떡임.

 

 

 

게으름뱅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대를 가르쳐야지 그대가 어찌 나를 가르치겠는가?  인생 백년에 마음과 몸이 모두 힘을 써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아침저녁으로 분주하여 하지 않는 일이 없다. 밤에는 옅은 잠을 자며 코골고 잠꼬대하다가 아침을 맞이하니 또 무엇을 하겠는가? 지극한 사람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창을 휘둘러 쫒아버렸다. 

근수자가 한참동안 생각하고 말했다. "나는 이를 고칠 방법을 알고있다."

그리하여 그릇에 술을 담고 음탕한 음악을 곁들이고는  기회를 보아 말했다.

"오늘 날씨가 따뜻하여 산에서 새가 울고 있다. 그대와 더불어 마음껏 즐기려고 하는데 좋은가?" 

용부가 기뻐하며 웃고는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는데 신발은 문에 이르렀고 지팡이는 길에까지 미쳤다. 수십년간의 게으름이 한 순간에 갑자기 없어져 버렸다. 함께 술잔을 들고 크게 웃은 다음, 마침내 끝까지 부지런하였다.

 

 

 

 

☞ 解說

 

『동문선』 제101권과 작자의 문집 『진일유고(眞逸遺藁)』 권4에 각각 전한다. 작자가 자신이라 자칭하지는 않았으나, 작중인물의 이력에서 보이듯 자신의 상황을 가탁(假托)해서 내용을 구성한 일종의 ‘탁전(托傳)’이라 할 수 있다.

성간은 명문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이름을 떨쳤으나, 자기가 불우하다고 생각하며 고민하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그와 같은 심정을 이 작품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으나 게으름을 가탁한 작품, 게으름을 표방하고 있는 은일군자의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게을러빠진 용부(慵夫)가 성실의 표상과 같은 근수자(勤須子)까지 깨우치면서 자신도 게으름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에 나아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내용을 그렸다. 성간의 「용부전」은 이규보의 「용풍(慵諷)」과도 관련되고, 성현의 「조용(嘲慵)」과도 유사하면서도 다른 측면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연스런 삶을 추구하였던 성간의 정신세계는 모든 현실세계의 욕망으로부터 이탈하여 문학을 통한 정신의 구원으로 이어졌을 것 같다. 문인이 자기의 개성과 고민을 표출시킨 탁전의 한 좋은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