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漢詩/其他

行宮 - 元稹

柳川 2022. 1. 7. 01:38

                                                   行宮

 

 

                                                                                                               元   稹

 

寥落古行宮、                                  텅비어 쓸쓸한 옛 행궁,

宮花寂寞紅。                                  궁의 꽃들만 적막히 붉게 피었네.

白頭宮女在、                                  흰 머리 늙은 궁녀가 남아,

閑坐說玄宗。                                  한가로이 앉아 현종때의 일을 말하네.

 

                                                                                                    <唐詩300首 卷5. 五言絶句 245>

 

 

 

 

[注]   

行宮 : 옛날에 황제가 출행할 때 머무는 궁실로, 여기에서는 낙양에 있는 현종의 후궁이 살던 상양궁(上陽宮)을 말한다.

寥落 : 쓸쓸함, 적막함. 冷落;冷淸.                   寂寞 : 淸靜, 恬淡, 淸閑.

閑坐 : 晏坐, 安坐. 白居易有《晏坐閑吟》詩.

 

[해설]

백락천의 장한가는 7언 120구나 되지만 읽는 사람이 길다고 느끼지 못하고, 원진이 지은 행궁은 4구이나 짧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언 4구의 짧은 시이나 짧은 느낌이 나지 않으며 오래되고 쓸쓸한 느낌을 표현하였으며 손을 대지 않은 느낌의 시이다. 현종과 양귀비와의 온갖 정사가 압축되어 한없이 얘기하는 듯한 여운을 준다. (言有盡而意無窮)

 

원진(779~831): 중당(中唐)시 시인. 자는 미지(微之)이고, 하남(河南:지금의 하남성 낙양시)사람이다. 일찍이 정원년간(貞元:785~805)에 진사가 되였다 하니 비교적 이른 20대 초반에 벼슬길에 나서 목종(穆宗:820~824년간 재위)때는 재상의 지위까지 올랐으나, 당시의 실세인 재상 배도(裴度:765~839)와 뜻이 맞지 않아 지방관인 자사와 절도사를 역임하다 무창(武昌)에서 사망했다.

원진은 일찍부터 백거이와 함께 詩歌는 응당 민간의 고통과 생활을 반영하여 정치를 개량하는 데 일조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이는 그의 글 악부고제서(樂府古題序)에 잘 반영되어 있으며, 그의 詩에도 이러한 사회문제를 반영하는 작품이 비교적 많고, 예술성도 인정받지만 그 명성은 백거이에 미치지는 못했다는 평가이다.

명나라의 구우(瞿佑)는 「장한가」는 120句나 되지만 읽는 사람이 길다고 지루해하지 않으며, 미지의 「행궁」의 글은 겨우 4句이지만 읽는 사람이 짧다고 느끼지 않는다. 문장이 묘미가 있다고 하였으며, 당나라 시인 왕건(王建)은 이 시가 자신의 7언궁사 100수를 합해도 이 시의 20자와 바꿀 수 없다고 하였다. 참고로 이 시에 대한 평을 모두 올긴다.

 

 

☞ 동양고전종합DB의 集評

 

○ 白樂天 「長恨歌」, 「上陽宮人歌」, 元微之, 「連昌宮詞」 道開元宮禁事最爲深切矣.     -  , 

    《

○ 王建寥落古行宮云云 語意妙絶 合建七言宮詞百首 不易此二十字也 - 明 胡應麟, 《詩藪》

○ 冷語有令人惕然深省處 說字得書法 - 明 高棅, 《唐詩正聲》

○ 長恨歌一百二十句 讀者不厭其長 微之行宮詞纔四句 讀者不覺其短 文章之妙也 - 淸 瞿佑, 《歸田詩話》

○ 說玄宗 不說玄宗長短 佳絶 - 淸 沈德潛, 《唐詩別裁集》

○ 父老說開元天寶事 聽者藉藉 況白頭宮女親見親聞 故宮寥落之悲 黯然動人 - 淸 黃叔燦, 《唐詩箋注》

○ 白頭宮女 閒說玄宗 不必寫出如何感傷 而哀情彌至 - 淸 李鍈, 《詩法易簡錄》

○ 寥落古行宮二十字 足賅連昌宮詞六百餘字 尤爲妙境 - 淸 潘德輿, 《養一齋詩話》

○ 玄宗舊事出於白髮宮人之口 白髮宮人又坐宮花亂紅之中 行宮眞不堪回首矣 - 淸 徐增, 《而庵說唐詩》

○ 首句宮之寥落 次句花之寂寞 已將白頭宮女所在環境景象之可傷描繪出來 則末句所說之事 雖未明說 亦必爲可傷之事 二十字中 於開元天寶間由盛而衰之經過 悉包含在內矣. 此詩可謂連昌宮詞之縮寫 白頭宮女與連昌宮詞之老人何異 - 現代 劉永濟, 《唐人絶句精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