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聲賦 - 歐陽修
秋聲賦
歐陽修
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 曰, 「異哉 !」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澎湃; 如波濤夜驚, 風雨驟至。其觸於物也, 鏦鏦錚錚, 金鐵皆鳴;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予謂童子, 「此何聲也?汝出視之。」 童子曰, 「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予曰, 「噫嘻, 悲哉!此秋聲也。胡爲而來哉?蓋夫秋之爲狀也;其色慘淡, 煙霏雲斂;其容淸明, 天高日晶;其氣慄冽, 砭人肌骨;其意蕭條, 山川寂寥。故其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豊草綠縟而爭茂, 佳木蔥籠而可悅;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其所以嶊敗零落者, 乃其一氣之餘烈。夫秋, 刑官也, 於時爲陰;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天之於物, 春生秋實。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商, 傷也;物旣老而悲傷。夷, 戮也;物過盛而當殺。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人爲動物, 惟物之靈。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於中, 必搖其精。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宜其渥然丹者爲槁木, 黟然黑者爲星星。奈何以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童子莫對, 垂頭而睡。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余之歎息。 <唐宋八大家文抄 歐陽脩 (4)卷32. 03>
秋風賦 : 이 글은 歐陽脩가 송나라 인종때인 嘉祐 4년(1059) 53세 때 지은 것이다. 그는 이해 봄에 繁多한 開封府尹의 직무에서 물러나
다시 龍圖閣學士가 되어 淸閑한 官務에 종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을에 이 글처럼 淸爽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名篇을
지을 수 있었는데, 이 글에는 인생에 대한 그의 思索이 녹아들어 있다. 秋聲賦라고도 한다.
賦는 문체의 하나로, 韻文과 散文이 결합된 문체이다. ≪文心雕龍≫ 〈詮賦〉에서는 그 특징을, “≪詩經≫에 六義가 있으니 두 번째
를 ‘賦’라 한다. 賦란 펼친다[鋪]는 뜻으로, 文采를 펼쳐서 사물을 체현하고 뜻을 서술하는 것이다.” 하였다. 漢나라 때 성행하였다.
淅 : 쌀 일 석. 쌀을 일다. 인 쌀. 바람 소리. 방울소리. 처량하다. 슬프고도 쓸쓸함.
淅瀝 :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 바람이 나무를 스치어 울리는 쓸쓸한 소리.
瀝 : 거를 력. 거르다. 물이 방울져 떨어지다. 흘리다. 부음. 물방울. 거른 술. 비바람소리.
澎 : 물결부딛치는기세 팽. 물결 부딪는 기세. 물결소리. 湃 : 물결이는모양 배. 물결 이는 모양. 물결 소리. 砰 : 물결소리 팽(평)
澎湃 : 큰 물결이 서로 맞부딪쳐 솟구치는 모양. 거세게 일어나 넘치는 모양. 끓어 넘치다. 들끓다. 砰湃로 된 本도 있음. 뜻은 澎湃와 같다.
鏦 : 창 총. 창(槍). 치다. 작은 창. 종, 북 따위를 침. 쇠붙이가 울리는 소리(鏦鏦). 錚 : 쇳소리 쟁. 쇳소리. 징. 사물의 형용.
嘻 : 즐거울 희. 즐겁다. 화락함. 웃다. 놀라 지르는 소리. 탄식하는 소리. 砭 : 돌침 폄. 돌침. 돌침을 놓다. 경계(警戒). 계명(戒銘)
縟 : 무늬 욕. 무늬. 채색. 번다한 채식(彩飾). 번다하다. 잘다. 미세하다. 요. 잠자리.
蔥 : 파 총. 葱. 파. 부들, 푸르다. 기운이 통달하다. 검 이름. 창문. 窓. 蔥籠 : 우거지다.
嶊 : 산높고 험할 최(참). 산이 높고 험하다(크다). 험한 모양. 재목이 높이 쌓여있는 모양.
一氣之餘烈 : 一氣는 秋氣를 말하고, 餘烈은 남은 威勢를 뜻한다.
刑官 : 형옥(刑獄)을 관장하는 관리. <주례(周禮)>에서는 天,地,春,夏,秋,冬을 육관이라 칭하였다. 가을은 만물을 시들어 죽게 하므로
사구(司寇)를 추관(秋官)이라고 했다. 또 死刑을 집행하는 것 역시 가을에 이루어졌다.
於時爲陰 : 古代에는 四時를 陰陽에 배합하여 봄과 여름은 陽이 되고 가을과 겨울은 陰이 되었다.
兵象 : 用兵의 상징이라는 뜻이다. 古代에 征伐은 대부분 가을에 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漢書≫ 〈刑法志〉에 “가을에는 군대를
정돈하여 가을사냥[獮 : 사냥 선]을 나선다.”라고 하였는데, 顔師古의 注에는 “獮는 殺氣에 호응하는 것이다.”라 하였다.
於行爲金 : 옛날에는 金‧木‧水‧火‧土 五行으로 사계절에 배당하였는바, 가을은 金에 속한다. ≪禮記≫ 〈月令〉에 “某日 立秋에 盛德이
金에 있다.”라고 하였고, ≪漢書≫ 〈五行志 上〉에 “金은 西方이니 萬物이 이미 이루어짐에 殺氣가 시작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 ≪禮記≫ 〈鄕飮酒義〉에 “천지의 嚴凝한 氣가 서남쪽에서 시작되고 서북쪽에서 왕성해지니 이것이
천지의 尊嚴한 氣이고 이것이 천지의 義氣이다.”라고 하였다. 肅殺은 만물을 꺾고 시들게 만든다는 말이고, 心은 本心‧目的이라는
뜻이다.
夷則 : 十二律 가운데 하나이다. 律은 正音의 악기로 十二律은 열두 가지 높낮이가 다른 표준음을 가리킨다.
옛날에는 十二律을 十二月에 배당하였는바, 夷則은 7월에 해당한다. ≪史記≫ 〈律書〉에 “7월은 律에서 夷則에 해당한다. 夷則은
陰氣가 만물을 해침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음력으로 7월은 가을이다.
渥 : 두터울 악/적실 우. 두텁다. 은혜. 광택. 윤. 젖다. 붉다. 아름답다. 무거운 형벌. 적시다. 담그다. 黟 : 검을 이. 검다. 흑단(黑檀).
星星 : 머리털이 희끗희끗한 모양.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찟 놀라 귀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이상하구나!"
처음에는 쏴아 하면서 삭막한 바람 부는 소리더니 갑자기 빠르게 달리는 것 같은 소리가 거세게 들리는데, 마치 밤중에 갑자기 파도가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듯 하였다. 물체들이 서로 부딪쳐 쨍그렁 쨍그렁 쇠붙이가 한꺼번에 부딛치는 소리 같고, 또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병사들이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듯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동자(童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네가 좀 나가 보거라."
동자가 말했다.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하늘엔 은하수가 널려 있으며 사방에는 인적은 없고 나무사이에서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아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로다. 어찌하여 온 것인가? 가을의 모습이란, 그 색은 어둑침침하고 쓸슬(暗淡)하여 안개가 자욱하고 구름이 모인다. 가을의 모양은 청명하며 하늘은 높고 맑다. 그 기운은 오싹하니 차가워 사람의 피부와 뼈를 에이며, 그 뜻은 쓸쓸하고 산천이 적막하다. 그러므로 가을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처량하고 애절하며 울부짖으며 떨쳐일어나는 듯 하다. 울창한 풀들은 푸른 색으로 다투어 우거지고, 아름다운 나무는 무성하여 즐길만 하더니, 풀은 가을바람을 만나자 잎이 시들고, 나무는 가을바람을 맞이하자 잎이 지는데, 그것들이 꺾이고 말라 떨어지는 까닭은 가을의 기운에 남아있는 여세(餘勢)때문이다.
가을은 형옥을 집행하는 관원이고 시기로는 음이며, 또 용병의 상징이고 오행에 있어서는 금(金)에 속하는 것이니, 이는 천지간의 의기(義氣)라고 한다. 항상 쌀쌀한 기운이 초목을 말려 죽이는 것을 본성(本性)으로 한다.
하늘은 만물에 있어 봄에 태어나고 가을에 열매를 맺게한다. 그러므로 가을은 음악에 있어서는 상성(商聲)이며 서방(西方)의 음악을 주관하고 이칙(夷則)은 7월의 율(律)이 된다. 상(商)은 상(傷)을 뜻하는 것이니, 만물이 모두 늙어 슬프고 감상에 젖는 것이다. 이(夷)는 죽인다는 뜻이니 만물이 융성하는 시기가 지나면 마땅히 죽게 되는 것이다.
아!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때가 되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것이며, 사람은 동물이되 오직 영혼이 있는 존재이다. 온갖 근심이 마음에서 느껴지고 , 만사(萬事)가 육신을 수고롭게 하니 마음 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에 동요가 일어난다.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함을 생각하고 그 지혜로도 할 수 없음을 근심하게 되어서는 마땅히 발그레하게 윤기있던 얼굴이 시들어버린 나무같이 되고 새까맣게 검었던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되는 것이 당연함에 있어서랴 !
어찌 쇠와 돌같은 바탕이 없으면서 초목과 더불어 영화를 다투려고 하는 것인가? 생각컨대 누가 해치기에 또 가을의 소리를 한스러워하는 것인가?"
동자는 아무 대답도 없이 머리를 떨구고 자고 있다. 단지 사방 벽에서 벌레 우는 소리만 찌륵 찌륵 들리는데, 마치 나의 탄식을 돕기나 하는 듯 하였다.
[번역의 참조 및 注는 동양고전종합DB의 번역 및 注를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