擬戍婦擣衣詞 - 偰遜
皎皎天上月、 밝고 밝은 달,
照此秋夜長。 이렇게 기나긴 가을 밤을 비추는구나.
悲風西北來、 서북에서 슬픈 바람 불어 오고,
蟋蟀鳴我床。 귀뚜라미 내 평상에서 운다.
君子遠行役、 낭군님 멀리 수자리 나가,
賤妾守空房。 천첩(賤妾) 홀로 빈 방을 지키오.
空房不足恨、 빈 방을 한하는 것이 아니라,
感子寒無裳。 낭군님 곁에 천첩(裳)이 곁에 없는 것이 걱정이오.
皎皎天上月、 밝고 밝은 달,
休照玉門關。 옥문관에는 비치지 마소.
金戈相磨戛、 쇠 창과 창이 부딛치는 곳에서,
中夜絺綌寒。 한밤중에 베옷입고 추위에 떨고 있으리라.
良人昔告別、 옛날 낭군과 이별할 때,
豈謂歸路難。 어찌 돌아오기 어려울 줄 알았으랴.
徘徊一西望、 서성이며 서쪽 바라보는데,
令我嶊心䏏。 내 애간장을 태우네.
謂 : 어찌하랴. 如何, 奈何와 같음.
嶊 : 산높고 험할 참(최). 산이 높고 험하다. 험한 모양. 높고 크다.
天上月皎皎、 달이 밝고도 밝아,
中宵入羅帷。 한밤중 비단 휘장사이로 비치네.
白露裛淸碪、 흰 이슬 다듬잇돌 맑게 적시는데,
音響有餘悲。 다듬이 소리에 슬픔이 넘치네.
敢辭今夕勞、 오늘 밤 힘들다고 감히 하소연하랴,
游子何時歸。 멀리 떠난 그대는 언제나 돌아오려나?
沈憂不能寐、 깊은 시름으로 잠 못이루나니,
焉得凌雲飛。 어찌하면 구름너머로 낭군에게 날아갈까?
裛 : 책갑 읍. 책갑. 책을 넣어 두는 보자기. 보자기. 얽혀 감다. 적시다. 향내가 옷에 배다.
碪 : 砧. 다듬잇돌 침/산 우뚝할 암.
擣擣閨中練、 안방(閨房)에서 명주 두드리고 두드려,
裁縫如霜雪。 옷을 지으니 서리와 눈처럼 희구나.
緘題寄邊庭、 고이 싸서 이름 적어 변방에 부치나니,
中有淚成血。 그 안에 흘린 눈물이 피가 되었네.
婦人得所歸、 여인이 시집가면,
終始惟一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하나의 절개 뿐.
云胡妾薄命、 어찌 내 운세 사나워,
與君長相別。 낭군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가?
嗈嗈雲閒雁、 끼룩끼룩 구름 속에서 기러기 우는데,
飛鳴亦何哀。 우는 소리도 어찌 그리 구슬픈가?
豈無一書札、 어찌 편지 한 통도 없을까?
欲寄復徘徊。 옷을 부치려다가 서성인다.
願言各努力、 바라건대 각자 노력할 일이니,
賤妾不足懷。 천첩을 생각하지 마소서.
君亮執精忠、 낭군께서는 진실로 충성을 다한다면,
妾當死中閨。 천첩은 마땅히 규방에서 죽으리라.
<東文選 卷5.>
嗈 : 세소리 옹. 새소리. (기러기가)짝을 지어 울다.
偰遜 ( ? ~ 1360)
원나라에서 고려로 귀화한 문신이다. 처음의 이름은 백료손(百遼遜)이다. 위구르(Uighur, 回鶻) 사람으로 고조부 위래티무르[嶽璘帖穆爾] 이래 원나라에서 벼슬을 하였는데 아버지 설철독(偰哲篤)은 강서행성우승(江西行省右丞)을 지냈다. 조상 대대로 설련하(偰輦河)에 살았으므로 설로써 성을 삼았다.
학문이 깊고 문장에 뛰어났으며 원순제(元順帝) 때 진사(進士)에 합격하여 한림응봉문자(翰林應奉文字)·선정원단사관(宣政院斷事官)을 거쳐 단본당정자(端本堂正字)로 뽑혀 황태자에게 경전을 가르쳤다.
그러나 승상(丞相) 합마(哈麻)의 시기를 받아 단주(單州)로 나가 지키던 중 부친상을 당하여 대령(大寧)에서 살게 되었다. 1358년(공민왕 7) 홍건적(紅巾賊)이 대령을 핍박하자 난을 피하여 고려로 오게 되었는데, 왕이 즉위하기 전 단본당에서 황태자(皇太子)를 가르칠 때 원나라에 가 있던 공민왕(恭愍王)과 친교가 있었으므로 후한 대우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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