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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古文學/破閑集

卷上 18. 睿王天性好學

by 柳川 2019. 5. 5.

睿王天性好學, 尊尙儒雅, 特開淸宴閣, 日與學士討論墳典。嘗御莎樓, 前有木芍藥盛開, 命禁署諸儒, 刻燭賦七言六韻詩。東宮寮佐安寶麟爲之魁, 隨科級恩例尤厚。時康先生日用, 詩名動天下, 上心佇觀其作。燭垂盡纔得一聯, 袖其紙伏御溝中, 上命小黃門遽取之。題云,

 

頭白醉翁看殿後,

眼明儒老倚欄邊。

 

其用事精妙如此。上歎賞不已曰, 此古人所謂, 『臼頭花鈿滿面, 不若西施半粧。』」 慰諭遣之。

 

今擬補亡,

 

一朶姚紅直萬錢, 

輕陰正値養花天。

仙粧不借燕脂染,

春信先憑羯鼓傳。

楚俗芳辰臨百五,

漢宮新寵冠三千。

朝因日照先廻醉, 

夜怕風寒不肯眠。

 

頭白云云,

燭華漸盡吟彌苦,

擷得餘姸入一聯。

 

詩之巧拙, 不在於遲速先後。然唱者在前, 和之者, 常在於後。唱者優遊閑暇, 而無所迫, 和之者, 未免牽强墮險。是以繼人之韻, 雖名才往往有所不及, 理固然矣。楚老見眉山賦雪叉字韻詩, 愛其能用韻也, 先作一篇和之, 其心猶未快, 復以五篇繼之。雖用事愈奇, 吐詞愈險,  欲以奇險壓之, 然未免如前之累。

兵法曰, 『寧我迫人, 無人迫我。』 信哉。 今朝登書樓雪始霽, 因憶兩老詩, 和成二篇。

僕亦未免於牽强, 觀者宜恕之。

 

千林欲瞑已棲鴉,

燦燦明珠尙照車。

仙骨共驚如處子,

春風無計管狂花。 

聲迷細雨鳴窓紙,

寒引羈愁到酒家。

萬里都盧銀作界, 

渾敎路口沒三叉。

 

霽色稜稜欲曉鴉,

雷聲陣陣逐香車。

寒侵綠酒難生暈,

威逼紅燈未放花。

一棹去時知客興, 

孤烟起處認山家。 

閉門高臥無人到,

留得銅錢任畵叉。

 

 

墳典 : 古典, 三墳五典. 三皇五帝에 관한 典籍.        禁署 : 宮中.        寮 : 벼슬아치 료. 벼슬아치. 동료. 집. 창문. 

☞ 刻燭 : 刻燭成篇.

초가 타는 시간을 재어 문장을 짓는다'는 뜻으로, 문장을 매우 빠르게 짓는 재능을 나타낼 때 쓰이는 말. 중국 제나라 경릉왕 소자양(蕭子良)은 한밤중에 문인 학자들을 소집해 초가 타들어가는 시간을 재며 시를 짓게 했다. 한 치짜리 초가 다 탈 때까지 8구의 시를 지어야 했다. 이때 소문염(蕭文琰)이 "한 치 초가 타는 시간 안에 8구의 시를 짓는 게 뭐가 어렵단 말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동바루(동으로 만든 사찰에서 사용하는 식기)를 치면 시를 짓기 시작해 그 동바루 소리가 그치기 전에 시를 완성했다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

☞ 刻燭賦詩

고려. 조선시대에 행해진 速作試合을 가리킨다. 촛불을 켜놓고 초가 타내려 가는 일정 부분에 금을 새겨 놓아 그 시간 안에 시를 짓게 하는 일종의 경시대회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실시한 과거 종목인 명경과(明經科)와 제술과(製述科) 중, 제술과에서 부과한 시·부(賦)에 대한 작문 능력은 당시 지식인이라면 필수적으로 닦아 두어야 하는 기초교양이었다.

 

佇 : 우두커니설 저. 우두커니 서 있다. 기다리다. 쌓다. 저축함.

醉翁 : 歐陽修는 「醉翁停」에서 자신을 醉翁이라 칭함.

儒老 : 唐의 韓退之. 그의 牡丹詩에, 「今日欄邊覺眼明(오늘 난간에서 눈이 밝음을 깨달았네)」이란 말이 있다.

臼頭深目 : 절구 머리와 움푹 들어간 눈이라는 뜻으로, 여자의 추한 얼굴을 이르는 말. 劉向의「列女傳 辨通傳 齊鍾離春」에 나온다. 

羯鼓 : 상고 때 갈족(羯族)의 악기로서 우리나라 장고와 비슷한 북의 일종의 악기. 唐玄宗이 갈고를 좋아하여 내정(內庭)의 난간에

       앉아 갈고를 칠 때 뜰 밑에는 버들꽃과 살구꽃이 금방 피었는데, 현종이 그것을 가리키며 웃으면서 궁인(宮人)에게 말하기를

       “이 한 가지 일로도 조물주라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하였다는 데서 갈고를 쳐 꽃이 피길 재촉하였다는 고사가 생겼다.

        (羯鼓催)

芳辰 : 좋은 시절. (젊은 여성의)생일, 대개 봄을 말함.    百五 : 寒食節의 별칭. 동지에서 한식까지는 1백 5일이 걸려 붙여진 이름.

擷 : 딸 힐, 따다. 캐다. 뽑음.    

楚老 : 王安石이 죽은 후 荊國公으로 봉해졌는데 荊은 楚의 別稱.    眉山 : 蘇東坡가 眉州 眉山출신이라 소동파를 미산이라 칭함. 

寧我迫人, 無人迫我。: 孫叔曰, 「進擊. 寧我薄人, 無人薄我。」<春秋左氏傳 魯宣公下>

霽 : 갤 제. 개다. 비가 개다. 서리나 눈이 그치다. 운무가 걷히다. 한이나 불쾌감이 가시다. 날씨가 화창하다. 명랑하다.

明珠, 仙骨, 狂花 : 모두 눈(雪)을 가리킴.              都盧 : 서역의 나라 이름. 

畵叉 : 그림을 걸어두고 휘장으로 가린 후  휘장을 젖혔을 때 걷어서 매어 두는 고리.

 

 

예종은 천성이 학문을 좋아하고 유학을 숭상하여 특별히 청연각을 열고 매일 학사들과 삼분오전을 토론하였다. 일찍이 사루에 거동하였는데 앞에 목작약이 활짝 피어 궁중에 입시한 선비들에게 명하여 각촉하고 칠언육운시를 짓게 하였다.

동궁 요좌 안보린이 으뜸이었는데 그 등급에 따라 은전을 베풀었는데 모두 매우 후했다. 

당시 강일용선생의 시명이 천하를 진동하였으므로 주상께서 마음속으로 그의 글을 기다렸다. 강일용은 촛불이 거의 다  할 때쯤 겨우 1련(聯)을 얻고는 그것을 쓴 종이를 소매 속에 넣고 어구에서 부복하니 주상께서 어린 환관에 명하여 급히 가져오도록 하였다. 그 글은 다음과 같았다.

 

백발의 취한 늙은이가 전각 뒤에서 보고,

눈 밝은 늙은 선비가 난간에 기대어 보네. 

 

그가 고사를 인용하는 것이 이와 같이 정묘하였다. 주상께서 감상하시고 탄식을 금치 못하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옛 사람의 이른 바, '용모가 추한 여인이 잔뜩 단장해도 서시가 반쯤 꾸민 것이 낫다.'는 것이로다." 

그리고 위로하고 타일러 보내셨다.

 

이제 헤아려 없는 부분을 보충한다. 

 

한 송이 요염하게 붉은 모란은 만전의 가치가 있으니,

약간 흐린 날씨는 꽃을 기르기 좋은 날씨이다.

선녀는 화장을 해도 연지를 쓰지 않는데,

봄 소식은 갈고에 기대 먼저 전해진다네.

초나라 풍속에 봄은 동지로부터 105일,

한나라 궁의 3천 미녀중 새롭게 으뜸으로 사랑받네.

아침에는 햇빛을 먼저 받아 취하고,

밤에는 찬바람이 두려워 잠들지 못한다네. 

백발의 취한 늙은이 전각 뒤에서 보고

눈 밝은 늙은 선비 난간에 기대어 보네.

촛불이 점점 다 되니 시 읊기 더욱 어려워,

아름다움 모두 따서 한 연에 넣는다네.

 

시의 뛰어남과 졸렬함은 시를 짓는 속도의 선후에 있지 않다. 선창자가 앞에 있고 화답하는 자가 항상 뒤에 있는 법이다.  선창자는 여유롭고 한가하여 압박을 받지 않지만, 화답하는 자는 억지로 갖다 붙이다 괴로움에 빠지는 일을 면치 못한다. 이리하여 다른 사람의 운에 이어서 시를 짓는 것은 유명한 재사(才士)라 할지라도 종종 미치지 못하는 것이니, 이치가 본래 그러한 것이다.

초로(왕안석)가 미산(소동파)이 눈을 읊을 때 차(叉)자 운으로 시를 짓는 것을 보고 그가 운을 잘 쓰는 것을 좋아하여 먼저 화답하는 시 한 편을 지었는데 마음에 미흡하여 다시 다섯편을 계속해서 지으면서 고사를 더욱 기묘하게 인용하고 문장을 더욱 힘들게 드러내므로써 기묘함과 고충으로 그를 압도하려 하였으나 전의 과오를 면치 못했다. 

병법에, "차라리 내가 다른 사람을 핍박할지언정 다른 사람이 나를 핍박하지 못한다."한 것은 참으로 그렇다.  

오늘 아침 서루에 올라가니 눈이 비로소 그쳤는데 두 노인의 시가 떠올라 화답하여 두편을 지었다. 나 또한 억지로 끌어다 썼다는 것을 면치 못하니 보는 자가 너그럽게 용서하기를 바란다.

 

온 숲이 어두워져 이미 갈까마귀도 깃들었는데,

번쩍이는 야광주 여전히 수레를 비춘다.

선골들 모두 처녀처럼 놀라는데,

봄바람도 어쩌지 못해 꽃이 제멋대로다.   

홀리듯 가는 눈 소리 창호지를 울리지만,

추위에 나그네는 수심에 젖어 술집에 이르네.

머나먼 도로는 은세계가 되었고,

세갈래 길 입구가 모두 묻혔네.

 

갠 하늘 차거워 갈가마귀 깨우고,

우레소리 간간히 들려와 수레소리 묻히네.

한기가 술에 스몄는가 취기가 오르지 않고,

등도 위세에 눌렸는가 불꽃을 발산하지 않네.

한번 노 저어갈 때 나그네의 흥취를 알겠고,

외롭게 연기 이는 곳에 산속에 집이 있음을 안다.

문 닫고 높이 누웠는데 오는 사람도 없으니,

동전 남겨두어 화차로나 쓸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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