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鼠之婚
野鼠欲爲其子擇高婚。 初謂惟天最尊, 遂求之於天。
天曰, "我雖兼包萬有, 非日月, 則無以顯吾德。"
野鼠求之於日月。
日月曰, "我雖普照, 惟雲蔽之, 彼居吾上乎。"
野鼠求之於雲,
雲曰, "我雖使日月失明, 惟風吹散, 彼居吾上乎。"
野鼠求之於風。
風曰, "我雖能散雲, 惟田間石佛, 吹之不倒, 彼居吾上乎。"
野鼠求之於石佛, 石佛曰, "我雖不畏風, 惟野鼠穿我足底, 則傾倒, 彼居吾上乎。"
野鼠於是傲然自得曰, "天下之尊, 莫我若也。"
遂婚於野鼠。
두더지(野鼠)가 그 자식을 위해 좋은 혼처를 구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가장 높은 것은 오직 하늘이라 여
겨 하늘에 청혼을 했다.
하늘이 말했다.
“내 비록 만물을 다 안고 있긴 하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나의 덕을 드러낼 수가 없다네.”
두더지는 해와 달에게 청혼했다. 해와 달이 말했다.
“내 비록 널리 비추지만 구름이 가리니 그것이 나보다 위라네.”
두더지가 구름을 찾았더니 구름이 말했다.
“내 비록 해와 달의 빛을 덮어 밝음을 잃게 하지만 바람이 불면 흩어지고 만다네. 그러니 바람이 나보다
더 높다네.”
두더지가 바람을 찾자 바람이 말했다.
“내 비록 구름을 흩어지게 할 수 있지만 저 밭 가운데에 서 있는 돌부처는 불어도 쓰러지지 않으니 내 위
에 있다네.”
두더지가 돌부처에게 가서 청혼하니 돌부처가 말했다.
“내 비록 바람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두더지가 내 발 밑을 뚫고 들어오면 넘어지게 된다네. 두더지가 나
보다 위라네.”
이에 두더지가 거만스럽게 말했다.
“천하에 높은 것이 나만한 게 없구나.”
그러고는 두더지와 혼인했다.
이 이야기는 조선 홍만종(洪萬宗)의 《순오지(旬五志)》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