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鼓在岐陽孔子廟中, 自周至唐幾二千載, 詩書所傳, 及諸史百子中, 固無所傳。 且韋韓二公皆博古者, 何以卽謂周宣王鼓, 著於歌詞剖析無遺。歐陽子亦以爲有三疑焉。
昨在書樓偶讀其文, 有會於余心者, 吟成二十韻, 以待後世君子云,
木履傳爲萬世珍,
壁經亦鼓諸儒舌。
窮隆石鼓古稱奇,
況是夫子玄宮物。
周宣昔日啓中興,
方召聯翩揮將鉞。
戎車三千若準飛,
北征玁狁南羈越。
拓境已復文虎基,
盛業宜將播琴瑟。
振旅闐闐歌來芑,
愼微亦得陳吉日。
應念當時將帥勤,
幾年刀韣生蟣虱。
山河作誓可無亡,
粉壁圖形亦不滅。
豈如月斧墜雲根,
科斗奇文勒勳伐。
其辭渾芳簡而淳,
奧理宜當載風什。
胡奈詩官見不收,
滄海側畔遺明月。
嗟哉去周千載餘,
雨打風催多壞缺。
所留一行十數字,
蛇龍片甲誰復惜。
我車旣攻馬亦同,
此語乃與詩相涉。
韓公固亦深於詩,
一讀卽認周宣烈。
風雲入筆騁雄詞,
剖析不肯遺毫髮。
不然斯文成寒灰,
豈與崇高得幷列。
有如夢中遊帝所,
暫聽鈞天悉淸越。
我今吟哦欲補之,
毛錐已鈍難緝綴。
染指雖知九鼎味,
飛鳥豈補一字脫。
石鼓 : 중국에 현재 남아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석각 문자. 先秦代의 것으로 모두 열 개였는데 각 돌마다 모두 사냥에 관한 四言詩
가 한 수씩 새겨져 있었다.
韋韓二公 : 韋應物과 韓愈를 指稱함. 韋應物은 唐나라의 시인. 백거이·고황·유장경(劉長卿)·교연 등과 교유하면서 시를 주고받았다. 그는 훌
륭한 5언시를 지었는데, 작풍은 도연명·왕유(王維)와 비슷했다.
壁經 : 공자의 옛집 벽 속에서 발견하였다는, 《서경(書經)》의 고본(古本). 중국의 진시황이 책을 모두 불사를 때 없어진 것을 한나라 때 복
생(伏生)이 입으로 외어 전하였는데, 뒤에 노나라 공왕 때 공자의 옛집 벽 속에서 발견하였다.
方召 : 方叔과 召虎. 모두 周 宣王의 신하로 方叔은 험윤(玁狁)을 정벌하여 공을 세웠고, 召虎는 淮夷를 討平함.
準 → 隼. 闐 : 성할 전. 성하다. 차다. 가득함. 사물의 형용. 거마의 소리. 북소리. 采芑 : 詩經. 小雅/彤弓之什/采芑.
韣 : 활집 독. 활집. 묶다. 다발. 자루. 蟣 : 서캐 기. 雲根: 구름은 산속의 차가운 공기가 돌에 닿아서 생긴다고 하여 돌, 바위를 말함.
科斗 : 蝌蚪. 올챙이. 중국의 고대의 문자 모양이 올챙이모양 같다고 한 데서 생긴 말. 文字를 가리킴.
風什 : 詩經의 風, 雅. 雅는 什단위로 묶여 있음. 崇高 : 詩經 大雅/蕩之什/崧高
鈞天 : 천상(天上)의 상제(上帝)가 있는 곳인데, 춘추 때에 진 목공(秦穆公)이 꿈에 가서 놀았다 한다. 또, 균천광악(鈞天廣樂)의 준말로, 아주
미묘한 천상(天上)의 음악을 말한다. 균천은 천제(天帝)가 있는 곳인데, 춘추 시대에 조간자(趙簡子)가 5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
을 때 균천에 올라가서 광악을 듣고 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史記 卷43 趙世家, 趙簡子>
哦 : 읊조릴 아. 읊다. 읊조림. 시, 노래, 가볍게 놀라 지르는 의성어. 아!, 어!
染指 : 손가락을 솥 속에 넣어 국물의 맛을 본다는 뜻으로, 남의 물건을 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九鼎 : 夏의 禹가 九州에서 구리를 거두어들여 주조했다는 솥. 여기서는 石鼓에 글자가 몇 자 남지 않았으나 손가락만 넣어 보고도 九鼎의
국 맛을 알 수 있듯이 전체를 짐작할 수 있음을 비유함.
☞ 飛鳥
歐陽修의 『六一詩話』에 실려 있다. 진종이(陳從易)란 이가 우연히 舊本의 杜甫詩集을 구했는데, 글자가 빠진 곳이 많았다. 그 중 「送蔡都尉詩」의 제 7구에 “身輕一鳥○”라 하였는데 마지막 한 글자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陳從易는 좌중의 여러 손님에게 각기 빈 곳의 한 글자를 채우게 하자, ‘疾, 落, 起, 下’등 의견이 분분 했으나 뒤에 善本을 얻어 확인해 보니 ‘過’자였다. 위 구절은 蔡都尉의 위풍을 묘사한 대목으로 “몸은 민첩하기 새 한 마리 지나는 듯”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陳從易는 탄복하며 “비록 한 글자이지만 그대들이 또한 능히 미치지 못했구려.”라 하였다.
석고문은 기양의 공자묘 안에 있는데, 주(周)나라로부터 당(唐)나라에 이르기까지 거의 2천년 동안, 시서로는 전하였으나, 제 역사서와 백가서 중에는, 확실히 전하는 바가 없다. 또 위응물(韋應物)과 한유(韓愈) 두 사람은, 모두 고전에 박식한 자들인데, 어찌하여 바로 주(周)나라 선왕(宣王)의 석고라 하고서도, 가사집(歌詞集)을 저술하면서 빠짐없이 분석하였는가? 구양자(歐陽脩) 또한 세 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하였다.
어제 서루에 있다가, 우연히 그 글을 읽고, 나의 마음에 들어맞는 것이 있어, 이십운(二十韻)의 시를 지어 읊고, 후세의 군자들을 기다릴까 한다.
木履傳爲萬世珍, 나막신이 전해져 만세의 보배가 되고
壁經亦鼓諸儒舌。 벽속의 서경(書經) 또한 유생들의 입을 놀리게 했도다.
窮隆石鼓古稱奇, 크게 성했던 석고가 옛날에도 기이하다 했거늘
況是夫子玄宮物。 하물며 공자의 무덤에서 나온 것임에랴!
周宣昔日啓中興, 옛날 주 선왕이 중흥하였을 때,
方召聯翩揮將鉞。 방숙과 소호 나란히 도끼 휘두르며 지휘하였도다.
戎車三千若準飛, 전차 3천대가 매가 나는 듯,
北征玁狁南羈越。 북으로 험윤을 치고 남으로는 월을 눌렀네.
拓境已復文虎基, 경계를 넓혀 이미 문왕과 무왕의 터전을 회복하였으니,
盛業宜將播琴瑟。 성대한 업적 거문고 비파 울려 전파함이 마땅하리라.
振旅闐闐歌來芑, 군사 거두어 북치고 채기편을 노래하며,
愼微亦得陳吉日。 작은 일도 신중히 하여 길일에 진을 벌였도다.
應念當時將帥勤, 당시 장수들의 노고를 생각함이 마땅하니,
幾年刀韣生蟣虱。 몇년동안이나 칼집에 이가 슬었던가.
山河作誓可無亡, 맹세컨대 산하는 망할 수 없고,
粉壁圖形亦不滅。 흰 벽에 새긴 도형 또한 없어지지 않으리라.
豈如月斧墜雲根, 어찌 도끼로 돌을 다듬어
科斗奇文勒勳伐。 옛 기이한 문자로 공적을 새기는 것과 같겠는가.
其辭渾芳簡而淳, 그 말이 모두 아름답고 간결하며 순박하니
奧理宜當載風什。 심오한 이치가 시경에 오른 것이 당연하다.
胡奈詩官見不收, 어찌하여 시관은 보고도 거두지 않아
滄海側畔遺明月。 넓은 바다가에 밝은 달을 내버려 두었는가.
嗟哉去周千載餘, 아! 주나라가 망한지 천여년,
雨打風催多壞缺。 비바람 몰아쳐 부서지고 깨진 것이 많도다.
所留一行十數字, 남은 것은 한 줄에 열 몇 자,
蛇龍片甲誰復惜。 사룡의 비늘 조각을 누가 복원하여 아끼겠는가.
我車旣攻馬亦同, 내 수레 견고하고 말 또한 같으니
此語乃與詩相涉。 이 말은 시와 상통할 것이로다.
韓公固亦深於詩, 한유공은 본래 시에 조예사 깊어
一讀卽認周宣烈。 한 번 읽고 바로 주나라 선왕의 알아봤도다.
風雲入筆騁雄詞, 풍운 깃든 붓 내달려 아름다운 글 짓고
剖析不肯遺毫髮。 분석해서 조금도 실수를 허용치 않았도다.
不然斯文成寒灰, 그렇지 않았다면 이 문장은 보잘 것 없게 될 것이니
豈與崇高得幷列。 어찌 시경 숭고편과 나란히 반열에 오르겠는가.
有如夢中遊帝所, 꿈속에서 천제 계신 곳을 노닐면서
暫聽鈞天悉淸越。 잠시 맑고 뛰어난 천상음악을 모두 듣는 것 같았노라.
我今吟哦欲補之, 지금 내가 읊조려 메꾸려 해도
毛錐已鈍難緝綴。 붓이 이미 무뎌져 글을 맺기 어렵구나.
染指雖知九鼎味,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고 구정의 맛을 알지라도
飛鳥豈補一字脫。 「비조」구절에서 빠진 한 자를 어찌 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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