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以科第取士尙矣, 自漢魏而下, 緜歷六朝至唐宋最盛。本朝亦遵其法三年一比, 上下數千載以文拾靑紫者, 不可勝紀。然先多士而後大拜者甚鮮。盖文章得於天性, 而爵祿人之所有也, 苟求之以道, 則可謂易矣。
然天地之於萬物也, 使不得專其美, 故角者去齒, 翼則兩其足, 名花無實, 彩雲易山。至於人亦然, 畀之以奇才茂藝, 則革功名而不與, 理則然矣。
是以自孔孟荀楊, 以至韓柳李杜, 雖文章德譽足以聳動千古, 而位不登於卿相矣。能以龍頭之高選, 得躡台衡者, 實古人所謂楊州駕鶴也, 豈可以多得哉!
本朝以狀頭入相者, 十有八人。今崔洪胤琴克儀, 相繼已到黃扉, 而僕與金侍郞君綏, 幷遊誥苑, 其餘得列於淸華亦十五人, 何其盛也。今上卽阼六年己巳, 金公出守南州, 諸公會于檜里以餞之。世謂之龍頭會, 望之若登仙。 僕作一篇記之,
龍飛位九五,
下有羣龍聚。
呑土明月珠,
騰躍靑雲路。
旣登李膺門,
當霈殷相雨。
但貴華歆頭,
腰尾奚足數。
詞語雖蕪拙 庶幾使後世 皆得知本朝得人之盛 雖唐虞莫能及也。
靑紫 : 高官大爵을 말함. 漢나라 제도에 印綬를, 公侯에게는 紫를, 九卿에게는 靑을 쓰게 한 데서 유래함. 畀 : 줄 비.
聳 : 솟을 용. 솟다. 높음. 우뚝 높이 솟다. 높이 오르다. 솟게 하다. 높이 세움. 두려워하다. 삼가다. 공경함. 권장하다. 유도함. 귀머거리.
聳動 : 어깨를 으쓱거리다. 근육이 (경련적으로) 움직이다. 놀라게 하다. 躡 : 밟을 섭. 밟다. 오르다. 올라감. 이르다. 잇다. 뒤쫒다. 빠르다.
台衡 : 宰相.
楊州駕鶴 : 모든 욕망을 다 이룬 다는 뜻. 蘇軾의 「綠筠軒」에 "世間那有楊州鶴"의 구절이 있으며 高麗末 學子인 李奎報의 「違心詩」에서도
볼 수 있다. 두 사람의 시는 본 문의 말미에 첨부.
龍頭 : 文科의 壯元. 黃扉 : 승상, 삼공(三公), 급사중(給事中)등 최고위 관원을 가리키는 말로, 집무실 문에 황색 칠을 했던 고사에서 유래.
誥苑 : 임금의 명령을 글로 작성하는 翰林院이나 藝文館. 淸華 : 지위나 집안이 존귀하다.
阼 : 동편섬돌 조. 동편 섬돌. 주인이 당에 오르는 층계. 보위. 임금의 자리. 祭肉. 음복으로 나눠주는 고기.
明月珠 : 鄒陽의 「獄中上梁王書」에 나오는 文句. 여기에서는 과거급제자를 칭함.
臣聞明月之珠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 衆莫不按劍相眄者. 何則. 無因而至前也. 蟠木根柢, 輪囷離奇, 而爲萬乘器者, 以左右先爲之
容也. 故無因而至前, 雖出隨珠和璧, 柢怨結而不見德. 有人先遊, 則枯木朽株, 樹功而不忘. <史記 卷83. 魯仲連鄒陽列傳>
李膺 : 110-169. 후한 穎川 襄陽 사람. 자는 元禮. 孝廉으로 천거되어 靑州刺史등을 지내고 河南尹이 되었을 때 환관들의 집정을 반대하
여 명성이 아주 높아져 ‘天下楷謨李元禮)’라 말했다. 선비들이 그와 교유하면 등용문(登龍門)했다고 여겼다 함.
殷相雨 : 殷의 武丁이 꿈을 꾸고 傅說을 발탁, 재상을 삼고, 「너를 大旱 때, 霖雨로 삼으리라.」 하였다는 고사가 있음. <史記 卷3. 殷本記>
舜發於畎畝之中, 傅說擧於版築之間, 膠鬲擧於魚鹽之中, 管夷吾擧於士, 孫叔敖擧於海, 百里奚擧於市. <孟子 告子下15>
霈 : 비쏟아질 패. 비가 쏟아지다. 큰 비. 젖다. 배어 듬. 큰 물이 흐르는 모양. 恩澤의 비유.
華歆頭 : 原來華歆素有文名, 向與, 邴原, 管寧, 相友善. 時人稱三人為一龍. 華歆為龍頭, 邴原為龍腹, 管寧為龍尾.<三國志演義 66回>
세상에서 과거를 통해서 선비를 뽑는 것이 오래 되었는데, 한나라와 위나라 이래, 육조시대를 거쳐, 당나라와 송나라에 이르러서 절정기를 맞이하였다. 본조 역시 그 법에 따라, 3년마다 한 차례씩 과거를 시행하여, 위아래로 수천의 자리에 문장으로 관료를 뽑아 등용했는데 모두 그 수를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많은 선비들보다 앞서 등용되었으나, 뒤에 가서 높은 벼슬에 임명된 자는 극히 드물었다. 대체로 문장은 타고난 자질에서 얻어지는 것이나, 관직에 있는 사람은 알아야 하는 것이므로, 방도를 찾아 문장을 익힌다면 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지가 만물로 하여금 오로지 좋은 것만 가질 수 없게 하여, 뿔이 있는 것에게는 이[齒]가 없고, 날개가 있으면 발이 둘이며, 이름 있는 꽃은 열매가 없고, 빛깔이 아름다운 구름은 산에서 쉽게 흩어지게 하였다. 사람에 이르러서도 역시 그러하니, 기이한 재주와 뛰어난 기예를 주면, 공명에 엄격하고 그 기회도 주지 않으니 이치가 그러하다.
이 때문에 공자, 맹자, 순자, 양자로부터, 한유, 유종원, 이백、두보에 이르기까지, 비록 문장과 덕망과 명예는, 족히 천고에 우뚝 솟았으나, 지위는 재상에 오르지 못하였다. 이때문에 장원으로 높게 선발되어, 재상까지 오를 수 있었던 사람은, 실로 옛 사람들이 말하는바 '양주에서 학을 탄다.'는 것이니, 어찌 많은 사람이 얻을 수 있겠는가!
본조에서 장원으로 재상이 된 사람은 열여덟 분이다. 지금 최홍윤(崔洪胤)과 금극의(琴克儀)가, 서로 이어 이미 재상이 되었고, 나도 시랑 김군수(金君綏)와 함께, 나란히 고원에서 노닐고 있으며, 그 나머지 고귀한 지위에 올라 있는 사람이 또한 열다섯 분이나 되니, 어찌 많다 할 것인가.
지금 왕께서 즉위하신지 6년째이 되는 기사년(己巳年)에, 김공이 남쪽 고을 수령으로 나갈 때, 여러 공들이 회리(檜里)에 모여 그를 전별하였다. 세상에서는 이를 용두회(龍頭會)라고 하여, 마치 신선이 하늘에 오르는 것처럼 우러러보았다.
내가 시 한 편을 지어 기념하였다.
용이 구오(九五)에 날아 오르니,
그 아래에는 뭇 용들이 모여드네.
나라에서 명월주를 삼키니,
높은 벼슬길에 뛰어 올랐네.
이미 등룡문에 올랐으니,
은나라 재상의 비를 내림이 마땅하도다.
다만 화흠의 머리가 귀하니,
허리와 꼬리를 어찌 헤아리겠는가?
시의 말은 비록 거칠고 보잘 것 없었으나, 후세 사람들이 모두 본조에서 인재의 등용이 성행하여 요순(堯舜)시대라 할지라도 미치지 못했음을 알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違心 詩
違心 詩
☞ 違心詩 李奎報(1168 ~ 1241)
人間細事亦參差, 인간의 번거로운 일들 언제나 들쭉날쭉
動輒違心莫適宜。 일마다 어그러져 마땅한 구석 없네.
盛歲家貧妻尙侮, 한창 땐 집 가난해 아내조차도 구박하고
殘年祿厚妓將追。 늙어 녹이 후해지자 기생이 따르는구나.
雨蔭多是出遊日, 주룩주룩 비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天霽皆吾閒座時。 개었을 땐 언제나 할 일 없어 앉아 있다.
腹胞輟飡逢美肉, 배 불러 상 물리면 좋은 고기 생기고
喉瘡忌飮遇深巵。 목 헐어 못 마실 때 술자리 벌어지네.
儲珍賤售市高價,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宿疾方悛隣有醫。 묵은 병 낫고 나니 이웃 집이 의원이라.
碎小不諧猶類此, 자질구레 맞지 않음 오히려 이같으니
陽州駕鶴況堪期。 양주 땅 학 탄 신선 어이 기약하리오.
☞李奎報(1168 ~ 1241)
고려 의종 때의 대문장으로 활약한 고려의 문신. 자는 춘경, 초명은 인저, 호는 백운거사, 지헌, 삼혹호선생. 23세 때 겨우 진사에 급제하고, 26세 때 개성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며 당시 문란한 정치와 혼란한 사회를 보고 각성해 <동명왕편> 등을 지었다. 그 뒤 최충헌 정권에 시문으로 접근해 32세부터 벼슬길에 올랐다. 이후 좌천과 부임, 면직과 유배 그리고 복직 등을 거듭하면서 다사다난한 생을 보냈다.
綠筠軒 蘇軾
可使食無肉 고기가 없어도 식사는 할 수 있지만
不可居無竹 대나무가 없으면 살 수 없다네
無肉令人瘦 사람은 고기가 없으면 허약해지겠지만
無竹令人俗 대나무가 없으면 속되게 된다네
人瘦尙可肥 쇠약해져도 살은 다시 찌울 수 있지만
俗士不可醫 속된 것은 도저히 고칠 수 없다네
傍人笑此言 사람들은 이 말을 비웃어
似高還似癡 고상하다 못해 바보스럽다고 하겠지만
若對此君仍大嚼 만약 대나무를 마주하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世間那有揚州鶴。 세간에서 어찌 양주학(揚州鶴)을 부러워하리오
楊州鶴 : 학을 타고 양주로 감.
有客相從各言所志, 或願爲楊州刺史, 或願多眥材, 或願騎鶴上昇, 其一人曰, 「腰纏十萬貫, 騎鶴上楊州.」 欲兼三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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