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古文學/破閑集

卷下23. 世以科第取士尙矣

by 柳川 2020. 10. 30.

世以科第取士尙矣, 自漢魏而下, 緜歷六朝至唐宋最盛。本朝亦遵其法三年一比, 上下數千載以文拾靑紫者, 不可勝紀。然先多士而後大拜者甚鮮。盖文章得於天性, 而爵祿人之所有也, 苟求之以道, 則可謂易矣。

然天地之於萬物也, 使不得專其美, 故角者去齒, 翼則兩其足, 名花無實, 彩雲易山。至於人亦然, 畀之以奇才茂藝, 則革功名而不與, 理則然矣。

是以自孔孟荀楊, 以至韓柳李杜, 雖文章德譽足以聳動千古, 而位不登於卿相矣。能以龍頭之高選, 得躡台衡者, 實古人所謂楊州駕鶴也, 豈可以多得哉!

本朝以狀頭入相者, 十有八人。今崔洪胤琴克儀, 相繼已到黃扉, 而僕與金侍郞君綏, 幷遊誥苑, 其餘得列於淸華亦十五人, 何其盛也。今上卽阼六年己巳, 金公出守南州, 諸公會于檜里以餞之。世謂之龍頭會, 望之若登仙。 僕作一篇記之,

 

龍飛位九五,

下有羣龍聚。

呑土明月珠,

騰躍靑雲路。

 

旣登李膺門,

當霈殷相雨。

但貴華歆頭,

腰尾奚足數。

 

詞語雖蕪拙 庶幾使後世 皆得知本朝得人之盛 雖唐虞莫能及也。

 

 

靑紫 : 高官大爵을 말함. 漢나라 제도에 印綬를, 公侯에게는 紫를, 九卿에게는 靑을 쓰게 한 데서 유래함.  畀 : 줄 비.         

聳 : 솟을 용. 솟다. 높음. 우뚝 높이 솟다. 높이 오르다. 솟게 하다. 높이 세움. 두려워하다. 삼가다. 공경함. 권장하다. 유도함. 귀머거리.

聳動 : 어깨를 으쓱거리다. 근육이 (경련적으로) 움직이다. 놀라게 하다.   躡 : 밟을 섭. 밟다. 오르다. 올라감. 이르다. 잇다. 뒤쫒다. 빠르다. 

台衡 : 宰相.

楊州駕鶴 : 모든 욕망을 다 이룬 다는 뜻. 蘇軾의 「綠筠軒」에 "世間那有楊州鶴"의 구절이 있으며 高麗末 學子인 李奎報의 「違心詩」에서도

              볼 수 있다. 두 사람의 시는 본 문의 말미에 첨부.

龍頭 : 文科의 壯元.  黃扉 : 승상, 삼공(三公), 급사중(給事中)등 최고위 관원을 가리키는 말로, 집무실 문에 황색 칠을 했던 고사에서 유래. 

誥苑 : 임금의 명령을 글로 작성하는 翰林院이나 藝文館.        淸華 : 지위나 집안이 존귀하다.

阼 : 동편섬돌 조. 동편 섬돌. 주인이 당에 오르는 층계. 보위. 임금의 자리. 祭肉. 음복으로 나눠주는 고기. 

明月珠 : 鄒陽의 「獄中上梁王書」에 나오는 文句.  여기에서는 과거급제자를 칭함. 

           臣聞明月之珠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 衆莫不按劍相眄者. 何則. 無因而至前也. 蟠木根柢, 輪囷離奇, 而爲萬乘器者, 以左右先爲之

           容也. 故無因而至前, 雖出隨珠和璧, 柢怨結而不見德. 有人先遊, 則枯木朽株, 樹功而不忘.  <史記 卷83. 魯仲連鄒陽列傳>

 

李膺 :  110-169. 후한 穎川 襄陽 사람. 자는 元禮. 孝廉으로 천거되어 靑州刺史등을 지내고 河南尹이 되었을 때 환관들의 집정을 반대하

         여 명성이 아주 높아져 天下楷謨李元禮)’라 말했다. 선비들이 그와 교유하면 등용문(登龍門)했다고 여겼다 함.  

殷相雨 : 殷의 武丁이 꿈을 꾸고 傅說을 발탁, 재상을 삼고, 「너를 大旱 때, 霖雨로 삼으리라.」 하였다는 고사가 있음. <史記 卷3. 殷本記>

         舜發於畎畝之中, 傅說擧於版築之間, 膠鬲擧於魚鹽之中, 管夷吾擧於士, 孫叔敖擧於海, 百里奚擧於市. <孟子 告子下15>

 

霈 : 비쏟아질 패. 비가 쏟아지다. 큰 비. 젖다. 배어 듬. 큰 물이 흐르는 모양. 恩澤의 비유.

華歆頭 : 原來華歆素有文名, 向與, 邴原, 管寧, 相友善. 時人稱三人為一龍. 華歆為龍頭, 邴原為龍腹, 管寧為龍尾.<三國志演義 66回>

 

 

 

세상에서 과거를 통해서 선비를 뽑는 것이 오래 되었는데, 한나라와 위나라 이래, 육조시대를 거쳐, 당나라와 송나라에 이르러서 절정기를 맞이하였다. 본조 역시 그 법에 따라, 3년마다 한 차례씩 과거를 시행하여, 위아래로 수천의 자리에 문장으로 관료를 뽑아 등용했는데  모두 그 수를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많은 선비들보다 앞서 등용되었으나, 뒤에 가서 높은 벼슬에 임명된 자는 극히 드물었다. 대체로 문장은 타고난 자질에서 얻어지는 것이나, 관직에 있는 사람은 알아야 하는 것이므로, 방도를 찾아 문장을 익힌다면  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지가 만물로 하여금 오로지 좋은 것만 가질 수 없게 하여, 뿔이 있는 것에게는 이[齒]가 없고, 날개가 있으면 발이 둘이며, 이름 있는 꽃은 열매가 없고, 빛깔이 아름다운 구름은 산에서 쉽게 흩어지게 하였다. 사람에 이르러서도 역시 그러하니, 기이한 재주와 뛰어난 기예를 주면, 공명에 엄격하고 그 기회도 주지 않으니 이치가 그러하다.

 

이 때문에 공자, 맹자, 순자, 양자로부터, 한유, 유종원, 이백、두보에 이르기까지, 비록 문장과 덕망과 명예는, 족히 천고에 우뚝 솟았으나, 지위는 재상에 오르지 못하였다. 이때문에 장원으로 높게 선발되어, 재상까지 오를 수 있었던 사람은, 실로 옛 사람들이 말하는바 '양주에서 학을 탄다.'는 것이니, 어찌 많은 사람이 얻을 수 있겠는가!

 

본조에서 장원으로 재상이 된 사람은 열여덟 분이다. 지금 최홍윤(崔洪胤)과 금극의(琴克儀)가, 서로 이어 이미 재상이 되었고, 나도 시랑 김군수(金君綏)와 함께, 나란히 고원에서 노닐고 있으며, 그 나머지 고귀한 지위에 올라 있는 사람이 또한 열다섯 분이나 되니, 어찌 많다 할 것인가.

 

지금 왕께서 즉위하신지 6년째이 되는 기사년(己巳年)에, 김공이 남쪽 고을 수령으로 나갈 때, 여러 공들이 회리(檜里)에 모여 그를 전별하였다. 세상에서는 이를 용두회(龍頭會)라고 하여, 마치 신선이 하늘에 오르는 것처럼 우러러보았다.

내가 시 한 편을 지어 기념하였다.

 

용이 구오(九五)에 날아 오르니,

그 아래에는 뭇 용들이 모여드네.

나라에서 명월주를 삼키니,

높은 벼슬길에 뛰어 올랐네.

 

이미 등룡문에 올랐으니,

은나라 재상의 비를 내림이 마땅하도다.

다만 화흠의 머리가 귀하니,

허리와 꼬리를 어찌 헤아리겠는가?

 

시의 말은 비록 거칠고 보잘 것 없었으나, 후세 사람들이 모두 본조에서 인재의 등용이 성행하여 요순(堯舜)시대라 할지라도 미치지 못했음을 알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違心 詩

違心 詩

☞ 違心詩  李奎報(1168 ~ 1241)

                                                        

 

人間細事亦參差,        인간의 번거로운 일들 언제나 들쭉날쭉

動輒違心莫適宜。      일마다 어그러져 마땅한 구석 없네.

盛歲家貧妻尙侮,        한창 땐 집 가난해 아내조차도 구박하고

殘年祿厚妓將追。      늙어 녹이 후해지자 기생이 따르는구나.

 

雨蔭多是出遊日,        주룩주룩 비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天霽皆吾閒座時。      개었을 땐 언제나 할 일 없어 앉아 있다.

腹胞輟飡逢美肉,        배 불러 상 물리면 좋은 고기 생기고

喉瘡忌飮遇深巵。      목 헐어 못 마실 때 술자리 벌어지네.

 

儲珍賤售市高價,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宿疾方悛隣有醫。      묵은 병 낫고 나니 이웃 집이 의원이라.

碎小不諧猶類此,        자질구레 맞지 않음 오히려 이같으니

陽州駕鶴況堪期。      양주 땅 학 탄 신선 어이 기약하리오. 

 

☞李奎報(1168 ~ 1241)

 

고려 의종 때의 대문장으로 활약한 고려의 문신. 자는 춘경, 초명은 인저, 호는 백운거사, 지헌, 삼혹호선생. 23세 때 겨우 진사에 급제하고, 26세 때 개성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며 당시 문란한 정치와 혼란한 사회를 보고 각성해 <동명왕편> 등을 지었다. 그 뒤 최충헌 정권에 시문으로 접근해 32세부터 벼슬길에 올랐다. 이후 좌천과 부임, 면직과 유배 그리고 복직 등을 거듭하면서 다사다난한 생을 보냈다.

 

 

 

綠筠軒    蘇軾

 

可使食無肉                      고기가 없어도 식사는 할 수 있지만

不可居無竹                      대나무가 없으면 살 수 없다네

無肉令人瘦                      사람은 고기가 없으면 허약해지겠지만

無竹令人俗                      대나무가 없으면 속되게 된다네

 

人瘦尙可肥                      쇠약해져도 살은 다시 찌울 수 있지만

俗士不可醫                      속된 것은 도저히 고칠 수 없다네

傍人笑此言                      사람들은 이 말을 비웃어

似高還似癡                      고상하다 못해 바보스럽다고 하겠지만

若對此君仍大嚼                만약 대나무를 마주하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世間那有揚州鶴。             세간에서 어찌 양주학(揚州鶴)을 부러워하리오

 

楊州鶴 : 학을 타고 양주로 감.

 

有客相從各言所志, 或願爲楊州刺史, 或願多眥材, 或願騎鶴上昇, 其一人曰, 「腰纏十萬貫, 騎鶴上楊州.」 欲兼三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