鰐魚文
詞嚴義正, 看之便足動鬼神。
維年月日, 潮州刺史韓愈, 使軍事衙推秦濟, 以羊一猪一, 投惡溪之潭水, 以與鱷魚食, 而告之曰,
祭鱷魚文 : 唐 憲宗 元和 14년(819)에 韓愈는 〈論佛骨表〉를 올린 일로 唐 憲宗의 노여움을 사서 潮州刺史로 貶斥되었다.
한유는 부임한 뒤에 백성들에게 疾苦를 물어, 惡溪의 악어가 백성을 위협하고 가축을 잡아먹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軍事衙推를 시켜 양 한 마리와 돼지 한 마리를 악계의 물에 던져 악어의 먹이로 주고서, 악어에게 제사를 지내 악계를 떠
나 南海로 가라고 고한 것이다. 鰐 : 악어 악. 鱷과 同字.
潮州 : 광동성 조안현일대. 軍事衙推 : 자사의 하급관리로 군사를 담당.
문사(文詞)가 엄정하고 바르니 이 글을 보면 귀신을 감동시키기에 족하다.
모년 모월 모시에 조주자사 한유는 군사아추 진제를 시켜 양 한 마리와 돼지 한 마리를 악계의 깊은 곳에 던져 악어의 먹이로 주고 악어에게 경고하게 했다.
昔先王旣有天下, 列山澤, 罔繩擉刃, 以除蟲蛇惡物爲民害者, 驅而出之四海之外。及後王德薄不能遠有, 則江漢之間, 尙皆棄之, 以與蠻ㆍ夷ㆍ楚ㆍ越, 況潮嶺海之間, 去京師萬里哉! 鰐魚之涵淹卵育於此亦固其所。今天子嗣唐位, 神聖慈武, 四海之外, 六合之內, 皆撫而有之, 況禹跡所揜揚州之近地, 刺史縣令之所治, 出貢賦以供天地宗廟百神之祀之壤者哉! 鰐魚其不可與刺史, 雜處此土也。
列山澤 : 산과 늪에 불을 놓아 초목을 태움이다. 列은 烈. ≪孟子≫ 〈滕文公 上 第4章〉에 “烈山澤而焚之”란 말이 보인다.
擉 : 찌를 착. 찌르다. 작살. 물고기를 작살로 찔러 잡음. 罔繩擉刃 : 끈으로 그물을 엮어서 잡고 칼날로 찔러 죽이는 것.
嶺海 : 嶺南과 南海. 六合 : 천지사방.
옛날 선왕께서 천하를 소유하셨을 때 산택(山澤)을 불태우고 그물로 잡고 작살로 찔러 죽여 백성을 해치는 벌레, 뱀, 악물(惡物)을 몰아내어 사해 밖으로 나가게 하였도다. 그러나 후대에 이르러 왕의 덕이 박해 멀리까지 소유하지 못하고 장강과 한수 유역을 모두 버려 만(蠻)ㆍ이(夷)ㆍ초(楚)ㆍ월(越)에게 주었는데 하물며 경사에서 만리나 떨어져 있는 영남과 남해사이에 있는 조주(潮州)가 아닌가! 악어가 이 곳에서 물에 잠겨 살면서 번식하는 것은 본래 도리에 맞는 일이다.
지금 천자께서는 당나라의 황제 위를 물려받아 신성하고 자애롭고 용맹하여 사해의 밖과 육합의 안을 모두 어루만져 소유하고 계시는 바인데, 하물며 조주는 우임금의 자취를 이어받은 양주와 가까운 곳이고 자사와 현령이 다스리고 있으며 공물과 부세를 내어 천지와 종묘, 백신(百神)의 제사를 곳이 아닌가! 악어는 자사와 더불어 이 땅에서 섞여 살 수 없다.
刺史受天子命, 守此土, 治此民。 而鰐魚睅然不安溪潭, 據食民畜熊豕鹿麞, 以肥其身, 以種其子孫, 與刺史亢拒, 爭爲長雄。刺史雖駑弱, 亦安肯爲鰐魚低首下心, 伈伈睍睍, 爲民吏羞, 以偸活於此邪? 且承天子命, 以來爲吏, 固其勢不得不與鰐魚辨。
睅 : 퉁방울눈 환(한). 퉁방울 눈. 퉁방을처럼 불거진 둥근 눈. 큰 눈. 눈이 불거진 모양. 눈을 크게 뜨고 보다.
鰐魚睅然 : ≪韓文考異≫에 “이제 고찰하건대 이곳에는 아마도 脫字나 誤字가 있는 듯하니, ‘불거진 눈을 껌뻑이며 떠나지 않고 溪潭을
점거해 백성들이 기르는 가축을 잡아먹어……’라고 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今按此恐有脫誤 疑當云 睅然不去 據溪潭 食民畜云云]”
라고 하였다.
爭爲長雄 : 長雄을 다툰다는 말로 곧 우열을 다툼. 下心 : 뜻을 굽혀 남에게 복종함.
伈 : 두려워할 심. 睍 : 눈불거질 현. 불거진 눈. 흘끗 보다. 아름다운 모양.
伈伈睍睍 : 伈伈은 두려워하는 모양이고, 睍睍은 겁이 나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모양
자사는 천자의 명을 받아 이 땅을 지키고 백성을 다스린다. 그러나 악어는 불거진 눈을 부릅뜨고 시내의 깊은 곳에서 편안히 있지 않고 이 지역에 웅거하여 백성들이 기르는 곰과 돼지, 사슴, 노루를 잡아먹어 몸을 쌀찌우고 새끼들을 번식시키며 자사에게 항거하고 우열을 다툰다. 자사가 비록 나약하다 할지라도 악어에게 머리를 숙여 뜻을 굽히고 겁을 먹어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여 백성과 관리에게 수치를 당하며 이곳에서 구차하게 살아가려 하겠는가?
또한 천자의 명을 받들어 이곳에 와서 관리가 되었으니 형세가 악어와 시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鰐魚有知, 其聽刺史言。潮之州大海在其南, 鯨鵬之大, 蝦蟹之細, 無不容歸, 以生以養, 鰐魚朝發而夕至也。今與鰐魚約, 盡三日, 其率醜類, 南徙于海, 以避天子之命吏。三日不能, 至五日, 五日不能, 至七日。七日不能, 是終不肯徙也。是不有刺史, 聽從其言也。不然則是鰐魚冥頑不靈, 刺史雖有言, 不聞不知也。夫傲天子之命吏, 不聽其言, 不徙以避之, 與冥頑不靈, 而爲民物害者, 皆可殺。刺史則選材技吏民, 操强弓毒矢, 以與鰐魚從事, 必盡殺乃止, 其無悔。
冥頑不靈 : 冥頑은 愚昧하고 頑固함이고, 不靈은 밝지 못함.
악어에게 지각이 있다면 자사의 말을 들을지어다. 조주의 남쪽에는 큰 바다가 있어 고래와 붕새와 같이 큰 것과 새우와 게같이 작은 것까지 포용하여 살게 하고 양육하게 하지 않음이 없으며 악어가 아침에 출발하면 석양에는 도착한다.
지금 악어에게 당부하는 바이니 사흘 안에 무리를 이끌고 남쪽 바다로 옮겨가 천자의 명을 받은 관리에게서 떠나라.
삼일 안에 어렵다면 닷새 까지 옮겨가고, 닷새가 어렵다면 7일까지 떠나라. 7일까지도 어렵다면 그것은 끝내 옮겨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사에게 있어서 그 말을 따르지 않겠다고 들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악어는 우매하고 완고하며 밝지도 못한 것이니 자사가 말을 해도 듣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다. 천자의 명을 받은 관리를 오시(傲視)하고 그 말을 듣지 않으며 옮겨가려고 하지도 않고 우매해 사리에 밝지도 못하여 백성의 물건을 해치려고 하는 것이니 모두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
자사는 솜씨 좋은 관리와 백성을 뽑아 강한 활과 독화살로 악어를 다스려 모조리 죽이고야 말 것이니 후회하지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