鵩鳥賦
賈誼
誼爲長沙王傅, 三年, 有鵩鳥, 飛入誼舍, 止于坐隅。- 鵩似鴞, 不祥鳥也。- 誼旣以謫居長沙, 長沙卑濕, 誼自傷悼以爲壽不得長, 乃爲賦, 以自廣. 其辭曰:
가의가 장사왕의 태부가 되어 삼년, 부엉이가 가의의 사옥에 날아 들어 자리의 모퉁이에 머물렀다.
-복조는 올빼미 비슷한 새로 상서럽지 못한 새다.- 가의는 이미 좌천되어 장사에 거주하는데 장사는 낮고 습한 곳이다. 가의는 스스로 상심 슬퍼해 수명이 길 수 없을 것으로 여겨 이에 부를 지어 스스로 마음을 너그럽게 가졌다.
그 사(辭)에 말하길,
單閼之歲兮, 四月孟夏。 정묘년 4월 초여름
庚子日斜兮, 鵩集余舍。 경자일 해가 비스듬한데 부엉이가 내 집에 앉아
止于坐隅兮, 貌甚閑暇。 자리 모퉁이에 앉았는데 모양이 매우 한가했다.
異物來萃兮, 私怪其故。 이상한 것이 이르니 내심 그 까닭이 괴이하여,
發書占之兮, 讖言其度曰。 책을 내어 점을 쳐보니 점괘가 나왔다.
野鳥入室兮, 主人將去。 들새가 실내에 드니 주인은 떠나게 될 것이다.
請問于鵩兮, 予去何之。 부엉이에게 물어본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吉乎告我, 凶言其災。 길하면 내게 말하고 흉하면 재앙을 말해다오
淹速之度兮, 語予其期。 생명이 길지 짧을지 헤아려 내게 그 시기를 말해다오."
鵩乃歎息, 擧首奮翼。 부엉이가 이에 탄식하고 머리를 들고 날개를 떨치고는
口不能言, 請對以臆。 입으로는 말 못하고 마음으로써 대답하네.
單閼 : 고갑자(古甲子)의 지지(地支) 가운데 넷째. 묘(卯)와 같다.
閼 : 가로막을 알. 가로막다. 그치다. 멈추게 함. 막다. 끝나다. 막히다. 쌓임. 굄. 태세(太歲). 묘년(卯年)의 이칭. 완만한 모양. 선우의 왕비.
鵩 : 새이름 복. 새 이름. 올빼미 비슷하며 그 우는 소리를 들으면 불길하다는 흉조(凶鳥).
萬物變化兮, 固無休息。 만물의 변화는 본래 그침이 없도다.
斡流而遷兮, 或推而還。 빙빙 돌다가 옮겨가거나 혹 밀려 돌아오고
形氣轉續兮, 變化而蟺。 형체와 기는 끊임없이 돌고 그 변하고 진화하여 매미와 같다.
沕穆無窮兮, 胡可勝言。 아득하고 끝이 없으니 어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禍兮福所倚, 福兮禍所伏。 화는 복이 의지하는 것이며, 복에는 화가 숨어있다.
憂喜聚門兮, 吉凶同域。 근심과 기쁨이 한 집안에 모이고 길흉은 한 곳에 있도다.
彼吳彊大兮, 夫差以敗。 저 오나라는 강대했으나 부차는 그 때문에 패하였고
越棲會稽兮, 句踐覇世。 월나라는 회계에서 머물렀으나 구천은 그 때문에 패자가 되었다.
斯游遂成兮, 卒被五刑。 이사는 유세가 이루어졌지만 끝내 오형에 처해졌다.
傅說胥靡兮, 乃相武丁。 부열은 노역자였지만 무정이 재상으로 임명하였네.
夫禍之與福兮, 何異糾纏。 무릇 재앙은 복이 함께 있으니 꼬인 새끼줄과 어찌 다르며
命不可說兮, 孰知其極。 운명은 말할 수 없으니 누가 그 끝을 알까?
水激則旱兮, 矢激則遠。 물이 격렬하면 사납고 화살이 격렬하면 멀리 가니,
萬物回薄兮, 振盪相轉。 만물은 돌고 흔들리며 변화한다.
雲蒸降兮, 糾錯相紛。 구름이 많아지면 비가 내리고 얽히고 섥혀 복잡하고
大鈞播物兮, 坱圠無垠。 하늘이 사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득하게 넓어 끝이 없도다.
天不可預慮兮, 道不可預謀。 하늘은 예측할 수 없고, 도는 미리 도모하지 못하네.
遲速有命兮, 焉識其時。 일찍 죽고 수를 누리는 것은 명이 있으니 어찌 그 때를 알것이가?
斡流 : 감돌아 흐르다. 斡 : 돌 알/관리할 간. 돌다. 관리하다. 돌봄. 두르다. 蟺 : 꾸불텅거릴 선. 지렁이. 장어. 땅벌, 매미.
沕 : 아득할 물. 아득하다. 숨다. 깊고 아득한 모양. 잠기다 망연하다. 아무 생각이 없이 멍함.
夫差 : 춘추시대 말기 吳나라 왕이다. 부친인 합려는 오자서의 도움으로 왕이 되었으나 월왕 구천(句踐)에 패하여 죽게 되자 아들 부차
에게 복수할 것을 유언했다. 부차는 섶 위에서 자며(臥薪) 복수의 칼을 갈아 마침내 구천을 이겼으나 부차왕은 오자서의 간언을
물리치고 회계산에서 구천의 강화를 받아들였다. 그후 구천은 곰의 쓸개를 핥으면서(嘗膽) 범려와 문종의 보필을 받아 국력을
키우는데 힘쓰고 미녀 서시를 부차에게 보내 여색에 빠지게 하였다. 부차는 황지(黃池)에서 회맹하여 패자가 되었으나 오자서를
자결하게 하는등 실정을 거듭하다가 구천에게 패하여 오나라는 멸망했다.
斯 : 진(秦) 시황제 때의 승상 李斯를 말한다. 초 상채출신으로 순경의 문하에서 수업한 법가 출신. 여불위의 추천으로 진시황을 섬겨
분서갱유를 일으키기도 하였으나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조고의 간계에 빠져 함양의 저자거리에서 요참형에 처해졌다.
五刑 : 옛날 중국의 다섯 가지 형벌로 살갗에 먹물 넣기(묵형:墨刑), 코 베기(비형:劓刑), 발뒤꿈치 베기(월형:刖刑), 거세(궁형:宮刑),
죽이기(대벽:大辟)를 말한다. 요참형(腰斬刑)은 대벽의 하나로서 작두로 허리를 잘라 죽이는 형벌이다.
傅說 : 殷나라 왕 무정(武丁)이 즉위 후 3년간 말을 하지 않으면서 나라의 기풍을 살폈는데 꿈속에서 성인을 만나 찾아보게 한 바,
부험(傅險)이란 곳에서 노역을 하고 있던 부열(傅說)을 찾아내 만나보니 꿈속에서 본 자였다. 무정은 그에게 재상의 직을 맡
기니 나라가 크게 다스려졌다.
糾纏 : 두 가닥 노끈이 뒤얽혀 밧줄을 이루는 것처럼 화(禍)와 복(福)이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盪 : 씻을 탕. 씻다. 기와 가루나 자갈을 넣은 물로 그릇을 흔들어 씻음. 깨끗이 하다. 밀다. 움직이다. 흔들리다. 어루만지다. 비틀거리다.
찢다. 빠르다. 녹아내리다. 놓다. 방임함. 사물의 모양. 부딛치다.(盪盪) 흔들리는 모양.
大鈞播物兮 : 史記(卷第84. 屈原賈生列傳 賈誼)에는 「大專槃物兮」로 되어있다.
坱 : 먼지 앙. 먼지, 티끌. 평평하지 않은 모양. 끝 없이 아득한 모양.
圠 : 펀할 알. 펀하다. 끝이 아득할 정도로 넓다. 산의 굽이. 삐걱거리다. 펀펀하고 넓음.
且夫天地爲鑪兮, 造化爲工。 또한 천지는 조화의 용광로요, 조화옹은 장인(丈人)이라,
陰陽爲炭兮, 萬物爲銅。 음양이 숯불이 되고 만물은 구리로다.
合散消息兮, 安有常則。 모이고 흩어지며 태어나고 죽는데 어찌 일정한 법칙이 있으며
千變萬化兮, 未始有極。 천만 가지로 변화하니 시작도 없고 끝도 없도다
忽然爲人兮, 何足控摶。 홀연히 사람이 되니 어찌 소중하게 여기겠는가?
化爲異物兮, 又何足患。 변화해 다른 물건이 된다 해도 어찌 근심할 것인가?
小智自私兮, 賤彼貴我。 지혜롭지 못한 자는 이기적이어서 나만 소중히 여기고 남을 천시하는데,
達人大觀兮, 物無不可。 통달한 사람은 크게 보나니, 차별을 둘 수가 없도다.
控 : 당길 공/칠 강. 당기다. 고하다. 하소연함. 던지다. 떨어짐. 발부리가 채여 비틀거리다. 치다.
摶 : 뭉칠 단/오로지 전. 뭉치다. 엉기다. 맺힘. 모이다. 치다. 둥글다. 오로지. 잡다. 장악함. 控摶 : 당겨 어루만지다. 아끼다.
貪夫殉財兮, 烈士殉名。 탐욕스러운 자는 재물 때문에 죽고 열사는 명예때문에 죽는다.
夸者死權兮, 品庶每生。 권세를 과시하는 자는 권세에 죽고 뭇 일반 백성은 삶만을 구한다.
怵迫之徒兮, 或趨東西。 이익에 미혹당한 자들은 동분서주한다.
大人不曲兮, 意變齊同。 대인은 굽히지 않으며 수없이 변해도 똑같이 여긴다.
愚士繫俗兮, 窘若囚拘。 어리석은 선비는 속세에 얽매어 죄인처럼 자신을 구속하고
至人遺物兮, 獨與道俱。 지극한 사람은 모든 것에서 벗어나 홀로 도(道)와 더불어 함께한다.
衆人惑惑兮, 好惡積億。 뭇사람은 미혹에 빠져 좋아하고 싫어함을 마음에 담고 살지만,
眞人恬漠兮, 獨與道息。 진인(眞人)은 담담하며, 홀로 도와 더불어 살아간다네.
釋智遺形兮, 超然自喪。 지혜를 풀고 형체를 버리며 초연히 자아를 잊으니
寥廓忽荒兮, 與道翶翔。 텅비어 넓고 황홀하게 도와 더불어 비상한다네.
乘流則逝兮, 得坻則止。 물결따라 흐르다가 구덩이 만나면 그치고
縱軀委命兮, 不私與己。 육신을 운명에 맡기니 사사로이 여기지 않는다.
其生兮若浮, 其死兮若休。 삶은 물에 뜬 것 같고 그 죽음에 쉬는 것 같으니
澹乎若深淵止之靜, 깊은 못의 고요함처럼 담담하고
泛乎若不繫之舟。 매이지 않은 배처럼 떠다닌다.
不爲生故自寶兮, 養空而浮。 삶을 스스로 소중히 여기지 않고 빈 바음을 수양하여 얽매임이 없으니,
德人無累, 知命不憂。 덕인은 마음에 얽매임이 없으며 천명을 아는 자 근심이 없도다.
細故蔕芥, 何足以疑。 하찮고 보잘 것없는 일에 어찌 마음을 쓰겠는가?
怵 : 두려워할 출/꾈 술. 두려워하다. 슬퍼하다. 달리다. 분주함. [술]꾀다. 유혹함. 恬 : 편안할 념. 편안하다. 조용하다.
坻 : 모래톱 지. 모래톱. 머물다. 무너지다. 작은 섬.
[註]
賈誼가 賦 작품을 지은 것은 그의 일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賈誼는 본디 儒家 출신의 정치가이며, 당시 楚歌가 사회에 전반적으로 유행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儒家 출신의 정치가인 賈誼가 애상적인 楚辭를 짓게 된 것은 그 배경이 있다.
賈誼는 洛陽 사람으로 나이 18세에 詩書에 능하여 고을에 명성이 있었다. 당시 吳廷尉가 河南의 군수가 되었는데 그의 명성을 듣고 문하에 거두어 무척 총애하였다. 당시 文帝가 막 즉위하여 河南郡守 吳公이 천하에서 가장 명망 있는 행정가이며 이전에 秦의 재상 李斯와 동향으로 그에게 학문을 배웠다는 소문을 듣고 초치하여 廷尉로 삼았다. 이에 吳廷尉는 文帝에게 賈誼가 젊기는 하지만 제자백가에 정통함을 들어 추천하였고, 文帝는 賈誼를 불러 博士로 삼았다.
역사를 보면 文帝에 대한 평가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文帝와 景帝(劉啓, BC189-BC141, 재위BC157-141)가 다스리던 시기를 ‘文景之治’라 하여 西漢의 강력한 황권을 완성한 시기로 본다. 그러나 이는 文帝의 재위 기간 전체에 대한 평가이지, 賈誼가 出仕했던 시기에 대해서도 이러한 평가를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당시 文帝는 20대 초반의 젊은 황제로서 의욕이 대단하였으며, 그보다 두 살 어린 賈誼를 대단히 신임하였고, 賈誼도 이에 부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많은 조치들을 건의하였고, 또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결국 이를 인정받아, 기용된 지 1년도 안되어 太中大夫라는 높은 관직에 임명되었다. 賈誼는 이후 많은 급진적인 개혁정책을 제시하였으나, 당시 한나라는 초창기였는지라 백성들의 휴식을 위하여 급진적인 제도개혁이 시기상조였다. 게다가 당시 재상이었던 周勃, 灌嬰, 御史大夫였던 張相如, 馮敬 등이 賈誼의 급성장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賈誼를 견제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賈誼를 신임하던 文帝조차도 그를 멀리하고 그의 계책을 채용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얼마 후 賈誼는 長沙王의 太傅로 좌천되었다. 물론 賈誼의 연배로 제후의 太傅를 맡는다는 것이 그리 낮은 관직은 아니다. 그러나 능력을 갖추고 포부를 품었던 賈誼로서는 뼈저린 일이었다. 그리고 長沙는 남쪽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그 지역에서 발생했던 楚辭의 형식으로 애상적인 작품을 짓게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현존하는 그의 5편의 賦 작품은 바로 이러한 배경 하에서 지어지게 된 것이다.
<鵩鳥賦>의 創作 배경에 대해서 《史記》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賈生이 長沙王의 太傅가 된 지 3년이 지났는데, 부엉이가 賈生의 집으로 날아 들어와 좌석 옆에 앉았다. 초나라 사람들은 부엉이를 ‘服’이라 했다. 賈生은 長沙에 귀양와 있는데 長沙가 지대가 낮고 습지니, 스스로 오래 살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이를 가슴 아프게 여기면서, 賦를 지어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이 작품도 長沙王의 太傅로 있을 때 지은 작품이니, 앞서 분석한 <吊屈原賦>와 비슷한 시기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의 結構를 보면, 《文選》에 실린 작품의 경우에 서문이 있는데, 그 서문은 賈誼가 쓴 게 아니고 蕭統이 《文選》을 편찬하면서 《史記》의 기록을 기초로 지은 것이기 때문에 작품의 배경을 알 수 있는 가치만이 존재한다. <鵩鳥賦>는 이 蕭統이 지은 서문과 賈誼가 지은 본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結尾는 없다. 그런데 賈誼가 지은 본문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서문, 본문’으로 이루어진 結構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그럼 본문의 도입부를 보기로 한다.
單閼之歲兮,토끼의 해,
4월 초여름. 四月孟夏.
경자일 해가 질 무렵에, 庚子日斜兮,
부엉이가 내 집에 모였네. 鵩集予舍.
좌석 곁에 앉았는데, 止于坐隅兮,
그 모습 무척 한가롭네. 貌甚閑暇.
기이한 동물 모이니, 異物來萃兮,
마음으로 이상하게 여겼네. 私怪其故.
책을 펼쳐 점을 쳐보니, 發書占之兮,
그 길흉을 알리는구나. 讖言其度.
말하길: 曰:
“들새가 집으로 들어오니, 野鳥入室兮,
주인이 떠나리라.” 主人將去.
부엉이에 물어보나니, 請問于鵩兮,
“내 어디로 갈 것인가? 予去何之?
길하면 나에게 알려주고, 吉乎告我
흉해도 그 재난을 말해주라. 凶言其灾.
생명이 길 지 짧을 지, 淹速之度兮,
나에게 그 기한 얘기하라.” 語予其期.
부엉이 탄식하며, 鵩乃嘆息,
고개 들고 날갯짓하는데, 擧首奮翼.
입으로 말못하고, 口不能言,
마음을 보이는구나. 請對以臆.
이 부분은 작품의 배경을 설명한 《史記》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그러므로 賈誼가 지은 ‘서문’이라 할 만하다. 토끼의 해란 文帝 6년 정묘년(BC174년)을 가리키며, 이 작품을 지은 시기이기도 하다.《古典文學三百題》에서 曹明綱은 산문체를 많이 쓰고 있으니, 騷體와 산문체의 결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이는 분명히 ‘騷體’가 아니라 ‘詩體’임이 분명하니, 전체적으로 4․4조의‘詩體’의 운문 구식을 운용하면서, 실제로는 산문적인 표현이 지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표현에 있어서 있는 사실을 그대로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으면서 별다른 수식이 가해져 있지 않지만 건조한 느낌을 주지 않음도 지적할 만하다.
이어지는 내용은 부엉이의 입을 통하여 賈誼의 思想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진정한 의미에서 본문이라 할만하다. 그 내용은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럼 그 전반부의 도입 부분을 보기로 한다.
말하길, 曰:
만물이 변화함에, 萬物變化兮,
본디 그침이 없네. 固無休息.
구르며 옮겨감에, 斡流而遷兮,
혹은 갔다가 돌아오네. 或推而還.
형체와 기운이 돌고 도니, 形氣轉續兮,
허물을 벗듯이 변화하네. 變化而蟺
아득하여 끝이 없으니, 沕穆無窮兮,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胡可勝言!
화는 복이 의지하는 바요, 禍兮福所倚,
복은 화가 숨어 있구나. 福兮禍所伏.
근심과 기쁨 한 집안에 모이고, 憂喜聚門兮,
길함과 흉함이 같이 있구나. 吉凶同域.
전체적으로 ‘XXXX兮, XXXX’의 구식을 견지하고 있으나, ‘X兮XXX, X兮XXX’이나 기타의 구식을 가끔 첨가함으로써 변화를 주고 있는 점을 볼 수가 있다. 이는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전반부에서는 만물이 끝없이 변화하는 것을 통해 화와 복은 서로 이어지는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단락에서는 역사적인 사실을 들어 이를 증명하고 있는데, 吳王 夫差가 한때 강성했으나 망했고 越王 句踐이 한때 패망했으나 결국 패업을 이룬 사적이라든가, 秦의 宰相 李斯의 행적 殷의 재상 傅說의 일생 등이 그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러한 思想은 儒家로 분류되는 賈誼에게 있어서는思想의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그의 산문에서 보이는 기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떤 이는 이를賈誼의 사상이 적극적인 태도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변화하였다고 주장하면서, 儒家의 ‘쓰여지면 행하고 버림을 받으면 자신을 감춘다’는 이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사실 전통적인 지식인에게 있어서 의욕적인 활동을 할 때와 할 일이 없을 때 이러한 태도변화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니 그다지 비판할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이어서 인간의 운명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 수명의 장단도 역시 예측할 수 없음을 천명한다. 이를 표현함에 있어서 물이 외물의 충격을 받으면 빨라지고, 화살이 많은 힘을 받으면 멀리 나간다는 비유적인 표현들을 운용하고 있는데 상당히 독특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다음으로 본문의 후반부에서는 무엇을 말하고 어떤 표현적인 특징이 있는 지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후반부의 도입 부분을 보기로 한다.
또한 천지는 용광로요, 且夫天地爲爐兮,
조화는 장인이라. 造化爲工.
음양은 석탄이요, 陰陽爲炭兮,
만물은 구리라네. 萬物爲銅.
모이고 흩어지고 살고 죽음에, 合散消息兮,
어찌 일정한 법칙 있을까? 安有常則?
천만 가지로 변화하니, 千變萬化兮,
애초에 표준이 없도다. 未始有極.
문득 사람이 되었으나, 忽然爲人兮,
어찌 귀하게 여기랴? 何足控揣.
다른 물질로 변화한데도, 化爲異物兮,
또 어찌 걱정하랴? 又何足患?
지혜 적은 이 자신을 아껴, 小智自私兮,
남 천하게 자신 귀히 여기네. 賤彼貴我.
통달한 이 크게 보나니, 達人大觀兮,
사물이란 옳지 않음이 없네. 物無不可.
‘且夫’라는 전환의 역할을 하는 단어를 제외하면, 역시 ‘詩體’의 구식을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물론 앞에서 지적한 대로 이어지는 단락에서 변화된 구식을 엿볼 수는 있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사상도 역시 道家 계열의 사상이다. ‘合散’, ‘消息’, ‘生死’, ‘貴賤’은 모두 상반되는 개념의 결합이다. 그런데達人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만물의 변화라는 큰 테두리 안에 있는 것으로, 보통 인간들은 이를 대단한 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단락에서도 같은 사상을 다른 표현들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德人이란 얽매임이 없는 것, 운명을 알면 근심이 없다. 그러한 지푸라기 같은 자잘한 일들은, 어찌 마음에 둘 필요가 있을까?’(德人無累兮, 知命不憂. 細故蒂芥兮,何足以疑?)라는 말로 작품을 마무리 지었는데, 여기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면서 달관한 태도를 보여주는 작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問答式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問答式은 漢賦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屈原이 <卜居>와 <漁父>에서 이러한 구식을 맨 먼저 사용하였다. 물론 賈誼의 <鵩鳥賦>는 일관되게 ‘詩體’를 쓰고 있으므로 屈原의 작품과는 다른 점이 많다. 단지 問答式의 채용은 이후의 漢賦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운문과 산문이 적절하게 배합되었고, 4․4조의 ‘詩體’의 구식에 약간의 변화를 준 점을 지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