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荊軻
燕丹善養士、 연 태자 단은 무사를 잘 양성하여
志在報强嬴。 강한 진(秦)나라 왕 영(嬴)에게 복수하려는데 뜻을 두었다.
招集百夫良、 일당백의 뛰어난 인재를 모으다가
歲暮得荊卿。 연말에 형경을 얻었도다.
君子死知己、 군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기도 하는데
提劍出燕京。 검을 들고서 연나라 서울을 나섰도다.
素驥鳴廣陌、 흰 의관을 쓴 준재(俊才)들은 큰 길에서 울며,
慷慨送我行。 비분강개해 떠나는 나를 전송한다
雄髮指危冠、 장부들의 머리카락은 관으로 치솟고,
猛氣衝長纓。 맹렬한 기운이 긴 갓끈에 뻗쳤도다.
飮餞易水上、 역수 가에서 전별주를 마시는데,
四座列群英。 사방에 영걸들이 늘어서 있었도다
漸離擊悲筑、 고점리는 비장하게 축을 켜고
宋意唱高聲。 송의는 목청을 높여 노래 불렀도다
蕭蕭哀風逝、 쓸쓸한 바람소리 구슬프고
淡淡寒波生。 담담하게 찬 물결이 일었다.
商音更流涕、 서글픈 가락에 다시 눈물 흐르고
羽奏壯士驚。 우조(羽調)가 연주되니 장사 놀란다.
公知去不歸、 공은 떠나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且有後世名。 후세에 이름을 남기리라.
登車何時顧、 수레에 오르고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飛蓋入秦庭。 나는 듯 진나라 궁정으로 들어갔도다.
凌厲越萬里、 힘을 떨쳐 만리 먼 길 지나면서,
逶迤過千城。 돌고 돌아 천개의 성을 지났도다
圖窮事自至、 지도 안에 숨겨둔 비수(匕首)로 스스로 일을 마치려 하니,
豪主正怔營。 호방한 임금도 두려워 어쩔 줄 몰랐도다.
惜哉劍術疎、 애석하구나 ! 검술이 미치지 못해,
奇功遂不成。 엄청난 공을 끝내 이루지 못했도다.
其人雖已沒、 그 사람 비록 이미 세상을 떠났으나,
千載有餘情。 천년이 지났어도 맺힌 정이 남아 있도다.
荊卿 : 형가(荊軻)를 말함. 그의 선조는 원래 제(齊)나라 사람이었으나 위(衛)나라로 이사해 형가를 낳았다. 그가 연(燕)나라로 가자
연나라 사람들은 그를 형경(荊卿)이라 불렀다
荊軻者,衞人也。其先乃齊人,徙於衞,衞人謂之慶卿。而之燕,燕人謂之荊卿。<史記 卷86. 刺客列傳>
君子死知己 : 史記 卷86. 자객열전 예양전(豫讓傳)에 "예양은 산중으로 도망친 후 말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자를 위해 죽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한다.'"
「豫讓遁逃山中, 曰, "嗟乎!士為知己者死,女為說己者容。..."」라는 구절이 있다.
提劍出燕京 : 燕 태자 단은 미리 천하에서 예리한 비수를 구하다가 조나라 서부인으로부터 백금을 주고 사들여 공인을 시켜 독약을
바르고 사람에게 시험해 봤더니 피를 조금만 흘려도 죽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리하여 짐을 챙겨 형가에게 보냈다.
太子豫求天下之利匕首,得趙人徐夫人匕首,取之百金,使工以藥焠之,以試人,血濡縷,人無不立死者。乃裝為遣荊卿。
素驥鳴廣陌 : 여기에서 驥는 준재(俊才). 史記 자객열전 형가전에 태자와 그 일을 아는 빈객들은 모두 흰 의관을 쓰고 그를 전송하
였다."「太子及賓客知其事者,皆白衣冠以送之。」라는 문구가 보인다.
猛氣衝長纓 : 사기 자객열전 형가전에 「復為羽聲忼慨,士皆瞋目,髮盡上指冠。於是荊軻就車而去,終已不顧。」라는 문구가 보인다.
宋意 : <淮南子 泰族訓>에 형가가 진왕을 척살하러 갈 때 고점리와 송의는 그를 위하여 노래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사기에는
형가가 부른 것으로 되어 있다. 「風蕭蕭兮易水寒,壯士一去兮不復還!」
商音 : 商歌의 음조(音調). 商歌는 가을의 노래로 商은 가을을 뜻함. 처량하고 애절한 곡으로 스스로 벼슬을 구하는 노래로 통함.
羽奏 : 羽調를 연주하다. 우조는 용맹하고 장엄한 음조로 감정을 격동시킨다.
怔 : 두려워할 정. 두려워 하다. 사물의 형용. 怔怔 : 얼이 빠진 모양. 멍청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