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 亭 記
王 羲 之
永和九年, 歲在癸丑暮春之初, 會於會稽山陰之蘭亭, 修禊事也。 群賢畢至, 少長咸集。 此地有崇山峻嶺, 茂林脩竹, 又有淸流激湍, 映帶左右, 引以爲流觴曲水。列坐其次, 雖無絲竹管絃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是日也, 天朗氣淸, 惠風和暢。仰觀宇宙之大, 俯察品類之盛, 所以遊目騁懷, 足以極視聽之娛, 信可樂也。 夫人之相與俯仰一世, 或取諸懷抱, 悟言一室之內, 或因寄所託, 放浪形骸之外。 雖趣舍萬殊, 靜躁不同, 當其欣於所遇 ,暫得於己, 快然自得, 曾不知老之將至。 及其所之旣倦, 情隨事遷, 感慨係之矣。 向之所欣, 俛仰之閒, 以爲陣迹, 尤不能不以之興懷。 況脩短隨化, 終期於盡, 古人云死生亦大矣, 豈不痛哉。每攬昔人興感之由, 若合一契, 未嘗不臨文嗟悼, 不能諭之於懷。固知一死生爲虛誕, 齊彭殤爲妄作。 後之視今, 亦猶今之視昔, 悲夫。 故列敍時人, 錄其所述, 雖世殊事異, 所以興懷, 其致一也。
後之覽者, 亦將有感於斯文。
[註]
得於己 : 득의하다. 靜躁 : 動靜
不能諭之於懷 : 마음을 타일러 달랠 수 없음. 슬퍼하지 않으려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뜻.
齊彭殤 : 장수한 彭祖와 일찍 죽은 아이가 같음. 齊는 같다는 뜻. 彭은 堯임금 때부터 殷末까지 7백년을 살았다는 팽조, 殤은 어려서 죽는 것.
《莊子》齊物論에 7백세를 산 팽조도 무한한 본체의 세계에서 본다면 지극히 짧은 인생이며, 어려서 죽은 아이도 하루살이와 비교한
다면, 오래 산 것이라 하였다.
妄作 : 망령된 것. 世殊事異 : 세상이 달라지고 세태가 변함. 其致 : 감흥을 일으키는 이치.
영화 9년, 때는 癸丑 음력 3월 초였고 회계산 북쪽 난정에 모여서 계제사를 거행했다. 여러 어진 이들이 다 왔고 어린이부터 늙은이까지 다 모였다. 이 땅에는 높은 산과 깎아지른 고개와 무성한 수풀과 반듯한 대나무가 있고, 또 맑은 물과 격류하는 여울물이 좌우에서 비추며 둘러 있어 그 물줄기를 끌어 잔을 띄워 흐르게 하는 물줄기로 만들었다.
열 지어 차례대로 앉으니, 비록 관악기나 현악기의 성대함은 없지만 한 잔에 한 노래를 부르고, 또한 그윽한 정취를 펼쳐내기에 넉넉했다. 이 날에 하늘은 맑고 기운은 청명하여 온화한 바람이 화창했다.
우러러 우주의 광대함을 보고, 굽어 여러 종류 물건의 성대함을 살피며, 눈을 놀려 감회를 달리게 하여 보고 들음의 즐김을 극진히 하였으니, 참으로 즐길 만하였다.
보통 사람이 서로 함께 한 세상에서 굽어보고 우러러봄에 혹은 감회에서 취하여 만나 한 공간 안에서 말하고, 혹은 의탁한 것에 붙임에 따라 형체의 바깥에서 방랑한다.
비록 나아감과 버림이 만 가지로 다르고 정적인 것과 조급한 것이 같지 않지만 마땅히 만나는 것에서 기뻐하여 잠시 나에게서 얻고 즐겁게 자득함으로 일찍이 늙음이 장차 이를 줄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머물렀던 흥취가 이미 권태로워짐에 미쳐 情이 일을 따라 옮겨가면 감개함이 그것에 깃든다. 그래서 접때의 기뻤던 것이 잠깐 사이에 이미 진부한 자취가 되어 버리니, 더욱 이 때문에 감회를 일으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장수하거나 단명 하는 것은 변화에 따라 마침내는 다 사라질 것을 기약했으니, 옛 사람이 ‘죽음과 삶 또한 크구나’라고 한 것이 어찌 서글프지 않으랴.
매번 옛 사람이 감회를 일으킨 이유를 보면 마치 부절이 합한 것 같았지만 일찍이 글을 보면서 슬퍼하고 애도하지 않음이 없었음에도 마음속으론 깨우치질 못했다. 진실로 삶과 죽음이 허탄하다는 걸 알았고, 장수한 老彭과 요절한 殤을 같다고 하는 게 망령된 일이라는 걸 알았다. 훗날에 지금을 보면 또한 지금으로 예전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니, 슬프구나.
그렇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을 나열하여 서술하고 지은 시를 기록하니, 비록 세상이 다르고 사건이 다르나 감회를 일으킨 까닭은 그 이치가 한 가지다.
뒷날에 이 글을 보는 사람은 또한 장차 이 글에서 느낀 것이 있을 것이다.
[출처] 왕희지_난정기(王羲之_蘭亭記)/고문진보 후집|작성자 붕정만리
[출처] 왕희지_난정기(王羲之_蘭亭記)/고문진보 후집|작성자 붕정만리
摹本 : 帖의 문자 위에 투명하거나 얇은 종이를 올려놓고 문자가 비치도록 하여 글씨를 연습하는 것.
<解說>
난정(蘭亭)은 지금의 절강성 소흥현 남서쪽에 있었던 정자의 이름. 정자는 없어지고 천장사(天章寺)라는 절만이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동진 목제 영화 9년(354년) 3월 3일, 당시의 그곳 회계내사(會稽內史)로 있던 왕희지를 비롯하여 손작(孫綽) 사안(謝安) 등 당시의 명사 42인이 모여 수계사(修禊事)를 행하고는 여럿이 모여 곡수에 띄운 술잔을 마시면서 시를 짓는 곡수유상(曲水流觴)을 베풀어 그 때 지은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들고, 그 서문(序文)을 쓴 것이 蘭亭記이다. 따라서 「蘭亭集序(난정집서)」라 하는 것이 옳은데, 후세에 잘못 蘭亭記로 전해져 記類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 글은 왕희지가 서수필(鼠鬚筆 : 쥐의 수염으로 만든 붓)로 잠견지(蠶絹紙)에 쓴 글씨로 더욱 유명하다.
이 글을 쓴 왕희지의 글씨는 고금에 다시없는 名筆로 왕희지의 글씨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라 한다.이 글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인생을 즐기면서 영원한 것을 동경하는 인간의 애절한 소망, 유한한 인생의 덧없음을 슬퍼하는 마음이 통절히 표현된 명문이다.
상세창(桑世昌)의 《蘭亭考》上에는 이 序文 다음에, 그 날 지어진 시를 싣고 있는데, 四言·五言의 시를 한 수씩 지은 사람으로 왕희지·사안 등 11인(모두 22首), 4언이나 5언시 중 하나만 지은 사람으로 왕풍지(王豊之)등 15인, 도합 37 首가 실려있다. 그리고 왕헌지(王獻之) 등 16인은 시를 짓지 못해 당시의 관습대로 벌주삼거굉(罰酒三巨觥 : 벌주를 큰 잔으로 석잔을 마심)에 처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작자 왕희지는 晉의 會稽사람으로 字를 逸少라고 한다. 벼슬은 右軍將軍·회계의 內史 등을 지냈는데, 무엇보다도 서예의 대가로 이름이 높다. 아들 헌지(獻之)와 더불어 二王이라 불리어진다.
왕희지가 술이 한 잔 얼큰히 들어간 상태에서 글을 적은 후 술이 깬 뒤에 다시 몇 번이고 글을 썼으나 이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는 없다고 붓을 내 던지고 말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이로 인해 이 작품은 天下第一行書로 손꼽히고 있다. 후대에 당태종 이세민이 왕희지의 글을 좋아하여 진품을 얻은 뒤에 풍승소(馮承素) 등에게 명하여 몇 본을 臨摹(임모 : 문자의 형태나 필법에 담긴 작가의 뜻을 배우기 위해 그대로 흉내내어 쓰는 것)하도록 하였고 당초 3대서예가인 구양순(歐陽詢), 저수량(褚遂良), 우세남(虞世南)도 임모한 작품이 있다. 그 후 진품은 이세민이 자신의 무덤에 같이 묻게 하여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蘭亭集詩
仰視碧天際、 俯瞰淥水濱。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맑은 강물을 굽어본다.
寥闃無涯觀、 寓目理自陳。 하늘은 적막하고 무한한데 지상에는 하늘의 이치가 저절로 펼쳐졌네.
大矣造化工、 萬殊莫不均。 위대하도다 조물주의 조화여! 만물이 모두 달라도 균형을 이뤘도다.
羣籟雖參差、 適我無非新。 많은 소리가 서로 다르지만 새롭지 않은 것이 없구나.
[註]
際 : 즈음 제/가 제. 즈음, 가, 끝, 변두리, 사이, 때. 낳다. 만나다. 사귀다. 濱 : 물가 빈. 물가, 끝. 가깝다. 잇닿다. 근접하다. 임박하다. 절박하다.
瞰 : 굽어볼 감. 굽어보다. 내려다보다. 멀리 바라보다. 엿보다. 살피다. (물고기)눈이 감기지 않다.
淥 : 밭을 록(녹). 밭다.(액체만을 따로 받아내다.) 밭치다. 거르다. 물이 맑아지다. 강의 이름. 술이름. 거른 물(술) 성의 하나.
寥 : 쓸쓸할 료(요). 쓸쓸하다.적막하다. 텅 비다. 공허하다. 넓다. 광활하다. 성기다. 드물다. 잠잠하다. 둘러싸다. 교란시키다. 하늘, 공중
闃 : 고요할 격. 고요하다. 적막하다. 인기척이 없다.
籟 : 세구멍 퉁소 뢰(뇌). 퉁소. 소리. 울림. 羣籟 : 많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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