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園田居
陶淵明
一.
少無適俗韻、 性本愛丘山。 어려서부터 속된 취향이 없고 천성이 본래 언덕과 산을 좋아하였다.
誤落塵網中、 一去三十年。 잘못하여 세속에 떨어져 순식간에 30년이 지났도다.
羈鳥戀舊林、 池魚思故淵。 조롱속 새가 옛 숲을 그리워하듯, 연못 속 물고기도 옛 못을 그리워 한다.
開荒南野際、 守拙歸園田。 거친 남쪽 들 언저리를 개척하며 순박하게 살기위해 농촌으로 돌아왔도다.
方宅十餘畝、 草屋八九間。 네모진 집터는 10여무, 초가집은 8~9간.
楡柳蔭後園、 桃李羅堂前。 느릅나무 버드나무는 후원에 우거져 있고 복숭아 오얏나무는 집앞에 늘어서 있다.
曖曖遠人村、 依依墟里煙。 마을은 멀어 어슴프레하고 마을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狗吠深巷中、 鷄嗚桑樹顚。 개는 마을 깊은 곳에서 짖고 닭은 뽕나무 꼭대기에서 운다.
戶庭無塵雜、 虛室有餘閑。 뜰에는 지저분한 것들이 없고 빈 방은 여유롭고 한가하다.
久在樊籠裏、 復得返自然。 오랫동안 새장속에 갖혀 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도다.
歸園田去 : 歸田園去로도 쓰인다. 전원에 거주하고자 돌아왔다.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11월에 彭澤令을 사임했으니 그 이듬해쯤 지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歸去來辭’ 와 같은 취지의 五言詩다.
俗韻 : 속된 운치, 즉 세속의 취미․풍조. 丘山 : 언덕과 산, 즉 자연 또는 자연의 풍경을 뜻한다.
塵網 : 먼지 그물, 風塵풍진의 그물, 즉 관직에 나가 벼슬 한 것을 비유한다.
瞹瞹 : 안개 따위가 짙어 아득함. 依依 :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 멀리 흐릿한 모습. 墟里 : 촌락. 마을. 시장이 서는 곳.
顚 : 꼭대기. 정수리, 이마. 樊籠 : 새장. 벼슬살이를 비유함.
二.
野外罕人事、 窮巷寡輪鞅。 들에는 복잡한 인간사 드물고 좁은 길에는 거마가 드물다.
白日掩荊扉、 虛室絶塵想。 대낮에도 사립문 닫아 걸고, 빈 방에서도 잡생각을 끊었다.
時復墟曲中、 披草共來往。 때때로 마을을 가는데 풀을 헤치고 함께 오갔다.
相見無雜言、 但道桑麻長。 만나도 서로 쓸데없는 소리 없고 오직 뽕나무와 삼이 자라는 것만 말했다.
桑麻日已長、 我土日已廣。 뽕나무 삼은 나날이 자라고 내 땅도 나날이 넓어졌다.
常恐霜霰至、 零落同草莽。 늘 걱정하는 것은 추위가 닥쳐 잡초같이 시드는 것이로다.
人事 : 속세 사람들과의 관계. 輪鞅 : 수레나 말을 뜻함. 荊扉 : 사립문.‘荊扉’는 가시나무로 만든 사립문으로 가난한 집의 문을 상징함.
墟曲 : 마을. 霜霰 : 서리와 싸락눈. 추위. 草莽 : 풀숲. 잡초
三.
種豆南山下、 草盛豆苗稀。 남산 밑에 콩을 심었더니 잡초가 무성하여 콩 싹이 드물었도다.
晨興理荒穢、 帶月荷鋤歸。 새벽에 일어나 잡초를 정리하고 달과 함께 호미메고 돌아왔다.
道狹草木長、 夕露沾我衣。 길은 좁고 초목은 크게 자라서 밤 이슬이 내 옷을 적셨도다.
衣沾不足惜、 但使願無違。 옷 젖은 것 애석하진 않지만 바라는 바에 어긋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로다.
四.
久去山澤游、 浪莽林野娛。 오랫동안 산과 물을 떠나 돌아 다니다, 숲과 들을 다니며 즐겼도다.
試携子姪輩、 披榛步荒墟。 아들과 조카들를 데리고 덤불을 헤치며 황량한 폐허를 걸어다녔다.
徘徊丘壟間、 依依昔人居。 언덕과 받두둑 사이를 배회하며 옛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어렴풋이 느껴본다.
井竈有遺處、 桑竹殘朽株。 우물과 부엌은 흔적만 있고 뽕나무 대나무는 썩은 그루터기만 남아있도다.
借問採薪者、 此人皆焉如。 나뭇꾼에게 묻노니 여기 있던 사람들 어디 갔는가?
薪者向我言、 死沒無復餘。 나뭇꾼은 모두 죽어서 남은 사람 없다 하는구나.
一世異朝市、 此語眞不虛。 한 세대만에 세상이 바뀐다 하더니 그 말이 진정 빈말이 아니로다.
人生似幻化、 終當歸空無。 인생은 허깨비같아서 끝에 가서는 空과 無로 돌아가기 마련이로다.
五.
悵恨獨策還、 崎嶇歷榛曲。 슬프고 한스러워 홀로 지팡이 짚고 돌아오는데 길이 험해 덤불 헤치며 왔노라.
山澗淸且淺、 可以濯吾足。 산골짜기에는 물이 깨끗하고 얕아 발을 씻을만 하였도다.
漉我新熟酒、 隻鷄招近局。 새로 숙성한 술을 거르고 닭 한 마리를 잡아 이웃 사람을 불렀도다.
日入室中暗、 荊薪代明燭。 해 지니 방 어두워져 나뭇가지로 대신 불 밝혔도다.
歡來苦夕短、 己復至天旭。 기쁘게 와서 밤이 짧은 것이 아쉬웠는데 이미 다시 해가 돋았구나.
漉 : 거를 록. 거르다. 밭음. 치다. 앙금을 침. 물이 마르다. 다하다. 近局 : 가까운 이웃 사람.
六.
種苗在東皐、 苗生滿阡陌。 동쪽 논에 모릏 심었더니 묘가 자라 논두렁 길에 기득하도다.
雖有荷鋤倦、 濁酒聊自適。 호미질이 고달프다 해도 탁주를 들이키며 스스로 즐거워 한다.
日暮巾柴車、 路暗光已夕。 날 저물면 섶을 수레에 싣고 돌아오는데 길 어두우니 이미 저녁이로다.
歸人望煙火、 稚子候簷隙。 돌아오는 사람들 연기와 불빛 바라보니 아이들 처마밑에서 기다리네.
問君亦何爲、 百年會有役。 그대에게 묻노니 또 무엇을 하려는가 인생 100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소.
但願桑麻成、 蠶月得紡績。 다만 뽕나무와 삼이 잘 자라고 누에치는 달에는 길쌈하길 바랄 뿐이오.
素心正如此、 開逕望三益。 본래 심성 바르기가 이와 같으며 길 열어 세 좋은 벗 오기를 바라노라.
三益 :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友諒友多聞益矣, 友便辟友善柔友便佞損矣。」 <論語 季氏 4.>
공자가 말하였다. "유익한 벗이 셋이요, 손해를 끼치는 벗이 셋이니, 벗이 정직하고, 벗이 신실하고, 벗이 들든 바가 많으면 유익하고 벗이 편벽하고, 벗이 매우 부드럽고, 벗이 말 잘하고 아첨하는 벗은 손해를 끼친다."
☞ 參考
도연명의 귀전원거는 도연명집에 6수로 되어 있으며 고문진보에는 4수가 실려 있다. [標 參照]
도연명집 귀전원거 6수 |
고문진보 |
1.少無適俗韻(소무적속운) |
91.귀전원거歸田園居 |
2.野外罕人事(야외한인사) |
66.귀전원거歸田園居 |
3.種豆南山下(종두남산하) |
32.귀원전거歸園田居 |
4.久去山澤游(구거산택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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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悵恨獨策還(창한독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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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種苗在東皐(종묘재동고) |
74.귀전원거歸田園居 |
그런데 《陶靖節集》2권에 실려 있는〈귀전원거〉6수 중 마지막 편으로 작자에 대하여 논란이 있다. 《文選(문선)》31권에는 도연명의 작이 아니라 江文通(강문통:江淹)이 지은 〈雜體詩(잡체시)〉 30수 중 하나인 〈陶徵君田居(도징군전거)〉시로 되어 있는 바, 이 때문에 마지막 수를 제외한 5수만을 도연명의 작이라 하여 〈귀전원거〉시는 전체 6수가 아니라 5수라고 보기도 한다. 강엄은 양(梁)나라의 시인으로 원작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의고(擬古)를 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