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戒
柳 宗元
吾恒惡世之人, 不知推己之本, 而乘物以逞, 或依勢以干非其類, 出技以怒强, 竊時以肆暴然, 卒迨於禍。有客談麋驢鼠三物, 似其事作三戒。
나는 항상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본색을 헤아릴 줄 모르고 외부의 사물을 빙자하여 함부로 재주 부리는 것을 미워하였는데, 어떤 경우는 다른 사람의 세력에 의지하여 자신과 다른 부류를 벗으로 삼고, 어떤 경우는 하찮은 재주를 부려 강자를 격노하게 만드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기회를 틈타 제멋대로 횡포를 부린다. 그러나 결국에는 모두 큰 화(禍)를 당한다.
어떤 사람이 고라니와 노새, 쥐 세 동물의 이야기를 한 바 있는데 그 일이 비슷하여 삼계를 짓는다.
臨江之麋
臨江之畋, 得麋麑畜之入門, 群犬垂涎, 揚尾皆來, 其人怒怛之。自是, 日抱就犬, 習示之使勿動。稍使與之戱積久, 犬皆如人意。麋麑稍大, 忘己之麋也, 以爲犬良我友, 抵觸偃仆益狎, 犬畏主人, 與之俯仰甚善, 然時啖其舌。三年麋出門, 見外犬在道甚衆, 走欲與爲戱, 外犬見而喜且怒, 共殺食之, 狼藉道上, 麋至死不悟。
畋 : 밭갈 전. 밭을 갈다. 사냥하다. 麑 : 사슴새끼 예. 사슴새끼. 사자.
임강에 사는 사람이 사냥을 나가 사슴새끼를 잡아 집으로 갔는데 개들이 침을 흘리며 꼬리를 곧추세우며 몰려왔다.
그 사람이 노여워하니 개들이 두려워 어쩌지 못했다. 이때부터 그 사람은 매일 사슴을 안고 개들에게 가서 보여주며 개들이 동하지 않도록 훈련시켰다. 얼마 후 개들과 사슴새끼는 서로 장난치며 지내도록 하였는데 개들도 주인의 뜻처럼 되었다.
새끼사슴은 점점 자라면서 자신이 새끼사슴인줄을 잊고 개들을 좋은 친구라 여기며 서로 부딛치고 딩굴며거리낌없이 지냈는데 개들은 주인을 두려워 하여 매우 좋게 대해주었으나 때때로 입맛을 다셨다.
3년이 지나 사슴이 문밖으로 나갔는데, 길에 개들이 매우 많아 달려가 함께 장난치며 놀려고 하자 개들이 그 모습을 보고 기쁘기도 하고 화가 나서 함께 사슴을 잡아먹어버렸는데 길 위에는 뼈만 낭자했고 사슴은 죽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黔之驢
黔無驢, 好事者船載以入, 至則無可用。放之山下, 虎見之, 尨然大物也。以爲神, 蔽木間稍出窺之, 稍出近之, 憖憖然莫相知。他日驢一鳴, 虎大駭遠遁, 以爲且噬甚恐。然往來視之, 覺無異能者, 益習其聲, 又近出前後, 終不敢搏。稍近益狎, 蕩倚沖冒, 驢不勝怒蹄之, 虎 因喜計之曰, 技止此耳。因跳踉大喊, 斷其喉盡其肉乃去。
噫, 形之尨也, 類有德, 聲之宏也, 類有能。向不出其技, 虎雖猛, 疑畏卒不敢取, 今若是焉悲夫 !
憖 : 억지로 은. 억지로. 무리하게. 바라건대. 될 수 있다면. 빠지다. 모자람. 근심하다. 마음아파함. 삼가다. 공근함. 발어사.
검 땅에는 당나귀가 없었는데 호기심 많은 사람이 배에 실어 왔으나 쓸데가 없었다. 산 아래에 방목했는데 호랑이가 보니 엄청나게 큰 동물이라 신령스럽게 여겨 나무사이에 숨어 잠시 살피다가 가까이 가보기도 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당나귀가 한 번 울부짖었는데 호랑이가 깜짝 놀라 도망쳐 잡아먹으려 한다 여기고 매우 두려워 했다. 그러나 왕래하며 살피니 별다른 능력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점점 그 울음소리에도 익숙해져 가까이 가서 앞뒤로 서성거렸지만 종내 감히 어쩌지 못했다. 점점 가까이 가는 것도 익숙해져 방자하게 기대고 건드려 보았더니 당나귀가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발길질을 하였는데, 호랑이가 기뻐하며 헤아리길 '너의 재주가 이것뿐이로구나.'하였다. 호랑이가 펄쩍 뛰며 크게 울부짖고는 당나귀의 목덜미를 자르고는 그 고기를 다먹고 가버렸다.
오호라 ! 형태가 큰 것은 덕이 있는 모양이고, 소리가 큰 것은 능력이 있는 모양이로다. 이전에 그 재주를 내보이지 않았으면 호랑이가 용맹스럽다 하나 아마 두려워 종내 감히 취하지 못했을 것인데 이제 이와 같이 되었으니 슬프도다.
永某氏之鼠
永有某氏者, 畏日拘忌異甚。以爲己生歲直子, 鼠子神也, 因愛鼠不畜猫犬, 禁偅勿擊鼠, 倉廩庖廚, 悉以恣鼠不問。由是鼠相告, 皆來某氏, 飽食而無禍, 某氏室無完器, 椸無完衣, 飮食大率, 鼠之餘也。晝累累與人兼行, 夜則竊齧嚙鬪暴, 其聲萬狀, 不可以侵, 終不壓。數歲, 某氏徙居他州, 後人來居, 鼠爲態如故。其人曰, 是陰類惡物也。盜暴尤甚, 且何以至是乎哉!假五六猫, 闔門撤瓦灌穴, 購僮羅捕之, 殺鼠如丘, 棄之隱處, 臭數月乃已。嗚呼!彼以其飽食無禍, 爲可恒也哉!
영주 땅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이상한 것을 두려워하고 꺼리는 것이 심했다. 자신이 태어난 해가 바로 쥐해임을 생각하고 쥐를 신령스럽게 여기고 쥐를 사랑하여 고양이와 개를 기르지 않고 하인들에게도 쥐를 잡지 못하도록 금하여 창고와 주방에서 쥐가 날뛰어도 문제삼지 않았다.
이리하여 쥐들이 서로 알려 모두 그 사람 집으로 몰려와 배불리 먹어도 화를 당하지 않으니 집에는 온전한 그릇이 없고 횟대에도 성한 옷이 없었으며 먹고 마시는 것도 대부분 쥐가 먹고 남긴 것이었다.
낮에는 줄지어 가는 모습이 사람들이 함께 가는 것 같고, 밤에는 물고 깨물며 사납게 싸우는데 온갖 소리를 다 내어 잠을 잘 수 없어도 종내 진압하지 않았다.
몇년 후 그 사람이 다른 주로 이사를 가고 다른 사람이 와서 살았는데 쥐들은 예전과 같이 행동했다.새 주인은, '이것은 음습한 부류이며 악한 동물이로다. 도둑질하고 흉폭함이 극심하니 어찌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 하고는고양이 대여섯마리를 빌려와 풀어 놓고, 문을 닫고 기와를 걷어 구멍에 물을 쏟아 붓고는 일꾼들을 사서 망을 쳐 쥐를 잡도록 하니 죽은 쥐가 언덕을 이루어 외진 곳에 버렸으나 악취가 수개월동안 그치지 않았다. 오호라 ! 저 쥐들은 배불리 먹고 화를 당하지 않는 것이 변하지 않으리라 여겼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