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1章
衛靈公問陳於孔子, 孔子對曰, 「俎豆之事則嘗聞之矣, 軍旅之事 未之學也。」 明日 遂行。在陳絶糧, 從者病莫能興, 子路慍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 窮斯濫矣。」
위(衛)나라 영공(靈公)이 공자에게 진법(陣法)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씀하셨다.
“제사 예절에 관한 일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군대에 관한 일은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마침내 위 나라를 떠나셨다. 진(陳)나라에 있을 때에 양식이 떨어져 따라 다니던 제자들이 병들어
일어나지 못하였다.
자로가 불만스런 얼굴로 공자를 뵙고 말하였다.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도 진실로 궁한 때가 있다. 하지만 소인은 궁하면 무슨 짓이든 다 한다.”
○陳 謂軍旅行伍之列. 俎豆 禮器 尹氏曰, 衛靈公 無道之君也. 復有志於戰伐之事. 故 答以未學而去之.
○진은 군대 항오의 대열을 이름이라. 조두는 예기라. 윤씨 가로대 위령공은 무도한 인군이라. 다시 전벌의 일에 뜻을 둠이라. 그러므로 써 배우지 아니했노라고 대답하시고 떠나셨느니라.
在陳絶糧, 從者病莫能興,
진(陳)나라에 있을 때에 양식이 떨어져 따라 다니던 제자들이 병들어 일어나지 못하였다.
○孔子去衛適陳, 興 起也.
○공자가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가셨느니라. 흥은 일어남이라.
子路慍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 窮斯濫矣。」
자로가 불만스런 얼굴로 공자를 뵙고 말하였다.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도 진실로 궁한 때가 있다. 하지만 소인은 궁하면 무슨 짓이든 다 한다.”
○何氏曰, 濫 溢也. 言君子 固有窮時, 不若小人窮則放溢爲非. 程子曰, 固窮者 固守其窮, 亦通.
○愚謂聖人當行而行, 無所顧慮, 處困而亨, 無所怨悔 於此可見矣. 學者宜深味之.
○하씨 가로대 남은 넘침이라. 군자도 진실로 궁한 때가 있으나 소인이 궁하면 방탕하고 넘쳐서 그릇된 짓을 하는 것처럼 하지 않느니라. 정자 가라사대 고궁이라는 것은 그 궁함을 견고히 한다 하시니 또한 통하니라.
○우가 이르되 성인은 마땅히 행해야 함에 행하여 고려하는 바가 없고 곤한데 처하여도 형통하여(『주역』 困괘에 “困 亨 … 險以說 困而不失其所亨, 其唯君子乎”라 하였다.) 원망하고 후회하는 바가 없음을 이에 가히 보니 배우는 자가 마땅히 깊이 맛보야 하니라.
第 2章
子曰, 「賜也。 女以予爲多學而識之者與。」 對曰, 「然。非與?」 曰, 「非也。予一以貫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賜 : 자공)야, 너는 내가 많이 배우고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 여기느냐?”
자공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아닙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이치로 모든 사물을 꿰뚫었다.”
○子貢之學多而能識矣, 夫子欲其知所本也. 故 問而發之.
○자공의 배움은 많아서 능히 기록(기억)하니, 부자가 그 근본을 알게 하고자 하심이라. 그러므로 물으면서 유발하심이라.
對曰, 「然。非與?」
자공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아닙니까?”
○方信而忽疑, 蓋其積學功至而亦將有得也.
○바야흐로 믿고 홀연히 의심하니 대개 그 배움이 쌓이고 공이 지극하여 또한 장차 얻음이 있음이라.
曰, 「非也。予一以貫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이치로 모든 사물을 꿰뚫었다.”
○說見第四篇. 然 彼以行言 而此以知言也.
○謝氏曰, 聖人之道大矣, 人不能遍觀而盡識, 宜其以爲多學而識之也. 然 聖人豈務博者哉. 如天之於衆形 匪物物刻而雕之也. 故 曰予一以貫之, 德猶如毛, 毛猶有倫, 上天之載無聲無臭 至矣.
尹氏曰, 孔子之於曾子 不待其問而直告之以此, 曾子復深喩之曰唯, 若子貢則先發其疑而後告之, 而子貢 終亦不能如曾子之唯也, 二子所學之淺深 於此可見.
愚 按夫子之於子貢 屢有以發之 而他人不與焉, 則顔曾以下 諸子所學之淺深 又可見矣.
○설명이 제4편(里仁 제15장)에 나타나니라. 그러나 그것은 행동으로 말씀하심이고, 이것은 지로써 말씀하심이라.
○사씨 가로대 성인의 도가 크니, 사람이 능히 두루 보아 다 알지 못하고 마땅히 그 써 많이 배워 기억하는 것으로 여기니라. 그러나 성인이 어찌 박학에 힘쓰시리오. 하늘이 모든 형체에 물건마다 새기고 아로새기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가라사대 나는 하나로써 꿰었다 하고, (『중용』제33장에서) 덕은 오히려 터럭과 같다 하고, 터럭은 오히려 비교가 있다 하고, 하늘의 실음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하니 지극하다 하시니라.
윤씨 가로대 공자가 증자에게 그 물음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이로써 가르치셨는데, 증자가 다시 깊이 깨닫고 ‘예’라 하시고, 자공 같은 이는 먼저 그 의심을 유발한 뒤에 가르치셨는데 자공이 마침내 또한 능히 증자가 예라 한 것과 같지 못하니, (같은 제자라도) 두 분의 배운 바가 얕고 깊음을 이에서 가히 볼 수 있음이라.
우는 상고하건대 부자께서 자공에게 여러 번 써 유발하시고 다른 사람은 참여하지 아니했으니, 안자 증자 아래로 모든 제자들이 배우는 바의 얕고 깊음을 또한 가히 볼 수 있도다.
第 3章
子曰, 「由。 知德者鮮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야, 덕을 아는 사람이 드물구나.”
○由 呼子路之名而告之也, 德 謂義理之得於己者. 非己有之 不能知其意味之實也
○自第一章至此 疑皆一時之言, 此章 蓋爲慍見發也.
○유는 자로의 이름을 불러서 가르치심이라. 덕은 의리를 자기 몸에 얻음을 이름이니 몸에 두지 아니하며 능히 그 의미의 실상을 알지 못하니라.
○제1장부터 이곳까지는 아마도 다 한 때의 말이고, 이 장은 대개 온현(陳蔡絶糧의 시기에 자로가 공자에게 성을 내면서 뵙고 말한 곳)부터 개발하신 말씀이라.
第 4章
子曰,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 恭己正南面而已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무위(無爲)로 잘 다스린 분은 아마 순(舜) 임금일 것이다. 무엇을 하셨는가? 몸가짐을 공손히 하고 바르게 남면(南面)을 하였을 뿐이다.”
[해설]
주역 계사하전 제2장에 “黃帝堯舜 垂衣裳而天下治, 蓋取諸乾坤,(황제요순이 의상을 드리우고 천하를 다스리니 대개 저 건곤괘에서 취하고)”라는 대목이 있다. 이것이 곧 無爲治를 말한 것이다.
○無爲而治者 聖人德盛而民化, 不待其有所作爲也. 獨稱舜者 紹堯之後而又得人, 以任衆職. 故 尤不見其有爲之迹也. 恭己者 聖人敬德之容, 旣無所爲 則人之所見 如此而已.
○하옴이 없이 다스린다는 것은 성인의 덕이 성하고 백성이 감화하야 그 작위하는 바가 있음을 기다리지 아니함이라. 홀로 순을 일컬은 것은 요의 뒤를 잇고 또 사람을 얻어서 써 여러 직책을 맡김이라. 그러므로 더욱 그 하옴이 있는 자취를 볼 수 없음이라. 몸을 공순히 한다는 것은 성인이 덕을 공경하는 모습이니 이미 하는 바가 없으면 사람이 보는 바가 이와 같을 뿐이니라.
第 5章
子張問行, 子曰, 「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 行矣, 言不忠信 行不篤敬, 雖州里行乎哉 ! 立則見其參於前也, 在輿則見其倚於衡也, 夫然後行。」子張 書諸紳。
자장이 뜻을 행하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진실되고 미덥게 하며, 행동을 독실하고 신중히 하면, 비록 오랑캐 나라라 하더라도 뜻이 행해질 수 있겠지만, 말이 진실되거나 미덥지 못하고 행동이 독실하거나 신중하지 못하면 비록 내가 사는 고을에선들 뜻이 행해질 수 있겠는가. 서 있을 때는 그것이 눈앞에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수레에 탔을 때는 그것이 멍에에 기대고 있는 것을 보아야 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뜻이 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자장이 이 말씀을 잊지 않고자 허리띠에 써넣었다.
[해설]
“人之處世, 必何如而後行, 無不利乎?(사람이 세상에 처신하는데, 반드시 어떻게 한 뒤라야 이로움이 있겠습니까?)하는 말과 같다.
충신과 독경은 아무리 경황이 없는 중에도 반드시 행하는데, 서 있는 경우와 수레에 있을 경우를 언급한 이유는 ‘행(行)’ 자를 가지고 말했기 때문이다. 서 있는 것은 행할 때의 시작이고, 수레는 행할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배우는 사람이 자기 몸을 지키는 데 독실하지 않으면 동(動)할 때의 공부가 늘 정(靜)할 때에 적용되지 못한다. 만약 충신과 독경을 잊는다면 비록 서 있거나 수레에 있더라도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서 있으면 참여함을 볼 수 있고 수레에 있으면 멍에에 기댐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때에도 계신(戒愼)하고 공구(恐懼)함이 여기에 있다는 뜻이니, 이른바 “잠시도 떠날 수 없다.”라는 것이다.
“늘 생각하며 잊지 않으려고 한다.〔念念不忘〕”라는 네 글자는 설명이 극진하니, 정자(程子)의 말은 바로 성인을 배우는 온전한 공부이다. <讀書箚義>
○猶問達之意也.
○‘어찌해야 달합니까’(안연편 제20장) 하는 물음과 같음이라.
子曰, 「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 行矣, 言不忠信 行不篤敬, 雖州里行乎哉 !
“말을 진실되고 미덥게 하며, 행동을 독실하고 신중히 하면, 비록 오랑캐 나라라 하더라도 뜻이 행해질 수 있겠지만, 말이 진실되거나 미덥지 못하고 행동이 독실하거나 신중하지 못하면 비록 내가 사는 고을에선들 뜻이 행해질 수 있겠는가.
○子張 意在得行於外. 故 夫子反於身而言之, 猶答干祿問達之意也. 篤 厚也. 蠻 南蠻, 貊 北狄. 二千五百家 爲州.
○자장은 뜻이 행실 밖에 있음이라. 그러므로 부자가 몸에 돌이킴으로(몸을 반성함으로) 말씀하시니 간록(위정편 제18장) 문달에 답한 뜻과 같음이라. 독은 후함이라. 만은 남만이고, 맥은 북적이라. 이천오백가가 한 고을이 되니라.
立則見其參於前也, 在輿則見其倚於衡也, 夫然後行.
서 있을 때는 그것이 눈앞에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수레에 탔을 때는 그것이 멍에에 기대고 있는 것을 보아야 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뜻이 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해설]
서 있으면 앞에 솔선해서 참여한 것을 볼 수 있고, 수레를 타고 가면 멍에에 의지하게 되니, 솔선수범한 모습이다.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되어야 행실이 옳게 행해진다.
○其者 指忠信篤敬而言. 參 讀如毋往參焉之參, 言與我相參也. 衡 軛也. 言其於忠信篤敬, 念念不忘, 隨其所在 常若有見, 雖欲頃刻離之, 而不可得然後, 一言一行 自然不離於忠信篤敬, 而蠻貊 可行也.
○其라는 것은 충신독경을 가리켜 말함이라. 참은 (『曲禮』離坐離立, 毋往參焉, 離立者 不出中間 : 두 사람이 나란히 붙어 앉아 있거나 나란히 붙어서 서 있을 경우에는 가서 끼어들지 말며, 두 사람이 붙어서 나란히 서 있을 경우에는 그 사이로 지나가지 않는다. ) 毋往參焉의 참과 같으니 나와 더불어 서로 참여함을 말함이라. 형은 멍에라. 말하건대 그 충신독경에 늘 염두에 두고 잊지 아니하며 그 있는 바를 따라서 항상 보는 것 같아서 비록 잠깐이라도 떠나고자 하더라도 가히 얻지(떠나지) 못한 연후에 한 말과 한 행실이 자연히 충신독경에 떠나지 아니하여야 만맥도 가히 갈 수 있음이라. (軛 : 멍에 액)
子張 書諸紳.
자장이 큰 띠에 기록하였다.
[해설]
자장은 늘 큰 띠를 두르고 다니면서 공자의 좋은 말씀을 들으면 그 띠에 꼭 기록하고 항상 외우고 다녔다.
○紳 大帶之垂者. 書之 欲其不忘也.
○程子曰, 學要鞭辟近裏, 著己而已,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言忠信, 行篤敬 立則見其參於前, 在輿則見其依於衡, 卽此是學質美者. 明得盡査滓, 便渾化 却與天地同體, 其次惟莊敬以持養之, 及其至 則一也.
○신은 큰 띠를 드리운 것이라. 서지는 그 잊지 않고자 함이라.
○정자 가라사대 배움의 중요함은 채찍질하여 말을 몰아 속으로 가까이하여 몸에 붙일 뿐이니, 배움을 널리하고 뜻을 돈독히 함이요 물음을 간절히 하고 생각을 가까이 함이라(此 致知之鞭辟近裏著己者). 말은 충신하고 행실은 독경하여 서면 그 앞에 참여함을 보고 수레에 있으면 그 멍에에 의지함을 봄이니(此 力行之鞭辟近裏著己者) 곧 이것은 배움의 바탕이 아름다운 것이라. 찌꺼기를 다 없애고 문득 혼화하여 도리어 천지와 더불어 동체로 하고 그 다음은 씩씩하고 공경하여서 써 갖고 기르는 것이니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한가지임을 밝힌 것이라. (鞭 : 채찍 편 辟 : 말 몰 벽 著 : 여기서는 ‘붙일 착’ 査 : 찌꺼기 사 滓 : 찌꺼기 재)
鞭辟近裏 : 내면적으로 깊이 성찰하여 연구하다. 의론이나 문장이 투철하고 깊이가 있다.(中國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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