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都永明寺南軒, 天下絶景, 本興上人所刱。南臨大江, 江外曠野茫然不見際畔, 惟東極一涯, 遙岑出沒有無中。 昔睿王西巡, 與群臣宴飮唱酬, 篇什尤多, 無不鏤金石播絲竹, 以傳樂府。吾祖平章李䫨, 適在玉堂, 扈從登臨。 命名浮碧寮, 作詩敍其始末甚備。山川氣勢, 與中朝滌暑亭相甲乙, 而秀麗過之。
學士金黃元弭節西都, 登其上。命吏悉取右今郡賢所留書板焚之, 憑欄縱吟。至日斜其聲正苦, 如叫月之猿。 只得一聯,
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
意涸不復措辭痛哭而下。 後數日足成一篇, 至今以爲絶唱。 時人語曰,
昔聞宋玉悲秋氣,
今見黃元哭夕陽。
唱酬 : 詩歌나 문장을 서로 주고받음. 鏤 : 새길 루. 새기다. 강철, 絲竹 : 음악의 총칭. 絲는 거문고[琴], 竹은 피리[笛], 생황[笙] 따위
䫨 : 높고 클 오. 높고 크다. 굵다. 寮 : 벼슬아치 료. 벼슬아치. 동료. 집. 창문. 登臨 : 산에 오르기도 하고 물에 가기도 함.
弭節 : 천천히 걸음. 屈原의 ≪離騷≫에, 「吾令羲和弭節兮, 望崦嵫而勿迫(나는 희화에게 속도를 늦추라 하고, 엄자산 쪽으로는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다)」라는 말이 있다.
※ 右今 : → 古今. 대부분의 글에는 右今, 일부에 古今으로 표기됨, 古今의 표기상 錯誤로 봄. 원문은 그대로 두고 해석은 古今으로 함.
措辭 : 詩歌나 문장을 짓는 데 있어 적당한 문구를 배치하는 것. 絶唱 : 아주 뛰어나게 잘 지은 시문.
서경(西京 : 西都)에 있는 영명사의 남쪽 건물은, 천하의 절경으로, 본래 흥상인(興上人)이 창건한 것이다. 남쪽으로 큰 강에 임하였고, 강 밖에는 광야가 아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오직 동쪽 한 끝에는, 멀리 산봉우리가 있는 듯 없는 듯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였다.
옛날 예종이 서쪽 지방을 순시할 때, 여러 신하들과 연회를 열어 술을 마시며 시문을 주고 받았는데, 시편이 매우 많아, 금석에 새기고 사죽에 옮겨 악부에 전하였다. 나의 할아버지 되시는 평장사 이오(李䫨)가 마침 옥당에 계시어, 임금님을 모시고 등림하셨다.
부벽료(浮碧寮)라 이름 짓고, 시를 지어 그 시작과 끝을 상세히 갖추어 서술하였다. 산천의 기세는, 송나라[中朝]의 척서정(滌暑亭)과 서로 갑을을 다투었으나, 수려함은 척서정을 능가하였다.
학사 김황원이 서도에서 천천히 거닐다가 그 위에 올랐다. 아전에게 명하여 고금의 여러 현인들이 남긴 시판(詩板)을 모두 거두어 불사르게 하고, 난간에 기대어 자유롭게 시를 읊었다. 해가 기울어질 무렵엔 그 소리가 참으로 고통스러워, 마치 달을 보고 울부짖는 원숭이 같았다. 다만 한 연을 얻었으니,
장성 한쪽에는 도도히 흐르는 물이요,
큰 들 동쪽 끝에는 점점이 솟은 산이구나. 라고 하였다.
시상은 고갈되고 다시 시가를 만들지 못하여, 통곡하며 내려왔다. 그 후 며칠이 지나서야 한 편을 완성하여, 지금까지 뛰어난 시라고 여긴다.
당시 사람들이 말하기를,
옛날 송옥이 가을의 기운을 슬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니,
이제는 황원이 석양에 통곡하는 것을 보겠구나.
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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