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皇時大叔僧統寥一, 出入禁宇間, 不問左右二十餘年, 常作乞退詩進呈云,
五更殘夢寄松關,
十載低徊紫禁間。
早茗細含鶯鳳影,
異香新屑鷓鴣斑。
自憐瘦鶴翔丹漢,
久使寒猿怨碧山。
願把殘陽還舊隱,
不敎嚴畔白雲閒。
上大加稱賞謂師曰, 「昔人雲, 『莫訝杖藜歸去早, 故山閒却一溪雲。』 可謂先得師之奇趣。」
因和其詩以賜之曰,
祖師心印製機關,
卽悟眞空一瞬間。
宴坐爐添沈水瓣,
迎賓筑破紫苔班。
好將經論傳緇侶,
莫以行藏憶舊山。
夕磬晨香勤禮念,
願令愚俗得安閒。
歷觀古今名緇秀衲, 得被君王寵賜以篇章者多矣, 未有特次其韻, 叙其意如此款密。昨詣大叔丈室, 示以御製此篇, 宸翰飛動, 蘭麝郁然。 正冠肅容跪而讀之, 若瞻天日於雲表, 祥光瑞色爛溢目, 誠可仰也。
五更 : 하룻 밤을 다섯으로 나눈 시각의 다섯 째 부분. 3 ~ 5시. 松關 : 입구에 늘어선 소나무가 자연적으로 이룬 문을으로 절을 말함.
低徊 : 머리를 숙이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함. 茗 : 차 명. 차. 차나무 싹. 늦게 딴 차.
鷓鴣斑, 紫苔班 : 선시(禪詩) 문답과정에서 오가는 어휘로 해석이 참 어려운데, 승통의 시에 찻잎이 언급되었고 이를 받아 왕이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를 빗대어 언급한 것으로 보아 차(또는 찻잔)의 종류중 하나로 보임.
丹漢 : 하늘. 대궐을 비유한 말. 訝 : 맞을 아. 맞다. 위로함. 의심하다. 수상히 여김. 놀라다. 서로 만나 놀람.
心印 : 깨달음. 말이나 글에 의지하지 않고 마음으로 전하여지는, 부처의 내적 깨달음의 내용. 宴坐 : 조용하게 앉아서 참선함.
瓣 : 오이씨 판. 오이씨. 오이열매. 꽃잎.
沈水瓣 : 沈水香. 약재의 하나. 주산지는 인도·말레이시아·중국 남부 등지이다. 목재로서 향기가 높고 은은하다. 질은 견실하고 단단하
며 물에 담갔을 때 가라앉아서 침향이라고 하였다. 東醫寶鑑에서 침향의 기록을 찾을 수 있다.
衲 : 기울 납. 깁다. 옷으 꿰맴. 장삼. 중의 웃옷. 중. 승려. 비구.
宸 : 집 신. 집. 처마. 대궐. 임금에 관한 일에 쓰는 관사(冠詞). 하늘, 허공. 麝 : 사향노루 사.
명종때 대숙 승통 요일(寥一)이 궁궐을 드나들면서, 좌우에게 정사를 묻지 않은 지가 20여 년이나 되었으나, 일찌기 은퇴를 청하는 시(乞退詩)를 지어 올렸다.
절에 몸을 맡겨 새벽 잔 꿈이 깨지 않았는데
10년이나 궁에 드나들었네.
일찍 따 여린 찻잎은 꾀꼬리와 봉의 그림자를 머금고,
뛰어난 향기 품은 새 차는 자고반이로다.
여윈 학 밤하늘 배회하는 것 스스로 가여워하고,
오랫동안 초라한 원숭이 푸른 산 탓하게 하였네.
옛 은거지에 돌아가 황혼을 보내렸더니,
선경(仙景)에 돌아가는 것 허용치 않으시네.
주상께서 크게 칭찬하고 상을 내리며, 대사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명아주 지팡이 짚고 서둘러 떠나려 하지 마십시오. 옛 산 속 한 가닥 구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니.』라 하였으니, 대사의 기이한 풍취를 먼저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답하는 시를 지어 내리셨다.
대사의 깨달음은 기관을 만드니,
바로 참된 공[眞空]을 깨닫는 것도 한 순간이로다.
고요히 앉아 참선할 땐 향로에 침수향을 더하고,
손님을 맞을 땐 축(筑)으로 파(破)를 타며 자태반(紫苔斑)을 권하네.
경론(經論)은 승려[緇侶]에게 전하는 게 좋겠으나,
가시면서 옛 산을 떠올리지만 마십시오.
석양 경쇠소리 새벽 향에 예불에 힘써,
부디 어리석은 중생들 평안하게 하소서.
고금의 유명하고 뛰어난 승려를 두루 살피건대, 군왕의 총애를 입어 시편을 하사받은 자가 많았지만, 특별히 그 시에 차운하여 그 마음을 이처럼 간곡하고 친밀하게 서술한 것은 없었다. 어제 대숙의 장실을 찾아가니, 왕이 친히 써준 이 시를 보여주었는데, 필체가 날아 움직이듯 하고, 난초와 사향의 향기가 진동하듯 하였다. 의관을 바르게 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꿇어앉아 읽어보니, 마치 구름을 벗어난 해를 바라보는 것 같고, 상서로운 빛과 색이 눈부시게 찬란하여 진실로 우러러볼 만하였다.
破閑集卷中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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