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古文學/破閑集

卷中25. 明皇時 大叔僧統寥一

by 柳川 2020. 10. 22.

明皇時大叔僧統寥一, 出入禁宇間, 不問左右二十餘年, 常作乞退詩進呈云,

 

五更殘夢寄松關,

十載低徊紫禁間。

早茗細含鶯鳳影,

異香新屑鷓鴣斑。

 

自憐瘦鶴翔丹漢,

久使寒猿怨碧山。

願把殘陽還舊隱,

不敎嚴畔白雲閒。

 

上大加稱賞謂師曰, 「昔人雲, 『莫訝杖藜歸去早, 故山閒却一溪雲。』 可謂先得師之奇趣。」

因和其詩以賜之曰,

 

祖師心印製機關,

卽悟眞空一瞬間。

宴坐爐添沈水瓣,

迎賓筑破紫苔班。

 

好將經論傳緇侶,

莫以行藏憶舊山。

夕磬晨香勤禮念,

願令愚俗得安閒。

 

歷觀古今名緇秀衲, 得被君王寵賜以篇章者多矣, 未有特次其韻, 叙其意如此款密。昨詣大叔丈室, 示以御製此篇, 宸翰飛動, 蘭麝郁然。 正冠肅容跪而讀之, 若瞻天日於雲表, 祥光瑞色爛溢目, 誠可仰也。

 

 

 

五更 : 하룻 밤을 다섯으로 나눈 시각의 다섯 째 부분. 3 ~ 5시.  松關 : 입구에 늘어선 소나무가 자연적으로 이룬 문을으로 절을 말함. 

低徊 : 머리를 숙이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함.       茗 : 차 명. 차. 차나무 싹. 늦게 딴 차.     

鷓鴣斑, 紫苔班 : 선시(禪詩) 문답과정에서 오가는 어휘로 해석이 참 어려운데, 승통의 시에 찻잎이 언급되었고 이를 받아 왕이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를 빗대어 언급한 것으로 보아 차(또는 찻잔)의 종류중 하나로 보임.

丹漢 : 하늘. 대궐을 비유한 말.          訝 : 맞을 아. 맞다. 위로함. 의심하다. 수상히 여김. 놀라다. 서로 만나 놀람.

心印 : 깨달음. 말이나 글에 의지하지 않고 마음으로 전하여지는, 부처의 내적 깨달음의 내용.        宴坐 : 조용하게 앉아서 참선함. 

瓣 : 오이씨 판. 오이씨. 오이열매. 꽃잎.     

沈水瓣 : 沈水香.  약재의 하나. 주산지는 인도·말레이시아·중국 남부 등지이다. 목재로서 향기가 높고 은은하다. 질은 견실하고 단단하

           며 물에 담갔을 때 가라앉아서 침향이라고 하였다. 東醫寶鑑에서 침향의 기록을 찾을 수 있다.

衲 : 기울 납. 깁다. 옷으 꿰맴. 장삼. 중의 웃옷. 중. 승려. 비구.   

宸 : 집 신. 집. 처마. 대궐. 임금에 관한 일에 쓰는 관사(冠詞). 하늘, 허공.      麝 : 사향노루 사. 

 

 

 

명종때 대숙 승통 요일(寥一)이 궁궐을 드나들면서, 좌우에게 정사를 묻지 않은 지가 20여 년이나 되었으나, 일찌기 은퇴를 청하는 시(乞退詩)를 지어 올렸다.

 

절에 몸을 맡겨 새벽 잔 꿈이 깨지 않았는데

10년이나 궁에 드나들었네.

일찍 따 여린 찻잎은 꾀꼬리와 봉의 그림자를 머금고,

뛰어난 향기 품은 새 차는 자고반이로다.

 

여윈 학 밤하늘 배회하는 것 스스로 가여워하고,

오랫동안 초라한 원숭이 푸른 산 탓하게 하였네.

옛 은거지에 돌아가 황혼을 보내렸더니,

선경(仙景)에 돌아가는 것 허용치 않으시네.

 

주상께서 크게 칭찬하고 상을 내리며, 대사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명아주 지팡이 짚고 서둘러 떠나려 하지 마십시오. 옛 산 속 한 가닥 구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니.』라 하였으니, 대사의 기이한 풍취를 먼저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답하는 시를 지어 내리셨다.

 

대사의 깨달음은 기관을 만드니,

바로 참된 공[眞空]을 깨닫는 것도 한 순간이로다.

고요히 앉아 참선할 땐 향로에 침수향을 더하고,

손님을 맞을 땐 축(筑)으로 파(破)를 타며 자태반(紫苔斑)을 권하네.

 

경론(經論)은 승려[緇侶]에게 전하는 게 좋겠으나,

가시면서 옛 산을 떠올리지만 마십시오.

석양 경쇠소리 새벽 향에 예불에 힘써,

부디 어리석은 중생들 평안하게 하소서.

 

고금의 유명하고 뛰어난 승려를 두루 살피건대,  군왕의 총애를 입어 시편을 하사받은 자가 많았지만, 특별히 그 시에 차운하여 그 마음을 이처럼 간곡하고 친밀하게 서술한 것은 없었다. 어제 대숙의 장실을 찾아가니, 왕이 친히 써준 이 시를 보여주었는데, 필체가 날아 움직이듯 하고, 난초와 사향의 향기가 진동하듯 하였다. 의관을 바르게 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꿇어앉아 읽어보니, 마치 구름을 벗어난 해를 바라보는 것 같고, 상서로운 빛과 색이 눈부시게 찬란하여 진실로 우러러볼 만하였다.

 

 

 

破閑集卷中終。

'우리古文學 > 破閑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卷下 2. 睿王尤重儒生  (0) 2020.10.23
卷下 1. 雞林舊俗 擇男子美風姿者  (0) 2020.10.23
卷中24. 金庾信鷄林人  (0) 2020.10.22
卷中23. 文昌公崔致遠字孤雲  (0) 2020.10.22
卷中 22. 西都永明寺南軒  (0) 202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