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堂秋七月,
桐雨夜三更。
欹枕客無夢,
隔窓虫有聲。
淺莎翻亂滴,
寒葉洒餘淸。
自我有幽趣,
知君今夜情。
此學士印份作也。學士之名雷震海東者, 實由此篇。僕昔佐桂陽府, 一日棹舟, 自孔巖縣至幸州南湖。見斷岸如苽, 松衫八九株森立於側, 而遺垣壞堵猶在。過者皆指之曰, 「此印公草堂舊墟也。」 僕艤舟不能去, 徘徊長嘯想見其人。便尋小徑登小華寺南樓, 見壁上有詩, 莓苔暗淡墨痕僅存。迫而視之, 乃印公所題也。
蕉鳴箔外知山雨,
帆出峰頭見海風。
可謂名下無虛士矣。
孔巖縣 : 양천의 고려시대 지명. 欹 : 감탄하는 소리 의/기울 기.
莎 : 사초 사/베짱이 수. 사초(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풀. 잔디. 향부자). 비비다. [수]베짱이. 份 : 彬의 古字.
苽 : 菰. 줄 고. 줄(볏과의 여러해살이 풀). 眞菰(줄). 生水上連特大而薄者也. 叢薄 : 무성한 草木. 나무는 叢, 풀은 薄.
艤 : 배뜰 준비할 의. 배 뜰 준비하다.
莓 : 나무딸기 매. 나무딸기. 이끼. 풀이 무성한 모양. 苔 : 이끼 태.
초당의 가을 7월에,
오동나무에 비 내리는 깊은 밤.
베개에 기대 잠 못이루는데,
창밖에서 들려오는 벌레소리.
얕은 풀밭에선 물방울 어지러이 날리고,
차가운 잎 물뿌려 모두 청소하는구나.
나에게 그윽한 정취가 이는데,
그대가 오늘 밤의 마음을 알겠는가.
이 시는 학사 인빈(印份)이 지은 것이다. 학사의 명성이 우리나라를 진동시킨 것도 실로 이 시로 말미암은 것이다.
내가 예전에 계양부에서 보좌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배를 저어, 공암현으로부터 행주 남쪽의 호수까지 간 적이 있었다. 강가의 깎아 세운 듯한 언덕이 마치 진고(眞菰) 숲 같고, 소나무와 삼나무 八、九 그루가, 그 옆에 빽빽하게 들어섰으며, 무너진 담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이것은 인공의 초당이 있던 옛 집터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서 배를 대고, 배회하며 길게 휘파람만 불다가 그 사람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문득 좁은 길을 찾아, 소화사의 남쪽 누각에 오르니, 벽 위에 시가 있는 것이 보였는데,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지만 어렴풋이 먹물 자국이 조금 남아 있었다.
다가가서 보니, 바로 인공이 지은 것이었다.
파초가 발 밖에서 우니 산에 비 내리는 것을 알겠고,
돛이 산봉우리를 벗어나니 바닷바람을 보겠구나.
명성 있는 사람 중에 헛되게 이름만 난 선비가 없다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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