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遇詩
張九齡
一。
蘭葉春葳蕤,桂華秋皎潔。 난초잎은 봄에 무성하고, 계수나무 꽃은 가을에 고결하네.
欣欣此生意,自爾爲佳節。 활력 넘치는 이 생기, 꽃이 활짝 핀 좋은 계절이로다.
誰知林棲者,聞風坐相悅。 누가 알겠는가? 숲 속에서 사는 자가 바람소리 즐기는 것을.
草木有本心,何求美人折。 초목에도 본심이 있는데 어찌 미인이 꺾어주기를 바라겠는가.
蘭葉, 桂華 :
장구령(張九齡)은 광동(廣東) 곡강(曲江) 사람으로 이 지역은 계수나무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시의 소재를 자기 고향에서 가져와 시에서 흔히 쓰는 ‘가을 국화[秋菊]’를 ‘가을 계수나무[秋桂(추계)]’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시인은 ‘蘭葉(난엽)’, ‘桂華(계화)’를 써서 현인(賢人)과 군자(君子)가 몸을 깨끗이 하고 자애(自愛)하는 것을 비유하였다.
葳 : 우거질 위. 우거지다. 초목이 무성한 모양. 둥굴레. 능소화(淩宵花). 초목이 무성한 모양. 生意 : 생기, 원기. 활기.
蕤 : 꽃 유/땅이름 생. 꽃. 잇다. 드리워지다. 평온하다. 장식(粧飾). 관(冠)이나 깃발에 늘어뜨린 꾸미개. 끔틀거리다.
爾 : 꽃이 활짝 핀 모양. 彼爾維何?維常之華。저 활짝 핀 꽃은 무엇인가? 아가위 꽃이네. <시경 소아/녹명지십/采薇>
二。
幽林歸獨臥,滯慮洗孤淸。 깊은 숲에 돌아가 홀로 은둔하니 묵은 생각 씻기고 고적함도 맑아졌다.
持此謝高鳥,因之傳遠情。 이 마음 높이 나는 새에 말하노니, 멀리 있는 이에게 내 뜻을 전해다오.
日夕懷空意,人誰感至精。 밤낮으로 마음을 비웠어도, 누가 지극한 정성을 알아주겠는가.
飛沈理自隔,何所慰吾誠。 새와 물고기의 길이 다른데 어느 곳에서 내 정성을 위로해 주려나.
☞ 幽林歸獨臥,滯慮洗孤清。
이 구절은 일반적으로 ‘幽人歸獨臥 滯慮洗孤淸’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四部叢刊》本의 《曲江張先生文集》에 따라 바로잡았다. 전체 구절의 뜻은 ‘홀로 돌아와 은둔한 후 오래도록 마음 비우고 고요하게 지내니 마음속의 고적함을 씻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滯’는 오래 머문다는 뜻이다.
☞ 飛沈理自隔
높이 나는 새와 물 속의 고기처럼 저절로 형세가 다르다는 것은, 한쪽은 조정에 있고 한쪽은 재야에 있어 형편이 서로 다름을 가리킨다.
<전통문화연구회 동양고전종합DB의 번역인 注를 참고함>
三。
魚游樂深池,鳥棲欲高枝。 물고기는 깊은 못에서 놀기를 즐기고, 새는 높은 가지에 둥지를 틀으려 한다.
嗟爾蜉蝣羽,薨薨亦何爲。 하루살이 떼 몰려다니며 또 무엇을 하려는가?
有生豈不化,所感奚若斯。 생명이 있는 것이 어찌 변하지 않으며, 감응(感應)하는 것이 어찌 이와 같겠는가?
神理日微滅,吾心安得知。 신묘한 이치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없어지니 내가 어찌 알 수 있으랴.
浩歎楊朱子,徒然泣路岐。 양주(楊朱)를 크게 탄식하나니 공연히 갈림길에서 울었도다.
楊朱 : 전국 시대에 양주(楊朱)가 십자로(十字路)에 서서 어느 길로 한 발을 들여놓느냐에 따라 앞으로 엄청난 차이가 빚어지게
될 것을 생각하고 슬프게 통곡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楊朱岐路, 楊朱泣路歧)
四。
孤鴻海上來、池潢不敢顧。 외로운 기러기 바다에서 날아와, 연못은 감히 돌아보지도 않았네.
側見雙翠鳥、巢在三珠樹。 옆에는 한 쌍의 물총새 삼주수(三珠樹)에 둥지를 틀었네.
矯矯珍木巓、得無金丸懼。 아름다운 보배가 나무 꼭대기에 있다 해도 탄환 맞을 두려움 없겠는가.
美服患人指、高明逼神惡。 아름다운 옷은 남의 손가락질이 두렵고, 높은 명성은 신이 미워할까 두렵네.
今我游冥冥、弋者何所慕。 지금 나는 아득한 하늘에서 노니는데 활 쏘는 자가 어찌 탐하겠는가.
潢 : 웅덩이 황. 웅덩이. 물이 깊고 넓은 모양. 나루터. 장황(裝潢)하다. 표구(表具)함.
三珠樹 : 염화(厭火)의 북쪽 적수(赤水)의 위에서 자란다는 신선 세계의 나무로, 잣나무와 비슷한데 잎이 전부 구슬로 이루어졌다 한다.
『산해경(山海經)』 「해외남경(海外南經)」
弋者何所慕 : 且鳥高飛, 以避矰弋之害, 鼷鼠深穴乎神丘之下, 以避熏鑿之患. 새가 높이 나는 것은 주살의 해를 피하기 위해서이며, 들쥐
가 신단아래에 깊은 굴을 파는 것은 불길을 피하거나 파내버리는 우환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莊子 應帝王(2)>
五。
吳越數千里,夢寐今夕見。 오나라와 월나라의 거리가 수천 리지만 꿈속에서라면 오늘 밤에도 볼 수 있다.
形骸非我親,衾枕即鄕縣。 육신이 친히 가지 않아도 잠들면 바로 고향땅이라네.
化蝶猶不識,川魚安可羨。 나비가 된다면 모를까 개천의 물고기가 어찌 부러워할 수 있겠는가?
海上有仙山,歸期覺神變。 바다 위에 신선이 사는 산이 있다는데 가서 깨닳음을 얻어 신선이 되어볼거나.
六。
西日下山隱,北風乘夕流。 해가 서산에 지니 석양을 틈타 북풍이 불어온다.
燕雀感昏旦,簷楹呼匹儔。 제비와 참새도 황혼과 아침을 느끼는가? 처마와 기둥에서 짝을 부른다.
鴻鵠雖自遠,哀音非所求。 홍곡은 멀리서 왔어도 슬픈 소리로 쉴 곳을 구하지 않는데,
貴人棄疵賤,下士嘗殷憂。 귀인이 미천한 사람들을 버릴까 선비들은 늘 근심 속에 산다.
衆情累外物,恕己忘內修。 모두 마음이 외물(外物)에 매어 있어, 스스로 용서하고 마음 닦는 것을 잊는다.
感歎長如此,使我心悠悠。 아아 ! 늘 이렇게 내 마음 안타깝게 하는구나.
七。
江南有丹橘,經冬猶綠林。 강남의 붉은 귤나무, 겨울내내 푸른 숲이로다.
豈伊地氣暖,自有歲寒心。 어찌 이 곳의 기후가 따뜻해서이겠는가? 스스로 추위를 견디기 때문이로다.
可以薦嘉客,奈何阻重深。 귀한 분에게 바쳐야 하는데 어찌 구중심처에 가는 길이 그리 험한가.
運命唯所遇,循環不可尋。 운명이란 오직 만남에 달려 있을 뿐 천도의 순환은 헤아릴 수도 없네.
徒言樹桃李,此木豈無陰。 한갓 복숭이와 오얏나무만 심으라 하는데 이 나무에도 어찌 그늘이 없으랴.
阻重深 : 山川이 중첩하여 길이 험하고 먼 것으로, 붉은 귤이 있는 강남에서 임금이 계신 장안까지 길이 멀고도 험함을 이른다. ‘深’은 遠.
[集評] ○ 張曲江公感遇等作 雅正沖澹 體合風騷 駸駸乎盛唐矣 - 明 高棅, 《唐詩品彙》
○ 衆人不知 徒取目前之色 足以悅人而已 - 淸 沈德潛, 《唐詩別裁集》 卷1
○ 卽屈子橘頌之意 - 現代 高步瀛, 《唐宋詩擧要》 卷1
風騷 : 詩經 國風, 離騷를 말함.
八。
永日徒離憂,臨風懷蹇修。 온종일 부질없이 시름에 잠기다가, 바람 부니 중매장이를 생각하네.
美人何處所?孤客空悠悠。 미인은 어디에 있는가? 외로운 객은 부질없이 쓸쓸하다.
靑鳥跂不至,朱鱉誰云浮。 기다리던 소식은 오지도 않았는데, 누가 붉은 자라가 떠올랐다고 했는가?
夜分起躑躅,時逝曷淹留。 밤 쯤이면 철쭉이 피기 시작할 것이니 때 맞춰 가서 머무는 것이 어떤가?
徒離憂 : 楚辭(山鬼)에 다음 문구가 나온다. 「風颯颯兮木蕭蕭, 思公子兮徒離憂。」
蹇修 : 伏犧氏의 신하로 중매를 잘하였다는 사람. 중매인.
青鳥 : 使者. 前漢의 동방삭(東方朔)이 다리가 셋인 푸른 새가 날아온 것을 보고 여선(女仙)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라고 했던 고사
에서 由來. 편지를 전달하는 사자.
跂 : 육발 기. 육발이. 가다. 벌레가 기어감. 발돋움하다. 나아가다. 어긋나다. 힘쓰다.
朱鱉 : 맛이 좋은 물고기중 하나로 나오는 발이 여섯개인 붉은 자라. 傳說中的一種赤色的鱉, 能吐珠, 又稱珠鱉。
醴水之魚 名曰朱鱉. 六足有珠百碧. <呂氏春秋 第14卷 第2篇 효행 8.> “朱鱉躍飛泉, 夜飛過吳洲 。” <三國 魏 阮籍.《詠懷》之二七.>
“已從龍門出, 不慕朱鱉輕。 朱鱉過吳洲 , 飛飛就東瀛 。<宋 梅堯臣 《夜直廣文有感寄曾子固》詩>
躑躅 : 철쭉(꽃). 진달래.
九。
抱影吟中夜,誰聞此歎息。 깊은 밤 그림자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누가 이를 듣고 탄식한다.
美人適異方,庭樹含幽色。 미인은 다른 곳으로 갔는데, 뜰의 나무는 그윽한 빛 머금었도다.
白雲愁不見,滄海飛無翼。 흰 구름은 수심도 드러내지 않고, 날개도 없이 넓은 바다로 날아갔구나.
鳳皇一朝來,竹花斯可食。 봉황이 하루아침에 날아오면 대나무 꽃을 먹을 수 있을까.
竹花 : 대나무는 60년 또는 120년만에 꽃이 피며 꽃을 일시에 피우고 생일 마친다고 함. 대나무는 뿌리로 뻗어나가 번식하는 속성상
꽃이 필때는 주위의 대나무들과 한꺼번에 같이 피고는 서서히 말라죽는다고 함.
十。
漢上有游女,求思安可得。 한수에 놀러 나온 여인, 구하면 어찌 얻지 못하겠는가?
袖中一札書,欲寄雙飛翼。 소매 속의 서찰을 새에게 맡겨 부치려 하네.
冥冥愁不見,耿耿徒緘憶。 먼 하늘에는 시름을 보이지 못하고, 그리워도 기억을 봉할 뿐이네.
紫蘭秀空蹊,皓露奪幽色。 텅 빈 길에 자란(紫蘭)이 꽃을 피웠는데 영롱한 이슬이 그윽한 빛을 빼앗았네.
馨香歲欲晚,感歎情何極。 향기를 늦은 계절까지 간직하려 하니 감탄하는 정 어찌 다하겠는가.
白雲在南山,日暮長太息。 남산의 흰 구름, 해 지자 길게 탄식하네.
☞漢上有游女, 求思 ~ : 시경 에 나오는 구절. (國風/周南/漢廣)
南有喬木, 不可休息。 남산에 우뚝 솟은 나무, 그 아래에서 쉴 수 없네.
漢有游女, 不可求思。 한수에 놀러 온 여인, 구할 수 없네. (思는 어조사)
耿耿 : 밝다. 충성스런 모양, 근심스러운 모양. 충직한 모양. 蹊 : 지름길 혜. 지름길, 좁은 길. 질러가다. 건너가다. 기다리다.
紫蘭:秀,開花。蹊,小路。空蹊:猶空谷。皓露,白露。幽色,指幽谷中蘭花的顏色。何極,沒有窮盡。這是說紫蘭逢秋,芬芳將歇,使人感嘆無窮。
紫蘭秀空蹊 : 공자의 의란조(倚蘭操)의 「空谷幽蘭人共馨, 芝蘭之室君子居。」에서 온 말.
白云:白云,比喻小人。陸賈《新語·慎微》:“邪臣之蔽賢,猶浮云之障日月也。”南山,比喻君王。《漢書·楊惲傳》:“田彼南山。
”張晏注:“山高而在陽,人君之象也。”
太息:嘆氣。
感歎情何極 : 이 문구는 朱子가 「雲谷雜詠」에 인용하였다.
十一。
我有異鄕憶,宛在雲溶溶。 내 고향에 대한 추억은 기이한데, 뭉개구름 속에 그 모습이 완연하다.
憑此目不覯,要之心所鍾。 이렇게 눈으로도 보지 못하니 주어진 마음이 필요하다.
但欲附高鳥,安敢攀飛龍。 새에 의지해 높이 날기를 바랄 뿐, 어찌 감히 비상(飛翔)하는 용에 올라 타겠는가.
至精無感遇,悲惋塡心胸。 지극한 정성으로도 감회가 없으니 슬픔에 가슴이 메인다.
歸來扣寂寞,人願天豈從。 돌아와 적막함을 깨려 해도 사람이 바란다 해서 하늘이 어찌 따라주겠는가!
惋 : 탄식할 완.
要之心所鍾 : 曹植의 「盤石篇」이란 시에 「未知命所鍾」 '주어진 운명을 알지 못한다.'라는 文句가 있다. 여기에서의 鍾은 '주다.'의 뜻.
十二。
閉門跡羣化,憑林結所思。 문 닫아걸고 만물의 변화를 살피며 숲속에서 상념에 잠기노라.
嘯歎此寒木,疇昔乃芳蕤。 이 겨울 나무를 나직히 탄식하나니 얼마 전까지도 꽃을 피웠도다.
朝陽鳳安在,日暮蟬獨悲。 아침에 왔던 봉황새는 어디 있는가, 날이 저무니 매미 홀로 슬프구나.
浩思極中夜,深嗟欲待誰。 많은 생각하다 한밤중에 이르러 누구를 기다리려 하는가 깊이 탄식했다.
所懷誠已矣,旣往不可追。 소회(所懷)를 진실로 그치려 하나니 이미 지난 일 쫒을 수 없노라.
鼎食非吾事,雲仙嘗我期。 호화로운 식사는 내 일이 아니며 일찌기 신선이 되기를 바랬노라.
胡越方杳杳,車馬何遲遲。 호(胡)나라와 월(越)나라 땅은 아득한데 수레는 어찌 이리 더딘가?
天壤一何異,幽嘿臥簾帷。 천지는 하나인데 어찌 다르겠는가, 조용히 누워 주렴치고 휘장을 두르리라.
<全唐詩 卷047>
鼎食 : 솥을 쫙 벌여 놓고 먹는다는 뜻으로, 매우 귀한 사람의 식사나 진수성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雲仙 : 雲은 높다, 멀다. 훌륭하다는 뜻이 있는데 仙이라는 글자 속에 모두 포함된다고 보고 그냥 神仙으로 해석.
胡越 : 중국 북쪽의 호나라와 남쪽의 월나라라는 뜻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方 : 곳, 나라. 嘿 : 默.
[注]
당시 300수에는 4수만 실려 있는데 순서가 좀 다르다.
제1수 孤鴻海上來 (4)
제2수 蘭葉春葳蕤 (1)
제3수 幽人歸獨臥 (2)
제4수 江南有丹橘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