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石
山石犖确行徑微、 험준한 바위 산 좁은 산길을 가는데,
黃昏到寺蝙蝠飛。 황혼에 절에 이르니 박쥐들이 날아다니네.
升堂坐階新雨足、 법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갓 내린 비 흡족하여,
芭蕉葉大梔子肥。 파초잎이 커지고 치자가 굵어졌네.
僧言古壁佛畫好、 스님이 오래 된 벽의 불화(佛畵)가 좋다 하여,
以火來照所見稀。 불을 가져와 비춰보니 보기 드문 그림이었다.
鋪牀拂席置羹飯、 상 차리고 자리 폈는데 국과 밥이 놓여 있었느데,
疏糲亦足飽我飢。 거친 밥이라도 허기를 채우기에 넉넉하였도다.
夜深靜臥百蟲絶、 밤 깊어 누우니 온갖 벌레 소리도 그치고 적막한데,
淸月出嶺光入扉。 맑은 달 산마루에 떠올라 사립문 안에 비친다.
天明獨去無道路、 날 밝아 홀로 떠났는데 길이 보이지 않아,
出入高下窮煙霏。 안개속 드나들며 오르내린다.
山紅澗碧紛爛漫、 붉은 산, 푸른 개울물 엉크러져 현란한데,
時見松櫪皆十圍。 때때로 보이는 소나무 상수리나무는 열 아름이나 된다.
當流赤足蹋澗石、 흐르는 물로 길 막히면 맨발로 개울 돌 밟고 건너는데,
水聲激激風生衣。 물소리 콸콸, 옷에서는 바람이 인다.
人生如此自可樂、 인생이 이와 같다면 저절로 즐거울 터인데,
豈必局束爲人鞿。 어찌 꼭 남에게 얽매어 구속당할까?
嗟哉吾黨二三子、 아아! 내 벗들이여,
安得至老不更歸。 어찌 늙으면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犖确 : 산의 바위들이 험준하고 울퉁불퉁하여 고르지 못한 모양. 犖 : 얼룩소 락. 얼룩소. 밝다. 명백함. 뛰어나다. 훌륭함.
确 : 자갈땅 학. 자갈땅. 박하다. 적음. 정확하다. 진실. 겨루다. 비교함. 산에 큰 돌이 많다.
梔 : 치자나무 치. 糲 : 현미 려. 현미. 메조미쌀. 멧돌에 갈다. 局束 : 구속(받다), 구애(받다) 鞿 : 제갈 기. 재갈. 고삐. 굴레. 단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