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懷詩
一。
窗前兩好樹,眾葉光薿薿。 창문 앞 두그루의 아름다운 나무 무성한 잎이 빛난다.
秋風一拂披,策策鳴不已。 가을바람 부니 살랑거리는 소리 그치지 않고,
微燈照空床,夜半偏入耳。 희미한 등잔불 빈 침상을 비치고, 밤이 깊도록 바람소리만 들려온다.
愁憂無端來,感歎成坐起。 수심이 끝없이 밀려 와 탄식하며 일어나 앉았노라.
天明視顔色,與故不相似。 날이 밝아 얼굴 빛을 보니 전과 같지 않구나.
羲和驅日月,疾急不可恃。 희화가 세월을 독촉하는데 빠르고 급해 의지할 수 없도다.
浮生雖多塗,趨死惟一軌。 덧 없는 인생 길은 많아도 죽음에 이르는 것은 오직 한 길뿐이네.
胡爲浪自苦,得酒且歡喜。 어찌 부질없이 스스로 괴로워 하는가? 술이나 들며 즐길지어다.
☞ 羲和 : 중국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여신이며 제준(帝俊)의 처.
帝俊에게는 세 명의 아내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羲和였다. 희화는 열 개의 태양을 아들로 낳았다. 그들은 동쪽 바다 밖 탕곡(湯谷)이라는 곳에서 살았으며, 그곳의 바닷물은 열 개의 태양이 목욕을 하고 있어 늘 펄펄 끓는 것처럼 뜨거웠다.
그 뜨거운 바다 한가운데 어마어마하게 큰 뽕나무가 있어 부상(扶桑)이라 하였고, 높이가 수천 길이나 되고 둘레도 천 길이나 되었다. 태양들은 부상에서 머무르다 매일 아침 하나씩 교대로 떠올라 하루 종일 하늘을 운행했다.
이렇게 운행을 하다가 서쪽 끝의 우연(虞淵)이라는 연못에 이르면 하루의 할 일을 마치게 되었다. <다음백과>
二。
白露下百草,蕭蘭共雕悴。 초목에 이슬이 내리자 쑥과 난초가 시들어 생기를 잃었도다.
靑靑四牆下,已複生滿地。 푸르던 사방의 담장 아래에는 벌써 시든 잎이 늘었네.
寒蟬暫寂寞,蟋蟀鳴自恣。 쓰르라미 울음소리 잠시 그치니 귀뚜라미 울음소리 요란하다.
運行無窮期,稟受氣苦異。 천지의 운행은 끝없고 계절의 기후도 매우 다르다네.
適時各得所,松柏不必貴。 때가 되면 각 소임을 행하는 것이니 송백을 귀하게 여길 필요 없노라.
☞ 寒蟬
가을매미. 인재를 천거할 만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천거하지 않는 자를 '한선(寒蟬)', 즉 가을 매미라고 부른다. 후한서(後漢書) 두밀(杜密)열전에 따르면, 태산태수(太山太守), 북해상(北海相) 등을 지낸 두밀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 태수 왕욱이 그 앞에서 유승이란 인물을 칭찬했다. 그러자 두밀은 "유승은 대부(大夫)가 되었을 때 빈객(賓客)을 예로 맞으면서, 빈객이 선한 것을 알면서도 천거하지 않았고, 악한 사실을 듣고서도 말하지 않았다. 이는 실정을 숨기고 자신만을 아낀 것으로 가을 매미와 같은 자였다."고 비판했다.
三。
彼時何卒卒,我志何曼曼。 시간은 어찌 그리 바쁘고, 내 뜻한 바는 어찌 그리 아득한가?
犀首空好飮,廉頗尙能飯。 서수(犀首)는 부질없이 술을 좋아했고, 염파는 오히려 밥을 잘 먹었다네.
學堂日無事,驅馬適所願。 학당에 일이 없어 말을 몰아 가고 싶은 곳 가려고 했는데,
茫茫出門路,欲去聊自勸。 문을 나서자 길이 아득하여 가려던 마음 저절로 싫어졌노라.
歸還閱書史,文字浩千萬。 돌아와 서적을 펼쳤으나 문자가 천만이나 되고,
陳跡竟誰尋,賤嗜非貴獻。 옛 자취를 찾아보려 했으나 내 취향은 귀인이나 현인(賢人)이 아니네.
丈夫意有在,女子乃多怨。 장부에게는 뜻이 있지만 여자에게는 원망이 많도다.
曼曼 : 긴 모양, 먼 모양. 蔓蔓 : 길고 먼 모양. 滿滿 : 꽉 찬 모양. 漫漫 : 멀고 아득한 모양, 구름이 길게 깔린 모양, 넓고 아득한 모양,
犀首 :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공손연(公孫衍). 장의(張儀)가 진(秦)나라를 위해 위나라로 가서 제상이 되자,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서수는 한(韓)나라의 공숙(公叔)을 설득하여 한나라의 재상이 되었다가 장의가 죽은 후 진(秦)나라에 가서 재상이 되었던 자이다.
진진(陳軫)은 유세가로 진(秦)나라에 장의가 재상이 되자 진진은 초(楚)나라로 망명했다. 초나라에서는 진진을 다시 진나라로 보냈는데 진진이 위(魏)나라에서 서수를 만나 물었다. "공은 왜 술을 좋아하십니까?" 서수가 대답했다. "일이 없기 때문이오."
<史記 卷七O. 張儀列傳 [陳軫 · 犀首]>
廉頗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무장. 恵文王 및 그 아들 孝成王 때 제(齊)나라를 쳐부순 공을 세웠다. 혜문왕 때 초나라의 화씨벽을 얻자 그 사실은 알게 된 진(秦) 소왕(昭王)이 15개의 성으로 화씨벽과 바꾸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조나라에서는 진나라에 속을 것알 알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인상여를 보내게 되었는데 인상여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그 공으로 상경(上卿)이 되었다.
염파는 자신은 장수로 목숨을 걸고 전장터를 누비며 공을 세웠으나 인상여는 겨우 세치 혀를 놀린 공으로 벼슬이 높아졌다고 시기하여 기회를 노려 인상여에게 욕을 보이고자 했으나 인상여는 두 사람의 불화는 결국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여파를 피했다. 훗날 인상여의 본심을 알게 된 염파는 인상여와 문경지교(刎頸之交 : 목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은 우정)를 맺었다.
효성왕이 죽고 도양왕(悼襄王)이 즉위하여 악승(樂乘)을 염파 대신 장군에 임명하자 염파는 이에 불만을 품고 악승과 다투다가 위(魏)나라
도읍인 대량(大梁) 망명하였는데 위나라에서 기용되지 못하여 조나라에 복귀하기를 원했고 때마침 조나라에서도 염파를 복귀시키고자 사자를 염파에게 보내 아직 쓸모가 있는지를 알아보게 하였는데 염파는 자신의 건장함을 보여주기 위해 밥 한 말과 고기 열 근을 먹고도 말에 뛰어 오르는 모습을 보였으나 사자는 정 반대로 그는 늙어 쓸모없다고 보고 했다. 그후 염파는 초나라에서 장수로 초빙되었으나 쓰이지 못하고 죽었다. <史記 卷81. 廉頗藺相與列傳>
陳跡 : 옛 자취. 옛 일. 지난일. 獻 : 賢人.
四。
秋氣日惻惻,秋空日淩淩。 가을 기운이 날로 더해가자, 날씨도 날로 추워진다.
上無枝上蜩,下無盤中蠅。 위로는 나무가지에 매미가 없고, 아래로는 소반에 파리가 없다.
豈不感時節,耳目去所憎。 어찌 계절을 느끼지 못하겠는가? 싫은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네.
淸曉卷書坐,南山見高棱。 맑은 새벽 책을 덮고 앉았더니 종남산의 높은 능선이 보이는구나.
其下澄湫水,有蛟寒可罾。 그 아래 맑은 연못(炭谷湫)에서는 날씨가 추워 교룡도 잡을 수 있겠구나.
惜哉不得往,豈謂吾無能。 애석하구나! 갈수는 없지만 어찌 내가 잡을 수 없다 하겠는가?
惻惻 : 딱하고 가볍게 여기는 모양, 비통한 몽양, 간절하고 정중함. 淩淩 : 凌凌 ; 으스스 춥다. 쌀쌀하다. 얼음이 두껍게 언 모양.
蜩 : 매미 조. 南山 : 장안 남쪽의 종남산 棱 : = 稜. 모 릉. 稜線.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선.
湫 : 늪 추/모일 초. 늪. 웅덩이. 다하다. 강이름. 근심하다. 그 모양. (밭)도랑. 고요한 모양. [초] 모이다. 쌓여 막힘. 서늘하다. 낮고 좁다.
여기에서는 종남산에 있는 탄곡추(炭谷湫)라는 못.
罾 : 그물 증. 그물, 네 귀를 들어올리는 어망.
五。
離離掛空悲,戚戚抱虛警。 부질없이 서글픔에 얽매이고 헛되이 두려움만 품는다.
露泫秋樹高,蟲吊寒夜永。 가을 나무 높이 이슬이 번쩍이고 벌레들은 추위가 서러워 밤 늦도록 운다.
斂退就新懦,趨營悼前猛。 움츠려 물러나니 무기력해지고, 지난 날 맹렬하게 쫒아 행하던 일도 서글프다.
歸愚識夷塗,汲古得修綆。 내 자신으로 돌아와 평탄한 길 있고 옛 것 길을 긴 두레박줄 얻었음을 알았노라.
名浮猶有恥,味薄眞自幸。 명성이란 부질없고 오히려 치욕스럽나니 살짝 맛만 본 것이 다행이다.
庶幾遺悔尤,即此是幽屛。 허물을 뉘우치고 잊기를 바란다면 바로 이 때가 은거할 때로다.
離離 : 이어지는 모양. 戚戚 : 서로 친밀한 모양.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모양. 마음이 움직이는 모양.
泫 : 흐를 현. 흐르다. 이슬이 빛나다. 눈물 흘리는 모양. 깊고 넓다. 내 이름. 뒤섞이다. 혼합됨. 趨營 : 쫒아다니며 행하다.
綆 : 두레박줄 경/수레바퀴 치우칠 병. 修綆 : 修의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데 '길다'는 뜻이 무난하다.
六。
今晨不成起,端坐盡日景。 오늘 새벽 일어나지 않고 단정히 앉아 하루를 보냈노라.
蟲鳴室幽幽,月吐窗冏冏。 벌레 울음소리 방안에 은은히 들리고, 달이 떠올라 창에 밝게 비치네.
喪懷若迷方,浮念劇含梗。 뜻을 잃으니 방향을 잃은 것 같아 부질없는 생각이 가시를 입에 문 듯 혹독하다.
塵埃慵伺候,文字浪馳騁。 속세를 엿보는 것도 마음 내키지 않아 글을 마구 섭렵하였도다.
尙須勉其頑,王事有朝請。 아직도 무딘 재주 힘쓰는 것은 나랏일을 맡아 조정에 나가기 때문이네.
冏 : 빛날 경. 빛나다. 빍다. 창(窓).
朝請 : 제후(諸侯)가 천자(天子)를 조회하는 것인데, 봄에 하는 것을 조(朝), 가을에 하는 것을 청이라 하며 백관의 조회를 받는 것을 말함.
七。
秋夜不可晨,秋日苦易暗。 가을밤은 새벽 맞기가 어렵고 가을 낮은 매우 쉽게 어두워진다.
我無汲汲志,何以有此憾。 나는 급한 마음도 없는데 어찌 이러한 서운한가?
寒雞空在棲,缺月煩屢瞰。 추운 닭은 부질없이 닭장에서 이지러진 달만 번거롭게 거듭 바라본다.
有琴具徽弦,再鼓聽愈淡。 기러기발과 현 갖춘 거문고 있어 거듭 뜯는데 소리가 더욱 담백해진다.
古聲久埋滅,無由見眞濫。 옛 소리 묻혀 사라진지 오래라 난잡한 음악이 드러날 까닭이 없도다.
低心逐時趨,苦勉祗能暫。 낮은 마음으로 시대의 흐름 따라가려고 매우 힘썼으나 잠시 뿐이었다.
有如乘風船,一縱不可纜。 바람 탄 배 같아 한 번 놓아주니 닻줄을 달 수 없구나.
不如覷文字,丹鉛事點勘。 글을 보는 것이 나아 글을 보며 교정보는 것을 일삼았노라.
豈必求贏餘,所要石與甔。 어찌 꼭 넘치기를 바라리오, 한 섬의 곡식과 담을 항아리만 있으면 되리라.
瞰 : 볼 감. 보다. 굽어보다. 멀리 내려다 보다. 물고기의 눈이 감기지 않는 일. 纜 : 닻줄 람.
丹鉛 : 옛날 책을 교정하는데 쓰는 단사(丹砂)와 백연분(白鉛粉). 교정(校訂) 點勘 : 책 내용을 검토하여 정정하다.
石 : 부피의 단위. 섬. 甔 : 항아리 담. 항아리. 한 섬들이 독.
八。
卷卷落地葉,隨風走前軒。 빙글빙글 돌면서 지는 낙엽, 바람따라 창앞에 날리는데,
鳴聲若有意,顚倒相追奔。 소리 나는 것이 뜻이 있는 듯, 엎치락 뒤치락 서로 쫒고 쫒긴다.
空堂黃昏暮,我坐默不言。 텅빈 집에 황혼으로 날이 저무는데 홀로 말없이 앉아 있었더니,
童子自外至,吹燈當我前。 아이가 들어와 내 앞에 등불을 밝혀주고는,
問我我不應,饋我我不餐。 나에게 말을 걸어도 응하지 않고, 밥을 가져다 주어도 먹지 않으니,
退坐西壁下,讀詩盡數編。 물러나 서쪽 벽아래 앉아 시(詩) 여러 편을 다 읽었다.
作者非今士,相去時已千。 지은 이는 지금 사람 아니고 서로 시대가 이미 천년이나 떨어졌어도,
其言有感觸,使我複淒酸。 그 말이 와 닿으니 나로 하여금 아프고 쓰리게 하는구나.
顧謂汝童子,置書且安眠。 돌아보고 일렀다. "아이야 책 놓아두고 편히 자거라."
丈夫屬有念,事業無窮年。 장부가 마음을 쏟아 하는 일이 끝날 때가 없노라.
吹燈 : 洋吹燈. 마찰에 의하여 불을 일으키는 도구. 성냥.
九。
霜風侵梧桐,眾葉著樹乾。 찬바람이 오동나무를 엄습하니 나무잎이 말라 붙고,
空階一片下,琤若摧琅玕。 텅 빈 섬돌에 한 잎 떨어지니 그 소리가 대나무 스치는 소리 같도다.
謂是夜氣滅,望舒霣其團。 이것은 밤기운이 사라지니 망서(望舒)가 달을 떨어뜨린 소리인가.
靑冥無依倚,飛轍危難安。 하늘에 의지할 데 없고 날아가는 궤도가 위태로워 편안하기 어려웠나.
驚起出戶視,倚楹久汍瀾。 깜짝 놀라서 일어나 나가보고 기둥에 기대 오랫동안 눈물 흘렸네.
憂愁費晷景,日月如跳丸。 시름으로 시간을 보내니 세월이 마치 튀는 공같구나.
迷複不計遠,爲君駐塵鞍。 헤매다 돌아오는 것이 멀지 않으리니 그대 위해 수레를 멈추리라.
琤 : 옥소리 쟁. 옥소리. 물건 부딛치는 소리. 琅 : 옥이름 랑. 玕 : 옥돌 간.
琅玕 : 중국에서 나는, 짙은 녹색 또는 청록색의 반투명한 비취를 이르는 말. 장식에 많이 쓰임. 대나무를 비유적으로 표현.
霣 : 떨어질 운. 떨어지다. 떨어뜨림. 구름이 비를 몰아오다. 비. 우레. 천둥. 쓰러지다. 구름이 뭉게뭉게 일다.
望舒 : 신화 속에 나오는 달을 모는 신(神)인데 일반적으로 달을 지칭. 초사(楚辭) 이소(離騷)에 “앞에서는 망서가 달리고 뒤에서 비렴
(飛廉)이 쫒아간다."고 하였다. ▶ 纖阿 : 달을 몰고 다닌다는 전설상의 여신.
汍 : 눈물 흐르는 모양 환. 汍瀾 :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우는 모양. 晷 : 그림자 구(귀). 그림자. 해. 햇빛. 해시계.
晷景(귀영) : 그림자. 해시계(= 시간).
迷複不計遠 : 헤매다 돌아옴이 멀지 않으리니. 역경(易經)의 복괘(復卦)에서 나오는 말이다. 迷複(미복)은 헤매다 바른 곳으로 돌아온
다는 뜻이며 不計遠(불계원)은 不遠復(불원복)으로 머지않아 회복됨을 말한다.
塵鞍 : 塵鞍(진안)은 진흙에 떨어뜨린 말안장. 落滿塵土的馬鞍. 亦代指車馬. 唐韓愈.
十。
暮暗來客去,群囂各收聲。 날 저물어 손님이 떠나니 시끄러운 소리도 그쳤네.
悠悠偃宵寂,亹亹抱秋明。 편안히 누워있으니 밤은 적막하고 시간이 흐르자 가을 빛이 비치네.
世累忽進慮,外憂遂侵誠。 세상 일들이 갑자기 떠올라 외부의 근심이 내 성심(誠心)을 침범했네.
强懷張不滿,弱念缺已盈。 강한 마음 펼치려 했으나 불만스럽고 약한 생각 버리려 했으나 이미 가득찼네.
詰屈避語阱,冥茫觸心兵。 말의 함정을 피하기 어려웠지만 어렴풋이 마음에 닿았도다.
敗虞千金棄,得比寸草榮。 실패하면 천금을 잃을까 두려웠고, 성공한다 해도 겨우 조금의 영광 뿐이로다.
知恥足爲勇,晏然誰汝令。 치욕을 아는 것이 용감한 일인데, 편안하게 누가 너에게 명을 내릴까?
亹 : 힘쓸 민. 힘쓰다. 눈썹. 문채있는 모양. 水門. 亹亹 : 근면(勤勉)하며 지칠 줄 모르는 모양. 시간이 흐르는 모양.
世累 : 세상살이에서 일어나는 번잡하고 괴로운 일. 詰屈 : 필세(筆勢)가 구불구불하다. 구불구불하다. 이해하기 어렵다.
冥茫 : 어두컴컴하다. 어렴풋하다. 어둡고 흐릿하다. 心兵 : 어떤 사물을 보고 일으키는 마음. 욕망. 마음속에 품은 살기.
十一。
鮮鮮霜中菊,旣晚何用好。 곱고 고운 서리 맞은 국화, 기왕에 늦었으니 어디에 쓰는 것이 좋을까?
揚揚弄芳蝶,爾生還不早。 훨훨 날아 향기로운 꽃을 희롱하는 나비야, 너의 삶도 늦었구나.
運窮兩值遇,婉孌死相保。 운세가 궁하여 둘이 만나 아름답게도 죽을 때까지 서로 지켜주는구나.
西風蟄龍蛇,眾木日凋槁。 가을바람 부니 용, 뱀이 숨고 나무들도 나날이 말라가는구나.
由來命分爾,泯滅豈足道。 본래 명운은 너희들에게 베푼 것이니 사라진다 한들 어찌 말하겠는가?
<昌黎先生集>
孌 : 아름다울 련. 蟄 : 숨을 칩. 숨다. 겨울잠 자는 벌레. 고요하다. 모이는 모양.
泯 : 다할 민. 다하다. 다하여 없어짐. 멸망하다. 빠지다. 물에 잠김. 어지러워지다. 어두움. 뒤섞이다. 혼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