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江花月夜
張若虛
春江潮水連海平、 봄 강에 밀물로 바다와 하나가 되었고,
海上明月共潮生。 바다 위 밝은 달은 밀물과 함께 떠올랐도다.
灩灩隨波千萬里、 달빛이 물결따라 온 바다가 일렁이는데,
何處春江無明月? 봄 강 어느 곳인들 밝은 달이 비치지 않을까?
江流宛轉繞芳甸、 강은 아름다운 교외(郊外)를 감돌며 흐르고,
月照花林皆似霰。 달빛이 풀밭에 비치니 모두 싸라기눈이 내리는 것 같다.
空裏流霜不覺飛、 허공에 흐르는 서리가 모르는 사이에 내리니,
汀上白沙看不見。 물가의 흰 모래를 봐도 구분을 못하겠구나.
江天一色無纖塵、 강과 하늘은 한가지 색으로 잔 티끌 하나 없고,
皎皎空中孤月輪。 밝은 하늘에는 둥근 달이 외롭게 떠 있다.
江畔何人初見月、 강변에서 누가 처음으로 달을 보았고,
江月何年初照人? 강에 떠오른 달은 언제 처음으로 사람을 비추었을까?
春江花月夜 : 악부(樂府)의 제목으로 청상곡(淸商曲)에 속한다.
灩 : 물 그득할 염. 물이 그득하다. 또는, 물결치는 모양. 달빛이 물에 비치어 빛나는 모양(灩灩),
繞 : 두를 요. 두르다. 굽다. 감기다. 달라붙음. 감돌다. 싸다. 에워싸다. 치맛자락.
甸 : 경기 전. 경기. 도성 500리 안. 천자가 직할하는 지역. 교외. 도성밖 지역. 시골, 지방. 경계. 구역. 다스리다. 사냥하다. 밭갈다. 농작물.
霰 : 싸라기눈 산, 싸라기눈. 떡을 말려 썬 것. 汀 : 물가 정. 물가. 흙탕물. 물결이 밀어닥치는 평평한 모래. 진흙.
人生代代無窮已、 인간의 삶은 대대로 이어져 그침이 없고,
江月年年祗相似。 강에 떠오르는 달은 해마다 같은 모습이로다.
不知江月待何人、 강에 뜨는 달은 누구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但見長江送流水。 단지 보이는 것은 장강은 물을 흘려보낼 뿐이로다.
白雲一片去悠悠、 흰구름 한 조각 유유히 떠 가는데,
靑楓浦上不勝愁。 청풍포에서 시름을 이기지 못하는구나.
誰家今夜扁舟子、 오늘 밤 누가 조각 배 띄우고,
何處相思明月樓。 어느 곳에서 그리움에 달 밝은 누대에 올랐는가.
可憐樓上月徘徊、 가련하다, 누대위에서 배회하는 달은,
應照離人粧鏡臺。 임 떠나보낸 여인의 화장대를 비추는가.
玉戶簾中卷不去、 규방의 발을 걷어도 떠나지 않고,
擣衣砧上拂還來。 다듬잇돌 위를 떨쳐도 다시 돌아오네.
砧 : 다듬잇돌 침. 다듬잇 돌
此時相望不相聞、 지금 기다려도 소식이 없으니,
願逐月華流照君。 달빛 따라 흘러가 님계신 곳 비추리라.
鴻雁長飛光不度、 기러기 멀리 날아도 달빛 건너지 못하고,
魚龍潛躍水成文。 물고기 자맥질하며 물결만 일으키네.
昨夜閑潭夢落花、 어제 밤 꿈에 한적한 물가에서 꽃이 지던데,
可憐春半不還家。 가련하게도 봄이 반이나 지나도록 집에 돌아가지 못하네.
江水流春去欲盡、 강물에 흐르는 봄 다 지나가고,
江潭落月復西斜。 강가에 지는 달 또 서쪽에 기울었네.
斜月沉沉藏海霧、 기우는 달 점차 바다 안개 속으로 숨는데,
碣石瀟湘無限路。 갈석에서 소상까지는 끝없이 머나 먼 길.
不知乘月幾人歸、 달빛 타고 몇 사람이나 고향에 갔을까?
落月搖情滿江樹。 쏟아지는 달빛에 요동치는 마음, 강변 나무에 가득하다.
碣石 : 갈석산. 지금의 하북성 창려현에 있는 산.
瀟湘 : 호남성(湖南省) 지역에 있는 소수(瀟水)와 상수(湘水)이며, 영릉현(零陵縣) 서쪽에서 두 강이 합쳐져 동정호(洞庭湖)로 흘러
들어간다. 통상 ‘瀟湘’이라 한다.
[解說]
천애를 떠도는 나그네에게도 또 꽃피는 봄이 왔다. 명월이 흰빛으로 천지를 감싸고 강물에 비친 아련한 달빛과 꽃을 보면서 시인은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슴에 맺힌 상사를 달랬을 것이다.
출세를 위해 고향을 떠난 나그네는 같은 시각 한 하늘에 뜬 둥근 달을 보면서 천리 머나 먼 곳에서 외롭게 떠도는 신세가 한탄스럽지만 가족에게 전할 마땅한 소식도 없는데 가족의 안부조차 막막할 때 느끼는 그리움이 가슴속에 사무치는 듯하다.
더우기 그리운 상대가 가족이 아니라 왕을 향하는 일편단심이라면 더욱 한스러웠겠지.
이시에 나오는 '鴻雁과 魚龍'은 고향소식을 전해준다는 고사에서 鴻雁長飛光不度(홍안장비광부도) 기러기 떼 길게 날아도 고향소식은 전해주지 않고, 魚龍潛躍水成文(어룡잠약수성문)은 물고기 뛰어오르지만 입에는 가족안부가 있는 편지는 없고 파문만 일어날 뿐이니 고향에 있는 가족들의 안부가 그리웠다는 뜻일 것이다.
장약허(張若虛, 660 ~ 720 추정)
장약허는 당나라 양주(揚州, 지금의 江蘇에 속함) 사람으로 일찍이 연주병조(兗州兵曹)를 지냈다. 중종(中宗) 신룡(神龍) 중에 문사(文詞)가 준수한 것으로 경사(京師)에서 명성을 떨쳤다.
하지장(賀知章), 장욱(張旭), 포융(包融)과 함께 ‘오중사사(吳中四士)’로 불렸다.
작품은 대부분 실전되어 『전당시(全唐詩)』에 시 2수가 실려 있다.그의 대표작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는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천고의 명시로 궁체시(宮體詩)의 속박에서 벗어나 청려(淸麗)하고 자연스러운 필치로 달빛이 비치는 춘강(春江)의 경치를 묘사하고 있다.(중국역대인명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