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
鄭知常
白日當天中、 해가 중천에 오니
浮雲自作峰。 뜬 구름이 절로 봉우리를 이루네
僧看疑有寺、 중이 보고 절이 있나 의심하고
鶴見恨無松。 학이 보고 소나무 없는 것을 한한다
電影樵童斧、 번개는 초동이 도끼를 휘두를 때 나는 광채요,
雷聲隱士鍾。 우레 소리는 은사가 종치는 소리로다.
誰云山不動、 누가 산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는가?
飛去夕陽風。 석양에 부는 바람에 날아갔도다.
[해설]
우연히 '한국고전종합DB'에 들어가 동국이상국집을 훑어보다가 <後集 부록 (白雲小說)>안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 인용해 올렸다. 그 내용을 요약해 올리며 해설에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시로 중국을 울린 것은 최치원, 學士 朴仁範, 參政 朴寅亮의 세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나라를 빛낸 것이 이와 같다.
세속에서 전한 바에 의하면, 학사(學士) 정지상(鄭知常)이 일찍이 산사(山寺)에서 공부할 적에 달 밝은 어느 날 밤 혼자 절에 앉아 있노라니, 갑자기 시 읊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시에
僧看疑有刹、
鶴見恨無松。
하니, 그는 귀신이 알려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뒤에 시원(試院)에 들어가니, 고관(考官)이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다.’라는 것으로 글제를 삼고 봉(峯) 자 운(韻)을 냈다. 지상은 갑자기 그 글귀가 기억나서 이내 시를 잇달아 지어서 써 올렸는데, 그 시는 다음과 같다."
그리하여 올린 시가 위에 소개한 시이다.
☞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다 : 이 구절은 도연명(?)의 시 '四時'에 나오는 한 구절 '夏雲多奇峯' 이다.
<東國李相國後集 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