蜀 相
丞相祠堂何處尋、 승상의 사당을 어디서 찾아야 하리
錦官城外柏森森。 금관성 밖 잣나무 우거진 곳이로다
映階碧草自春色、 계단에 비치는 푸른 빛은 절로 봄빛이고
隔葉黃鸝空好音。 나뭇잎 사이 꾀꼬리 노랫소리
三顧頻煩天下計、 황숙은 번거로이 세번이나 찾아 계책을 구했네
兩朝開濟老臣心。 양대의 조정을 열고 섬긴 노신의 마음
出師未捷身先死、 출전하여 이기지 못하고 몸 먼저 죽으니
長使英雄淚滿襟。 오랜동안 영웅들이 흘린 눈물 옷깃에 가득하다
[解說]
이 시는 두보 49세에 지어졌다. 이 시기는 안록산의 반란이 그친 뒤의 피폐하고 어려워진 때다, 두보는 성도에 살면서 그 지방의 여러 곳을 기행하다 제갈공명의 사당을 보고 지은 작품이다
수련을 보자
丞相祠堂何處尋、 승상의 사당을 어디서 찾아야 하리
錦官城外柏森森。 금관성 밖 잣나무 우거진 곳이로다
사람들은 여행에서 찾게 되는 곳은, 아무래도 그 지방의 명승고적이다. 명승지는 역사적인 사실과 얽혀있다. 명승지 중에서도 특별히 찾고 싶은 곳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어려운 현실의 기분 전환만을 목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다만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그 풍광을 즐길 것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평형이 깨어진 경우는, 이를 회복시켜줄 대상을 찾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실이 고통스러우면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고, 감정이 더욱 짙어지면 그분들의 묘소를 직접 찾기도 할 것이다. 또 나라가 어지러우면, 나라를 구한 위인들을 떠올리고 그분들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이다.
두보 당시의 시대는 전란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시대였다. 두보와 그 가족 그리고 나라의 형편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두보는 유교적 이상과 박애 정신에 투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러한 두보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의 정신의 평형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부자유한 현실은 바꾸어져야 하는 것이다. 현실을 바꾸는 방법의 하나로 유능한 지도자를 생각할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지도의 출현을 염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도의 여기저기를 기행하던 두보가 제갈공명의 사당이 있는 지역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제갈공명의 사당을 꼭 찾고 싶었다. 혼란한 시대를 극복한 인물의 전형으로 떠올렸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평소에 그를 늘 존경해온 결과일는지도 모른다.
그는 빨리 그의 사당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 길이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승상의 사당【丞相祠堂】을 어느 곳에서【何處】 찾을까【尋】”라고 자문한다. 그만큼 그는 빨리 찾고 싶었다. 평소에 늘 존경하는 역사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저기 물어서 겨우 찾아내었다. 그곳은 금관성 밖【錦官城外】, 잣나무【柏】가 빽빽이 우거진【森森】 곳에 있었다.
여기서 잣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있다고 묘사한 것은 여러 가지로 생각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은 묘역의 보호를 위해 나무를 심었고 그것이 계절에 따라 무성히 우거진 것이다.
다음으로는, 나라와 임금을 위한 변하지 않는 충절을 표상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잣나무를 심고, 그것을 잘 관리하여 무성해진 것이다. 다른 경우는 계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성하게 자란 그대로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으로는, <무성하다>는 것은 돌보지 않아 방치되어 <황폐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제갈공명의 사당의 위치와 그 주변이 잣나무로 둘러져 있는 대략적인 환경이 소개되고 있다
함련을 보자
映階碧草自春色、 계단에 비치는 푸른 빛은 절로 봄빛이고
隔葉黃鸝空好音。 나뭇잎 사이 꾀꼬리 노랫소리
이제 그는 사당여기 저기를 본다.
사당을 오르는 섬돌을 푸르게 물들이 듯【映階】 파란 풀【碧草】이 여기저기 돋아나 스스로 봄 경치를 이루고 있다. 새로 돋은 봄풀의 그 푸른빛이 회색빛 층계에 번져간 듯 싱그럽다. 섭리에 의해 저절로 생명의 봄빛을 이루고 있다. 풀이 봄에 푸르게 돋음은 풀의 속성이다. 여기서 주목 되는 것은 “自【저절로】”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작가의 감정이 이입【移入】된다. 작가로 볼 때는 이곳에서 만은 풀도 봄이라고 자기들의 푸른빛을 마음대로 뿜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이 나라를 구한 거룩한 제갈공명의 서당이기 때문이다. 풀마저 제 속성에만 충실하기엔 미안해야 할 곳이라는 것이다. 이곳에 묻힌 사람의 지난 이야기를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라는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주변의 나뭇잎 사이【隔葉】에는 꾀꼬리들【黃鸝】이 공연히【空】 기쁜 소리로 지저귀고 있다【好音】. 나뭇잎을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꾀꼬리들이 지저귀는데 공연히【空】 좋아서 지저귄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 되는 것은 “空【공연히】”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작가의 감정이 이입【移入】된다.
작가로 볼 때는 이곳은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천하경륜의 뜻을 이루지 못한 제갈공명의 한스러운 사연을 생각하면, 꾀꼬리의 소리도 서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수련을 이어서 사당 주변의 구체적인 경물인 풀과 꾀꼬리를 묘사하였다. 작가는 지나간 역사와 그 역사의 주역인 위인의 한 서린 사연도 모르고, 자신의 섭리에만 충실한 풀과 꾀꼬리가 무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작가가 사당의 주인인 제갈공명을 존경하는 작가의 속마음이 표현되고 있다.
경련을 보자
三顧頻煩天下計、 황숙은 번거로이 세번이나 찾아 계책을 구했네
兩朝開濟老臣心。 양대의 조정을 열고 섬긴 노신의 마음
작가는 섭섭한 마음에 지난 역사를 떠올린다. 여기 묻힌 분은 한나라 왕실을 부흥하고 만백성을 편안히 하고자하는 큰 뜻을 품고 일어난 절세의 영웅인 유비와 그를 도우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제갈공명을 떠올렸다.
자신이 품은 뜻이 만백성의 평안과 행복을 구하는 큰 뜻이었기에, 이를 이루어 줄 참된 인제를 찾기 위해 번거로움도 무릅쓰고【頻煩】 세 번이나 찾아【三顧】 예를 표한 성실한 군주인 유비의 천하 경륜의 계획【天下計】과 또 이러한 군주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부름에 기꺼이 응해 두 임금을 섬겨【兩朝】 늙도록 충성을 다한【開濟】 제갈공명의 마음【老臣心】과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역사적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당은 방치된 듯이 풀이 무성하고 꾀꼬리들이 어지러이 날고 있는 곳이 되어버린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풀과 꾀꼬리에게 말하는 형식을 취하나 실은 모든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는 마치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을 모르고 자기 섭리에만 충실한 풀과 꾀꼬리를 교육이나 하려는 듯이 이 사당의 주인인 제갈공명과 관련된 지난 이야기를 불쑥 끄집어낸다. 하나의 의미상의 장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자연의 경물에서 사람의 이야기로 전환되었다
미련을 보자
出師未捷身先死、 출전하여 이기지 못하고 몸 먼저 죽으니
長使英雄淚滿襟。 오랜동안 영웅들이 흘린 눈물 옷깃에 가득하다
그는 유비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천하 평정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유비의 아들 유선을 섬기며 꾸준히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중원 땅을 회복하기 위해 군사를 동원하여【出師】 위나라를 6차례나 공격했으나 이기지 못하고【未捷】 <오장원>에서 병으로 먼저 죽고 말았다【身先死】.
과연 하늘의 뜻은 무엇인가. 정당한 명분하에 충성과 신임으로 맺어진 거대한 천하평정의 실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어진 군주와 충성된 신하의 이루지 못한 꿈을 생각할 때, 그들과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길을 가는 후세의 수많은 영웅들로 하여금【長使英雄】 눈물 흘려 옷깃을 가득 적시게 한다【淚滿襟】.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옷자락을 적시는 뜨거운 눈물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천재의 글재주와 높은 포부, 지극한 애국 충정과 애민 의식을 가졌으나, 중용되지 못한 두보는 제갈공명의 슬픈 운명이 자신의 처지와 동일시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작자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역사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혜성과 같은 이름 없는 영웅들, 높은 뜻을 가졌으나 이루지 못한 불우한 인재들을 아쉬워하고 추모하는 이 작품의 주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 시는 역사의 진행과 인간의 의지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